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장 후보자 오동운

누가 와도 동네북 ‘북채 드나’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지난달 26일, 3개월간 공석이었던 공수처장에 오동운 변호사가 최종 후보자로 지명됐다. 오 변호사 지명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에서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과거 재판 전력과 자녀 부동산 매입 ‘세테크’ 의혹으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지휘부로 오동운 변호사가 취임하면 채 상병 사건과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수처가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로 각종 외풍에 시달린 가운데 취임 이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수사 역량 제고 및 기강 확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풀어야 할
과제들은?

김진욱 전 공수처장 임기가 끝난 이후 3개월간 윤석열 대통령은 차기 공수처장 최종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차기 공수처장 후보로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후보추천위)가 지난 2월29일, 오동운·이명순 변호사를 추천했지만 윤 대통령의 선택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26일,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후보추천위가 추천한 2명 가운데 오동운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지목했다”며 “신속히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 위원 6명 이상 찬성한 최종 후보군 2명을 대통령에게 서면으로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1명을 지명한 뒤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이번 지명은 김 전 공수처장이 퇴임한 지 97일 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공수처장 후보자 지명까지 3개월이란 시간이 걸린 데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지위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했다”며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일정을 감안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 후보자를 지명한 배경에 대해서는 “법원 등 20년간 다양한 분야서 재판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왔다”며 “복수 후보에 대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공정성과 신뢰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오 후보자를 지명함에 따라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 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관련 법에 따라 접수 20일 내 인사청문회 절차를 마쳐야 한다.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여야 합의로 오는 17일 개최하기로 했다. 지난 1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과 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오 후보자 인사청문회 관련 의사일정에 합의했다.

오 후보자는 경남 산청 출신으로 부산 낙동고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1998년 부산지법서 예비판사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서울고법 판사, 울산지법 부장판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등을 역임하며 2017년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를 끝으로 법복을 벗은 뒤 법무법인 금성의 변호사로 일해왔다.

20년간 다양한 분야 재판 경험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 없어

법조인 활동을 하면서도 윤 대통령과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후보자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이명순 변호사는 윤 대통령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서 근무한 경력이 있고, 윤 대통령과 함께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라는 친목회서 활동한 경력이 감안돼 낙마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오 후보자 지목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추진하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장 공석으로 중단된 채 상병 사건 수사를 재개시켜 특검법 반대 논거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사건에 공수처 고발은 전임 공수처장 재직 시인 지난해 9월 이뤄져서 수사가 진행돼오고 있었고 특검법도 공수처 수사와 무관하게 작년 9월에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그러므로 공수처장 지명과 특검법을 연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공수처장 지명이 너무 늦어지는 게 수사를 무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며 “막상 공수처장을 지명하자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다면 이는 온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등 야당에선 이번 오 후보자 인선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야당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여권이 추천한 후보군 중 지명자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또 박근혜정부 시절에 정보경찰 선거개입 의혹 사건 재판 변호를 맡은 점을 들며 “공수처를 외풍으로부터 지키며 공정한 수사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의문스럽다”고 밝혔다.

임 원내대변인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과 이정섭 대전고검 검사의 비위 의혹 사건 등 권력을 향한 수사를 펼치고 있어 외압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며 “오 후보자가 대통령실의 설명대로 공수처장으로서의 자격에 의문이 없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외에도 오 후보자의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전력이 국회 인사청문회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는 2018년 4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남성을 변호했던 바 있다. 당시 “동의하에 피해자의 속옷 밖에서 성기를 문지른 것”이라고 변호했으나 대법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해당 남성은 2017~2018년 12세, 10세 소녀를 각각 숙박업소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으며 10세 소녀를 유인해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 9세 소녀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혐의도 받았다.

청문회
쟁점은?

공수처장 후보 지명 이후 변호 이력이 논란이 되자 오 후보자는 “절차적·법리적 문제에 더 집중해 변론한 사건”이라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의 딸이 20세였던 2020년 8월, 재개발을 앞둔 성남시의 땅과 건물을 모친 김모씨로부터 4억2000만원에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재개발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전,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해 세금을 줄이려는 이른바 세테크를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다.

지난 1일 국회에 제출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오씨는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산성동 땅 60.5㎡(4억2000만원),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건물 13㎡ 전세권(3000만원), 예금 2628만원, 증권 210만원, 은행 채무 1억1800만원, 사인 간 채무 3000만원 등 약 3억3000만원의 재산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오씨는 “오 후보자로부터 3억5000만원을 증여받아 4850만원의 증여세를 내고 나머지 금액으로 주택과 토지를 매매했다”고 밝혔다. 증여받은 돈 약 3억원 외 1억2000만원은 주택도시공사 대출을 받아 충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오씨가 소유한 토지에는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 정비사업’에 따라 3000여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19년 재개발 시행 인가가 났고 철거를 거쳐 지난달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특히 이 지역은 서울과 인접해 성남 내에서도 재개발 관심이 뜨거운 곳으로 알려졌다.

