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압박’ 공수처 불리한 게임 내막

던지는 족족 깨지다 ‘3개월 데드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을 포함한 감사원 간부들이 단체로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공수처가 체포영장까지 검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감사원의 시간 끌기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하 공수처)의 임기는 내년 1월20일까지다. 후보추천위가 구성됐지만 임명까지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수장 공백은 수사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공수처가 들여다보고 있는 핵심 사건들도 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개월간
정면충돌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회피가 의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수처와 감사원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표적감사’ 의혹 수사로 시작됐다. 감사원은 유 사무총장의 소환 통보가 “일방적이었다”고 밝힌 반면 김 처장은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제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유 사무총장이 지금 4번(출석 통보에) 불응했고 5번째 불렀다는데 이번에도 안 나오면 체포영장 (청구)하실 거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유 사무총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유 사무총장이 지난 한 달 동안 공수처의 4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을 고려하면 5번째 출석 통보다. 유 사무총장뿐 아니라 다른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도 공수처의 조사에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국회 예결위가 열리던 시각, 감사원은 공수처의 수사에 관한 공식 입장을 보도 참고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감사원은 “공수처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일방에게만 확인하거나 감사원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서 조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감사원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원이 조직적으로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감사원은 정당하고 적법하게 권익위 감사를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 등이 부당한 근거로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소환 통보에)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그분들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환조사 일정은 협의할 수 있지만 수사를 하는 방향과 기법은 수사팀이 결정할 부분이다. 조사 대상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병호와 간부들 단체로 소환 불응
체포영장 카드 고심 ‘역풍 맞을라’

유 사무총장 측은 다음 달 초 공수처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 사무총장의 신분 등을 고려해 출석 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이 거듭 조사를 거부한다면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12월에 조사받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공수처는 가급적 유 사무총장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의 발원지로 지목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와 최 감사원장, 유 사무총장의 공동 무고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이를 최근 감사원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건너뛰고 감사보고서를 위법하게 시행 및 공개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 등으로도 20여차례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내용이 허위·과장된 점을 알면서도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수사를 요청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감사원 관계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비롯해 17명이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현재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함께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 원장은 최근 국회서 열린 전체회의서 두 사람을 포함한 감사원 내 수사 대상 17명이 공동으로 변호인단을 선임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유 사무총장이 소환을 불응하는 부분에 원장도 동의하고 같이 가고 있는 것”이라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변호인단을 통해서 상의한다. (출석을)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협의한다”고 해명했다.

17명 입건
영장 기각

공수처는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특경법 횡령의 점과 관련해서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수처는 김씨가 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건설사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를 주로 감사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비위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

시간 끌기
성공 임박

공수처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을 압수수색해 김씨에 대한 감사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김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21년 1월 출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공수처는 2021년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현 검사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이듬해 5월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민원 해결을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올해 8월 기각됐다. 출범 이후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수사가 감사원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감사원 수사 정당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공수처 자체서 인지한 것이 아닌 사건인데 벌써 흔들리는 것은 수사력 논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안팎서도 유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불응이 사실상 시간 끌기라고 보고 있다. 내년 1월까지인 김 처장 임기까지 버티면, 친정권 인사가 공수처장에 임명되거나 공수처장 부재 상황으로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한 감사원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수장 부재로 곤두박질치게 되면 수사 속도에도 문제가 생길 거라고 보고 있다”며 “유 사무총장의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가 유 사무총장에 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예정된 결론?
최악의 경우 수장 공백 시 수사력 증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영장 기각이라는 수모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공수처 입장서 유 사무총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 앞으로의 수사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염려 중”이라며 “영장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구인에 나서는 게 수사 관례다. 김 처장 임기 만료 전에 감사원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공수처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김 처장이 임기 만료 전 감사원 수사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공언한 만큼 데드라인은 오는 12월 말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장 공석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수처도 처·차장 공백 사태 대비에 나섰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 인사 규칙 개정안’을 12월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에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최장기간 재직한 위원이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위원장이 지명하는 위원만 직무 대행이 가능했는데,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 개정은 처·차장 공석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위원장인 김 처장 외에도 위원인 여운국 차장의 임기도 내년 1월28일까지다.

초대 처장 임명 당시에는 2020년 10월30일 후보 추천위가 첫 회의를 열고 6차례의 회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28일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신임 공수처장은 김 처장 임기 만료 때까지 임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번 개정안에 검사의 신규 임용 및 연임 관련 절차를 규정하고 연임의 임명 주체를 명확히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남아있는 1기 검사 4명은 2021년 4월13일 임명돼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세부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이에 공수처는 임기가 만료되는 검사는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연임 희망 여부를 처장에게 문서로 제출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수사 동력
상실 우려

개정안대로라면 1기 검사들은 김 처장의 임기 만료 전까지 연임 여부를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처장은 연임을 희망하는 검사의 연임 적격에 관한 심의·의결을 인사위에 요청하게 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차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인사위 구성원이 7명서 5명으로 줄어들어 검사들의 연임 권리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처장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처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중요 사건 수사의 처분 결정이나 보고가 막히게 돼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후임 처장 후보를 뽑기 위한 절차가 원만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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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