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용산 폭격’ 시나리오

“모로 가도 정권 탈환”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야당의 분노 지수가 극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름을 들이붓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목표는 오직 하나, 정권 탈환이다.

용산은 던지는 카드마다 족족 역풍을 맞고 있다. 틈새를 하나씩 파고든다면 언젠가는 큰 균열로 이어질지 모른다. 마음이 급했던 탓일까? 제1야당 수장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하던 수사의 날을 전 정부로 돌렸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점점 더
늪으로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인 서모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지금까지 검찰은 전 정부 출신 인사를 위주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 딸 다혜씨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하는 등 본격적으로 수사망을 좁히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이 같은 행태를 검찰의 ‘정치보복’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친문(친 문재인)계와 친명(친 이재명)계 의원이 손을 잡고 ‘전 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킨 것이다.

그동안 두 계파는 물밑서 신경전을 벌였던 만큼 이번 수사가 오히려 이들 사이를 끈끈하게 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리더십을 흔들기 위해 야권 분열을 노려왔지만 오히려 화해의 물꼬를 터줬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만남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지난 8일 이 대표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두 사람은 검찰의 정치 수사를 화두에 올렸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지금 정부가 문 전 대통령 일가를 대하는 작태는 정치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정치탄압이며, 한 줌의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말씀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복권 문제를 야권 분열용으로 사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당정 갈등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한 야권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그날로부터 배운 게 아무것도 없는 모양”이라며 “(정부가)상대를 향해 쏜 건 화살이 아니고 부메랑”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쏘아 올린 채 상병 제3자 특검법도 용산에서는 골치 아픈 이야기다.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제3자 특검법을 언급했고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모든 게 탄핵으로 귀결…국회 난타전
한동훈발 제3자 특검법 “뒷감당은?”

지난 3일 민주당 등 야 5당은 제3자 추천 방식의 ‘채 상병 특검법’을 발의했다. 기존 특검법은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특검을 1명씩 추천한 뒤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을 고르고 최종으로 대통령 1명을 임명하도록 했다.


민주당은 법안을 발의하며 “야당이 한발 물러섰으니 한 대표는 국민에게 공언한 대로 해당 법안을 이행하라”는 압박을 가했다.

한 대표는 “(기존 채 상병 특검법과)바뀐 게 없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 역시 새로 추가된 ‘재추천 요구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한 대표에 힘을 실었다. 재추천 요구권이란 대법원장이 추천한 후보가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이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수습할 방법이 없다. 한 대표의 특징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인데 그게 다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때마다 이탈표가 늘고 있다. 열댓번 더 반복하면 그땐 거부권도 소용이 없지 않겠냐”며 “만약 특검법이 통과되면 한 대표도 날아가고 윤 대통령도 무너지는 거다. 자꾸 국정이 불안해지는 길만 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탄핵 언급을 조심스러워하던 민주당이 근래 들어서는 너도나도 탄핵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대통령 부부의 실점이 될 만한 의혹이 곳곳서 터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탄핵 여론을 크게 두 덩어리인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보고 있다. 하나만 터져도 민심이 급물살을 타고 정치판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먼저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과 관련해 대통령실이 수사 과정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사건 발생 후 지난 1년 동안 야당은 ‘V(대통령) 격노설’ ‘02-800-7070’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등 의혹을 들춰내면서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다.

탄핵 카드
스모킹건

특히 해병대 1사단 골프 모임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한 ‘로비설’로 번지면서 결정적인 증거로 자리 잡았다. 진실 공방이 한창이던 순간에 또다시 김 여사가 소환된 것이다.

야당은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녹취록을 박근혜 전 정부서 드러난 ‘최순실 태블릿 PC’에 견주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선을 그었지만 민주당은 이 수사의 끝에 대통령 부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전부터 야당은 김 여사를 꾸준히 도마 위에 올렸다. 그동안은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 개인 수준의 논란이었지만 공천 개입설이 불거지면서 ‘국정 농단’ 수준으로 치달았다.


지난 9일 국회는 정치 분야를 주제로 한 첫 대정부질문을 진행했다.

이날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을 불러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논란을 꼬집었다. 박 의원은 “김 여사가 중대한 선거 개입을 한 것이고, 국정 개입을 한 것”이라며 “이 자체가 국정 농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수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아직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서 언론이 제기한 의혹 만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일축했다.

민주당은 이미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해 모든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다.

지난 11일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김건희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관련 뇌물성 협찬 ▲명품가방 수수 ▲국민권익위 조사 외압 ▲임성근 사단장 등 구명 로비 ▲장·차관 인사 개입 ▲ 22대 총선 공천 개입 등 의혹이 포함됐다.

민주당이 분노한 이유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서 “김 여사는 이 정권에 있어서 성역 중 성역으로 존재해 왔다”며 “하루하루 초대형 범죄 의혹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김건희 이름 석 자는 불공정과 국정 농단 대명사가 됐다. 최순실보다 더한 국정 농단이라는 국민 분노가 폭발 직전”이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에서는 ‘윤석열 탄핵 준비 의원연대’를 꾸리면서 본격적으로 탄핵에 나서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 소속 의원 11명이 함께하는 이 연대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현실화하기 위해 법적 준비를 하고 참여 의원을 확대해나가는 데 방점을 찍었다.

