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17번 공포의 기억들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2.09 15:46:48
  • 호수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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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꺼내 6시간 만에 껐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했던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다. 이로써 총 17번 선포된 대한민국 계엄령의 역사가 회자되고 있다. 계엄은 대통령이 전시·사변 등의 국가 위기 상황에 군사력을 동원해 공공질서를 유지하게 하는 비상조치로 대한민국 헌법 제 77조에 규정돼있다. 일각에선 박근혜정부 당시 불발된 계엄령이 뒤늦게 터졌다는 분석도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은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으로 나뉘는데, 윤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됐을 경우에 발령할 수 있다. 경비계엄은 그보다 낮은 수위로 경찰 등 일반 행정기관만으로는 치안을 확보할 수 없을 경우 선포할 수 있다.

총 12번
비상계엄

비상계엄이 선포됐을 경우 대통령이 임명한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을 모두 갖게 되며,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도 제한된다. 작전상 부득이한 경우라고 판단하면 국민 재산을 파괴하거나 소각하는 권리도 갖게 된다.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령을 포함해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서 계엄령은 총 17번 선포됐다. 이 중 비상계엄은 12번에 달한다. 헌정사상 첫 계엄령은 이승만정부 시절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발동됐다.

국군 제14연대가 이승만정부가 내린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면서 무력 충돌이 일어났고,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여수·순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두 번째 계엄은 같은 해 11월 ‘4·3 사건’ 당시 제주 지역에 선포됐다. 당시는 아직 계엄법이 제정되기 전이었으므로 일제강점기의 계엄법에 해당하는 ‘합위지경’을 적용했다. 정작 계엄법이 제정된 것은 1949년 11월24일이다. 

이후 6·25 전쟁으로 첫 전국 단위 계엄령이 선포된다. ‘4·19 혁명’ 당시에는 학생 시위를 막는 데 악용되기도 했다. 이는 다음 정부서도 이어져 1961년 ‘5·16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국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이듬해 12월6일 이를 해제했다.

비상계엄 12일에 경비계엄 558일로 한국 역사상 지속 기간이 가장 길었던 계엄으로 기록됐다. 이후 박 전 대통령은 한일협정에 반대하는 ‘6·3 항쟁’에 대응한다며 계엄령과 휴교령을 발령했다. 이후에도 대통령 간선제를 골자로 하는 10월 유신, 부마항쟁 때도 계엄령을 발동했다.

마지막 비상계엄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이 시해된 다음 날 발령됐다. 이 계엄령은 1979년 ‘12·12 쿠데타’로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에 의해 1980년 5월17일을 기해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이로 인해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부마항쟁으로 인해 1979년  10월18일 부산 지역에 선포된 계엄령은 이후 계속 확대되면서 1981년 1월24일 해제될 때까지 456일 동안 유지됐다. 이에 저항하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계엄군을 투입한 무력 진압을 실시해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민주화 항쟁 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서는 대통령 의사만으로 계엄을 즉각 선포할 수 없도록 국무회의 심의 절차를 규정하고, 재적 국회의원 과반 찬성으로 해제가 가능하도록 국회의 사후 통제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가 이뤄졌다.

이후 40년이 넘도록 대한민국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적은 없었다. 물론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으나 검토한 증거가 남아있다. 1987년 1월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으로 촉발된 ‘6·10 민주항쟁’ 당시 전두환정권은 계엄령을 통한 무력 진압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주요 인사도 몰랐던 발표
국회 점거 실패로 6시간 만에 해제

다만 국민적 저항과 더불어 미국이 계엄 조치가 적절치 않다고 압박하면서 결국 전정권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했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계엄령 검토설이 불거졌다. 처음에는 낭설에 불과하다는 취급을 받았으나 실제 국군기무사령부(방첩사령부)의 세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사실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관으로 합동참모의장이 아닌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던 것을 두고 해당 문건을 참조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1968년생인 박안수 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46기 출신이다. 지난해 제75주년 국군의날 행사 기획단장을 역임한 뒤 지난해 10월 육군참모총장에 임명됐다. 이에 앞서 8군단장, 39보병사단장, 지상작전사령부 작전계획처장 등을 지냈다.

