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불똥 공수처로 튀나?

공수완박이냐 신권력이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정치권에서 시작된 바람이 수사기관을 덮치고 있다. 여야의 힘겨루기로 바람의 세기가 강해지면서 태풍으로 변하는 모양새다.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역시 바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까지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의 정책이 정치권을 뒤흔드는 중이다.

중재안에
수정안까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검수완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현재 검찰이 수사할 있는 범죄는 6개(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 참사)로 한정돼있다. 

민주당이 처음에 내세운 검수완박 법안은 이 6대 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처리 시도에 검찰 내부가 들끓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도 반대 의견이 개진됐다.

법원행정처는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위헌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총력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자 해외 순방이 예정돼있던 박병석 국회의장이 나섰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를 위해 미국, 캐나다 등의 해외 순방 일정을 보류한 것.

박 의장은 중재안을 내놓고 여야의 합의를 요구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박 의장의 중재안을 먼저 수용하고, 이어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강대강으로 치닫던 검수완박 갈등은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여야가 합의한 중재안에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가 제외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이른바 ‘박병석 중재안’은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수사 범위 중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 참사를 삭제하고 부패·경제는 남기되, 이 둘도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등 새 수사기관이 출범하면 폐지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먼저 중재안을 수용한 국민의힘 측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결국 권 원내대표는 중재안 수용을 사과하고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그는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판단 미스, 그로 인한 여론 악화 부담을 당에 지우고 의원들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했더라도 그 합의사항이 국민에게 수용되지 않을 때는 당연히 재논의·재협상을 해야 하고 국민의 뜻에 맞춰가는 것이 정치권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하고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자 첫 번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주자로 나섰다. 

민주당 개정안 강대강 대치
당선인 측 국민투표 초강수


민주당은 박병석 중재안을 일부 수정한 수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수정안에는 선거 범죄와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유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6·1 지방선거에서 발생한 범죄까지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선거 범죄 수사권을 오는 12월31일까지 유지하자는 정의당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수정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정하고 필리버스터를 진행했으나 지난달 28일 0시에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자동 종료됐다. 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국무회의 공포 전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국민투표를 진행하겠다는 초강수를 내놓았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검찰은 초토화 상태가 됐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전국 고검장이 일제히 사의를 밝히는 검찰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여야가 중재안을 합의한 직후 검찰 고검장급 7명(이성윤 서울고검장·김관정 수원고검장·여환섭 대전고검장·권순범 대구고검장·조재연 부산고검장·조종태 광구고검장)이 대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총장은 지난달 17일에도 검수완박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문 대통령이 반려한 바 있다. 

검수완박 법안의 후폭풍은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태풍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검찰은 물론 검찰 견제를 위해 설립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그 후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을 위해 출범한 공수처가 또 다른 검찰개혁 법안에 영향을 받는 게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후폭풍은
어디까지?

검수완박 법안에 따라 검사의 수사권이 제한되면서 ‘공수완박(공수처 수사권 완전 박탈)’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법조계에서는 법률 간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졸속 입법의 폐해가 엉뚱하게 공수처에서 발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특별법인 공수처법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검수완박 법안으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공수처법 8조4항의 해석이다. 공수처법 8조(수사처 검사) 4항은 “수사처 검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검찰청법 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 및 군사법원법 제37조에 따른 군검사의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검찰청법 4조는 검수완박 법안의 핵심이다.

검찰청법 4조(검사의 직무)에 따르면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음 각 호의 직무와 권한이 있다”고 명시했다. 1항에는 “범죄 수사, 공소의 제기 및 그 유지에 필요한 사항. 다만,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다음 각 목과 같다”고 돼있다. 가목에 명시된 범죄의 범위가 현재 검찰이 갖고 있는 6대 범죄 수사권이다. 


민주당이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해 손보려 한 부분이 해당 조항이기 때문에 검사의 수사 범위가 줄어들면 공수처 검사 역시 그와 연동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 것.

공수처는 공수처법 3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와 독립성)에 의해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관한 수사’를 설립 목적으로 규정한 만큼 수사권은 보장될 것이라 보고 있다. 

또 23조(수사처 검사의 수사)도 “수사처 검사는 고위공직자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공수처는 3조와 23조가 개정되지만 않으면 수사하는 데 별다른 제약이 없다는 입장이다. 

출범부터
삐걱대더니…

오히려 문제는 공수처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영장 청구와 관련해서는 공수처도 형사소송법상 검사 규정을 따른다. 민주당의 개정안에는 사후 압수수색 영장 청구의 주체를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서 ‘사법경찰관’으로 바꾼다는 내용이 담겼다. 구속영장 청구권에 대해서도 같은 제한을 뒀다.

해당 부분은 헌법 12조3항인 ‘검사의 영장청구권’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 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대로면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법 21조(수사처 수사관의 직무)에 따라 공수처 수사관과 같은 지위가 된다.

공수처법 21조에 따르면 수사처 수사관은 고위공직자 범죄 등에 대한 수사에 관해 ‘형사소송법’ 196조 1항에 따른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영장 신청 시 수사를 하지 않는 공수처 내 공소부 검사나 검찰청 검사를 통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문정부 검찰개혁의 상징인 공수처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검수완박 법안으로 좌초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문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공수처 설립에 사활을 걸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등을 통해 문정부의 개혁 드라이브에 입법으로 발을 맞췄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있어 여야가 갈등을 빚자 민주당은 개정안을 발의, 국회 다수 의석을 앞세워 본회의 통과를 이끌어냈다.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공수처 차장을 필두로 한 공수처가 지난해 1월 출범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부터 진보 진영의 숙원이었던 공수처가 탄생한 순간이다.

영장청구권 해석 논란
공수처 검사는 예외?

공수처는 출범 전부터 수사 능력과 정치적 중립성에 있어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일단 김 처장과 여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으로 수사를 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인적 구성이 늦어지는 부분도 공수처의 발목을 잡았다. 여기에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공수처의 존재 의의에 타격을 입혔다. 

출범 3개월 만에 불거진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논란은 공수처 관련 논란 중에서도 매번 첫손에 꼽히고 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수사기관으로서의 독립성을 지키겠다던 김 처장의 선언이 황제 조사 건으로 빛이 바랬다.

공수처가 진행하는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 치중돼 ‘윤수처’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윤 당선인에 대한 집중적인 수사로 선거에 개입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또 ‘윤석열 검찰의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고발사주 의혹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의 관심도 남달랐던 사안이라 공수처의 부족한 수사 능력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 ‘존폐 논란’이 불거졌을 정도.

지난해 드러난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공수처에 치명타를 가했다. 고발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기자에 대한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공요청을 하면서 언론 사찰 논란까지 제기됐다. 공수처의 수사 능력, 경험 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정권교체
다음 타자?

현재 공수처는 검수완박 법안 논란에 가려 존재감이 희미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검수완박 법안 통과로 권한이 쪼그라든 검찰을 대신해 공수처가 비대화된 권력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년 만에 정권이 교체돼 여야의 공수가 바뀐 상황에서 공수처가 또 다시 정치권의 꽃놀이패가 될 가능성도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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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