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리는 공수처 속사정

‘시끌벅적’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표류하고 있다. 내부의 불만, 외부의 불신이 겹치면서 구성원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주요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계륵,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초기와 비교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불안불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지난해 1월21일 출범했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출범까지 지독한 산통을 겪었다. 60년 넘게 유지된 검찰 권력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라 안팎으로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안 발의로 힘을 실었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 동안 이어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진 순간이다. 

공수처법 통과 직후 ‘강력한 검찰 견제기구’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범죄까지로 광범위해 그 규모가 7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검사와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부여받아 수사 개시와 종결, 기소에 있어 독점적 권력을 누렸던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갖게 됐다.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시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검찰에 이어 ‘무소불위’ 권력 기관이 등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설립 근거가 된 법안이 통과됐지만 출범까지는 첩첩산중이었다. 당장 공수처장을 뽑는 문제부터 난항에 빠졌다. 당초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산통 끝 출범했지만
1년8개월 성과 없어

이때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후보 추천을 두고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공수처장을 둘러싼 정쟁이 계속됐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은 수적 우세를 무기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에 이른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당초 ‘7명 가운데 6명 이상’에서 ‘3분의 2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출범도 전에 개정안까지 나오는 곡절을 겪은 끝에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된 후 공수처가 닻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김진욱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정치적 중립성을 비롯해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여운국)의 부족한 수사 경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그로부터 1년8개월. 공수처는 존폐 위기에 빠졌다. 일단 인력 구성에 있어 여전히 난항을 보이고 있는 점이 존폐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공수처 조직은 차관급인 공수처장과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칼 줬지만
무딘 칼날

문제는 공수처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 수사 1부 소속 이승규·김일로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6월에는 최석규 부장검사와 문형석·김승현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이 가운데 문 검사와 김 검사는 사직 처리됐다. 석달 간 5명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추가 이탈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공수처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상황이 출범 때부터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력 부족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높은 수사력을 요구하는데 수사 경험이 적은 공수처장과 차장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발휘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던 것.

게다가 인선 과정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적은 인력이 포진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를 밀고 나가는 동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공수처가 사활을 걸다시피 한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서 부족한 수사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한 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선 후보였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인물인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신병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체포‧구속영장이 무려 3번이나 기각당한 것. 손 검사는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의심받았다. 

특히 손 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될 당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를 ‘아마추어’라고 칭했다. 여 차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다. 10년 이상 특별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손 검사는 특수부 근무 경험이 적다.

사사건건
논란만

여 차장의 아마추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공수처 차장이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력 부족,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좌절하면서 ‘윗선’을 노리려던 공수처의 계획도 무너졌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 실패가 구성원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년8개월 동안 공수처의 수사 결과는 ‘스폰서 검사 사건’ ‘고발사주 의혹 사건’ 등 기소 2건이 전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정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잡고 수사를 시작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1호 사건인 조희연 교육감 의혹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사력 부족뿐만 아니라 정치적 독립성·사찰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신조회 논란은 이미 하락세를 탄 공수처 평가에 기름을 부었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사 기자와 가족, 심지어 공수처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을 두고 사찰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헌법재판소로까지 이어졌다. 헌재는 지난 7월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수사‧정보기관에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통신사업자가 반드시 사후 통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공수처는 헌재 결정에 대해 “무분별한 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통제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으로 자료 확보의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확보해나가겠다”며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적 독립성 논란은 아직도 떼어내지 못한 꼬리표다. 특히 지난해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와 비공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사찰 논란·정치적 독립성
검사 못 채워 인력난 계속

김 처장은 지난 5월 황제 조사 논란에 대해 “수사 보안 유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경솔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관장이 자기 차량을 보내는 것은 특혜로 보일 수 있어 지극히 조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처음 논란이 불거지고 1년여 뒤에 공수처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출범 이후 유독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발 사건만 수사에 나서 ‘윤수처’로 불렸던 과거도 아직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는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판사 문건 작성 의혹’ 등 윤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중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은 무혐의 처분했다. 한명숙 감찰·수사방해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한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막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판사 문건 작성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동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재판부의 성향을 수집해 정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에서 아직 수사 중이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을 입건한 사건 중 한 건도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수사력 부족, 통신자료 조회 논란, 정치적 독립성 문제, 인력난 등 안팎에서 불거진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공수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이 권한 찾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더 쪼그라드는 추세다.

캄캄한
앞날은?