계엄사령관은 현역 장성급 장교 중에서 국방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 지역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계엄 지역의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한다.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또 법률서 정하는 바에 따라 동원 또는 징발을 할 수 있으며, 부득이한 경우에는 국민의 재산을 파괴 또는 소각할 권한도 주어진다.

계엄사령관은 계엄 시행에 관해 국방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게 돼있다. 다만 전국을 계엄 지역으로 하는 경우와 대통령이 직접 지휘·감독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대통령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통상 합참의장이 계엄사령관을 맡을 것으로 여겨졌다. 합참이 계엄과 관련된 업무를 관장하고 합참 조직에 계엄과가 있기 때문이다.

5·18 이후
없었는데···

하지만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 때인 2017년 2월 국군기무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가 비밀리에 만든 계엄 문건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계엄사령관은 군사대비태세 유지 업무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며, 현행 작전 임무가 없는 각 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며 “육군총장을 계엄사령관으로 건의한다”고 적시했다. 

군 내부엔 김명수 합참의장이 해군 출신으로 지상 병력인 계엄군 지휘에 한계가 있고,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같은 육군 출신인 박 총장과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윤 대통령의 심야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실 여러 참모도 발표 직전까지 그 내용을 모를 정도로 기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안팎의 상황은 지난 3일 오후 9시를 넘으며 급변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윤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애초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오후 9시30분쯤 ‘윤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감사원장·검사 탄핵,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 등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설이 돌기 시작하며 기류가 급반전했다. 일부 참모는 저녁 식사 중 윤 대통령의 긴급한 호출을 받고 급히 대통령실로 복귀했지만, 계엄 선포는 물론 긴급 담화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일단 이동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 지지율이 폭락하고 탄핵 요구가 높아지는 가운데 준비된 두 계엄령이 비슷하다는 의미로 ‘평행이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다른 점은 계엄 관련 여론의 고려 여부다.

박근혜정부 기무사는 ‘탄핵 판결 직후 청와대 및 일부 지역 치안 위협’ 단계서 위수령을, ‘일부 서울·경기 지역 일대 폭력 시위로 치안 마비’ 때 경비계엄을, ‘전국적인 폭력 시위 확산으로 정부 기능 마비’ 상황서 비상계엄을 단계적으로 내리도록 계획했다.

박정부 때 
문건 보니…

반면 윤 대통령은 국민들의 인식이나 반발은 거의 고민하지 않은 채 곧바로 비상계엄 선포로 직진했다.

박정부 계엄 문건은 청와대, 헌법재판소, 정부서울청사, 국방부 등 서울 핵심시설 4곳에 3개 여단(약 3600명)을 투입하도록 계획했다. 이번엔 국회에 육군특수전사령부(특전사) 병력 280명 정도를 투입한 것도 차이가 있다. 실행되지 않은 박근혜 계엄 문건에 비해 윤 대통령의 계엄이 훨씬 준비 없이 시행된 셈이다.

기무사 계엄 문건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이었다. 지난 2017년 당시에도 여소야대 정국으로 계엄 해제가 가능했기 때문에 여당 의원들이 계엄 해제 의결에 참여하지 않도록 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차단하는 한편, 불법시위 등에 참여하는 국회의원을 현행범으로 사법처리해 의결정족수에 미달하도록 유도한다는 실행 방안까지 수립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국회의원 체포·구금은 없었지만, 계엄군이 국회에 강제로 진입하는 상황은 벌어졌다. 지난 4일 오전 12시30분께 소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건물 안으로 강제 진입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계엄군이 국회에 난입했을 때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임무대가 이재명 대표를 체포·구금하려 했던 시도가 폐쇄회로(CCTV)로 확인됐다”며 “확인해보니 이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을 체포하려는 체포대가 만들어져서 각기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또 계엄사령과의 특별조치권을 발동해 체포와 구금, 압수, 수색, 거주, 이전, 언론, 출판, 집회, 결사에 한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검토 의견도 달렸다. 실제로 실행됐다면 집회와 시위 금지, 통행금지 등은 물론 광범한 기본권 제한 조치가 예상되는 내용이다. 

