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대학가 시국선언 실체

학생은 없고 극우만 득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먼저 탄핵을 촉구했던 대학가서 갑작스레 탄핵 반대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학의 주인인 학생과 교수들의 참여는 적다. 이에 빈집을 노린 ‘여론몰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이후부터 이어진 대학가 시국선언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재학생과 교수, 교직원이 아닌 외부인들도 자신의 신념에 맞춰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인이 참여한 시국선언에 대학 내부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처음엔
퇴진 촉구

지난해 12월에 대학가에는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시국선언이 한창이었다. 대학생들이 전국 대학가 곳곳에 모여 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 총학생회 연합 단체인 ‘한국대학총학생회공동포럼’은 지난해 12월6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스타광장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 규탄에 나섰다. 공동 기자회견에는 고려대·서강대·연세대·이화여대·한국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광주과학기술원(GIST)까지 전국서 총 7개교의 총학생회장이 참석해 차례로 대통령 규탄 발언을 했다.

이 시기 대학 각 캠퍼스서도 시국선언은 진행됐다. 서울교대 총학생회는 ‘민주주의를 이뤄냈노라 말할 수 있도록 예비교사들이 행동하겠습니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정부 규탄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연세대 재학생·졸업생 일동 또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어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윤석열정권 퇴진 촉구 1809인 대학생 시국선언’을, 한국외대 재학생 일동 역시 ‘윤석열정권 퇴진 145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이 같은 시국선언 바람은 국내외 교수들에게도 퍼져갔다. 한양대 교수진 일동은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한양대 교수·연구자 시국선언’을 발표하며 “국회는 전원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동의하라”고 규탄에 나섰다.

같은 날 전 세계 23개국 170여개 대학서 활동 중인 한인 교수와 연구자 등 300여명도 “반헌법적 내란을 일으킨 윤 대통령의 탄핵과 처벌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들도 시국선언 흐름에 올라탔다. 전국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1014명 일동은 성명문을 내고 “헌법을 짓밟은 윤석열에게 법학도로서 응당 분노합니다”라며 정권 규탄에 가담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역시 각각 지난해 12월5일과 6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며 가세했다.

일부 대학 총학들은 대통령 규탄을 위한 재학생들의 뜻을 모으기 위해 학생총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계엄 주동 세력의 반민주적 사태에 대한 학생 결의’라는 제목의 학생총회를 개회했고 1000명 이상의 재학생이 결집했다.

전국 대학 40여곳 탄핵 반대
재학생 수는 10~20명 내외?

서울대 학생들은 당시 캠퍼스 광장서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윤석열 퇴진 요구의 건’을 의결했으며, 안건은 총 투표수 2556표 중 찬성 2516표로 가결됐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 대표들도 정권 규탄에 동참했다. 이들은 “전공의 등 의료인을 처단하겠다는 것은 윤 대통령이 정권 유지와 사익을 위해 의료 개악을 이용했음을 보여준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힘을 합쳐 윤 대통령 퇴진의 목소리를 내던 대학가는 어느새 탄핵 반대파와 찬성파가 대립을 이루는 장소가 됐다.

가장 먼저 탄핵 반대의 목소리를 낸 대학교는 연세대다. 지난달 10일 연세대에서는 탄핵 찬성 측과 탄핵 반대 측의 맞불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지난해 12월12일 연세대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윤 대통령 퇴진 요구안 의결’에 대한 학생총회가 열린 후 공식적인 첫 집회다.

탄핵 찬성 측은 이날 오후 1시 학교 정문서 집회를 시작했다. 약 21명의 재학생, 동문, 일반인이 모였다. 이들은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연세대 행동’이라는 현수막과 ‘쿠데타 옹호 말이 되냐! 민주주의 지켜내자’ ‘서부지법 폭동 강력 규탄한다’ ‘열사 정신 계승하자’ 등의 팻말을 들었다.

학내 탄핵 찬성 집회를 주도한 연세대 사회학과 4학년 김태양씨는 시국선언문을 낭독하며 “반민주적 폭거를 저지른 윤석열과 쿠데타 동조자들에 대한 심판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극우 세력은 서부지법 난동 같은 폭력 사태까지 일으키며 탄핵 절차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며 “대학서도 극우의 논리가 고개를 들고 있고 연세대, 서울대, 한양대 등에서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하겠다는 일부의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세대 학생총회 참석자 2733명 중 2704명이 윤석열 퇴진에 찬성한 데서 드러나듯이 다수의 학생들은 윤석열 퇴진을 바라고 있다”며 “윤석열 퇴진이야 말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한열, 노수석 정신을 올바르게 잇는 일”이라고 외쳤다.

반면, 탄핵 반대 측에서는 찬성 측에 ‘간첩이냐’ ‘거짓말과 선동으로 얼룩진 사기 탄핵을 규탄한다’는 말을 10여명이 외칠 뿐이었다.

