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텅 비는 대통령실

대한민국이 멈췄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통령실 참모진과 국무위원들이 줄줄이 사의를 표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을 지척서 보좌한 이들을 들러리로 보고 계엄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계엄에 연루된 내각과 참모가 더 있는지,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의 후폭풍이 거세다. 특히 윤 대통령을 보좌하는 대통령실과 국무위원들도 계엄에 관해 몰랐다며 불을 지피고 있는 형국이다.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은 책임을 통감하고 줄줄이 사의를 표명했다.

이미 기능
상실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통한 내란 사태의 여파로 국정이 사실상 마비됐다. 지난 4일 수석비서관급 이상의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과 국무위원들이 전원 사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추진과 별개로 윤석열정부는 이미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23분께 용산 대통령실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만장일치 가결시켰다. 헌법 제77조 5항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

이후 윤 대통령은 새벽 국무회의에 앞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면서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즉시(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오전 4시30분 계엄 해제안을 의결하면서 비상계엄은 6시간 만에 종료됐다.

계엄이 해제된 직후 각종 언론에서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계엄 선포에 관해 전혀 몰랐다고 보도했다. 지난 3일 오후 9시 이전까지 일부 대통령실 참모들은 퇴근하고 개인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사무실에 남아 야근을 하기도 했으나 윤 대통령이 심야에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다 이날 9시30분을 지나며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설이 돌기 시작하며 기류가 급반전했다.

이 시점부터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일제히 입을 닫았다. 기자들이 사실 확인을 위해 대통령실 측에 계속해서 연락했지만 모두 수신을 거부하거나 “전혀 알지 못한다”는 답만 돌아왔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윤 대통령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급히 대통령실로 복귀했지만, 계엄 선포 사실은 물론 긴급 담화가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일단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옆서 보좌했건만 들러리 신세
참모·국무위원들 줄줄이 사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던 대통령실 참모들은 일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성태윤 정책실장·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 등 수석비서관 이상의 고위직들이 모두 포함된다. 정 실장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괄적으로 거취 문제를 고민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도 대통령실 참모들과 별다를 바 없었다. 윤 대통령은 담화에 나서기 약 1시간 전인 오후 9시 즈음 국무회의를 열었다.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밤중에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소집됐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겠다고 입을 뗐다. 그러자 한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즉각 반대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이들을 뒤로 하고 고유권한인 비상계엄 선포에 나섰다. 국무위원들을 계엄 선포 형식을 맞추기 위한 들러리로 세운 셈이다.

계엄 선포를 통보받아 정부 부처들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군과 국방부만 기다렸다는 듯 행동에 나섰다. 

우선 국무회의서 의결되지 않고 김 전 장관의 의중을 반영한 계엄사령군이 뽑혔다. 실제로 계엄사령관은 군 서열 1위인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맡았다. 김 의장은 해군 출신, 박 총장은 김 장관과 같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다.

계엄사령관도 계엄법 5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됐는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정황상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대통령실과 내각을 따돌리고 독단적으로 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은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한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뒷수습을 했다.

윤 대통령 독단으로 인한 계엄 해프닝을, 정작 계엄 선포를 통보받은 데다 반대까지 했던 내각이 뒷정리하게 된 것이다. 계엄 선포도, 해제도 내각은 결국 들러리로 취급됐다.

혼란에
빠지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개최하지도 않았고, 한 총리도 계엄 선포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헌법 제89조는 계엄 선포를 위해서는 국무회의 의결이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개최하지 않았으면 이는 헌법을 위반한 것이 된다.

하지만 계엄령 선포 1시간 전에 국무회의가 열렸고 회의 이후 계엄령이 선포됐기에 회의에 참석한 총리·장관 등 국무위원들에게도 책임론이 불거졌다. 여야 할 것 없이 회의에 참석한 내각의 총사퇴를 주장했다.

실제로 국무위원 전원은 지난 4일 오전 한 총리와의 간담회서 사의를 표명했다.

한 총리는 “총리로서 작금의 상황에 이르게 된 모든 과정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이 시간 이후에도 내각은 국가 안위와 국민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과 함께 소임을 다해 주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총리의 이날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현시점에 내각이 총사퇴할 경우, 정부가 셧다운 될 수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총리실은 설명했다.

우선 국무위원들의 총사퇴 기류는 수습 국면으로 돌아선 듯 보인다. 한 총리는 국무위원들의 사의를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상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성 사퇴보다는 사태 수습에 나선 것이다.