박근혜 기무사 문건 재조명
예고된 경계, 보수정권 악습

박근혜 기무사의 ‘치밀한’ 계엄 계획은 실현되지 않은 채 폐기됐다. 대규모 수사가 이뤄졌지만 내란음모 혐의가 아닌, 몇몇 관계자들이 허위 공문서 작성 등으로 가벼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 

일각에선 예고된 사태라는 의견도 있다. 앞서 야권이 언급한 계엄 준비 의혹도 재조명됐다. 민주당 김민석 최고위원은 지난 8월 “계엄령 빌드업 불장난을 포기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에 여당은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일축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언하면서 김 최고위원의 예언은 적중한 셈이 됐다.

민주당서 계엄 주장이 나오기 시작한 건 지난 8월, 전당대회 무렵이었다. 당시 최고위원 후보였던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출신 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당시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한 데 대해 “탄핵과 계엄 대비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최고위원에 선출된 직후 첫 최고위원회의서도 “이러다가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무너지지 않고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하는 것은 아닌지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총대’를 멘 건 김 최고위원이었다.

그는 전당대회 후 최고위원회의서 “최근 정권 흐름은 차지철 스타일의 야당 입틀막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대통령의 뜬금없는 반국가 세력 발언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국지전과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작전이라는 것이 저의 근거 있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박근혜 탄핵 국면서 계엄령준비서 정보를 입수, 추미애 당시 대표에게 제보했던 사람 중 하나”라며 ‘정보’에 근거한 의혹 제기라고 강조했다.

지난 9월에는 윤 대통령 또는 비서실장·안보실장을 향해 계엄령 준비 의혹과 관련해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후엔 김 최고위원 등과 함께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가 계엄을 선포할 때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역사적인
평행이론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지난 9월 여야 대표회담 모두발언서 ‘계엄 준비설’을 언급하면서 실현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당시 여당은 이를 괴담으로 치부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회담서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계엄령 선포설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안을 보면 계엄 해제를 국회가 요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을 계엄 선포와 동시에 체포·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smk1@ilyosisa.co.kr>

 

<12·3 계엄 후폭풍> 외신 반응 보니···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철회가 국제적인 이슈로 번져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지난 3일(현지시각) 윤 대통령의 조치를 두고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꺼내든 특별한 카드였지만, 한국 국회가 만장일치로 이를 거부하며 굴욕적인 실패로 끝났다”며 “대통령직을 정의할 치명적인 오점”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은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으며 그의 미래를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행동은 1960~1970년대 군부 독재자 박정희의 전술을 떠올리게 한다”며 그가 정치적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자충수를 뒀다고 지적했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의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일이 현실서도 벌어졌다”며 김건희 여사를 이번 사건의 주요 배경으로 언급했다.

뉴탄친은 계엄령 발령이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둔 시점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며 “윤 대통령의 극단적 선택은 오히려 자신의 정치적 몰락을 자초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주요 언론들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상징하는 사건”이라며 관련 내용을 비중 있게 다뤘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군 투입을 지시한 점과 미국과의 외교적 긴장 상황 등을 상세히 전하며 “정치적 도박이자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했다.

한편, 다른 나라의 주요 계엄령 사례로는 1949~1987년 대만을 꼽을 수 있으며, 대만 국민당 정부와 중국 공산당과의 갈등으로 계엄령을 선포해 약 38년 동안 유지됐다.

이 기간 동안 정치적 반대 세력 억압 및 표현의 자유 제한이 이뤄졌다.

