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 권력’ 공수처 인력난, 왜?

슬슬 김빠지는 ‘무능처’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출범 2년차지만 실적은 고사하고 수사 인력 공백조차 메우기 힘겹다. 현직 검사와 검찰 출신 변호사 대부분이 공수처 지원을 꺼린다는 점이 이 같은 우려에 무게를 더한다.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공수처는 ‘맹탕 수사’ 오명까지 뒤집어썼다. 인력난과 부실 실적의 악순환에 빠진 공수처. 새 정권의 ‘칼질’을 가만히 기다려야 할 운명에 놓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14일, 검사 추가 공모에 나섰다. 부장검사 2명 이내와 평검사 1명 등 검사 3명을 모집한다. 인원이 보강되면 공수처는 출범 후 1년 5개월 만에 처음으로 검사 정원 25명을 모두 채울 수 있게 된다.

미미한 성과

공수처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인력난을 호소해왔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가 겪고 있는 인력난을 공개적으로 토로한 바 있다.

당시 김 처장은 “공수처는 사건의 접수와 처리는 물론이고 예산·회계, 국회·언론, 인사나 법제, 행정심판, 감찰 등 독립된 행정기관으로서의 모든 업무를 공수처법상 정원 제한 때문에 극히 적은 인원으로 처리하고 있다”며 “정원이 너무 적게 법에 명시된 관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얼마 전 수사3부 소속의 한 검사가 사의를 밝히면서 공수처 안팎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인원 보강이 절실한 이유다. 특히 그간 제기돼온 수사력 비판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수사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검사 인력 수혈은 필수다.


김 처장은 지난 14일 “공수처가 국민의 기대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의미 있는 역사를 써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 수사 역량을 갖춘 우수 인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우수한 지원자가 충분히 모일지는 확신할 수 없다. 이들에게 등용문을 활짝 열기에는 너무 많은 걸림돌이 산적해 있는 탓이다.

우선 출범 이후 꾸준히 지적됐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 공수처법상 공수처 검사의 임기는 3년으로 3회 연임이 가능하다. 최대 근무연수가 12년에 불과한 셈이다. 정년은 63세까지로 검사와 같다. 하지만 임기는 상대적으로 짧은 만큼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정원이 적어 격무에 시달리는 구성원이 많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공수처의 ‘영입 유인’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법조계의 냉정한 평가다. 공수처 역시 이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 임기와 정원을 늘리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관련 논의는 국회에서 본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수처는 현 시점에서 법조인들에게 그리 매력적인 자리가 아니다. 현 정부·여당과 각을 세우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인력난에 수사력 논란까지 ‘이중고’
악순환 반복되지만…해결책은 딱히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고위공직자 부패 수사에 대한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한 공수처법 24조를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해왔다.


공수처법 24조는 공수처 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을 가져올 수 있고, 타 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공수처에 즉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 범죄에 대해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보다 우선권을 준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 3월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해 선별 입건제도를 스스로 내려놨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공수처 설치 자체를 반대했다. 여권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흔들릴 때마다 꾸준히 ‘공수처 폐지론’이 흘러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문재인정권 때 검찰수사권 제한의 일환으로 무리하게 만든 기관인 공수처는 이제 폐지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무능한 공수처가 아직도 잔존하면서 국민 세금이나 축내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공수처장이나 근무 검사들은 이제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라며 “출범한지 꽤 됐는데 왜 검사와 수사관 충원이 안 되는지 생각이나 해봤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권력기관 견제를 외친 공수처의 성적표는 낙제에 가깝다. 지난달 고발 사주 의혹과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등 윤 대통령을 입건한 사건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하면서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김 처장은 지난달 16일 “공수처는 권력형 비리를 포함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공직사회의 부패 척결이라는 오래된 과제, 권력기관 견제라는 시대적 과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공수처의 명분을 재차 강조했다.