마지막
승부수

모임 구성원 중 한 명인 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탄핵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작업을 민주당 내에서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며 “(작업이 완료되면)탄핵안을 발의하고 그 후에 탄핵에 필요한 의원 200명을 확보하는 순서로 진행하자고 의견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탄핵이든 임기 단축이든 윤 대통령의 집권 기간을 줄이겠다는 야당의 의지가 굳어지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탄핵, 개헌, 임기 단축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데 하루라도 윤 대통령을 용산서 꺼내겠다는 목표는 같다”며 “가장 좋은 건 윤 대통령 스스로가 자리를 포기하고 내려오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야당의 개헌 요구가 사실상 탄핵과 같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용산 고립 작전’을 통해 윤 대통령이 스스로 개헌 카드를 던지는 게 가장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굳이 손을 쓰지 않더라도 보수층 균열이 일고 있어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풀기’ 격이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당선 이후 윤 대통령과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다. 윤-한 갈등의 중심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문자 읽씹 논란’ 등 대부분 김 여사가 얽혀 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이는 정부의 국정 지지율에 곧바로 영향을 끼쳤다. 통상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의 지지율이 오르는 이른바 ‘디커플링’ 현상이 일어나는데, 정부여당 할 것 없이 나란히 내림세를 보인다는 게 문제다.

여권에서는 디커플링 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우려를 표했다. 현직 대통령 임기가 말기에 접어들고 나서야 차기 대권주자가 차별화 전략을 보이며 치고 나아가야 하는데, 한 대표가 성급하게 나선 바람에 정부도, 여당도 어정쩡한 모양새가 됐다는 것이다.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은 정부의 방패막이 된다. 하지만 ‘야당 같은 여당’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지금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을 둘러싼 탈당설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까지도 한 대표가 전당대회서 우승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할 것이란 풍문이 여의도를 돌았다. 자신과 김 여사가 국민의힘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 들면 더 이상 당에 남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 불참한 것은 ‘탈당 예고편’이라는 관측도 제시됐다.

안으로 압박하고 밖으로 밀어내고
국민의힘 끝까지 용산 호위대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총선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4월 한 라디오를 통해 “윤 대통령이 지난 2년처럼 하면 나라가 실패하고 망한다”며 “잔여 임기 3년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탈당해서 이재명 대표와 만나 협치를 통해 거국내각을 구성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계에 한계까지 몰린 윤 대통령의 마지막 선택은 결국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역시 늦어도 내후년 지방선거까지 개헌을 완료하길 기대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서도 개헌 필요성에 동의하는 분들이 있다”며 “(윤 대통령도)자신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여야 상관없이 이 개헌 카드를 누구에게 넘길지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과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즈음 4년 중임제로 명예로운 임기 단축을 하는 대신 퇴임 후 신변을 보호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이보다 부드러운 거국중립내각도 예상 가능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이는 대통령이 국정운영 전면서 물러나 야당 인사를 주요 각료로 인선하는 ‘중립적 행정부’를 만드는 것으로 모든 것이 국회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대통령의 역할을 최소한으로 축소하는 만큼 사실상 식물 정부나 다름없다.

거국내각은 그동안 모든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요구되던 안이다.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국정을 통치할 수 없어지면서 역시나 그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중립적인 인선 합의 등 한계에 부딪히며 곧바로 탄핵으로 이어졌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인선을 꾸리기만 한다면 대통령실서도 부담을 덜지 않겠느냐”며 “여당서 크게 반발하겠지만 (윤 대통령)주변에 끌어다 쓸 수 있는 인물이 많이 없다. 한덕수 총리도 사의를 표명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후임을 못 찾았다고 하니 야당의 손을 빌리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재집권을 준비하는 민주당의 적은 이재명 대표다. 그런 이 대표의 적은 다음 달 내려질 법원의 판결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파고들어 ‘재집권 선두자’를 자처하려는 인물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세력 키우기에 나선 ‘초일회’부터 K4(김부겸·김동연·김경수·김두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룡까지 모두가 ‘이재명 대항마’다.

재집권 준비
방심은 금물

민주당 소식에 밝은 한 원외 관계자는 “대선이 2026년에 치러질지 2025년에 치러질지 아무도 모르지만 이 대표 또한 법원의 시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이 대표 체제로는 대선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각개전투하고 있다”며 “민주당의 다양한 목소리를 모아 판을 키워 더 나은 대안이 나온다면 훨씬 안정적으로 대선을 치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도이치 ‘쩐주’ 유죄, 여사님 운명은?

김건희 여사를 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쩐주’ 손씨가 1심 무죄를 뒤집고 일부 유죄를 선고받은 데 따른 것이다.

야당이 손씨의 판결을 주목한 이유는 해당 사건에 연루된 김 여사가 손씨와 유사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선고 직후 논평을 내고 “이제 또 다른 쩐주, 김 여사가 법의 심판대에 올라야 할 차례”라고 밝혔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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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