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용산 폭격’ 시나리오

“모로 가도 정권 탈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야당의 분노 지수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름을 들이붓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정권 탈환이다.

용산은 던지는 카드마다 족족 역풍을 맞고 있다. 틈새를 하나씩 파고든다면 언젠가는 큰 균열로 이어질지 모른다. 마음이 급했던 탓일까? 제1야당 수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하던 수사의 날을 전 정부로 돌렸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점점 더
늪으로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전 정부 출신 인사를 위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망을 좁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행태를 검찰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친문(친 문재인)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손을 잡고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그동안 두 계파는 물밑서 신경전을 벌였던 만큼 이번 수사가 오히려 이들 사이를 끈끈하게 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기 위해 야권 분열을 노려왔지만 오히려 화해의 물꼬를 터줬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8일 이 대표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두 사람은 검찰의 정치 수사를 화두에 올렸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지금 정부가 문 전 대통령 일가를 대하는 작태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정치탄압이며,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를 야권 분열용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당정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그날로부터 배운 게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라며 “(정부가)상대를 향해 쏜 건 화살이 아니고 부메랑”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쏘아 올린 채 상병 제3자 특검법도 용산에서는 골치 아픈 이야기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제3자 특검법을 언급했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모든 게 탄핵으로 귀결…국회 난타전
한동훈발 제3자 특검법 “뒷감당은?”

지난 3일 민주당 등 야 5당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기존 특검법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특검을 1명씩 추천한 뒤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을 고르고 최종으로 대통령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법안을 발의하며 “야당이 한발 물러섰으니 한 대표는 국민에게 공언한 대로 해당 법안을 이행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한 대표는 “(기존 채 상병 특검법과)바뀐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역시 새로 추가된 ‘재추천 요구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한 대표에 힘을 실었다. 재추천 요구권이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수습할 방법이 없다. 한 대표의 특징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데 그게 다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마다 이탈표가 늘고 있다. 열댓번 더 반복하면 그땐 거부권도 소용이 없지 않겠냐”며 “만약 특검법이 통과되면 한 대표도 날아가고 윤 대통령도 무너지는 거다. 자꾸 국정이 불안해지는 길만 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탄핵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던 민주당이 근래 들어서는 너도나도 탄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 부부의 실점이 될 만한 의혹이 곳곳서 터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탄핵 여론을 크게 두 덩어리인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보고 있다. 하나만 터져도 민심이 급물살을 타고 정치판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먼저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수사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지난 1년 동안 야당은 ‘V(대통령) 격노설’ ‘02-800-7070’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등 의혹을 들춰내면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탄핵 카드
스모킹건

특히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한 ‘로비설’로 번지면서 결정적인 증거로 자리 잡았다. 진실 공방이 한창이던 순간에 또다시 김 여사가 소환된 것이다.

야당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녹취록을 박근혜 전 정부서 드러난 ‘최순실 태블릿 PC’에 견주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은 이 수사의 끝에 대통령 부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전부터 야당은 김 여사를 꾸준히 도마 위에 올렸다. 그동안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개인 수준의 논란이었지만 공천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국정 농단’ 수준으로 치달았다.

지난 9일 국회는 정치 분야를 주제로 한 첫 대정부질문을 진행했다.

이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불러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논란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김 여사가 중대한 선거 개입을 한 것이고, 국정 개입을 한 것”이라며 “이 자체가 국정 농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언론이 제기한 의혹 만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이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모든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지난 11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김건희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관련 뇌물성 협찬 ▲명품가방 수수 ▲국민권익위 조사 외압 ▲임성근 사단장 등 구명 로비 ▲장·차관 인사 개입 ▲ 22대 총선 공천 개입 등 의혹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분노한 이유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서 “김 여사는 이 정권에 있어서 성역 중 성역으로 존재해 왔다”며 “하루하루 초대형 범죄 의혹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김건희 이름 석 자는 불공정과 국정 농단 대명사가 됐다. 최순실보다 더한 국정 농단이라는 국민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에서는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를 꾸리면서 본격적으로 탄핵에 나서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함께하는 이 연대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현실화하기 위해 법적 준비를 하고 참여 의원을 확대해나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마지막
승부수

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탄핵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을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며 “(작업이 완료되면)탄핵안을 발의하고 그 후에 탄핵에 필요한 의원 200명을 확보하는 순서로 진행하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탄핵이든 임기 단축이든 윤 대통령의 집권 기간을 줄이겠다는 야당의 의지가 굳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탄핵, 개헌, 임기 단축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데 하루라도 윤 대통령을 용산서 꺼내겠다는 목표는 같다”며 “가장 좋은 건 윤 대통령 스스로가 자리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야당의 개헌 요구가 사실상 탄핵과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용산 고립 작전’을 통해 윤 대통령이 스스로 개헌 카드를 던지는 게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굳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보수층 균열이 일고 있어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풀기’ 격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당선 이후 윤 대통령과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 윤-한 갈등의 중심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문자 읽씹 논란’ 등 대부분 김 여사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이는 정부의 국정 지지율에 곧바로 영향을 끼쳤다. 통상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나는데, 정부여당 할 것 없이 나란히 내림세를 보인다는 게 문제다.

