‘째깍째깍’ 다시 도는 탄핵 시계

“나가!” 거세지는 민심 파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유난히 길었던 늦더위의 열기가 완전히 가셨다. 바깥서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 오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이 덩달아 분주해졌다. 저마다 장외 투쟁을 예고하면서 광장 곳곳이 소란스럽다. 2016년 그 겨울이 재현될지 이목이 쏠린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20% 초반까지 떨어졌다. 취임 이후 역대 최저치다. 용산이 터질 듯한 둑을 온몸으로 막고 있지만 ‘김건희’ 세글자만 나오면 어김없이 무너진다. 이번 공략 대상은 아무래도 영부인인 모양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지난날은 뒤로하고 우군으로 뭉치면서 대열 재정비에 나섰다.

어게인
지민비조

지난달 치러진 10·16 재보궐선거서 두 당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보였다. 호남과 부산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이뤄졌는데 결국 혁신당이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관계가 삐걱거렸다.

혁신당 황현선 사무총장은 지난달 18일 국회 본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 결과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개선해야 할 점이 충분히 드러났다고 보고 부족함을 메워나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서 패배하자 당 내에서 ‘혁신당 책임론’ 나오는 것에 불편하단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황 사무총장은 “민주당이 ‘공성’보다 ‘수성’에 더 큰 공을 들인 것 같다”며 “우리는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손잡고 금정구를 돌면 부산 판세가 바뀔 것이라고 (민주당에)제안했는데 민주당은 거절했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과 혁신당은 금정구청장 보선서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 김경지 후보로 단일화를 결정했다. 단일화로 후보를 양보했음에도 국민의힘과 크게 격차가 벌어진 것을 두고 혁신당 일각서도 ‘민주당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보선 참여를 계기로 민주당 일부 인사 또는 지지자들의 혁신당 조롱과 공격이 거칠어지고 있다”며 심정을 드러냈다. 조 대표는 “민주당 안팎서 ‘보선서 왜 지민비조(지역은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 기조를 버렸냐’고 비난한다”며 “지민비조라는 선택은 민주당과 혁신당을 모두 키우기 위한, 깨어있는 시민들의 집단 지성의 결과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조 대표의 발언을 두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은 크게 분노하며 혁신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사이가 틀어지나 싶더니 민주당이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예고하면서 단박에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이 나온다. 제1야당이 처음으로 장외 투쟁을 선포하자 “혁신당은 우군” “같은 적을 물리치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 등 여론이 형성되면서 대오 정비에 나선 것이다.

‘도이치 불기소’에 뿔난 여론
“롱패딩 준비” 장외 투쟁 예고

재보선으로 쏠려 있던 시선이 다시 국회로 집중되면서 야당은 김 여사 리스크를 정조준했다. 지난달 17일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것을 신호탄으로 발언의 강도를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불기소 처분 다음날인 18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서 이 대표는 “오늘은 완전히 거꾸로 한번 해보자”며 민주당 송순호 최고위원을 첫 번째 모두 발언자로 지목했다. 송 최고위원은 “어제 검찰의 김건희·최은순 모녀의 불기소 결정은 검찰 스스로의 사망 선고이기에 삼가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국민들은 이미 심리적으로 윤 대통령을 탄핵했으며 여론조사 결과서도 국민 10명 중 6명이 윤 대통령 탄핵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탄핵, 이것이 민심”이라며 탄핵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유일한 선택지는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하야다. 기다리고 응원하겠다”고 비꼬았다.

민주당은 당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성명을 내고 “김건희씨는 불소추특권을 누리는 실질적인 대통령이 됐고 검찰은 김씨가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개가 됐다”며 검찰과 정부를 직격했다.

‘김건희 규탄 범국민대회’를 예고하며 롱패딩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다가오는 겨울 동안 장외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것으로 ‘탄핵’ ‘정권 퇴진’ 등에 대한 입장을 에둘러 피하던 민주당이 김 여사 불기소를 기점으로 한층 압박 수위를 높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2일 “김건희 정권에 대한 성난 민심을 확인시켜 드리겠다”며 규탄 대회를 열었다. 김 여사의 불기소 처분에 따른 국민의 분노를 대변하기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선 것이다.

혁신당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26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 앞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장외 집회를 열었다. ‘검찰독재 정권 조기종식’을 내걸고 총선에 뛰어들었던 만큼 민주당보다 한발 앞서 탄핵의 깃발을 올린 것이다. 혁신당이 선도적으로 정권 퇴진 분위기를 주도하면 거야인 민주당이 무게감 있게 움직이는 등 역할을 나눠 따로, 또 같이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권 덮친
트라우마

11월에 접어들자 민주당·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등 야4당이 일제히 움직임에 나섰다. 광장으로 향하는 길목은 다르지만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김 여사의 국정 개입과 각종 의혹’을 규탄하겠다는 하나의 목표로 이어진다.