논란에 대한 사과도 있었다.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들 보여드린 점 먼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비록 공수처가 극심한 논란 끝에 탄생했고 국민의 기대에 맞지 않는 모습들도 보였지만, 고위공직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와 권력기관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의 대의명분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고발 사주 이어 제보 사주도 맹탕
‘손질’ 벼르는 정부…언제 칼 뽑나 

하지만 공수처의 수사력 논란은 잊을만하면 재점화되곤 했다. 공수처는 사과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비판을 자초했다.

이번에는 ‘제보 사주’다. 공수처는 지난 13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무혐의 처분했다. 박 전 원장과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제보 시기 등을 협의했다는 제보 사주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수처가 박 전 원장을 허위사실 유포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 요구하기는 했지만, 이는 모두 제보 사주 의혹과는 무관하다.


고발 사주에 이어 제보 사주 의혹까지 일단락됐지만, 공수처 수사력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두 ‘사주’ 의혹이 대선 정국에 미쳤던 여파가 상당했음에도, 아무런 수사 성과도 거두지 못한 것은 ‘맹탕’이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논란을 거듭하면서 공수처는 윤석열정부의 수술대에 오를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폐지되지는 않아도 수사 방향과 수사 가능한 인물 등에 대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성과를 내왔다면 폐지론에 반발할 수 있는 명분이나 힘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4월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윤정부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 따르면 공수처법은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 해당 문서는 총 1170페이지가량의 대외비 문서다. 이행계획서의 내용이 지난달 3일 발표된 110대 국정과제로 대부분 반영된 것을 보면, 일부 수정을 거쳐 최종 채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행계획서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언급했던 검찰·경찰·공수처 관련 발언과 공약들이 실천 과제와 함께 담겼다. 대표적 실천 과제로는 ‘공수처법의 독소조항을 폐지, 검찰과 경찰도 고위공직자 부패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됐다.

애매한 입지


이행계획서는 ‘공수처법 제24조 폐지 등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공수처가 함께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수사기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 공정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부패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검찰, 경찰, 공수처 3자 협의를 통해 수사중복 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수사 지연 등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jeongun15@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도살인’ 칼춤 추는 김문수 표적