여권에서는 디커플링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를 표했다. 현직 대통령 임기가 말기에 접어들고 나서야 차기 대권주자가 차별화 전략을 보이며 치고 나아가야 하는데, 한 대표가 성급하게 나선 바람에 정부도, 여당도 어정쩡한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은 정부의 방패막이 된다. 하지만 ‘야당 같은 여당’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을 둘러싼 탈당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까지도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우승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란 풍문이 여의도를 돌았다. 자신과 김 여사가 국민의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들면 더 이상 당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불참한 것은 ‘탈당 예고편’이라는 관측도 제시됐다.

안으로 압박하고 밖으로 밀어내고
국민의힘 끝까지 용산 호위대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총선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4월 한 라디오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 2년처럼 하면 나라가 실패하고 망한다”며 “잔여 임기 3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탈당해서 이재명 대표와 만나 협치를 통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계에 한계까지 몰린 윤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역시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 개헌을 완료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서도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들이 있다”며 “(윤 대통령도)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여야 상관없이 이 개헌 카드를 누구에게 넘길지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즈음 4년 중임제로 명예로운 임기 단축을 하는 대신 퇴임 후 신변을 보호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보다 부드러운 거국중립내각도 예상 가능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면서 물러나 야당 인사를 주요 각료로 인선하는 ‘중립적 행정부’를 만드는 것으로 모든 것이 국회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통령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만큼 사실상 식물 정부나 다름없다.

거국내각은 그동안 모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요구되던 안이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정을 통치할 수 없어지면서 역시나 그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중립적인 인선 합의 등 한계에 부딪히며 곧바로 탄핵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선을 꾸리기만 한다면 대통령실서도 부담을 덜지 않겠느냐”며 “여당서 크게 반발하겠지만 (윤 대통령)주변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인물이 많이 없다. 한덕수 총리도 사의를 표명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후임을 못 찾았다고 하니 야당의 손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적은 이재명 대표다. 그런 이 대표의 적은 다음 달 내려질 법원의 판결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파고들어 ‘재집권 선두자’를 자처하려는 인물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세력 키우기에 나선 ‘초일회’부터 K4(김부겸·김동연·김경수·김두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룡까지 모두가 ‘이재명 대항마’다.

재집권 준비
방심은 금물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원외 관계자는 “대선이 2026년에 치러질지 2025년에 치러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대표 또한 법원의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 대표 체제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각개전투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판을 키워 더 나은 대안이 나온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도이치 ‘쩐주’ 유죄, 여사님 운명은?

김건희 여사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쩐주’ 손씨가 1심 무죄를 뒤집고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데 따른 것이다.

