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첩사·국정원 공조 계엄용 민간 사찰 플랜

도·감청 전문가들 모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성민 기자 =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국정원에 요원 파견을 요청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점은 조태용 국정원장과 홍장원 전 1차장 간 갈등 전이다. 여 전 사령관은 이 사실을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계엄사가 유지됐다면 여 전 사령관이 국정원을 통해 민간인 사찰을 시도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요원과 간부 파견을 요구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보기관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과 통화한 이후 국정원 방첩 담당 간부들에게 전화를 돌렸다고 주장한다. 국정원 방첩 업무는 현재 2차장 산하 대공수사국에 편입된 상태다.

철저한 준비

여 전 사령관이 국정원에 파견 요청을 한 인원은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이다. 방첩사 관계자들도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국정원 관계자들과 올 초 여러 차례 미팅을 가졌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방첩사와 국정원 간 교류·협력은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 통상적인 업무다. 간첩 조사나 대공 수사와 관련된 첩보를 넘겨받거나 확인 과정을 거치려면 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모두 다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이다. 계엄이 선포돼야 한다는 말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국가 위기 상황’이라며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인식은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방첩사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두 기관 간 교류는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11월 임기를 시작한 이후부터 더욱 활발해졌다. 방첩사는 인력 규모를 3000여명 수준까지 늘리기로 계획하고 원복했던 부대원 수십명을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다.

앞서 국방부는 ▲세월호 유가족 사찰 ▲계엄령 문건 작성 ▲댓글 공작 사건 등에 연루되지 않은 인원 중심으로 안보지원사를 창설했다. ‘박근혜 탄핵’ 국면서 계엄을 검토하고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지적에 따라 부대원 규모는 4200명서 2900여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여인형 전 사령관, 요원 파견 요청
홍장원 통화 이후 방첩 담당에 전화

그러나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이하 기무사)에서 나간 인원 중 일부는 군무원으로 신분을 바꿔 돌아왔다. 지난 2020년 안보지원사 첫 군무원 경력 공개채용이 진행됐지만, 합격자 150명 중 기무사에서 근무했던 전직 부대원은 30명이다. 경력 지원 자격을 ‘정보수사기관서 군사정보·군사보안·방첩 업무를 한 인원’으로 한정해 결국 같은 사람들이 군무원으로 다시 들어온 셈이다.

특히 외부인 비율을 높여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 부대령에 넣었던 민간인(군무원) 30% 이상 강제 조항도 폐기했다. 실제 국방부는 ‘국군방첩사령부령 일부개정령’안에 포함된 군인·군무원 인력 비율 조항을 제외했다. 입법예고안에는 포함됐던 ‘민간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문구도 빼버렸다.

입법예고 당시 개정령안은 방첩사의 신설 지원 업무를 ‘대테러, 통합방위 지원’으로 표기해 민간인 사찰 우려를 지적받았다. ‘통합방위’는 총력전 개념에 따라 국가를 방위하는 것으로, 통합방위법에 따라 국군, 경찰청·해양경찰청,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예비군, 민방위대 등을 포함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일인 지난 3일 당시 홍 전 차장에게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홍 전 차장도 “윤 대통령이 오후 10시53분쯤 전화로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방첩사령부를 지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동참모본부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방첩사, 지난해부터 배로 몸집 키우기 계획
여 “너무 구체적…답하기 곤란한 내용 많아”

군 정보 소식통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홍 전 차장은 김태효 안보실1차장과 막역한 사이인 것을 넘어 윤 대통령의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다. 국정원 내 실세 중의 실세.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합수본 산하의 수사국장은 홍 전 차장 몫이었을 것”이라며 “여 전 사령관이 국정원 방첩 업무 담당자들에게 연락을 시도했던 건 홍 전 차장이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실제 홍 전 차장은 여 전 사령관의 위치 추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폭로했다.

국정원 방첩 업무 담당자들은 본래 지난 2022년 말 신설된 대북방첩센터에 소속돼있었다. 센터는 지난해 7월 해체된 이후 2차장 산하 대공수사국에 다시 편입됐다. 이들은 인적정보(휴민트·Human Intelligence)와 신호정보(시긴트·Signal Intelligence)를 수집한다. 이를 종합해 ‘특별취급정보(SI·Special Intelligence) 첩보’로 분류한다.

실제 과거 이명박(MB)정부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검찰·국세청·경찰의 자료를 정보기관에 넘겼다. 국정원은 국내 정보 파트에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업데이트하고 비리 관련 정보를 수집해 민정수석실 요구에 따라 보고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여 전 사령관이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사찰을 진행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정치권 타깃?

국회 정보위 소속의 한 야권 의원은 “가능성 높은 얘기다. 아직 파악하고 있진 않다. 수사기관의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4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