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계엄 후폭풍> 국회가 막지 못했다면…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4.12.09 15:13:10
  • 호수 15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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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잡혀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다면, 국회에 모였던 의원들은 ‘정치활동 금지’ 포고령 위반으로 연행됐을 것이다. 언론 검열에 걸려든 언론사 소속 기자들도 공범으로 인정되면, ‘거대한 파렴치 종북 반국가 세력’이 된다.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군사재판을 받았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58분이 지난 11시25분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이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다. 용산 국방부에 설치된 계엄사령부는 11시30분 포고령 1호를 발표했다. 

언론통제

이에 따르면, ▲국회·지방의회·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자유 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 금지 ▲가짜 뉴스·여론조작·허위 선동 금지 ▲모든 언론과 출판에 대한 계엄사의 통제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파업·태업·집회 행위 금지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의 48시간 내 본업 복귀 ▲포고령 위반자에 대한 영장 없는 체포·구금·압수수색 및 처단 등 조치가 예고됐다. 

이는 계엄법 제9조 제1항에 근거했다. 하지만 약 6시간 후인 지난 4일 오전 4시26분경 윤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날 조치들이 실제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만약 포고령 1호가 실행됐다면, 지난 4일 새벽 확인할 수 있었듯이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 조치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충돌한다.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군을 동원해 국회를 해산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잡아 가두면서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난 1972년 10월17일 단행한 유신 쿠데타의 위헌 소지가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제3공화국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회 해산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군을 동원해 국회를 해산한 후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다음 유신헌법을 발표했다.

지난 3일 밤부터 4일 오전까지 진행된 ‘계엄 활극’서도, 3일 오후 11시40분 이후부터 국회 경내서 계엄군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계엄군은 ▲제1공수특전여단 ▲707특수임무단 ▲수방사 35특수임무대대 및 군사경찰 특임대 ▲제9보병사단 등으로 구성됐다.

이날 계엄군은 본청 진입을 시도했다. 그 순간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중립 성향 의원 및 야당 의원 190명은 오전 1시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발의해 1분 후 가결했다. 계엄군은 가결 후 10분이 지난 오전 1시11분부터 국회 경내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일부 의원들은 계엄군의 본회의장 진입 가능성을 의식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빨리 계엄을 해제하자”고 독촉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절차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안건이 정식으로 상정될 때까지 12분 동안 기다렸다. 그 동안 특전사는 국회에 투입하는 헬기와 병력을 늘리고 있었다.

계엄 해제 늦었더라면
포고령 위반으로 연행

계엄사는 이미 설치됐고, 박 참모총장도 계엄사령관으로서 포고문을 발표했던 상황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12분 동안 본회의장에 병력 진입이 성공했다면, 당시 본회의장에 있던 의원들은 포고령 위반으로 전원 체포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계엄법 제13조는 “계엄 시행 중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국회에 모여 비상계엄을 해제하려는 행위가 ‘정치활동 금지’라는 포고령 위반으로 해석돼 ‘현행범인’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만든 ‘눈엣가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기 때문에, 더욱 놓치기 어려운 순간이었을 개연성이 있다. 반면 우 의장은 합법적인 계엄 해제를 중요시했던 것으로 보인다. 12분을 기다려 절차적 정당성을 유지하면서 계엄을 해제하기까지, 본회의장 바깥에선 국회 직원들과 보좌진이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후 계엄군을 막고 있었다.

의원들이 비상계엄을 합법적으로 해제하지 못한 채 전원 연행됐다면, 위헌·위법 여부를 떠나 일체의 정치적 활동이 금지된다. 따라서 국회 밖에서 윤 대통령 항의 시위를 하던 시민들도 곧바로 포고령 위반자가 돼 체포됐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계엄사령부엔 보도처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보도처는 제5공화국 수립 전 보안사가 주도했던 언론 검열 활동과 똑같이 언론통제와 검열을 맡는다.

박 전 대통령 사망 후 구성된 계엄사령부 보도검열단은 지난 1979년 10월27일부터 계엄이 해제된 지난 1981년 1월24일까지 456일 동안 언론 보도 27만7906건을 검열했다. 이 중 1만1033건은 전면 삭제됐고, 1만6025건은 부분 삭제됐다. 아울러 933명의 기자가 해직됐고, 언론사 통폐합이 진행됐다.

이 흐름이 재현됐더라면,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유지했던 언론사들은 통폐합 혹은 폐간 절차를 밟았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포고령 위반·국가보안법·군사재판
3종 세트로 정적 일망타진 가능성도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근거를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로 제시했다. 포고령 위반자로 체포되는 야권 및 국민의힘 내 친한 의원들은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이기 때문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을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에게 비판적이었던 언론사들과 기자들도 공범으로 인정되면, ‘거대한 파렴치 종북 반국가 세력’이 완성된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계엄사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군사법원의 관할도 ▲국가안보 관련 범죄 ▲공무 방해 ▲방화 ▲살인 ▲강도 ▲국가보안법 위반 등 재판으로 확대된다. 계엄군이 연행한 ‘거대한 파렴치 종북 반국가 세력’은 군사법원서 재판을 받는다.

계엄군이 좀 더 빠르게 국회에 진입해 계엄 해제를 막았다면, 윤 대통령은 한순간에 정적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전두환씨는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로 ‘3김’이라는 정적을 ▲강제 연행 후 내란음모 혐의 기소 ▲가택 연금 ▲권력형 부정 축재자 분류 후 정계 추방 등 수단을 동원해 한순간에 숙청했다.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박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을 수사했던 백동림 전 보안사 수사국장은 김 전 부장의 사건 당시 행적을 일컬어 “계획적으로 보기엔 너무 엉터리고, 우발적으로 보기엔 치밀하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도 그렇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대국민 담화가 사전 녹화됐고, 계엄사가 빠르게 구성돼 국회에 군까지 출동시킨 것에 대해선 “우발적으로 보기엔 치밀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반대로 국회 진입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의원들이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선 “계획적으로 보기엔 너무 엉터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일각에선 이미 내란죄 성립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야권은 윤 대통령을 내란죄로 고발했다.

형법 제87조에 따르면,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자는 처벌된다. ‘국가권력 배제’와 ‘국헌 문란 목적’ 모두 성립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 기능을 상당 기간 영구히 폐지하는 경우만이 아닌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포함한다”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내란죄가 인정되면, 우두머리는 사형 혹은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에 처해진다. 대통령 불소추특권도 적용되지 않는다. 시민단체들의 고발도 빗발치고 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시·사변에 준하는 비상계엄 요건에 도저히 성립하지 않는다”며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성립하고, 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 행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의원들의 국회 출입을 막거나 회의 소집을 막으면 그 자체가 내란범죄 성립”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너무 이해가 안 된 나머지, “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따라 한 것 아니냐”는 조롱 섞인 추측도 있다. 윤 대통령의 무리수가 흐지부지 마무리되자, 야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했다. 때로는 한순간의 선택이 모든 것을 무너트린다. 윤 대통령의 선택은 과연 어떤 결말을 낳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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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