야당이 손씨의 판결을 주목한 이유는 해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가 손씨와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고 직후 논평을 내고 “이제 또 다른 쩐주, 김 여사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할 차례”라고 밝혔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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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단독] ‘2조 도박왕’ 한창훈 2000억 증발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을 거점으로 2조원대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 한창훈의 아버지도 실형을 피하지 못했다. 범죄수익 약 70억원을 숨긴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재산은 전액 몰수됐다. 반면 조직의 자금 흐름을 관리한 것으로 지목된 핵심 인물들은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불법도박 사이트 수익으로 부산 소재 시가 약 45억원 상당의 고급 아파트를 매입하고, 약 25억원을 금융 상품에 넣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수사 단계서 부동산과 금융재산을 동결한 뒤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재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한창훈의 아버지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고 형은 확정됐다. 약 70억원 상당의 재산도 국고로 귀속됐다. ‘꽃계열’ 23개 사이트 한창훈은 이른바 ‘꽃계열’ 도박 사이트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개나리·연꽃 등 꽃 이름을 붙인 여러 불법도박 사이트가 하나의 운영망 아래 움직였다는 의미에서 붙은 이름이다. 수사기관이 파악한 사이트만 23개다. 한창훈은 2014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필리핀 등을 거점으로 이들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국내 이용자들로부터 약 2조원 규모의 도박 자금을 송금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약 2조800억원대까지 거론됐다. 검찰이 파악한 범죄수익 규모만 약 2000억 원이다. <일요시사>가 앞서 확보한 조직원 진술과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꽃계열은 단순히 해외 사무실 몇 곳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운영 책임자와 관리자, 회원 모집책, 충전·환전 담당, 대포통장 관리자 등이 나뉘어 있었고 수십명의 조직원이 회원 응대부터 입·출금, 환전과 정산을 분담하는 형태였다. 국내 이용자가 계좌에 돈을 넣으면 충전팀이 사이버머니를 지급하고, 환전을 요청하면 다시 차명계좌 등을 거쳐 돈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텔레그램 단체방 등을 이용해 회원 모집과 충전·환전, 대포통장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원 A씨는 자신이 관리한 사이트만 20개가 넘었다고 진술했다. 개인 사이트 하나의 회원만 1000명 수준이었고 하루 베팅금액은 수억원, 월 수익은 수십억원에 달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문제는 이렇게 모인 돈이었다. 이용자들의 도박 자금은 수백개의 대포통장과 가상계좌 등으로 흩어진 뒤 다시 현금으로 빠져나왔다. 전국 ATM을 돌며 돈을 뽑아 전달하는 현금 인출책도 존재했다. 도박 사이트에서 나온 돈이 계좌에 그대로 남아 있으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현금으로 바꾼 뒤 다시 정상적인 재산처럼 보이게 만드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 부동산과 슈퍼카, 고가 시계, 미술품, 법인 등이었다. 대부업·인방·엔터업계까지 자금 담당 류명석 세부 도피 한창훈 조직이 벌어들인 돈의 규모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도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 거실에 5만원권 현금 다발이 산처럼 쌓여 있는 사진이다.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김보성 전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은 현금 다발의 가로·세로·높이를 계산했을 때 500억원을 훨씬 넘어가는 규모였다고 밝힌 바 있다. 사건 주임검사였던 이홍석 검사도 처음 사진을 접했을 당시 조작된 사진을 의심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검찰 수사서 확인된 고급 부동산은 약 470억원 상당에 달했다. 부가티 시론과 페라리 등 약 50억원 상당의 슈퍼카도 등장했다. 부가티 시론 한 대만 당시 시가가 약 45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훈이 약 140억원을 들여 타이어 회사를 인수한 것도 범죄수익을 정상적인 사업 자금으로 바꾸기 위한 세탁 과정이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년여 동안 450개가 넘는 계좌를 추적했고 특정된 범죄수익 약 550억원 가운데 약 97%를 압류하거나 추징 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이 전체 범죄수익으로 지목한 금액은 약 2000억원이다. 결국 나머지 돈이 어디로 이동했는지가 한창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이다. 가족만 범죄수익 추적 대상에 등장한 것도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조직 관계자들의 배우자와 부모, 장모 등 주변인 명의로 재산을 숨긴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수십억원대 고급 차량을 지인 명의 오피스텔 주차장으로 옮겨 숨기거나 조직 핵심 인물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도 수사 과정서 포착됐다. <일요시사>는 앞서 한창훈의 ‘오른팔’이자 꽃계열의 ‘전무’로 불렸다는 1982년생 류명석의 도피 의혹을 보도했다. 내부 제보자는 류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로 필리핀 세부에 숨어 있으며 현지인 여자친구가 일부 업무를 대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이 류씨를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단순한 도박 사이트 관리자가 아니라 조직의 돈을 만졌던 인물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BJ 철구 연결고리 한 정보원은 “류명석은 사이트 운영보다 환전책이자 자금세탁책으로 봐야 한다”며 류씨가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업계 인물을 자금세탁 조력자로 언급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는 현재까지 제보자의 주장으로, 해당 엔터테인먼트 관계자가 실제 범죄수익 세탁에 가담했는지는 수사를 통해 확인돼야 한다. 꽃계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다 보면 인터넷방송 업계도 등장한다. 핵심 인물은 인터넷방송에서 ‘예비회장’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장승욱씨다. 