필리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도 1972~1981년 계엄령을 통해 독재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정치적 반대자들을 체포하고 언론의 자유를 제한했으며, 헌법을 개정해 권력을 공고히 했다.

1981~2012년 이집트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의 암살 이후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계엄령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며 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기본권을 제한하기도 했다.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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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장동혁 다음 스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15대 1로 승리할 것이라던 예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접전 지역에서 일부 성과를 거둘 경우, 귀속을 놓고 다시 내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축으로 이기든 지든 아비규환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6·3 지방선거 판세 분석에 대해 밝혔다. 조 사무총장은 서울·부산·대구·울산·경남·전북 등 광역자치단체 6곳을 접전 지역으로 지목했다. 이어 전남·광주·인천·대전·세종·경기·강원·충북·충남·제주 등 10곳을 민주당이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는 광역자치단체라고 지목했다. 펼쳐질 삼국지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후보자들의 지지율 상승 기류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영남 중심으로 보수 결집이 어느 정도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며 “어느 정도 활성화하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인정했다. 이어 “보수 결집이 이뤄지면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 지지자도 결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6·3 지방선거에 대해선 지난달만 해도 “민주당이 경북을 제외한 모든 광역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승리해 15대 1로 이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전망이 결정적으로 깨진 변곡점은 일명 ‘조작 기소 특검법’으로 알려진 새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지난 4월30일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 취지는 ‘윤석열정부 당시 검찰의 수사·기소 과정 내 불법·조작 의혹을 규명한다’는 것이다. ‘조작 기소 특검법’은 이 법안의 통칭이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 범위에는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재판 ▲위증교사 항소심 재판 등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이 대거 포함된다. 아울러 ▲수사 기간 최장 180일·준비 기간 포함 200일 안팎 ▲파견 검사 30명 ▲특별 수사관 150명 등 최대 규모로 구성된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됐던 것은 특검의 판단에 따라 법원에 계류 중인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를 취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 “무슨 죄를 지어도 감옥에 안 가는 사람은 북한의 최고 존엄 김정은”이라며 “이 대통령은 최고 존엄 넘버 2라도 되고 싶은 거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여전히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꺼릴 정도로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에서 오 후보 등 지원 유세에 나섰지만, 오 후보는 동행 유세를 하지 않았고, 유세 동선을 다르게 잡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한 적이 없다”면서 난색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지방선거 판세는 민주당에서도 최소한 ‘보수의 활성화’를 인정해야 할 정도로 경합으로 바뀐 양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조작 기소 특검법 논란이 보수 성향 유권자의 위기감을 자극해 결집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민주당도 인정한 보수 결집…원인은 이 공소 취소? 무조건 버틸 장…비결은 벙커가 된 최고위원회의 정치사회학·정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특정 정치 세력이 급격한 제도 변화나 가치 의제를 추진할 때 반대 성향의 유권자가 이에 반발해 결집하는 현상을 백래시 효과라고 설명한다. ‘15대 1’이란 승패 예측이 공공연하게 거론된 것에 대한 반감도 이 백래시 효과에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6·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민주당은 행정권·입법권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장악하게 된다. 이에 대한 견제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취지의 분석이다. 하지만 아직은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분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각지의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는 분석도 마찬가지다.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중도층이다. 중도층이 국민의힘으로 완전히 돌아섰다는 분석도 그렇다. <한겨레>와 한국정당학회가 STI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유권자 1701명을 상대로 유무선 RDD 및 통신사 가입자 패널을 활용 조사해 지난 14일 밝힌 유권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 안정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3.3%였다. 