실제 윤정부와 여당은 공수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문정부의 유산이면서 검찰 견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관심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를 ‘버린 카드’로 여긴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수처의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관련기사

2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단독] ‘현실판 차무식’ 사기극 전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 골프장 투자 사기에 연루된 정종수씨가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필리핀 법원은 정씨가 한국인 투자자들을 삭제하고 필리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제이비 크레스타(이하, JBC)의 일반정보보고서(GIS)를 무효로 판단했다. 정씨는 한화 약 150억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의 지분 탈취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한인 사업가 정씨를 둘러싼 필리핀 골프장 투자 분쟁이 현지 법원의 주주 지위 회복 판결로 전환점을 맞았다. 한국인 투자자 6명은 2019년 JBC 등에 총 104억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 63.98%를 확보했다. 투자자 측은 “계약에 따라 2024년 8월29일 지분을 배정받고 투자금을 입금해 JBC의 법적·실질적 최대주주가 됐다”고 설명했다. 필리핀 카르텔 JBC는 필리핀 클락에 위치한 스카이블루 골프 앤 리조트(이하, 스카이블루)를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현지인과 친인척 관계를 맺으며 필리핀에서 장기간 활동한 정씨는 ‘현지 국회의원 등 4명을 스카이블루 이사로 등재해 골프장 매각을 성사시키겠다’는 조건으로 JBC와 자회사인 스카이블루의 경영권을 요구했다. 투자자들은 정씨가 현지 인맥을 활용해 골프장 사업을 정상화하고 매각까지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러자 2024년 11월20일 정씨는 JBC의 주주와 이사진을 대거 교체하고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주명부에서 삭제했다. 투자자 측은 이 과정에서 적법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절차 없이 문서가 위조되고 경영권과 지분이 넘어갔다며 정씨 측의 행위를 사기·배임·문서위조 등으로 문제 삼고 있다. 이번 판결은 정씨의 사기나 문서위조 등 형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JBC의 주주 및 이사·임원 지위와 2024년 8월29일 이후 이뤄진 지배구조 변경의 적법성이 쟁점이다. 필리핀 앙헬레스시 지방법원 제60지원은 지난달 28일 함모씨 등 6명의 주주들을 대표하는 안창현씨와 부민호씨가 정씨와 현지인 등을 상대로 제기한 회사 임원 권원 및 회사 행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JBC의 적법한 주주라고 선언했다. 함씨를 비롯해 2024년 8월29일 자 GIS에 기재된 이사·임원들을 새로운 경영진이 적법하게 선출될 때까지 원상 복구하고, 당시 GIS에 기재된 주주들의 지위도 함께 회복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법원은 정씨가 제출한 JBC의 GIS를 모두 무효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정씨의 측근 크리스티나 송미 리, 줄리 앤 벨트란, 세스난다 빌라파냐,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 리코 안젤로 정, 디오네 오호일란 안토니야 등 6명은 JBC의 적법한 주주 및 이사·임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세스난다 빌라파냐는 정씨의 아내,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며느리, 리코 안젤로 정은 손자로 알려졌다. 2024년 8월29일 후 JBC 일반정보보고서 모두 무효 자기주식 75% 흡수한 정종수 라인⋯통지도 안 했다 정씨는 이번 소송의 피고지만 판결 주문에서 적법하지 않은 주주·이사·임원으로 특정된 6명의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정씨가 불법 주주나 임원으로 판결받은 것은 아니다. 앞서 <일요시사>는 지난 1월 ‘카지노 차무식 현실판 사기극(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4030)’ 기사를 통해 한국인 투자자들의 JBC 지분과 자회사 스카이블루의 경영권 및 핵심 자산이 정씨 측에 넘어갔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한국인 투자자들은 2019년 JBC 등에 1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이어 스카이블루 증자 등을 명목으로 송금한 약 47억원까지 합하면 피해를 호소하는 투자금은 150억원대에 이른다. 투자자들은 JBC 지분 63.98%를 보유한 최대주주였지만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서 자신들의 이름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들은 2024년 8월29일부터 11월14일까지 GIS에 ‘JBC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여기에 함씨는 1500주, 백씨와 김씨는 각각 500주, 한강라이프는 499주, 유씨는 100주를 보유한 것으로 신고됐다. 원고 측 대표자 부민호씨도 최종적으로 100주를 보유한 주주로 기재돼있었다. 그러나 불과 엿새 뒤인 11월20일 제출된 GIS에서 이들의 이름은 정씨에 의해 모두 사라졌다. 원고들은 자신들이 주주 및 임원 지위에서 배제되는 과정과 관련된 회의에 관해 아무런 통지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 역시 피고 측이 기존 주주들에게 회의 개최 사실을 적법하게 통지했다는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새 경영진의 선출 시점을 둘러싼 모순도 확인됐다. 정씨 측은 2024년 12월2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새 이사와 임원들이 적법하게 선출됐다고 주장했으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인 그해 11월20일 자 GIS에 이미 회사 임원으로 기재돼있었다. 