장씨는 과거 아프리카TV 등에서 유명 BJ들에게 총 17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져 이름을 알린 ‘큰손’이다. 장씨 이름은 실제 한창훈 사건 관련 수사 자료에서도 언급된 것으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파악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오래전부터 장씨와 꽃계열의 관계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돼 왔다. “한창훈 사건의 자금세탁을 도운 동업자” “한창훈 도박 사이트 지분에 참여했다” 등 글부터 별풍선을 통한 자금세탁 의혹까지 나왔다. <일요시사>가 접촉한 장씨의 지인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했다. 이 지인은 “한창훈은 장씨가 도박 사이트를 실제 운영한 책임자라고 주장했다”며 “실제로는 장씨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했고, 한창훈이 장씨에게 매월 수천만원의 생활비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씨 역시 현재 필리핀 세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장씨는 단순히 인터넷방송에 거액을 후원한 ‘큰손’이 아니라 꽃계열의 외곽 홍보·자금 라인으로 있었을 가능성이 생긴다. 돈의 이동 경로는 더 넓다.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는 꽃계열의 범죄수익이 대부업체와 후원금, 인터넷방송, 엔터테인먼트업계 등에 투자금 형태로 들어갔다가 다시 회수되는 방식으로 세탁됐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별풍선 17억 출처 의문 별풍선 같은 인터넷방송 후원 아이템도 의심 경로 중 하나로 거론된다. 불법 자금으로 별풍선을 구매해 BJ에게 지급한 뒤 플랫폼 정산을 거쳐 현금화하고 일정 금액을 다시 돌려받는 구조가 존재한다면 범죄수익의 출처를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비·행사비·콘텐츠 제작비·출연료·엔터테인먼트 투자금 등도 외형상 정상적인 상거래와 구분하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다. 한창훈은 오랜 도피 끝에 붙잡혔다. 한창훈은 수사망이 좁혀지자 2019년 5월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피 이듬해인 2020년 2월에는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한창훈의 신병은 확보됐다. 하지만 총책 한 명을 붙잡았다고 해서 꽃계열 전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류명석을 비롯한 핵심 조직원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현금 인출책, 해외 도피 조직원들의 행방은 묘연하다. 특히 조직의 범죄수익이 실제 인터넷방송이나 엔터테인먼트업계, 대부업체 등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한창훈 사건은 단순한 ‘불법도박 사이트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한창훈 본인은 아직 한국 법정에 서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체포됐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로 송환되는 것은 아니다. 현지 사법절차와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여기에 한창훈이 도피 중 베네수엘라 국적까지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송환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있다. 비교할 만한 사례는 이른바 ‘필리핀 마약왕’ 박왕열이다. 박왕열 역시 필리핀에서 장기간 수감되면서 국내 송환이 지연됐지만 한국 정부와 필리핀 당국의 공조 끝에 결국 국내로 압송됐다. <일요시사>는 한창훈뿐 아니라 해외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지목된 꽃계열 핵심 관계자들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신병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국적 취득 후 잡혔지만 국내 송환 아직 한창훈의 아버지가 숨긴 70억원은 국고로 돌아왔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500억원대 현금과 차량, 수백억원대 부동산도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검찰이 한창훈 조직의 범죄수익으로 보고 있는 돈은 약 2000억원이다. 그 돈의 끝에는 가족과 조직원뿐 아니라 환전책, 대포통장 모집책, 해외 도피자들이 있었다. 여기에 인터넷방송의 거액 후원과 엔터테인먼트 투자금까지 새로운 자금 경로로 의심받고 있다. ‘2조 도박왕’은 붙잡혔지만 사건의 끝은 한창훈 한 명을 한국으로 데려오는 데 있지 않다. 2000억원의 검은돈을 누가 숨겼고, 누가 세탁했고, 마지막으로 누가 가져갔는지 밝혀내는 일이 남았다. 한편, 한창훈의 인터넷방송 개입 정황은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운영한 엑셀방송 ‘씨나인(C9)’에서도 확인된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2026년 5월 말 메시지에 따르면, 한씨는 여성 BJ들을 자신이 직접 설득해 C9에 입사시켰다는 취지로 말했다. BJ 송채연과 이다니에게는 철구와 방송 운영 방향을 조율하다가 의견 차이로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게 됐다는 내용도 전했다. 단순 후원자로 보기 어려운 표현도 등장한다. 한씨는 BJ 혜밍에게 자신이 C9용 콘텐츠를 직접 짜서 전달했다고 밝히면서 “엑셀은 결국 경쟁” “나는 매출을 가장 중요하게 보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C9 스태프 퇴사 등 내부 상황을 언급하고, 철구의 재무 문제에 대해서도 자신이 “조언을 해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한씨는 C9에 수억원 상당의 별풍선을 후원한 ‘큰손’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여성 BJ 영입, 콘텐츠 기획, 매출과 내부 인력 상황 파악, 철구의 재무 관련 조언까지 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실제 한씨의 역할이 어디까지였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씨는 과거 인터넷방송 ‘세야클럽’ 운영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도 남겼다. 제보자는 이후 광우상사와 C9까지 한씨의 인터넷방송 개입이 이어졌으며 다수 여성 BJ의 활동 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철구 역시 최근 필리핀 원정도박 사실을 인정했다. 철구는 2024년 무렵부터 필리핀에서 도박을 했으며 한때 일주일에 1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른바 ‘큰손’ 등에게 고금리로 돈을 빌리고 불법 사채도 이용했다고 인정했다. 거실에 500억 철구는 약 60억원 규모의 사기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고소인 측은 철구가 도박 채무와 세금 등으로 변제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돈을 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엑셀방송은 거액의 별풍선이 짧은 시간 집중적으로 오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도 이른바 ‘별풍선 깡’을 이용한 돈세탁 의혹이 거론됐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