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수처 물밑 교감설 막전막후

으르렁거리다 ‘우리가 남이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수사선상에 오르는 유례없는 일이 일어났다. 검찰은 물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대선 정국의 중심에 선 모양새다. 검찰과 공수처는 그 배경부터 서로 섞일 수 없는 기관. 하지만 최근 들어 두 기관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16일, 출범 300일을 맞았다.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설립된 공수처는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1월 첫발을 뗐다. 그로부터 10개월,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출범 300일
기대 이하

특히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있어서는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정치권과 일각에서는 ‘윤수처(윤석열 수사처)’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관련 수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공수처의 모습을 비꼬는 표현이다. 

지난 1월21일 김진욱 공수처장이 임명되면서 공식 출범한 공수처는 18일 기준 12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중 마무리 지은 것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 교사 부당 특채 의혹 1건 뿐이다. 

공수처는 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선정하고 128일 동안 수사한 끝에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다. 교육감은 공수처에서 기소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검찰은 여태까지 감감무소식이다. 


나머지 11건은 아직 수사 중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 중 4건이 윤 후보 관련 사건이라는 점이다. 대선후보에 대한 수사를 자제해왔던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대선이 다가올수록 더 노골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6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으로 윤 후보를 입건했다. 이어 9월과 10월에는 각각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 ▲판사 사찰 문건 의혹으로 윤 후보를 수사선상에 올렸다. 

윤 후보 사건의 배경에는 여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이 있다. 사세행은 지난 2월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으로 윤 후보를 고발한 데 이어 40여건에 이르는 고발장을 공수처에 접수했다.

공, 윤 의혹 수사 몰두
검, 부인 김건희 정조준

이 중 25건에 윤 후보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실제 공수처에서 수사 중인 윤 후보 관련 사건도 모두 사세행의 고발에서 비롯됐다.

공수처가 윤 후보 관련 사건에 집중하는 사이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작성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방해 사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제보 사주 의혹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린 상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공수처의 부족한 수사역량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공수처의 진용이 구색을 갖춘 건 지난달 28일에 이르러서다. 검사 8명을 추가로 임명하면서 김진욱 처장, 여운국 차장을 포함해 검사 정원 23명을 모두 채운 것.


하지만 수사관 정원 40명은 여전히 미달 상태다. 

부족한 인원, 수사 역량 부족은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 대한 체포영장,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는 수모로 이어졌다. 손 검사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고발 사주 의혹 수사는 표류 상태에 빠졌다.

김진욱 처장은 지난달 법사위 국감에서 올해 안에 고발 사주 의혹 수사를 마무리 짓는 게 공수처의 목표라고 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공수처의 행보, 수사 결과에 따라 ‘야당 대선후보 탄압’ 프레임이 씌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판사 사찰 문건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오히려 전선을 넓히는 행보를 보이는 중이다.

12개 사건 중
1건만 마무리

공수처를 두고 ‘윤수처’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다.

윤 후보 관련 사건에 날을 세우고 있는 건 공수처뿐만이 아니다. 검찰은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관련자들을 넘어 김씨를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6일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다. 권 회장은 2009년 말부터 3년간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세창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로써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의 관련자 5명이 구속됐다. 앞서 김씨의 계좌 관리자로 알려진 이모씨 등 관련자 3명이 구속된 데 이어 권 회장도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이제 김씨에 대한 수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김씨는 2010~2011년 권 회장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과 2012~2013년 권 회장과 특혜성 증권거래를 통해 차익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가 당시 사건에서 이른바 ‘쩐주’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씨를 ‘탐욕의 화신’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검찰의 소환조사를 촉구했다.

민주당 원내부대표단은 지난 16일 논평을 내고 “김씨는 세간에 등장하던 그 순간부터 학위 논문 조작, 허위이력 조작 논란 등 숱한 의혹을 몰고 다녔다”며 “개인의 영달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던 탐욕의 화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했다. 


다른 수사
나몰라라?

윤 후보 측은 공수처와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면서 공수처에 고발 사주 의혹 수사의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송했다. 의견서에는 박지원 국정원장을 고발 사주 배후로 지목하고 공수처에 고발한 제보 사주 의혹 수사는 지지부진하다며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윤 후보 측은 “고발 사주 건은 압수수색, 체포·구속영장 청구, 소환조사 등이 이뤄졌으나 제보 사주 사건은 전혀 수사가 진행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고발 사주는 수사정보가 실시간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보도되지만 제보 사주 건은 고발인도 수사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묵어도 한참 묵은 사건”이라며 “윤 후보가 정치를 시작하니 갑자기 선거에 임박해서 끄집어내서 시작하는 것 아니냐”고 검찰 수사에 대해 비판했다.

이어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게 낫지 지금 열심히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공수처와 검찰 간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는 태생부터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다. 검찰 역시 공수처 설립 과정에서 탐탁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실제 공수처 출범 이후에도 두 기관은 사사건건 부딪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윤 후보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공수처가 교감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검 감찰부는 윤 후보의 고발 사주 의혹, 장모 대응 문건 의혹과 관련 조사를 위해 대검 대변인 공용폰을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했다.

이후 공수처가 대검 감찰부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단행하면서 해당 공용폰의 포렌식 자료를 입수했다. 

대변인 공용폰 하청 감찰 논란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손발 척척?

이 과정에서 김오수 검찰총장의 휴대폰 압수 승인 여부, 언론 사찰 문제 등이 불거졌고 임의제출-압수수색으로 이어진 검찰과 공수처의 행보에 ‘하청 감찰’ ‘주문형 감찰’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자 김 총장은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감찰부에 확인했으나 공수처와 (사전)연락한 일은 없다고 한다”며 “공수처도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과 공수처의 교감설은 또 다시 불거져 나왔다.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다. 손 검사는 공수처의 압수수색이 형사소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전 통지 의무 위반’이라는 것.

반면 공수처는 “통지 절차를 밟았다”며 “손 검사의 변호인이 도착한 뒤 포렌식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손 검사 측 변호인은 지난 16일 “대검이 감찰 명목으로 확보한(손 검사가 사용한 컴퓨터의 저장장치 등) 자료를 공수처가 사전에 미리 알고 압수수색했다는 의심이 든다”며 “이는 공수처의 대검 대변인 휴대폰 압수수색 과정과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대검 청사 내에서 진행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적법하게 진행됐음에도 이를 위법하다 하고, 아무런 근거 없이 공수처가 검찰과 사전 교감 하에 압수수색 등 수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주장하는 변호인의 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공수처 모두 교감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여운국 공수처 차장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인 민주당 박성준 의원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여 차장은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등의 주임검사를 맡고 있다. 

박 의원은 국회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윤 후보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촉구했다. 그렇기에 두 사람의 통화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공수처는 수사 외 대국회 업무 등 일반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차장이 법사위 소속 의원들의 전화를 회피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의원과 통화
민주당과도?

또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여 차장이 박 의원과 저녁약속을 잡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냈다. 통화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업무 문제였을 뿐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손 검사 측은 여 차장을 수사에서 배제해 달라는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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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