반대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34.1%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8.9%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23.8%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스트레이트뉴스>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100% RDD 방식을 활용한 ARS 여론조사를 진행해 지난 13일 밝힌 결과에서도, “국정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51.5%였다. 반대로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응답한 유권자는 41%였다. 중도층에서는 국정 지원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가 54.8%로 집계됐고, 정권견제론에 힘을 실어준 유권자는 36.8%로 확인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으로서는 애초 거론됐던 압도적 참패 예상에서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접전 양상으로 변화했다는 것에 고무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국민의힘 자체의 호감도 상승이라기보다 민주당의 조작 기소 특검법 추진 논란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사이익 접전 양상 그런데 정치인은 정치적 현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재구성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국민의힘의 유력 주자들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귀인 오류 혹은 자기 기여 편향이라고 설명한다.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객관적 사실을 왜곡해 잘못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인지적 편향을 의미한다. 정치인은 대체로 승리·성과 등 긍정적인 부분을 자신의 덕분으로 돌리고, 실패는 타인·상황·언론 등 외부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이 같은 귀인 오류는 곧바로 프레이밍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프레임 설정’이라고 한다. 프레이밍은 특정 사안의 일부 측면을 선택적으로 부각해 대중의 해석 방향을 유도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정당 내부 권력투쟁에서는 선거 결과를 자신에게 유리한 공로·책임 구도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들은 현재의 접전 양상을 자신의 당권 유지 및 장악 시도의 근거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가 지원 유세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도 현장을 누비는 것에 대해선 “선거 이후에도 당권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해 장 대표 체제가 붕괴하거나 장 대표가 책임론의 중심에 서게 될 경우, 그는 향후 정치적 밑그림을 그리기 쉽지 않다. 강경 보수 노선을 앞세워 선거를 지휘했다가 참패 후 당 중심에서 밀려난 사례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가 거론된다. 이후 부정선거론의 선두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황 전 대표는 6·3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에서 경기 평택을에 출마했지만,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10%대 초반 지지율에 머무르는 등 뚜렷하게 두드러지지는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장 대표의 거취를 놓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버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지도부가 붕괴해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기준은 최고위원회의의 기능 상실 여부다. 구체적으로는 선출직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원회의가 해산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의 최고위원회의에는 김민수·김재원·조광한 등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 하는 강경 보수 성향 최고위원들이 포진해 있다. 강경 보수 성향과 거리가 멀면서도 친한(친 한동훈)계도 아닌 양향자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출마했다. 지방선거 출마 등에 따른 최고위원 궐위는 비대위 전환이 아닌 보궐선거로 처리하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마련됐다. 장 대표 체제를 흔들기 더 어려워진 것이다. 선출직 최고위원 사퇴로 무너졌던 지도부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체제였다. 당시에는 한 전 대표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론에 대한 당내 반발을 이겨내지 못해 지도부가 무너졌다. 3명의 최고위원이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장 대표와 의견을 함께하는 한 당시와 같은 지도부 붕괴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최고위원회의는 장 대표의 벙커가 된 지 오래다. 따라서 선거 결과에 따라 장 대표에 대한 사퇴 요구가 이어지더라도 최고위원회의는 내부 참호전을 치를 요새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끝나지 않은 내부 전쟁 오 후보는 5선을 위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3월 1차 공천 마감 시한까지 공천을 신청하지 않는 등 사실상 장 대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적이 있다. 당시 그는 혁신 선대위 구성 등 사실상 장 대표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는 공천을 신청하면서도 장 대표 등 지도부에 혁신을 요구하면서 대립각을 이어갔다.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한때 5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을 얻었다. 하지만 과거 폭행 전과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접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 의뢰로 여론조사 업체 에이스리서치가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서울시 거주 만 18세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해 진행한 후 지난 22일 공개한 ARS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 후보는 41.7%의 지지를 얻었고, 오 후보는 41.6%의 지지를 얻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혼전 양상이 거듭되고 있어서 두 후보 간 승패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오 후보는 아직 정 후보를 제친 여론조사 결과를 구체적으로 얻지는 못했다. 