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점입가경 감사원 막전막후

쩍 갈라진 간부들 ‘대충돌’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감사원이 점입가경이다. 문재인정부 정책 감사로 시끄럽더니 내분까지 겹쳤다. 유병호 사무총장이 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은석 감사위원의 문제 제기가 위법하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 ‘물타기’를 주도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조은석 감사위원 간의 갈등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관한 감사보고서 공개 과정서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조 위원의 의견이 패싱됐다. 문제 제기를 시작한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과 최재해 감사원장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유 사무총장도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한 이후 최근까지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무시하고
공개 비난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위법·부당 행위를 확인하려 안간힘을 썼다. 유 사무총장의 마음대로 문제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전원회의를 열고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사무국 감사 결과를 논의한 끝에 8개 핵심 쟁점에 ‘불문’ 조치를 결정했다.

앞서 감사원이 조사한 전 전 위원장의 혐의는 총 8개로 ▲출퇴근 포함 근태 문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한 쟁점 3개항 ▲서해공무원 피격사건 유권해석 관련 1개항 ▲전 전 위원장의 감사 방해 2개항 ▲갑질 간부에 대한 탄원서 제출 등이 있다.

감사위는 8개항의 탄원서 제출에 “부적절하다”며 기관 주의 조치를 내렸다. 기관 주의 조치도 “위법 부당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기관 경고조차 ‘법적 책임’이 없다는 설명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1항 출퇴근 쟁점 외 1개 항을 제외한 나머지 6개항에 대해 전 전 위원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다. 추 전 장관의 이해충돌 유권해석과 관련된 2항의 보도자료와 3항의 보도자료는 같은 해 9월16일 권익위가 발표한 보도자료 건이다.

2항과 3항 보도자료는 추 전 장관의 직무와 아들(군 복무 중 휴가 논란) 수사 건 사이 직무상 이해충돌이 있는지에 관한 권익위 입장이다.

당시 권익위는 “이해충돌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사실관계 해석을 거쳐 유권해석을 했고, 그 해석도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고 발표했다. 권익위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 전 장관이 아들 사건과 관련해 지휘권 등을 행사했는지 확인했다. 대검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감사원은 굴하지 않고 전 전 위원장이 실무진에게 “허위로 보도자료를 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 전 위원장은 “간부들과 함께 수렴한 권익위 회의 내용을 실무자가 다른 직원들에게 메일로 발송하면서 ‘보도자료(위원장님 작성)’라고 제목을 잘못 쓰는 바람에 그런 ‘오해’가 생겼다”며 “그 자료는 해당 실무자의 컴퓨터에 그대로 저장돼있다”고 말했다.

위 보도자료에 적힌 “전적으로 담당 실무진의 판단 결과”라는 문구서 ‘전적으로’라는 표현은 특히 쟁점이 됐다. 감사위가 보도자료를 내는 과정서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의 논의로 ‘방침’을 결정했고, 실무진은 그 방침에 따라 보도자료를 직접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전 전 위원장이 보도자료 작성에 직접 개입했다는 감사원 사무국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전현희 무리한 감사 후폭풍…책임 묻기 실패
내부 갈등 봉합 안 돼…최재해 리더십 악화

감사원의 무리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사원 대변인실은 당시 출입기자들에게 “감사위원회는 제보 내용을 안건별로 심의하며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관해 권익위원장에게 기관 주의 형태로 조치할 예정이며, 정무직이고 이미 수사 요청된 점 등을 고려해 감사보고서에 관련 내용 등은 서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실 문자에서 “권익위원장 및 권익위의 ‘위법부당한 행위’에 대해”라고 적시한 것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즉, 감사위원회 결정은 개인 조치는 ‘불문’이고, 기관 주의도 ‘부적절했다’는 것이 끝이다. 이는 감사위 결정을 간접적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전 전 위원장 퇴임 이후 감사원 사무국과 일부 감사위원 간 갈등은 지속됐다. 유 사무총장은 지난 6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위원이 감사보고서를 수차례 열람했고, 감사위원회가 의결하지 않은 것도 직원들을 강요해 많이 고쳤다”며 “권한 범위를 넘어서 요구했고, 강요했고, 기망했다”고 비판했다.

야당서 감사보고서 결재에 관해 “주심위원 열람 칸이 공란인데도 유 사무총장이 최종 결재 완료 처리했다”는 지적에 유 사무총장은 “단군 이래 가장 많이 보시고 유일하게 혼자 안 누르셨다. 제가 감사원 27년 있었는데 그렇게 자주 열람하시는 거 처음 봤다”고 반박했다.

조 위원과 유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 감사 결과 보고서 확정을 위한 감사위원회의서부터 의견 충돌이 잦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회에 제출된 회의록에 따르면, 두 사람은 전 전 위원장에게 고발당한 최재해 원장을 심의에서 제척할지 여부, 추 전 장관 관련 유권해석 개입 의혹 등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조 위원은 “유 사무총장이 수시로 말을 자르고 끼어들거나 타박하고, 회의가 잠시 중단되면 고성을 지르며 밖으로 나간 바 있다”고 말했다.

결국 터진
감정 싸움

감사보고서가 공개되는 과정에서는 주심인 조 위원의 열람 결재를 건너뛰고 공개돼 패싱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주심인 감사위원이 ‘열람’을 눌러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런 과정 없이 최종 결재가 이뤄졌다는 게 조 위원의 주장이다.

