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몰리는 공수처 속사정

‘시끌벅적’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표류하고 있다. 내부의 불만, 외부의 불신이 겹치면서 구성원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모양새다. 전열을 가다듬은 검찰이 주요 인사를 겨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조된다는 분석이다. 

계륵,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까운 것.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계륵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야심차게 시작한 초기와 비교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서 갈수록 존재감이 옅어지는 상황이다. 

처음부터
불안불안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지난해 1월21일 출범했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공수처는 출범까지 지독한 산통을 겪었다. 60년 넘게 유지된 검찰 권력에 균열을 내는 작업이라 안팎으로 장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수처 출범을 1호 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법안 발의로 힘을 실었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에 오른 지 8개월여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5년 동안 이어진 검찰의 기소독점주의가 깨진 순간이다. 


공수처법 통과 직후 ‘강력한 검찰 견제기구’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고위공직자뿐만 아니라 그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범죄까지로 광범위해 그 규모가 7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검사와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까지 부여받아 수사 개시와 종결, 기소에 있어 독점적 권력을 누렸던 검찰의 권한을 나눠 갖게 됐다. 다른 수사기관에서 같은 사건에 대한 중복 수사가 발생했을 경우 필요시 해당 기관에 요청해 사건을 이첩받을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검찰에 이어 ‘무소불위’ 권력 기관이 등장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설립 근거가 된 법안이 통과됐지만 출범까지는 첩첩산중이었다. 당장 공수처장을 뽑는 문제부터 난항에 빠졌다. 당초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15년 이상 법조 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산통 끝 출범했지만
1년8개월 성과 없어

이때 공수처장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해준 것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국민의힘에서 후보 추천을 두고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공수처장을 둘러싼 정쟁이 계속됐다.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던 민주당은 수적 우세를 무기로 공수처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기에 이른다. 공수처법 개정안은 야당의 비토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당초 ‘7명 가운데 6명 이상’에서 ‘3분의 2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출범도 전에 개정안까지 나오는 곡절을 겪은 끝에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된 후 공수처가 닻을 올렸다. 정치권에서는 ‘김진욱호’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정치적 중립성을 비롯해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여운국)의 부족한 수사 경험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그로부터 1년8개월. 공수처는 존폐 위기에 빠졌다. 일단 인력 구성에 있어 여전히 난항을 보이고 있는 점이 존폐 논란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공수처 조직은 차관급인 공수처장과 차장 각 1명을 포함해 검사 25명, 수사관 40명, 행정직원 20명으로 구성된다.

칼 줬지만
무딘 칼날

문제는 공수처 출범 이후 현재까지 정원을 채워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공수처 수사 1부 소속 이승규·김일로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6월에는 최석규 부장검사와 문형석·김승현 검사가 사의를 표명했고 이 가운데 문 검사와 김 검사는 사직 처리됐다. 석달 간 5명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에서 추가 이탈 가능성도 나오고 있어 공수처 인력난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공수처 상황이 출범 때부터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력 부족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은 높은 수사력을 요구하는데 수사 경험이 적은 공수처장과 차장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발휘할지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던 것.

게다가 인선 과정에서 특수수사 경험이 적은 인력이 포진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를 밀고 나가는 동력이 떨어진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 공수처가 사활을 걸다시피 한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서 부족한 수사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면서 망신살이 뻗쳤다.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범여권 인사 등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한 뒤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총선 후보였던 국민의힘 김웅 의원에게 전달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인물인 손준성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신병 확보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모조리 실패했다. 체포‧구속영장이 무려 3번이나 기각당한 것. 손 검사는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의심받았다. 

특히 손 검사에 대한 두 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될 당시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공수처를 ‘아마추어’라고 칭했다. 여 차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다. 10년 이상 특별수사를 한 손 검사와 변호인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면서 구속 필요성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실제 손 검사는 특수부 근무 경험이 적다.

사사건건
논란만


여 차장의 아마추어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공수처 차장이 하기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는 지적과 함께 수사력 부족,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좌절하면서 ‘윗선’을 노리려던 공수처의 계획도 무너졌다. 공수처 내부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사건 수사 실패가 구성원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1년8개월 동안 공수처의 수사 결과는 ‘스폰서 검사 사건’ ‘고발사주 의혹 사건’ 등 기소 2건이 전부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정 채용 의혹’을 1호 사건으로 잡고 수사를 시작한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한 셈이다. 특히 1호 사건인 조희연 교육감 의혹은 공수처에 기소권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사력 부족뿐만 아니라 정치적 독립성·사찰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통신조회 논란은 이미 하락세를 탄 공수처 평가에 기름을 부었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이 아닌 언론사 기자와 가족, 심지어 공수처와 관련이 없는 민간인까지 통신자료 조회를 한 것을 두고 사찰 의혹으로까지 확대됐다. 

공수처의 무더기 통신자료 조회 논란은 헌법재판소로까지 이어졌다. 헌재는 지난 7월 전기통신사업법 83조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수사‧정보기관에 가입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면 통신사업자가 반드시 사후 통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당시 공수처는 헌재 결정에 대해 “무분별한 조회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통제 방안을 마련해 시행 중으로 자료 확보의 적법성을 넘어 적정성까지도 확보해나가겠다”며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할 경우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수사상 목적도 달성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치적 독립성 논란은 아직도 떼어내지 못한 꼬리표다. 특히 지난해 3월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김학의 불법 출금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김진욱 공수처장의 제네시스 관용차를 타고 청사로 들어와 비공개 조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사찰 논란·정치적 독립성
검사 못 채워 인력난 계속

김 처장은 지난 5월 황제 조사 논란에 대해 “수사 보안 유지를 위한 조치였지만 경솔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는 “기관장이 자기 차량을 보내는 것은 특혜로 보일 수 있어 지극히 조심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처음 논란이 불거지고 1년여 뒤에 공수처장이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을 인정한 것이다.

출범 이후 유독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발 사건만 수사에 나서 ‘윤수처’로 불렸던 과거도 아직 회자되고 있다. 공수처는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판사 문건 작성 의혹’ 등 윤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이중 옵티머스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사건 감찰·수사 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등은 무혐의 처분했다. 한명숙 감찰·수사방해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한 전 국무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감찰과 수사를 막았다는 내용이다. 지난 2월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판사 문건 작성 의혹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을 동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재판부의 성향을 수집해 정리하도록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공수처에서 아직 수사 중이지만 무혐의 처분으로 종결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을 입건한 사건 중 한 건도 기소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수사력 부족, 통신자료 조회 논란, 정치적 독립성 문제, 인력난 등 안팎에서 불거진 문제로 몸살을 앓으면서 존폐 기로에 섰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면서 공수처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이 권한 찾기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더 쪼그라드는 추세다.

캄캄한
앞날은?

실제 윤정부와 여당은 공수처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문정부의 유산이면서 검찰 견제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관을 굳이 안고 갈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의 관심도 줄어드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공수처를 ‘버린 카드’로 여긴다는 말까지 나온다. 공수처의 내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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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