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압박’ 공수처 불리한 게임 내막

던지는 족족 깨지다 ‘3개월 데드라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간의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유병호 사무총장을 포함한 감사원 간부들이 단체로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있는 상태다. 공수처가 체포영장까지 검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감사원의 시간 끌기에 무기력한 모습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의 임기가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하 공수처)의 임기는 내년 1월20일까지다. 후보추천위가 구성됐지만 임명까지 6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수장 공백은 수사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 공수처가 들여다보고 있는 핵심 사건들도 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수개월간
정면충돌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회피가 의도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공수처와 감사원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표적감사’ 의혹 수사로 시작됐다. 감사원은 유 사무총장의 소환 통보가 “일방적이었다”고 밝힌 반면 김 처장은 “법이 허용한 수단을 사용하겠다”며 강제수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서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유 사무총장이 지금 4번(출석 통보에) 불응했고 5번째 불렀다는데 이번에도 안 나오면 체포영장 (청구)하실 거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공수처 특별수사본부(이대환 부장검사)는 최근 유 사무총장에게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유 사무총장이 지난 한 달 동안 공수처의 4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한 것을 고려하면 5번째 출석 통보다. 유 사무총장뿐 아니라 다른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도 공수처의 조사에 대부분 응하지 않았다.

국회 예결위가 열리던 시각, 감사원은 공수처의 수사에 관한 공식 입장을 보도 참고자료 형태로 배포했다. 감사원은 “공수처가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일방에게만 확인하거나 감사원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서 조사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감사원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고 있어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또 감사원이 조직적으로 공수처 수사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했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감사원은 정당하고 적법하게 권익위 감사를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 등이 부당한 근거로 공수처의 출석 요구에 거듭 불응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공수처 관계자는 “(소환 통보에)협의가 없었다는 것은 그분들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상식적이지도 않은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환조사 일정은 협의할 수 있지만 수사를 하는 방향과 기법은 수사팀이 결정할 부분이다. 조사 대상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유병호와 간부들 단체로 소환 불응
체포영장 카드 고심 ‘역풍 맞을라’

유 사무총장 측은 다음 달 초 공수처에 출석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로의 전환을 검토하고 있지만 유 사무총장의 신분 등을 고려해 출석 조사를 진행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유 사무총장과 감사원 사무처 직원들이 거듭 조사를 거부한다면 대면조사 없이 기소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12월에 조사받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공수처는 가급적 유 사무총장에 관한 조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의혹의 발원지로 지목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와 최 감사원장, 유 사무총장의 공동 무고 혐의 등도 수사 중이다. 이를 최근 감사원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유 사무총장이 지휘하는 감사원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건너뛰고 감사보고서를 위법하게 시행 및 공개한 혐의도 수사 중이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원이 특별감사를 통해 전 전 위원장을 표적감사하는 데 관여한 혐의(직권남용 등) 등으로도 20여차례 공수처에 고발됐다. 공수처는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에 대한 비위 제보 내용이 허위·과장된 점을 알면서도 대대적인 감사를 벌이고 수사를 요청했을 가능성을 의심한다.

현재까지 공수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건한 감사원 관계자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 사무총장을 비롯해 17명이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은 현재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함께 수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최 원장은 최근 국회서 열린 전체회의서 두 사람을 포함한 감사원 내 수사 대상 17명이 공동으로 변호인단을 선임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의 물음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유 사무총장이 소환을 불응하는 부분에 원장도 동의하고 같이 가고 있는 것”이라며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최 원장은 “변호인단을 통해서 상의한다. (출석을)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협의한다”고 해명했다.

17명 입건
영장 기각

공수처는 10억원대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감사원 간부에 관한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 도급계약의 체결 경위 등에 비춰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해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됐다고 볼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했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 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인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서 다툼의 여지가 있고, 특경법 횡령의 점과 관련해서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봤다.

공수처는 김씨가 지인 명의로 회사를 설립한 뒤 건설사들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으로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김씨는 건설·사회간접자본(SOC)·시설 분야를 주로 감사했다.


이 사건은 감사원이 비위 정황을 포착해 지난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한다.

시간 끌기
성공 임박

공수처는 지난해 2월 감사원을 압수수색해 김씨에 대한 감사 자료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27일과 지난 1일 김씨를 두 차례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공수처가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2021년 1월 출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공수처는 2021년 ‘고발 사주’ 의혹 사건으로 손준성 당시 대구고검 인권보호관(현 검사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기각돼 이듬해 5월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민원 해결을 대가로 수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올해 8월 기각됐다. 출범 이후 네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수사가 감사원 수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감사원 수사 정당성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공수처 자체서 인지한 것이 아닌 사건인데 벌써 흔들리는 것은 수사력 논란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안팎서도 유 사무총장과 간부들의 소환 불응이 사실상 시간 끌기라고 보고 있다. 내년 1월까지인 김 처장 임기까지 버티면, 친정권 인사가 공수처장에 임명되거나 공수처장 부재 상황으로 버틸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다.

한 감사원 간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공수처가 수장 부재로 곤두박질치게 되면 수사 속도에도 문제가 생길 거라고 보고 있다”며 “유 사무총장의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가 유 사무총장에 관한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예정된 결론?
최악의 경우 수장 공백 시 수사력 증발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영장 기각이라는 수모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공수처 입장서 유 사무총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 앞으로의 수사에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염려 중”이라며 “영장을 치고 싶어도 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통상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2, 3회 이상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청구해 강제구인에 나서는 게 수사 관례다. 김 처장 임기 만료 전에 감사원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공수처도 정권의 눈치를 보며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김 처장이 임기 만료 전 감사원 수사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공언한 만큼 데드라인은 오는 12월 말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법원장 공석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공수처도 처·차장 공백 사태 대비에 나섰다. 공수처는 ‘공수처 검사 인사 규칙 개정안’을 12월9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에는 인사위원회 위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최장기간 재직한 위원이 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위원장이 지명하는 위원만 직무 대행이 가능했는데,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번 개정은 처·차장 공석 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 인사위원장인 김 처장 외에도 위원인 여운국 차장의 임기도 내년 1월28일까지다.

초대 처장 임명 당시에는 2020년 10월30일 후보 추천위가 첫 회의를 열고 6차례의 회의를 거쳐 같은 해 12월28일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했다. 이번에도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면 신임 공수처장은 김 처장 임기 만료 때까지 임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공수처는 이번 개정안에 검사의 신규 임용 및 연임 관련 절차를 규정하고 연임의 임명 주체를 명확히 하는 내용도 담았다. 현재 남아있는 1기 검사 4명은 2021년 4월13일 임명돼 내년 4월 임기가 만료된다. 공수처법은 공수처 검사의 임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3회까지 연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세부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었다.

이에 공수처는 임기가 만료되는 검사는 임기 만료 3개월 전까지 연임 희망 여부를 처장에게 문서로 제출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수사 동력
상실 우려

개정안대로라면 1기 검사들은 김 처장의 임기 만료 전까지 연임 여부를 문서로 제출해야 한다. 처장은 연임을 희망하는 검사의 연임 적격에 관한 심의·의결을 인사위에 요청하게 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처·차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인사위 구성원이 7명서 5명으로 줄어들어 검사들의 연임 권리가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다.

처장 자리가 공석이 될 경우 처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 중요 사건 수사의 처분 결정이나 보고가 막히게 돼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후임 처장 후보를 뽑기 위한 절차가 원만하고 신속하게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