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수처 물밑 교감설 막전막후

으르렁거리다 ‘우리가 남이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수사선상에 오르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대선 정국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검찰과 공수처는 그 배경부터 서로 섞일 수 없는 기관. 하지만 최근 들어 두 기관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16일, 출범 300일을 맞았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된 공수처는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1월 첫발을 뗐다. 그로부터 10개월,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출범 300일
기대 이하

특히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과 일각에서는 ‘윤수처(윤석열 수사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관련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공수처의 모습을 비꼬는 표현이다. 

지난 1월2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되면서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18일 기준 12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중 마무리 지은 것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채 의혹 1건 뿐이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하고 128일 동안 수사한 끝에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교육감은 공수처에서 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여태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나머지 11건은 아직 수사 중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중 4건이 윤 후보 관련 사건이라는 점이다. 대선후보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6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으로 윤 후보를 입건했다. 이어 9월과 10월에는 각각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윤 후보를 수사선상에 올렸다. 

윤 후보 사건의 배경에는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있다. 사세행은 지난 2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으로 윤 후보를 고발한 데 이어 40여건에 이르는 고발장을 공수처에 접수했다.

공, 윤 의혹 수사 몰두
검, 부인 김건희 정조준

이 중 25건에 윤 후보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실제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사건도 모두 사세행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공수처가 윤 후보 관련 사건에 집중하는 사이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방해 사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부족한 수사역량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공수처의 진용이 구색을 갖춘 건 지난달 28일에 이르러서다. 검사 8명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을 포함해 검사 정원 23명을 모두 채운 것.


하지만 수사관 정원 40명은 여전히 미달 상태다. 

부족한 인원, 수사 역량 부족은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는 수모로 이어졌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표류 상태에 빠졌다.

김진욱 처장은 지난달 법사위 국감에서 올해 안에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게 공수처의 목표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공수처의 행보, 수사 결과에 따라 ‘야당 대선후보 탄압’ 프레임이 씌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전선을 넓히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12개 사건 중
1건만 마무리

공수처를 두고 ‘윤수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윤 후보 관련 사건에 날을 세우고 있는 건 공수처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관련자들을 넘어 김씨를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권 회장은 2009년 말부터 3년간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의 관련자 5명이 구속됐다. 앞서 김씨의 계좌 관리자로 알려진 이모씨 등 관련자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권 회장도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제 김씨에 대한 수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2010~2011년 권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2012~2013년 권 회장과 특혜성 증권거래를 통해 차익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가 당시 사건에서 이른바 ‘쩐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씨를 ‘탐욕의 화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검찰의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은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김씨는 세간에 등장하던 그 순간부터 학위 논문 조작, 허위이력 조작 논란 등 숱한 의혹을 몰고 다녔다”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던 탐욕의 화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다른 수사
나몰라라?

윤 후보 측은 공수처와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고발 사주 의혹 수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했다. 의견서에는 박지원 국정원장을 고발 사주 배후로 지목하고 공수처에 고발한 제보 사주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윤 후보 측은 “고발 사주 건은 압수수색, 체포·구속영장 청구, 소환조사 등이 이뤄졌으나 제보 사주 사건은 전혀 수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발 사주는 수사정보가 실시간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보도되지만 제보 사주 건은 고발인도 수사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묵어도 한참 묵은 사건”이라며 “윤 후보가 정치를 시작하니 갑자기 선거에 임박해서 끄집어내서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게 낫지 지금 열심히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검찰 간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는 태생부터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다. 검찰 역시 공수처 설립 과정에서 탐탁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두 기관은 사사건건 부딪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윤 후보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공수처가 교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검 감찰부는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 조사를 위해 대검 대변인 공용폰을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했다.

이후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해당 공용폰의 포렌식 자료를 입수했다. 

대변인 공용폰 하청 감찰 논란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손발 척척?

이 과정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휴대폰 압수 승인 여부, 언론 사찰 문제 등이 불거졌고 임의제출-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검찰과 공수처의 행보에 ‘하청 감찰’ ‘주문형 감찰’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 총장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감찰부에 확인했으나 공수처와 (사전)연락한 일은 없다고 한다”며 “공수처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의 교감설은 또 다시 불거져 나왔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다. 손 검사는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 통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

반면 공수처는 “통지 절차를 밟았다”며 “손 검사의 변호인이 도착한 뒤 포렌식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지난 16일 “대검이 감찰 명목으로 확보한(손 검사가 사용한 컴퓨터의 저장장치 등) 자료를 공수처가 사전에 미리 알고 압수수색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이는 공수처의 대검 대변인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검 청사 내에서 진행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적법하게 진행됐음에도 이를 위법하다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공수처가 검찰과 사전 교감 하에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변호인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공수처 모두 교감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민주당 박성준 의원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 차장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등의 주임검사를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통화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공수처는 수사 외 대국회 업무 등 일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차장이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전화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의원과 통화
민주당과도?

또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여 차장이 박 의원과 저녁약속을 잡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통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업무 문제였을 뿐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손 검사 측은 여 차장을 수사에서 배제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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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