‘차도살인’ 칼춤 추는 김문수 표적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겨냥해 3대 특검법을 가결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의사를 밝혔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정당 해산 가능성을 경고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 흐름을 타고 당 장악을 시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지난 5일 3대 특검법(내란·김건희 여사·채상병)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 법들은 윤석열정부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재명정부 출범 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이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를 국무회의서 의결했다. 하루 만에 일사천리 이 중 국민의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특검법은 내란 특검법과 김 여사 특검법이다. 특히 김 여사 특검법엔 명태균 게이트 수사 관련 내용도 포함돼있다. 특검법 3개 모두 “수사 과정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라는 조항이 포함돼있다. 따라서 윤정부와 국민의힘 인사 모두를 겨냥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반발하진 않았다. 하지만 국민의힘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민주당이 야당 시절 추진한 특검은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있었다”며 “지금은 여권이 검찰을 직접 지휘해서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일부 국민의힘 의원실이 휴대전화를 교체하고, 각종 문서를 파쇄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8일, 당 체질개선을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9월 초 안에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비상계엄 옹호 시 윤리위원회 징계 ▲대선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 진행 ▲내년 지방선거 100% 상향식 공천 실시 등 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이 방안들은 지난 9일, 5시간 동안 진행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논의됐다. 김 비대위원장은 “5대 개혁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들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해서만 찬성하고, 다른 안에 대해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을 만나 “거의 모든 의원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를 부적절하게 여겼다”며 “의원 한두 명만 찬성 의견을 냈다”고 말했다. 이날 의총에선 오는 30일 임기가 끝나는 김 비대위원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즉각 사퇴 ▲오는 16일 진행되는 원내대표 선거 이후 논의 등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김 비대위원장은 “본인의 거취 문제와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자”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대위원장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지명했다. 후보 교체 시도 피해자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이에 대한 감사를 시도한다면, 보복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지난달 10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단일화에 소극적이었던 김 전 장관을 밀어내고, 한 전 총리를 새 대선후보로 지명하려고 했다. 지도부는 이날 오전 1시 김 전 장관의 대선후보 자격을 취소했다. 3대 특검법 통과 이어 김 공세 장외에선 홍준표 해산 부채질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는 그날 오전 3시부터 1시간 동안 국회 본관 비대위원장실서 32종의 서류를 제출받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비상식적인 진행이었기 때문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분노한 국민의힘 당원들은 당원투표서 후보 교체 안건을 부결시켰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10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간담회서 “징계 목적으로 진행하는 게 아니다. 문제가 없다면 없는 대로, 고쳐야 할 부분이 있으면 명명백백히 시민과 당원에게 알리려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2일엔 자발적으로 당무감사위의 면담 조사에 응했다. 하지만 다수의 당원이 분노했던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가 밝혀지는 자체가 가담자들에겐 보복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정당서 이 같은 파행이 진행됐다는 자체가 정당 해산 근거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파행의 전모를 밝히고 교정하는 게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판단할 근거가 되지만, 이해당사자는 시야가 좁아진다. 당무감사 이후 따라올 순서는 국민의힘 내부 징계일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권 전 비대위원장 ▲권성동 전 원내대표 ▲성일종 의원 ▲박수영 의원 등을 ‘4적’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사무총장으로서 실무를 지휘했고,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서 당시 사태를 변명하려고 했던 이양수 의원도 책임으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 홍 시장은 지난 7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의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서 반민주 행위·정당 해산 사유가 될 수 있다”며 “자신들의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느냐”고 성토했다. 김 전 장관은 대선 낙선 직후인 지난 4일, 관악산에 올라가 턱걸이를 했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장관이 턱걸이를 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열혈 청년 김문수”라는 문구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장관의 당권 도전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시선이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서도 만 73세의 고령을 염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따라서 김 전 최고위원이 올린 영상에 대해선 “당권·차기 대권 도전에도 따라다닐 나이 문제를 불식시키려고 한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나왔다. 턱걸이하는 열혈 청년 김 전 장관이 당권 도전을 암시하는 상황서 그가 지명한 비대위원장이 자신이 큰 피해를 볼 뻔한 사건에 대한 당무감사를 진행한다면, 당의 재편성 시도로 해석될 가능성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 김 전 장관이 당권을 확보하려면 친윤(친 윤석열)을 친김(친 김문수)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은 지난 11일부터 당무감사를 시작했다. 따라서 자신을 따르지 않거나 지나치게 강경한 친윤 의원은 본보기로 삼을 필요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후보 교체 시도 가담자들이 김 전 장관이 주도하는 국민의힘 재편성 이후 입지를 확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또 향후 진행될 특검 수사에 무방비로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김 전 장관으로선 이들이 운 좋게 특검 수사망을 피했을 경우까지 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내란 특검과 김 여사 특검으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의 수사 범위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회의 실질적 권한 행사 능력을 마비시키려고 한 혐의”가 포함돼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엔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관련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의원들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소집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비상계엄령 해제를 위해 의원들을 국회의사당으로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의 지시를 따른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은 당사서 우왕좌왕하는 동안 국회에 모여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18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친한(친 한동훈) 성향 의원들이었다. 