오 후보자가 딸에게 준 3000만원에 대한 차용증을 후보자 지명 이후 뒤늦게 작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용증 작성 날짜는 지난달 28일로,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한 지 불과 이틀 뒤였다. 오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경기 과천시 사무실에 처음 출근한 날이기도 했다.

차용증에는 오 후보자가 딸에게 언제 돈을 빌려줬는지, 이자가 얼마인지, 언제까지 빌려주는 것인지 등이 기재돼있지 않다. 오 후보자는 같은 날, 친척 오모씨와도 8800만원을 빌려준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다. 이 차용증에는 이자와 변제기일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딸과 썼던 차용증과는 다르다.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변호

인사청문회 과정서 딸에게 준 돈을 둘러싸고 증여세 납부 등이 논란될 것을 우려해 뒤늦게 차용증을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오 후보자가 2021년 7월, 딸의 원룸 전세 계약 당시 전세보증금 3000만원을 지원해 줬다”며 “당시 전세보증금 보호를 위해 계약은 거주자인 딸 명의로 했으나 이후 계약해지 시 오 후보자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돌려받는 것으로 인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를 위해 재산 내역을 확인하는 과정서 4월28일을 기준으로 딸과 차용 확인증을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친척 오모씨에게 돈을 빌려준 사유에 대해선 “사적인 문제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차용증을 왜 뒤늦게 썼는지에 대해 “변제 등으로 액수가 계속 변동돼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서 최종 액수를 확인한 뒤 지난달 28일자로 차용확인서를 재작성했다”고 설명했다. 오 후보자는 이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청문회를 통해 설명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경기 과천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했던 오 후보자는 공수처가 수사 중인 해병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에 대해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채 상병 사건에 대통령실 개입 정황도 나왔는데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냐는 질문에도 “아직 보고받지 못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히 수사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지휘부 공백 사태 장기화
민감한 여러 사건 속도?

오 후보자는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에 ‘채 상병 특검법’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며 “저는 공수처장 임명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고, 정치권서 하는 일에 대해선 그 배경이나 어떻게 될지에 깊이 생각해보진 못했다”고 언급했다.

한편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고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핵심 피의자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유 관리관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전화를 걸어 채 상병 사망 관련 수사 내용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관리관이 경북경찰청에 수사 기록 회수 요청 전화를 건 날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했다는 의혹도 최근 제기된 상태다. 유 관리관에 대한 조사를 마친 공수처는 지난 2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소환조사했다. 이후 조만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오 후보자가 취임 후 풀어야 할 최대 과제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 제고와 기강 확립이다. 2021년 출범 이후 공수처는 다섯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단 한번도 법원의 문턱을 넘은 적이 없다. 직접 기소한 사건 가운데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고발사주 의혹 한 건에 불과하다.

공수처 출범 당시 합류한 ‘1기 검사’ 13명 중 11명이 떠났을 만큼 조직 기강이 크게 흔들리는 상황이다.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끊이지 않았던 수사 편향성 논란도 털어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공수처는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수사외압 의혹, 윤석열정부 감사원의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 감사 의혹 등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다수 진행 중이다.

공정성을 잃지 않고 문제없이 일을 처리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수처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각종 외풍에 시달려왔다. 주요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책임질 지휘부의 부재로 수사는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새 지휘부가 취임할 경우, 정치적으로 민감한 여러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테크
부모찬스

오 후보자는 ‘판사 출신이라 수사 경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판사 출신인 것은 맞다”면서도 “유능한 수사 능력을 갖춘 차장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어려운 시기에 후보자로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을 위해 설립된 공수처가 지난 3년간 국민적 기대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했다는 점을 잘 알고,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깊이 고민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yuncastl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오동운 딸, 수상한 로펌 근무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의 딸 오모씨는 대학생이던 20~23세에 오 후보자 소개로 3곳의 로펌에서 근무하며 총 3700여만원의 급여소득을 올렸다.

스무 살이던 2020년 8월 A 법무법인에 들어가 2주가량 일한 뒤 100만원을 받았고 퇴직 다음 날 B 법무법인에 입사해 2022년 7월까지 근무하며 2300만원을 받았다.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는 C 법무법인서 1348만원을 벌었다. 