앞서 조 대표는 ‘3년은 너무 길다’ 특별위원회 회의서 “김 여사의 대통령 놀이를 끝장내겠다”며 “검찰청 앞에 모여 불의하고 무능하고 무도한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자”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에 접어드는 9일 전후로 혁신당 차원서 자체 마련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원내 정당 가운데 처음으로 탄핵을 당론으로 채택한 진보당도 동참에 나섰다. 진보당은 ‘윤석열정권 퇴진 운동 본부’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서 벌이고 있는 정권 퇴진 운동을 이어갈 방침이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선출되지 않은 김건희 이름 석 자 앞에 법치가 무너지고 있는데 어떠한 공적 시스템으로도 이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제 남은 것은 범국민적 힘을 모아 윤석열·김건희 정권을 퇴진시키는 길뿐”이라고 밝혔다. 사회민주당 역시 지난 9월 가칭 ‘윤석열 탄핵준비 의원연대’에 동참해 힘을 실었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야4당의 각개전투가 아닌 ‘공동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장외 투쟁이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박 전 대통령을 규탄하기 위해 시민이 광장에 모인 건 2016년 9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비선 실세였던 최순실(개명 뒤 최서원)씨의 ‘국정 농단’ 의혹이 드러나면서다. 당시 매일같이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고 언론에서는 앞다퉈 단독 보도를 쏟아냈다. 국정감사 역시 ‘기승전 국정 농단’으로 국회 곳곳서 난타전이 벌어졌다.


시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광화문 광장으로 쏟아졌다. 횟수를 거듭할수록 시위의 규모는 점점 커졌고 집회 20회 만에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결정됐다. 이날까지 누적 인원은 주최 측 기준은 1658만1160명이다.

집회의 관건은 얼마나 많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나서는지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탄핵은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윤정부 취임 이후 정권 퇴진 운동은 꾸준히 있었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이 거리로 나올 ‘한 방’이 없다”며 “‘최순실 태블릿 PC’ 같은 결정적 원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결정적인 한 방’에 대해 “서울-양평고속도로, 채 상병, 명품가방 수수 등 모든 의혹의 세기가 ‘강 강 강’”이라면서도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어 (의혹을)화약고에 채우고만 있다. 흔히 말하는 ‘탄핵 트리거’가 될 만한 것이 터지거나 민심이 극에 달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영부인
블랙홀

국민의힘은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탄용 탄핵”이라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장외 투쟁에 대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무모한 행동을 즉각 중단하시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대한민국 시스템 파괴의 종착지는 대통령 탄핵”이라며 “예상했던 대로 이 대표의 11월 1심 판결이 다가오면서 야당의 대통령 탄핵 선동 수위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매주 주말마다 서울 도심서 정권 퇴진 집회를 벌이고 있는 좌파 진영과 손잡고 본격적인 ‘제2촛불 선동’을 일으키겠다는 심산”이라며 “부디 이성을 되찾아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대한민국 안정과 발전을 위한 길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민주당이 11월 장외 투쟁에 나선 배경에는 이 대표와 그의 부인인 김혜경씨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김씨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사건 1심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가 각각 14일 15일로 예정돼있다. 오는 25일엔 이 대표 위증 교사 사건 1심 선고가 열릴 예정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오는 14일에 본회를 열고 공천 개입 의혹이 포함된 ‘김건희 특검법’을 또다시 상정할 방침도 세웠다. 11월 장외 투쟁서 더 나아가 특검법까지 꺼내든 것을 두고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리스크를 밀어내기 위한 민주당의 ‘노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보다 선명하게 탄핵을 외치는 혁신당은 오히려 진보 진영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이 여전히 민주당을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있어 집회가 자칫 ‘경쟁’처럼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지난 재보선 패배는 조 대표에게 오점으로 남았다. 선거 이후 민주당 강성 지지층과 진보 유튜버를 중심으로 혁신당에 강한 질타가 쏟아지면서 한차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재보선 패배를 지워내기 위해서는 지지층의 눈길을 광장으로 돌려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법리스크 ‘이’ 재보선 패 ‘조’
여당 맹공격에도 “기승전 김건희”

야4당이 광장으로 향했지만 민주당은 ‘탄핵’ ‘정권 퇴진’과는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 민주당은 김 여사를 규탄하기 위해 광장으로 나섰지만 혁신당의 목표는 뚜렷하다. 앞서 혁신당 황 원내대표가 당 산하의 ‘탄핵소추안 준비위원회’서 본격적인 탄핵소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만큼 정권 퇴진 운동 성격이 짙게 드러난다.

민주당 중진 의원도 “민주당 지도부 차원서 탄핵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며 의원 개개인의 발언이자 행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장외 투쟁의 구호 역시 “윤석열 탄핵”이 아닌 김 여사의 행동을 규탄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로서는 야당이 각개전투에 나섰지만 집회 분위기가 과열되면 이들이 한 몸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과 재보궐선거 때 혁신당 민주당이 조금 껄끄러워지긴 해도 올 연말에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진보당, 사회민주당 그리고 시민연대가 힘을 더해준다면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혁신당이 각자의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탄핵 선동’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김 여사 리스크가 더욱 큰 탓에 여론전서 밀리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부정 평가 원인으로 김 여사가 지목된 만큼 여당서도 더 이상 손쓸 도리가 없다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2∼2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율은 직전 조사보다 2%p 하락한 20%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 문제’가 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영부인이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 것이다. 해당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다.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2.4%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최요한 평론가는 이번 장외 투쟁이 “정권을 흔들 수는 있지만 무너트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6년 박근혜정권이 무너진 이유는 진보가 아닌 보수가 움직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위태위태
와르르∼

최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 정치 구조상 보수가 움직여야 탄핵이 가능한데 진보는 계엄 트라우마가, 보수는 탄핵 트라우마가 있다”며 “이 트라우마 때문에 보수가 움직이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들이 움직여야 퇴진 운동에 폭발적으로 불이 붙고 탄핵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장외 투쟁이 국민에게 상당 부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각종 특검을 거치면서 이 정권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그때 다시 불이 붙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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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