당시엔 국민의힘 소속이었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추 전 원내대표를 일컬어 “의원들이 국회로 못 가도록 계속 헷갈리게 다른 곳으로 가라고 문자메시지를 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작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물고 있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서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본회의 표결 30분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계엄군은 유리창을 부수고 국회 본청에 진입해 국회 직원 및 보좌진과 대치하고 있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일부러 엉뚱한 장소로 안내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따라다니고 있다. 당시 민주당은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 요구안을 가결했고, 추 전 원내대표를 용의자에 포함한 상설특검법을 가결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도 공모자로 적시됐다. 또 지난해 12월28일엔 경찰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기도 했다. 이후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지만, 정권이 교체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곡소리가… 줄초상 위험 아울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주도했던 공조수사본부가 지난 1월, 윤 전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을 당시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이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근처로 집결한 사건도 재조명될 수 있다. 내란 특검법 수사 범위엔 ‘사건 수사 중 인지된 관련 사건’이 포함된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의 당시 행위는 시도 자체만으로 특수공무집행방해 행위로 해석돼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개혁신당 천하람 대표 권한대행도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는 행위는 또 다른 내란”이라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선 추 전 원내대표만이 적극적 참여 가능성을 의심받는 것과 달리, 김 여사 특검법과 관련해선 ‘줄초상’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김 여사 특검법 수사 내용 중엔 명태균 게이트가 포함돼있다. 구체적으로는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인사개입 의혹 ▲선거 관련 불법·허위 여론조사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의혹 등이 거론된다. 명씨와 관련된 모든 사건도 김 여사 특검 수사 범위에 포함된다. 지금까지 가장 구체적으로 의혹이 거론됐던 국민의힘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현재는 탈당한 홍 전 시장이다. 오 시장에 대해선 “명씨가 13회의 비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했고,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가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김씨가 제보자 강혜경씨를 회유하려고 했단 의혹도 불거졌다.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명씨와 강씨를 고소했지만, 여전히 의혹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홍 전 시장에 대해선 “측근이 명씨 측에 여론조사 대가로 10회에 걸쳐 3700만원을 입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2021년 진행된 홍 전 시장의 국민의힘 복당과 관련해서도 “아들 친구가 관련 여론조사 비용을 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명씨 측은 “명씨가 홍 전 시장의 아들을 통해 홍 전 시장과 교류했고, 지난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에도 경선 여론조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패장 한동훈 재등판? 당 수습 후 지선 지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에 대해선 “2021년엔 무소속이었던 윤 의원을 명씨가 복당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명씨는 지인과 통화하면서 “내가 윤 의원을 국민의힘에 복당시켰다”고 주장했다. 이후엔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명씨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었다. 현재는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지만, 당시 당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연루 가능성을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당 대표 경선서 이 의원에게 패배했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당시 전당대회에 명씨가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당시 전당대회 여론조사엔 20대 남성 표본이 지나치게 많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강씨는 “명씨가 이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전·현직 국회의원 규모를 140명으로 보고 있다. 명씨의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 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명씨의 황금폰을 포렌식하니, 명씨의 휴대전화에 등록된 전·현직 국회의원 전화번호가 14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특검은 ▲특검 1명 ▲특검보 4명 ▲검사 40명 등을 포함해 최대 205명 인원으로 구성하고, 최장 170일 동안 수사할 수 있다. 이 정도 규모와 기간이라면, 국민의힘을 충분히 들쑤실 수 있다. 의혹이 수사와 재판을 거쳐 법률적 진실로 확정된다면,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맞느냐”는 의문과 연결돼 정당 해산의 근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홍 전 시장은 연일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고 있다. 홍 전 시장이 주장하는 정당 해산 근거는 앞서 언급한 후보 교체 시도만은 아니다. 그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특검 수사가 끝나면,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니 각자도생할 준비들이나 하라”고 일갈했다. 미국 하와이에 머물면서 국민의힘을 비난하는 홍 전 시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개혁신당 입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이 거론됐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홈페이지 ‘청년의 꿈’에서 “개혁신당 입당설은 낭설”이라면서도 “홍준표 중심 신당을 만들어달라”는 지지자의 요구에 “알겠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해산을 언급하면서 신당 창당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홍 전 시장에 대해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대비해 자신이 주도하는 ‘노아의 방주’를 만들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더 이상 윤 없다 이재명정부와 민주당이 준비하는 특검이 몰아치고 있는 중에 홍 전 시장이 그 이삭을 챙길 준비를 하고 있다. 안에선 김 전 장관이 외부 상황을 이용해 ‘차도살인’할 준비를 하고 있다. 또 친한은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추진하면서, 한 전 대표가 당을 수습한 후 지방선거를 지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친윤은 여전히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등 조치에도 반발하는 등 상황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안팎으로 썰리고 갈릴 가능성이 커진다. 거부권을 총 25회 행사하면서 자신과 계파의 생존을 추구했던 윤 전 대통령은 이제 없다. 친윤의 눈앞에 있는 사람은 김 전 장관이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