고지도 절차도 스테파니 러브 타데오는 12월2일 재무 담당 임원으로 선출됐다고 주장했지만 그보다 앞서 기존 주주들의 지분과 회사 장부를 조사하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타데오는 11월12일 카르멜로 라사틴 주니어로부터 주식 1주를 매입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한국인 주주들을 배제하기 위한 실사가 이뤄지기도 전이었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직접 확인한 핵심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적법한 주주였으며, 이들의 지분을 연체 주식으로 처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넘겼다는 피고 측 주장을 뒷받침할 적법한 절차와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2024년 11월20일 자 GIS에는 JBC가 자기 회사의 보통주 3751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전체 발행주식의 약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면 법이 정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해당 GIS에는 이 주식이 어떤 경위로 회사 명의가 됐는지 나타나지 않는다. 주식의 성격도 자기주식이 아닌 일반 보통주로 표시됐다. 이후 회사 측 설명은 달라졌다. 2024년 12월2일 회의록에는 당초 자기주식으로 분류됐던 3752주를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연체 주식으로 정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피고 측은 기존 주주들이 청약대금을 완납하지 않아 해당 주식이 연체 상태가 됐고 이후 신규 주주들에게 적법하게 매각됐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필리핀 개정회사법에 따라 연체 주식을 처분하려면 해당 주주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고 일반 유통 신문에 2주 연속 매각 사실을 공고한 뒤 공개경매 절차도 거쳐야 한다. 연체 주식 지정을 위한 이사회 결의뿐 아니라 기존 주주에 대한 통지, 매각 공고와 신문 게재, 공개경매, 실제 매각을 입증할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회사 장부 제출 신규 주주들이 주식 대금을 실제 지급했다는 계약서와 영수증, 세금 납부 자료 역시 제출되지 않았다. 주식은 정씨 측근들에게 분산됐다. 2024년 12월21일 자 GIS에는 타데오가 1378주를 보유한 대주주로 등장했다. 카트리나 블랑카 데 레온과 아이리시 칼라구아스는 각각 550주, 이경희와 박재관은 각각 375주, 최민승은 375주를 보유한 것으로 기재됐다. 이성진과 손봉준에게도 각각 75주가 배정됐다. 재판부는 이들이 취득했다는 주식의 성격과 실제 취득 경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선 피고 측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주주·주식양도 대장의 진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피고 측은 기존 한국인 투자자들이 JBC의 주주가 아니라는 근거로 주주·주식양도 대장 일부를 제출했다. 해당 장부에 원고들의 이름이 없기 때문에 이들을 JBC 주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법원이 문서를 확인한 결과 증거로 제출한 자료는 JBC의 장부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회사명이 기재돼있었고 원본대조필 표시 역시 모회사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 명의로 돼있었다. 타데오도 반대신문 과정에서 해당 문서가 JBC가 아닌 스카이블루의 주주명부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투자자 함씨와 김씨는 2022년 정씨와 체결한 양해각서에 따라 스카이블루의 증자에 참여하기로 하고 약 47억원을 송금했다고 주장한다. 투자금 일부는 스카이블루 법인 계좌로 송금됐고 일부는 골프장 카트 구매비 명목으로 정씨가 지정한 한국 계좌에 입금됐다는 게 투자자 측 설명이다. 장부라며 낸 증거, 알고 보니 스카이블루 주주명부 코레이트자산운용 별도 재판⋯뒤집힌 지배구조 쟁점 함씨와 김씨는 2년이 넘도록 증자 절차가 등록되지 않았고 자신들의 지분도 필리핀 SEC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작성된 주주명부에도 함씨와 김씨의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 측은 투자금을 받고도 약속한 지분을 발행하지 않은 행위가 사기와 배임 등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사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허위 내용이 포함된 GIS를 고의로 인증하거나 제출한 사실이 입증될 경우 필리핀 개정회사법 제162조의 허위·부정확 보고서 인증 규정이 문제될 수 있다. 지분을 탈취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씨는 스카이블루 매각을 최대주주 동의 없이 진행하기도 했다. 투자자 측은 스카이블루 주요 자산을 처분하려면 회사 주주 3분의 2 이상의 특별결의와 스카이블루 지분 99.9%를 보유한 모회사 JBC의 적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매각 상대방으로는 한국토지신탁 자회사인 코레이트자산운용 측이 거론됐다. 골프장 관련 공사에는 포스코더샵 아파트 건설에도 참여한 다원이 시공사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판결이 스카이블루의 자산매각 자체를 무효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해당 매각의 적법성은 별도로 제기된 탈락(Tarlac) 특별상업재판소 사건에서 심리되고 있다. 다만 이번 판결로 2024년 8월29일 이후 JBC의 GIS와 지배구조 변경이 무효로 판단된 만큼, 적법하지 않은 JBC 지배구조를 토대로 스카이블루의 매각 승인권이 행사됐는지가 별도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특히, 스카이블루 골프장 부지는 필리핀 국유지와 관련돼있어 기지전환개발청(BCDA)의 승인이나 동의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도 별도 사건에서 다뤄질 쟁점이다. 2025년 10월 매각 절차가 BCDA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승인 절차의 미비만으로 거래가 당연히 무효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별도 가처분 사건에는 BCDA도 피고로 포함돼있다. 골프장 매각 따로 재판 이번 판결이 정씨에 대한 형사 유죄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법원이 한국인 투자자들을 JBC의 적법한 주주로 인정하고 2024년 8월29일 이후 제출된 GIS를 모두 무효화하면서, 기존 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 없이 회사 지배구조에서 배제됐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힘을 얻게 됐다. 150억원대 투자금과 골프장 자산을 둘러싸고 시작된 이른바 ‘현실판 카지노 차무식’ 사건은 이제 JBC 지배구조 복원과 스카이블루 자산매각의 적법성, 관련자들의 형사책임을 가리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