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발톱 세운 공수처 사냥감은?

윤 털릴 때까지 검찰만 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칼끝이 한 점에 집중되고 있다. 바로 검찰이다. 당초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된 만큼 취지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대선이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수처의 행보가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이 범한 직권남용, 수뢰, 허위공문서 작성 및 정치자금 부정수수 등의 특정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의 특혜와 비리를 근절해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임으로서, 국민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정의롭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설치됐습니다’라고 홈페이지에 그 설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출범부터
시끌시끌

공수처 설치 근거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은 2019년 12월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공수처 설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여권의 대표적인 숙원이었다. 1996년 참여연대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지 23년 만에, 고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지 17년 만에 입법화에 성공했다.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검찰총장·판사·검사·시장·도지사 등을 수사할 수 있다. 이 중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갖는다. 또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 검찰과 경찰보다 우선권을 지닌다. 

여기에 검·경 등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법안에 담겼다. ‘통보 의무 조항’을 두고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공수처는 출범일인 지난해 7월15일을 훌쩍 넘긴 올해 1월21일 첫 발을 뗐다.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두고 여야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출범 시기가 늦어졌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됐지만 지난해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이를 삭제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는 김진욱 처장을 필두로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행보마다 파열음이 울렸다.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5급 비서 특혜 채용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수사 인력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인원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일도 일어났다. 

3~9호 사건 전·현직 검사 겨냥
조희연 교육감 사건 역풍 고려?

관심을 모았던 공수처 1호 사건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공수처는 지난달 10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부당 의혹 사건을 1호 사건으로 등록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2018년 7~8월 해직 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채용 검토‧추진을 관련 부서에 지시했다며 조 교육감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현직 교육감을 1호 수사 대상자로 선택하면서 정치적 독립성 논란을 불식시키려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기소권도 행사할 수 없는 사건을 굳이 주목도가 높은 1호로 선택했느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지적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에서도 터져 나왔다. 

지난 1월 출범 이후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공수처는 최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함께 검찰개혁의 두 축으로 여겨졌던 공수처의 도입 배경이 선명해지는 모양새다.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은 ‘검찰 힘빼기’로 요약되는 만큼 공수처가 그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수처는 지난 4월 1호 사건을 시작으로 한 달여 만에 9건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섰다.(17일 기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해직 교사 부당 특별채용 의혹(1~2호) ▲‘김학의 별장 성접대’ 건설업자 윤중천 면담 보고서 허위작성 및 언론유출 의혹(3호)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4호) 등이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5호) ▲해남지청 현직 검사 직권남용 의혹(6호) ▲옵티머스 자산운용 펀드 사기 부실 수사·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윤석열 전 검찰총장 직권남용 혐의) (7~8호) ▲부산 엘시티 정관계 로비 사건 봐주기 수사 의혹(9호) 등도 보고 있다. 

한 달 만에
문어발 수사

사건의 면면을 살펴보면 친정권 인사를 보호하거나 반정권 인사에 칼을 대는 사건인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조 교육감 사건을 제외한 3~9호는 모두 전·현직 검사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사건이다. 공수처가 검찰을 정조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직접수사를 통해 공수처의 존재감을 드러내려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3호 사건 피의자는 2019년 대검 진상조사단 소속으로 ‘윤중천 보고서’를 작성한 이규원 검사다. 이 검사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핵심 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면담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관련 내용을 특정 언론에 유출해 피의 사실 공표 혐의도 있다. 

4호 사건 역시 칼끝이 현직 검사로 향한다. 검찰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에서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후 언론을 통해 이 고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됐다.

이 과정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5호 사건에서도 검사들을 겨냥했다. 공수처는 사건에 연루된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검사 A씨 등 3명을 입건했다. 이들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을 받고 있다. 

9개월 남은
대선 일정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도 착수했다. 공수처는 지난 10일 윤 전 총장 직권남용 혐의 관련 2개 고발 사건을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옵티머스 사건 불기소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조사·수사 방해 등으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에서 고발한 사건이다. 


옵티머스 불기소 사건은 윤 전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9년 5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의 옵티머스 수사의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고, 이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축소했다는 내용이다. 사세행은 “윤 전 총장이 부하에게 수사 축소 지시를 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또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 수사와 기소를 방해했다고도 주장했다. 사세행은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조사하던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정식 수사를 위해 윤 전 총장에게 서울중앙지검 직무대리 발령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거부당했기 때문에 지휘권의 부당한 남용이자 노골적 수사방해”라고 주장했다.

9호 사건은 ‘부산 해운대 엘시티 의혹 수사 부실’ 사건으로 역시 검찰을 타깃으로 잡았다. 2016년 부산지검의 엘시티 정관계 특혜 의혹 수사가 부실했다고 시민단체가 고발했다. 부산참여연대는 지난 3월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임관혁 광주고검 검사 등 11명과 성명 불상의 차장·부장검사를 고발했다. 

공수처는 전·현직 검사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하면서 검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앞에 놓인 과제는 첩첩산중이다. 당장 ‘유보부 이첩’을 두고 검찰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던 공수처는 법원의 판단에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들고 나온 유보부 이첩에 대해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주면서 난감한 처지가 된 것.

미묘한 수사 착수 시점
 “선거 개입은 아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사건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와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을 검찰로 다시 이첩하면서 ‘기소권은 우리가 행사할 테니 검찰은 수사만 한 뒤 사건을 다시 송치하라’는 유보부 이첩 개념을 제시했다. 검찰은 ‘사건과 권한을 분리해 이첩할 수 없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은 공수처가 부여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지난 15일 자격모용 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확정적 견해는 아니다.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사 공소제기가 적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출범 전부터 제기됐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4호)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문제 삼았던 사안이다. 박 장관은 이 고검장에 대한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 대검에 진상 조사를 지시하고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다”며 검찰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공수처에서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섰을 당시 ‘하명 수사’라는 말까지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공소장 유출 자체의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공수처는 법무부 장관의 발언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7~8호 사건, 이른바 윤 전 총장을 겨냥한 고발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고 나선 것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선을 9개월 앞둔 상황에서 유력 대선후보인 윤 전 총장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면서 선거 개입 논란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한 직접 수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어떤 결과도
논란 될 듯

공수처는 윤 전 총장 수사 착수 논란에 정면돌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처장은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정치적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을 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수사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선거에 임박해서,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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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