대학생 신분으로 학기 중 로펌서 근무하며 상당한 소득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에 대해 오 후보자는 “자녀가 대학생이 된 이후 미리 사회경험을 쌓고 생활력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해 학업 및 생활에 필요한 부수입 등을 올리고자 후보자 소개로 몇몇 법무법인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밝혔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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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단독] ‘떼거리 가등기’ 노량진 지주택 유령 조합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수백억원대 조합비를 횡령한 조합장이 구속되는 등 ‘지역주택조합’(이하 지주택)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 노량진 본동 일대가 60여명이 넘는 ‘떼거리 가등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업 구역 내 건물에 수십명의 가등기를 설정한 이들은 “지주택 조합원으로 전 재산을 쏟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가등기권자는 지주택 분담금을 입금한 흔적조차 없었다. 지난달 초 주식회사 로쿠스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 본동 일대에 주택건설사업을 추진하는 회사 자격으로 노량진 본동 지역주택조합원 재산보호연대(이하 재보연) 일부를 고소했다. 고소 취지는 ‘재보연이 허위가등기를 이용한 위계를 행사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고소인의 사업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협상력 높이려 현실판 알박기 현재 재보연은 법적 토지 소유권을 놓고 반발하면서 로쿠스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재보연 관계자들은 2013년 7월부터 사업구역 내에 위치한 A, B, C 부동산에 가등기 및 공유지분 관계를 설정해 로쿠스의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가등기 말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철거조차 할 수 없어 노량진 본동 현장은 10년 넘게 슬럼화가 진행 중이다. 현재 로쿠스 측이 확보한 주택건설 대지면적은 95% 이상이다. 이 중 A, B, C 등은 1% 미만에 해당한다. 현재 A 빌라 502호는 기존 41명, 신규 12명 도합 53명, B 빌라 202호는 11명의 ‘떼거리 가등기’가 설정돼있다. C 건물의 경우 1명의 가등기권자가 설정된 상태다. 가등기란 본등기할 법적인 요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못했을 때, 임시로 등기부에 올려 두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매매 예약, 대물변제에 따른 취득 등으로 매입할 것을 약속했을 때 아직 소유권을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미래에 그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이용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가등기권자 중 일부는 재보연 소속으로 과거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이었다. 많게는 2~3억원씩 조합원 분담금을 납부한 투자자다. 그러나 일부는 조합계좌 또는 대우건설 계좌로 분담금 입금 내역조차 확인되지 않은 ‘허위 조합원’ 자격을 주장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 빌라 등기부상 가등기권자인 강모씨는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왜 이런 걸 취재하나?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전 재산을 투입했지만 대우건설이 뺏어가면서 피해를 입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노량진 본동 지주택 조합원 분담금 입금 내역 자료에는 강씨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강씨 외에 분담금 입금이 확인되지 않아 지주택 조합원이라고 볼 수 없는 가등기권자도 10여명 이상으로 드러났다. 재보연은 현재 주택개발 사업권자인 로쿠스 측에게 가등기말소를 원하면 1000억원 이상의 합의금을 내라는 입장이다. 전 재산 쏟았다더니··· ‘조합원리스트’에 없어 재보연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부동산 시세에 따라 가등기권자 1인당 기준 최소 9억원은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로쿠스 측은 “조합원 자격도 없는 가등기권자에게 보상할 의무는 없지 않겠나”라며 “엄연히 사업을 방해하는 행위로 가등기말소 소송 중”이라고 답했다. 재보연이 사업 구역 내에 가등기를 설정한 취지가 불순하다는 의혹도 있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재보연 관계자는 C 건물 가등기권자 김모씨에게 “소유권은 매도청구 대상이 되나, 가등기는 매도 청구 대상이 되지 않는다. 로쿠스가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가등기를 말소해야만 하기 때문에 로쿠스가 협상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로쿠스도 대출을 받아서 토지와 사업권을 매수했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이자가 불어나기 때문에 그때 가서 시가보다 높은 금액을 불러서 협상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송이 아닌 협상으로 끝내야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등기설정이 필요하다”며 “협상이 끝나면 가등기를 말소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재보연 측은 허위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고, 매매예약 체결을 조작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실제로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재보연 관계자를 만났으나, C 건물의 매매예약서상에는 2018년 3월28일로 소급해서 작성했다. 