순수 모임?
세력 개입

연세대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대와 고려대, 경북대 등 전국 주요 대학 40여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자유수호대학연대’라는 보수 성향 대학생 단체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준희 자유수호대학연대 대표는 단체에 대해 “대학교서 탄핵 찬성 시국선언만 열리는 것을 보고 뜻을 같이 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탄핵 반대 시국선언을 하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다”며 “현재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카이스트, 한국외대 등 다수의 대학교서 약 90여명의 학생들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자유수호대학연대 관계자는 “(각 학교)졸업생과 대학원생 분들에게도 접촉을 해서 최대한 많은 인원을 동원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자유수호대학연대는 참여자 모집부터 장비·인력 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진행하며 대학별 시국선언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를 앞둔 3·1절에 대학로 일대를 가득 채우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전국 33개 대학 연합체 자유수호대학연대 회원 등 2500여명은 이날 낮부터 서울 종로구 서울사대부초 인근 차로를 차지하고 전국 대학생 탄핵 반대 시국선언 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에 몰려든 인파 상당수는 유튜버와 보수 집회 참가자였다. 보수단체 ‘사단법인 자유실천연대’ ‘호국총연합회’ 등의 대형 깃발들이 집회 현장 곳곳서 나부꼈다. 보수단체가 학생들의 집회 경호를 자처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이날 김 대표는 “윤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돼야 한다”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각 대학의 탄핵 반대 시위였다. 연세대와 서울대, 고려대를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퍼졌다”고 자평했다.

대학가에서는 자유수호대학연대가 주관하는 시국선언에 재학생이 아닌 외부인 참석 비중이 높고, 서명 건수도 전체 학생 수 대비 낮아 학교를 대표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 탄핵 반대 릴레이 시국선언 현장서 재학생 참가자는 10~20명 내외로 극소수에 불과했으며, 오히려 극우 유튜버나 탄핵 반대 단체 관련자 등 외부인 중심으로 집회가 진행됐다. 

대표하기
어렵다

한국외대 시국선언 일동이 밝힌 이번 시국선언 서명 동참자는 약 300여명으로 그 중 절반은 익명이었다. 지난해 기준 한국외대 재적 학생 수가 2만2599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 1.3%가 해당 의견에 동의한 셈이다. 먼저 시국선언을 진행한 서울대도 졸업생까지 포함했으나 약 500명의 서명을 받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기준 서울대의 재적 학생 수는 2만1671명이다.

고려대는 지난달 21일 탄핵 반대 집회와 이에 맞서는 학생들이 충돌하며 아수라장이 됐다. 유튜버 등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몰리며 경찰이 출동해 중재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지만, 참여자 가운데 재학생은 10여명에 그쳤다.

내란 사태 직후 학생회와 교수, 교직원들이 모두 목소리를 모아 탄핵 찬성 시국선언을 한 것에 반해 지극히 극소수의 학생들이 탄핵에 반대한 셈이다.

이를 두고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연세대 게시판에는 지난 5일 ‘연세대학교 명칭을 내건 무책임한 발언을 규탄한다’는 내용의 성명문이 올라왔다.

성명문은 “마치 해당 의견이 연세대 전체 또는 공식적인 입장인 것처럼 보일 수 있으며 대외적으로 학교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인의 입장을 공식적인 입장으로 포장하는 것은 학문의 신뢰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한 관계자는 “자유수호대학연대가 주관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하는 재학생, 대학원생, 졸업생의 수가 지극히 적다”며 “아무리 이들의 시국선언이 방학에 이뤄졌다고 해도 10~20명의 각 대학 동문들이 참여하는 것에 학교 이름을 걸고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실 자유수호대학연대 이름을 내걸고 한 대학서 시국선언을 진행해야 할 수준”이라며 “자유수호대학연대와 극우 단체들이 릴레이 시국선언으로 교내에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많은 구성원 탄핵 촉구”
윤 지지자 2030 내세워

그러면서 “각 대학 학생회들은 2차 시국선언을 준비 중”이라며 “지난 5일 고려대서 발표한 탄핵 찬성 2차 시국선언에는 교수님과 학생, 교직원 등 582명이 참여했는데 이야말로 학교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고려대 2차 시국선언을 준비한 재학생 노민영씨는 “방학 중 고려대서 극우 세력이 결집하는 것을 보며 참담함을 느꼈다. 윤 대통령 탄핵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내란을 옹호하느냐에 대한 문제인데, 대학가 여론이 뒤바뀐 것처럼 여겨지는 걸 보고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학생, 동문, 교수 등 많은 학내 구성원들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고 내란 종식을 바라고 있다는 다짐을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5일 학생 2626명 의견을 모아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던 숙명여자대학교 학생들도 2차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시국선언에 나선 숙명여대 학생들은 ‘대학생이 앞장서서 민주주의 지켜내자’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극우 세력의 내란 옹호 행위 규탄한다” “내란 옹호 세력은 숙명서 나가라”고 외쳤다.

연서명에 참여한 숙명여대 학생 1112명은 “최근 내란 옹호 세력이 대학가를 표적 삼아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며 “이런 세력이 숙명을 흔들려는 시도에 엄중히 분노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윤석열 퇴진을 위한 시국선언은 탄핵 찬성 시국선언으로, 내란 옹호 세력은 탄핵 반대 세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이어 “하지만 이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내란을 일으킨 범죄자를 처벌하기 위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필수 불가결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숙명여대 학생들은 “대학가를 침범하고 있는 내란 옹호 세력도 부정의한 권력을 비판하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외쳤던 우리의 목소리를 훼손할 수는 없다”며 “윤석열 탄핵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2차 시국선언을 발표한 한국외대 재학생 조세연씨는 “정말 탄핵에 반대하고 싶다면 학생들의 총의를 모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한다. 지난주 탄핵 반대 시국선언은 그러지 않았고, 원색적인 욕설과 고성이 이어져 공감하기 어려웠다”며 “학교가 이런 공간으로 남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강의실을 돌며 시국선언 취지를 발표하고 연서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래 놓고
국민 명령?

한편 윤 대통령 지지 모임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이 2030 청년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탄핵 반대가 국민의 명령”이라는 궤변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부터 탄핵 심판 선고일까지 헌법재판소 앞을 찾아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형식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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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