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리스트’ 공수처 칼 가는 내막

몸 풀다가 게임 끝?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대장동 의혹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 전문이 공개됐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가 법조·언론계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까지 드러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몸풀기에 나섰다. 이른바 ‘김만배 리스트’에 오르내린 법조인들에 대한 직접 수사 검토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는 그간 수사력 논란을 자초해왔다. 출범한 지 2년이 지났으나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타 사정기관이 콧방귀를 뀔 정도다. 그러나 ‘정영학 녹취록’ 속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로비 정황이 드러나면서 법조계가 좌불안석이다. 고위 법조인들의 실명이 여러 차례 언급되면서 공수처 수사 가능성도 커지게 됐다.

직접 수사?

김씨가 고위 판검사들에게 로비한 정황은 여러번 드러난다. 공수처도 이 같은 정황을 확인하고 판검사 공소권을 어떻게 활용할지 직접 수사를 검토 중이다. 김씨는 2019년부터 3년간 자신이 대주주인 회사에서 장기 대여금과 수표 인출 등으로 수백억원대 금액을 빼냈다. 빼돌린 자금 중 사용처가 불분명한 금액은 화천대유 80억원, 천화동인 168억원 등 총 248억원이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대장동 핵심 멤버인 남욱 변호사의 수십억원대 비자금 중 일부는 박영수 전 특검 측에 흘러 들어갔다. 이외에도 녹취록에는 김수남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신경식·강찬우 전 검사장 등 고위 법조인 4명이 등장한다.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나머지 3명은 수원지검장을 지냈다. 2012년 8월18일 정영학 회계사가 “원래 그쪽하고 좀 친하신 사이?”라고 묻자, 남 변호사는 “(만배 형이)김수남 검사장하고 정말 친하대요”라고 답한다.

남 변호사는 천화동인 7호 소유주인 전직 기자 배모씨로부터 ‘김만배와 김수남이 깐부’일 정도로 친하단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말한다.

2012년 8월은 최윤길 전 성남시의장이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내사(수사 직전 단계)를 받고 있던 때였다. 남 변호사는 지난해 11월21일 열린 대장동 재판에서 “사실 확인을 한 적은 없지만, 김씨로부터 김 전 총장께 최 전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 달라, 이런 얘기를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때문에 김씨가 현재 변호사인 김 전 총장의 이름값을 이용하거나 실제 수사 무마 청탁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 전 총장은 ‘50억 클럽’에서도 이름이 등장한 바 있다.

남 변호사는 정 회계사에게 “(김만배)다음 주에 한 번 들어가실 것 같아요. 윤갑근 차장 만나러”라고 말한다. 이때 윤 전 고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이었다. 당시 최 전 의장 내사는 성남지청에서 맡았다. 그러나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의 수사 무마 청탁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윤 전 고검장은 “김씨와 아는 사이는 맞지만 그 당시에 미팅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정영학 녹취록·진술 파악…칼끝 법조계로
박영수·윤갑근·신경식·강찬우·김수남 타깃

강 전 검사장은 대장동 핵심 멤버 중 일부가 2015년 수원지검의 수사를 받을 때 수원지검장이었다. 당시 이들의 변호를 맡은 건 박 전 특검이다. 남 변호사는 당초 ‘횡령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았지만, 검찰이 남 변호사를 재판에 넘기는 과정에서 ‘횡령’ 혐의를 지웠다. 이후 남 변호사는 재판에서 물러났다.

강 전 검사장은 퇴직 후 2018년, 자신이 속한 로펌에서 화천대유의 법률 자문을 맡아 구설에 올랐다. 녹취록을 보면, 김씨가 정 회계사와 대화하면서 ‘사실은 박영수나, 강찬우에 대한 자문료도 남욱이 다 부담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이 있다.

검사뿐만 아니라 고위 판사들도 김씨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 대장동 수사팀은 김씨가 2017년 당시 부장판사였던 A 변호사, B 판사와 술자리를 가진 뒤 술값을 지불했다는 진술을 술집 직원으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법조인들은 대장동 일당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이다. B 판사의 경우 “중간에 자리를 떴으므로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공수처가 단순 몸풀기에만 그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동안 제대로 된 수사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으로서의 명예를 되찾아야 하는 만큼 김씨의 법조계 로비 의혹 수사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로비가 이뤄졌다는 녹취록만으로는 인지수사가 어렵다. 확실한 물적증거가 있다면 직접 수사가 가능하지 않겠냐”며 “고발장이나 진정서가 접수되면 사실관계 확인이나 내사를 진행한 이후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공수처에 관련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사실관계 확인은 이뤄질 전망이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는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영학 녹취록에는 박영수 등 피고발인들이 받기로 약속한 금액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다. 곽상도 전 국회의원만이 구속 기소된 상태”라며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 권순일 전 대법관 등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황만으로 수사 어렵다” 입장에 고발장 접수
사실 관계 확인·내사 후 직접 수사 여부 판단

공수처법 제2조 1항에 따르면 공수처는 대법원장,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이 재직 중 본인 또는 가족이 저지른 고위공직자범죄 및 관련 범죄와 관련해 수사권을 가진다. 지금은 판검사가 아니더라도 사건 당시 현직에 있었다면 수사가 가능하다.

또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범죄를 먼저 인지하더라도 관련법에 따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며, 공수처는 60일 이내에 직접 수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법조계에서도 공수처가 재빠른 내사 후 직접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현재 이재명 수사에만 몰두하고 있어 법조계 로비 의혹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사실상 종이호랑이에 전락했다는 비판이 큰데 명예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도 “로비 의혹이 지속되면서 대장동 수사팀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며 “수사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서서 의혹을 정리해주면 검찰도 본 수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수사력 논란

공수처의 영장 청구와 발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21일부터 지난해 11월 30일까지 약 2년 동안 체포영장 4건과 구속영장 2건을 각각 법원에 청구했지만 한 건도 발부받지 못했다. 압수수색 영장은 67건 중 16건(기각률 23.8%)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8% 안팎)보다 3배 높은 수준이다.

수사력 논란도 여전하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사건을 검찰에서 넘겨받은 공수처는 지난 5일 이를 검찰로 재이첩했다. 1년7개월간 수사했지만 참고인 소환 불응 등 ‘수사의 어려움’을 이유로 성과 없이 손을 뗀 것이다.

공수처는 최근 검찰 출신을 대거 영입했다. 또 수사심의위원회 규정, 공보준칙도 손보는 등 전열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여전히 검찰 견제기구로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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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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