매매예약 날짜를 변경한 이유에 대해 김씨는 “하나자산신탁 소장을 접수한 2018년 3월30일 이전으로 매매예약을 정해야 의심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나자산신탁은 2016년 11월22일 관할관청인 동작구청장에게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신청했고, 동작구청장은 2017년 4월10일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했다. 하나자산신탁은 2018년 3월경 사업 지역 내에 97.81%에 해당하는 토지에 대한 사용권원을 확보했고,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에 대해서 매도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허위 조합원 “왜 취재하냐” 하나자산신탁은 주택법에 따라 2018년 3월30일 C 건물 가등기권자인 김씨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했으며, 김씨가 소송장을 받은 것은 그해 4월9일이다. 재보연 측과 김씨는 2018년 4월26일에 만나 C 건물 1평에 대한 가등기를 설정했지만, 하나자산신탁이 소송한 3월30일보다 매매예약서를 일찍 체결한 것처럼 속인 것이다. 또 재보연 측은 김씨와 매매예약서상에 “본 예약의 증거금으로 3000만원을 입금한다”고 적었다. 이는 로쿠스와 협상용으로 매매예약서를 작성하는 것이었기에 돈을 주고받은 흔적이 필요했을 뿐이다. 실제로 2018년 4월26일 재보연은 매매예약서를 작성한 직후 김씨에게 2000만원을 송금했고, 김씨는 재보연 측의 지시에 따라 2000만원을 다시 돌려줬다. 김씨는 C 건물의 1평에 대해서만 가등기를 설정한 이유에 대해 “재보연이 내 명의로 가등기를 설정하도록 한 이유는 로쿠스의 사업을 방해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재보연 측은 김씨와 작성한 매매예약서 제1조에 ‘1평의 매매대금을 1억원’으로 허위 기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C건물 1평의 매매대금 1억원으로 기재한 이유는 재보연 측이 ‘이렇게 기재하면 로쿠스로부터 평당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자산신탁과의 매도청구 소송서 감정평가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고 재보연이 말했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김씨는 C 건물의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10원 한 장도 투입하지 않았지만, 서류상 1평당 1억원의 부동산을 소유한 셈이다. 이는 엄연히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가등기권자들이 사업 주체로부터 받은 보상금만큼 분양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매매예약 가등기 방식의 소유권 획득’은 불법 부동산투기 방식으로 자주 쓰이는 수법이다. 한 예로 2013년 이성한 경찰청장은 후보자 시절 전매가 금지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 시영아파트를 가등기 형태로 매입한 뒤 1년 만에 되판 것으로 드러나 불법 부동산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그해 3월26일 백재현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이 청장의 인사청문 자료를 보면, 이 후보자는 1987년 7월2일 권모씨로부터 시영아파트 한 채의 소유권을 ‘매매예약 가등기 형태’로 획득했다. 무주택자를 위해 분양한 시영아파트는, 주택건설촉진법 등에 따라 최초 공급일인 1986년 5월부터 2년간 전매가 금지돼있었다. 이 청장은 이 아파트를 전매 금지가 풀린 지 3개월여 만인 1988년 9월 안모씨에게 팔아넘겼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는 “이 청장이 실제로 얼마나 시세차익을 거뒀는지는 모르겠지만 전매금지된 아파트를 사들인 뒤 1년 만에 팔아넘긴 것만으로도 부동산투기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 청장 측은 “신혼 때 부동산 안내에 따라 (가등기로)구입했고 살아보니 주거환경이 좋지 않아 되팔았다”고 해명했다. 넣다 뺐다 조작 달인 현재 로쿠스 측은 재보연과 가등기권자를 상대로 가등기말소 소송을 걸었다. 로쿠스 측은 지난달 “수십명에게 각각 가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 경우 소장 송달부터 1심판결까지 가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과도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고 가등기권자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현재 주택법 제22조에 따라 주택건설 대지면적의 95% 이상의 사용권원을 확보한 경우, 사용권원을 확보하지 못한 대지의 모든 소유자에게 매도청구가 가능하다. 다만, 가등기말소 또는 근저당권 말소 등을 강제로 청구할 수 있는 법률 규정은 없다. 이에 따라 등기 또는 근저당권이 말소되지 않는 이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해서는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가등기권자들이)재산보호연대의 비용 9억6000만원으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등기권자들이)해당 사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목적으로 사업 부지 내의 서울 동작구 본동 2필지에 허위의 가등기를 설정했다”며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고소인 회사의 이 사건 사업업무를 방해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재보연 일부가 지분 쪼개기를 통해 소유자를 늘려 사업주체의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주택공급 지연과 공사 현장 방치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총회를 거쳐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이들은 재보연 일부의 지분 쪼개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면서 보상이 지연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앞서 노량진 본동 지주택은 2007년 본동 441일대에 368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기 위해 토지 매입비 목적으로 총 1400억원을 모아 조합을 결성하고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보증으로 금융권서 자금을 빌려 사업을 진행했다. 