오 후보에 대해선 “공천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혁신 선대위를 요구하는 등 장 대표와 대립각을 내세울 때 당락을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면, 장 대표 책임론을 강하게 거론하면서 본격적으로 당권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최고위원회의 자체가 장 대표의 벙커이기 때문에 자신의 중도층에 대한 설득력을 앞세워 여론을 조성한 후 대외적 압박에 나서는 형태로 장 대표에게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승리하면, 오 후보가 한국 정치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의 정치 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일본의 여당 자유민주당과 각외 협력을 하는 일본유신회는 오사카에서의 강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오사카 부지사를 겸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심대평 전 충남도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면서 국민중심당을 창당해 일시적으로 당 대표를 겸임했던 적이 있다. 이 같은 모델은 광역자치단체장 권력을 기반으로 중앙당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유신회는 오사카 지역을 강력한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어 요시무라 대표의 오사카 부지사가 가능하다. 심 전 지사는 자신이 도지사를 맡았던 충남을 기반으로 지역 정당을 창당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수도권을 기반으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구 친윤(친 윤석열)계도, 친한계도 아니다. 따라서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당선돼 당의 상징으로 주목받으면, 국민의힘의 변화와 쇄신을 상징할 수도 있다. 대립각 유지하는 오…당락 떠나 당권 도전 가능성 한, 지면 정계 은퇴? 이겨도 쉽지 않을 국힘 복귀 하지만 구 친윤계와 친한계의 갈등은 매우 뿌리가 깊다. 이 갈등 조정 자체가 오 후보에겐 새로운 시험대가 된다. 아울러 우리나라 광역자치단체장이 당의 얼굴이 돼 당무 전면에 나선 사례는 앞서 언급한 심 전 지사밖에 없었으며, 그마저도 일시적이었다. 따라서 오 후보로선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하면, 자신은 당의 상징 역할을 하면서 장 대표 체제 붕괴를 압박한 후 대리인을 비대위원장으로 파견하는 간접 지배 형태를 선택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결국 오 후보의 승패와 무관하게, 그의 향후 행보는 장 대표 체제의 외부 압박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 북구갑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전 대표도 최근에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를 추월하는 등 선전하고 있어 당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3일부터 24일까지 부산 북구갑 지역구 거주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무선 ARS 조사를 진행한 후 지난 25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38.2%의 지지를 얻었다. 하 후보는 34%의 지지를 얻었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는 23.3%의 지지를 얻었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갑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는 등 필연적으로 보수 유권자의 지지를 박 후보와 양분해야 했다. 따라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지지를 하 후보로부터 일정 부분 빼앗아오지 못하면, 낙선을 피하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한 전 대표를 둘러싼 정계 은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승리하면 한 전 대표의 몸값은 급상승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승리했기 때문에 당 복귀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가 여전히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몸값이 급상승한 한 전 대표를 감당하기 어렵다. 이를 정치학에서 말하는 ‘양면 게임’과 유사한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한 전 대표는 한편으로는 부산 북갑 유권자를 상대로 당선 경쟁을 벌여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민의힘 내부 복귀와 당권 경쟁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한 전 대표의 근본적인 정치적 목표는 국민의힘 복귀·당권 장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전장에서 승리한 직후 곧바로 2차전을 치러야 한다. 하지만 단기 결전인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참호전 양상의 지루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내부인 아닌 내부인’으로서 공천권·징계권 등 국민의힘 내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내 구 친윤계와 강경 보수 세력은 한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매우 크다. 한 전 대표로서는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제도적 권력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신당 창당 혹은 국민의힘 내부 변화 관망 등 선택지를 검토하면서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일부 보수 성향 매체의 강한 두둔을 업고 있지만, 그들은 국민의힘 밖에 있다. 밖에서 미는 힘에는 한계가 있다. 한 전 대표가 승리하더라도 장 대표 체제 안으로 곧장 흡수되기 어렵다. 따라서 양측의 충돌은 선거 이후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과는? 아비규환 국민의힘의 고질적 문제로는 통합형 리더십 부재가 거론됐다. 6·3 지방선거에서 ‘약간의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성과가 오히려 공로 다툼과 분열의 불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 중심에는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버틸 가능성이 큰 장 대표가 있다. 국민의힘은 이기든 지든 이어질 아비규환을 피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