총리실 핵심 관계자는 “내각이 사퇴해 국무회의가 중단되면 정책, 예산, 법률 등 모든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없게 돼 정부가 마비 상태에 빠진다”고 우려했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도 이날 각 부처 차관들과 비공개 차관회의를 열어 “국정이 엄중한 상황이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고 차분히 수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총리실 내부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뤄졌던 전례들을 조심스럽게 검토 중이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2004년 노무현정부(고건 총리)와 2016년 박근혜정부(황교안 총리)서 있었던 두 차례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된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한대행 
기록 검토

국무위원들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것과 별개로 계엄 관련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이 누군지 점차 드러나고 있다. 국무회의엔 윤 대통령과 한 총리,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외교)·김영호(통일)·박성재(법무)·김용현(국방)·이상민(행안)·송미령(농축산부)·조규홍(보건)·오영주 (중기) 장관의 참석이 확인됐다.

다만 당초 대부분의 국무위원들이 계엄령에 반대했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인 듯했다.

우선 국무회의 개최 약 1시간 전인 8시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총리가 계엄 소식에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환율이 들썩이고 대외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설득하지 못했고, “절차는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이며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한 총리 외에 최 부총리와 조 장관 등이 국무회의서 “경제와 외교가 어려워진다”며 계엄령에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특히 조 장관이 계엄 선포 시 발생할 대내외적 파장 등을 근거로 들며 가장 먼저 반대 의견을 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수차례 윤 대통령의 마음을 바꾸려 노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른 장관 중에도 직접적으로 반대 의견을 내비치진 않았지만 선뜻 동의하는 이는 없었다고 한다. 

이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계엄에 두어 명의 장관이 반대했다는 주장과도 맞아떨어진다. 이 장관은 지난 5일 윤 대통령의 ‘비상 계엄’ 논의 국무회의 당시 상황과 관련해 “반대를 표명한 장관은 두어 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계엄령 논의 당시 반대를 표명한 장관은 몇명이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장관은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령에 찬성을 표했느냐, 반대를 했느냐”는 이 의원 질의에 “그것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국무회의는 찬반을 명확히 가리는 자리가 아니며, 대부분의 장관들이 우려를 표명한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국무위원 개개인이 느끼는 상황 인식과 책임감과 국가의 통수권자인 대통령 스스로 느끼는 책임감은 다르다고 말했다”고 이 장관은 전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계엄령 선포 논의를 직접 제안했는가”라고 묻자, 이 장관은 “대통령께서 장관들이 모인 자리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계엄 선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계엄령 논의는 장관들 사이서도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회의 당시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회의에 늦게 참석하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반대 의견을 냈다”면서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한다”고 밝혔다.

“직전까지 전혀 몰랐다”
국정 사실상 마비 상태

조 장관은 “3일 저녁 9시14분, 대통령실로부터 ‘용산 회의실로 빨리 오라’는 연락을 받고, 10시17분에 도착했으나 회의는 이미 진행 중이었다”며 “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지만, 10시23분 곧바로 비상계엄령 선포가 이뤄져 자신의 역할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복지위 야당 의원들이 그가 지난 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에 불참한 데 대해 질타하자 “2시6분 국무조정실서 연락이 왔는데 2시간 정도 인지를 하지 못했다. 4시에 확인하고 놀라서 연락하니 이미 회의가 끝났다더라”면서 “국무위원으로서 제 소임을 다 하지 못한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포고령 1호에 ‘전공의 처단’ 내용이 들어간 데 대해 자신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정부 방침과 배치되는 내용이라 저희도 놀랐고,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에게 하야를 권하고, 장관도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대통령 재가가 필요하다”며 “국정 공백이 있으면 안 되니 최종 사퇴까지는 맡은 바 소임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도 “국무회의는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일부 장관의 반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계엄에 반대한 국무위원들이 누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자칫 내란죄에 연루될 수 있는 상황에 각 부처와 장관들은 쉬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서 윤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이날 오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 등에 동조했던 국무위원을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는 국무회의 속기록 확보에 나서기도 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4일 대통령비서실과 행정안전부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국무회의 회의록과 속기록, 녹음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센터는 “대한민국헌법 제89조에 따르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해제 시 반드시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국무회의 회의록 일체는 반헌법적 범죄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증거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기록원에 이번 계엄과 관련된 모든 기록의 처분을 즉각 동결하고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보존할 수 있는 신속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국무위원들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 총리는 다시 한번 국정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국가적으로 엄중한 상황서, 민생 안정을 위해 국정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내각의 의무”라며 “내각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맡은 바 직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빈자리
어떻게?

그러면서 “특히,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대응체계를 지속 가동해 신속히 대처하고, 치안 유지와 각종 재난 대비에도 만전을 기해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 국정 현안 관계 장관회의에서는 ‘경쟁 제한적 규제 개선 방안’ ‘방위산업 분야 수출 규제 개선 방안’ ‘수산·양식 분야 기후변화 대응 종합계획’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종합계획’ 등 정부가 비상계엄 사태 전부터 해오던 정책 방안에 대한 심의가 진행됐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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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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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