이듬해인 2008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2010년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했지만, 서울시와 동작구가 재개발사업 기준을 강화하면서 사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날짜도 금액도 틀린 매매예약서 평당 1억 뻥튀기···시세조작 의혹 결국 2012년 3월 PF 대출금 2700억원을 갚지 못한 조합은 파산했다. 당시 조합 측은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이 사업 승인과 착공서 늑장을 부렸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급보증으로 빚을 대신 갚았기에 피해자 입장이라고 주장해 왔다. 대우건설 측은 언론과 인터뷰서 “PF 대출을 갚지 못해 대위변제로 2700억원의 빚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토지 소유권을 얻는다고 해도 6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게다가 전 조합장 최모씨가 분담금 가운데 1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투자금 4100억원을 허공에 날리게 되면서 지주택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손꼽힌다. 2012년 10월12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전 조합장 최씨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 영등포구 소재 재단법인 사무실과 지방 거주지 등 2~3곳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서 검찰은 최씨가 수백억원을 횡령한 단서를 잡았다. 최 전 조합장이 2011년말 구속 수감되면서 기존 지주택 조합원 중 156명은 철거, 설계업체 등 관련 업체 약 30여곳은 조합에 대한 반환금 채권+변호사비+기타 비용 명목으로 조합과 860억원(약 186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조합원 1인당 평균 2억5000만원을 추가 부담하게 된다. 당시 인근 래미안트윈파크 신축아파트 분양가가 7억8000여만원임을 고려하면 향후 대우건설과의 단체 협상서 유리한 지위를 확보하려는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공증채권의 발생은 조합원 간 내분의 불씨를 제공하고, 대우건설이 보증연장을 할 수 없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결국, 대우건설도 2012년 3월24일 PF 연장을 포기했다. 조합 부도 이후 대우건설은 그해 4월10일까지 2700억원을 대위변제하고 처분권 취득한 사업부지는 공매하겠다고 코람코자산신탁을 통해 조합에 통지했다. 그러면서 시행사 로쿠스로 소유권 이전 등기되는 동시에 하나자산신탁으로 신탁등기(공매대금 2100억, 신탁등기비 100억)가 이뤄졌다. 수십년째 줄다리기 당시 로쿠스 측은 채권자 지위를 가진 지주택 조합원 156명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3차례 총회를 거쳐 156명 중 34명은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나머지 122명에 대해서는 제명 조치했다. 최종 388명이 현재 유효한 조합원이고, 조합 이사 A씨를 포함한 122명은 2012년 말 제명되면서 재보연을 꾸렸다. 로쿠스 측은 “재보연의 핵심 주동자들은 지분조차 없는 조합에 대한 공증채권증서 하나만 믿고, 무모한 소송으로 시간 끌기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A, B, C 부동산 등에 대한 매도소송도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됐음에도 최근 또다시 14명의 가등기권자가 본 등기를 실행했고, 본 등기자들이 또다시 가등기를 설정하면서 사업을 방해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토로했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재개발 슬럼화 현실 노량진 본동 주택개발사업이 수십 년째 지연되는 가운데, 철거가 진행 중인 상태의 슬럼화 가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0년 부산 여중생 살해 피의자 김길태의 은신처가 재개발 지역 내 빈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개발 지역이 치안의 사각지대”라는 인식이 생겼다. 김길태가 당시 범행을 저지른 곳도 모두 재개발 지역 인근의 주택 옥상이었다. 경기도의 경우, 부천 소사3구역이 ‘재개발 슬럼화’의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 구역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이주가 시작돼 7월 기준 92% 이주를 완료했으며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지만, 철거 전 약 1년여 동안 빈 주택으로 방치되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이 구역은 대부분 빈집으로 대문에는 ‘출입금지·철거 대상 건물’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출입할 수 있어 진입을 막을 수 없는 실정이었다. 일반적으로 1기 신도시와 인근 지역 등에 대한 재개발사업이 추진위 구성부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20여년 정도 소요돼 이처럼 슬럼화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천시 관계자는 “철거 전까지 빈집 관리 및 우범지대 전락을 막기 위해 조합과 경찰 등 여러모로 안전을 위한 대책을 세우려고 한다”며 “조합에 미리 구역 진입을 막을 수 있는 안전담장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정비 방향에 주민들의 의견이 다양하게 담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질적으로 주민들이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김우진 주거환경연구원장은 “개발·재건축을 진행하는 노후주거지 조합원들은 높아진 공사비에 따라 수억 원의 분담금을 부담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시기가 아니라 분양 수익만으로 사업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사업지는 시공사가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