전 전 위원장에 관한 감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감사원 사무처는 감사 방해 및 지연(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 감사 사실을 유출(공무상 비밀누설)한 혐의로 조 위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장이 지휘하는 사무처가 감사위원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처음이다.

조 위원의 행위를 조사한 건 유 사무총장의 측근들로 구성된 감사원 내부 태스크포스(TF) 팀이다. 이 팀은 지난 6월9일 꾸려졌다. 최달영 당시 기획조정실장(현 제1사무차장)이 단장을 맡았다. 부단장으로는 김모 감찰관(국장급)과 김숙동 당시 특별조사국 제1과장(현 특별조사국장) 2명이 투입됐다.

김숙동 국장은 유 사무총장의 측근으로 꼽힌다. 그는 2020년 유 사무총장과 월성원전 감사를 진행했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감사를 맡았다. 그는 지난해 부이사관으로 승진했고, 지난 7월 감사부서 핵심 조직인 특별조사국(특조국) 국장 자리에 올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TF를 관리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전 전 위원장에게 고소당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됐음에도 감독하는 것은 이해충돌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 세부 운영기준’을 보면, 이는 회피 신청 사유에 해당한다.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을 따른 이 기준은 “직무 담당자는 조사 개시, 조사 범위와 강도 등을 조정해 조사의 공정성을 저해시키고 이를 통해 유·무형의 이익을 얻을 것을 예상할 수 있으므로, 신고·회피 신청을 해야 한다”고 돼있다.

두 번째
압수수색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제도에 따르면 공직자가 자신이 맡은 직무와 관련한 사적 이해관계자에 해당하면 기관마다 있는 이해충돌방지담당관에게 신고 및 회피 신청서를 접수해야 한다. 그 뒤 이해충돌방지담당관은 해당 공직자를 지휘·감독하는 상급자 의견을 들어 적정한 조치를 이 공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유 사무총장에 관한 수사를 고심하던 공수처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감사원을 두 번째로 압수수색하면서 자료를 확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정 자료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압수수색 범위를 들여다보면 지난번과는 다르게 조 위원의 사무실이 처음 포함됐다.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 처리 과정서 위법 행위를 했다는 조 위원 측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는 조 위원을 이달 초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감사의 계기가 된 권익위 고위 관계자의 부실·허위 제보 의혹 ▲최초 제보자를 감사 증인으로 꾸미는 조작감사 의혹 ▲조 위원 패싱 의혹 등이다.

공수처의 수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감사위원 6명에게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해달라고 소환을 통보했다. 이 중 전 전 위원장 사건 주심이던 조 위원을 제외한 5명은 선임 위원 방에 모여 공수처 조사에 어떤 방식으로 응할지 논의했다.

공수처 직권남용 혐의 유병호 소환 통보
대검, 조은석 수사 고민…정치적 역풍?

일부 위원들은 공수처에 출석 의사를 밝혔고, 일부는 서면조사를 요청했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6월1일 감사위원회의 후인 6월9일 전 전 위원장 감사보고서가 시행·공개하는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 감사위원들의 합의제 기구인 감사원서 최 원장과 사무처가 감사위원들에게 정당한 절차를 거쳐 감사보고서를 시행·공개했는지가 핵심이다.

사무처는 감사위원들에게 마지막으로 공유한 3차 수정안에서 149자를 더 고친 4차 수정안(최종안)을 만들었는데 주심 위원을 포함한 감사위원들에게 공유하지 않았다. 실제 감사위원들이 사무처의 수정안을 검토하기 위해 모여 있는 사이, 사무처가 4차 수정안을 내부망에 올리고 1시간50분 만에 주심 위원의 열람결재를 건너뛰고 시행·공개했다.

감사원 내부의 ‘감사사무 등 처리에 관한 규정’엔 감사위원회의서 변경·시행하도록 의결한 때에는 주심 감사위원의 열람을 받아 시행하도록 돼있는데, 전산 처리를 통해 주심 위원의 열람 결재를 받지 않고 시행한 것이다.

공수처는 조 위원 ‘패싱’이 문제가 되자 해명하려 낸 보도자료 내용에 허위가 없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공수처는 감사원 사무처의 이 같은 행위에 공전자기록 위작·변작, 감사원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감사위원에 대한 업무(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공수처는 우선 유 사무총장에게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측은 이에 대해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이나 업무 관행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보이는 상황서 감사위원과 사무총장을 조사하려 하는 것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권위와 신뢰를 심히 훼손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공수처의 빠른 발걸음과는 반대로 대검찰청은 아직 조 위원에 관한 수사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하는 게 아니다”며 “조 위원의 위법 행위 여부를 아직 판단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이 사실상 동일 사안으로 공수처와 검찰의 동시 수사를 받게 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감사원 내부에서는 외부 수사기관을 끌어들여 사태를 해결하려는 게 오히려 감사원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상당하다.

“통제 안 된다
제어장치 필요”

한 감사원 국장급 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최 원장과 유 사무총장이 조 위원을 수사 의뢰할 때 상의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내부 분위기는 감사원의 위상이 커졌다며 좋아하는 직원이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간부들끼리 ‘감정싸움’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감사원 간부도 “유 사무총장과 그 측근들의 판단이 오히려 감사원을 망치고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제어장치가 필요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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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