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호랑이’ 공수처 무력화 시나리오

밥그릇 뺏기고 나앉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무기력하다. ‘뇌물 의혹’을 받는 경찰 고위 간부에 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증거불충분이라는 씁쓸함이 남았다. 정치권에서는 특별감찰관 부활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 중인 터라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지 않다는 관측이다. 기관 간 공조 얘기가 나오지만 공수처 안팎에서는 우회적 무력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6월19일에 신설됐다. 독립적 지위를 갖고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위 행위 감찰을 수행한다. 문재인정부 이후 임명되지 않아 초대 특별감찰관인 이석수 변호사를 끝으로 7년간 공석 상태다. 최근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지속되면서 부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말로만 부활

특감은 문정부서부터 임명되지 않았다. 의아하게도 더불어민주당이 ‘특감 카드’를 먼저 꺼내 들었다. 수사기관과 공수처가 김건희 여사 일가의 의혹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이 부활에 소극적으로 나설 시에 특별검사 법안 통과를 노리는 것이라는 스탠스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민주당은 특감 부활 시 기존 대통령 측근 수사를 담당해온 공수처의 영향력이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실제 민주당은 문정부 때도 공수처와 수사 범위가 겹친다는 이유로 특감 임명을 무산시킨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전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며 특감 부활을 약속했다. 말뿐이었던 걸까? 김 여사 관련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특감 임명 논쟁만 뜨거웠다.


현재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여야 모두 특감 도입에 소극적이지 않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취재진에 “친인척 비리와 부적격자 임명 등에 관해 책임자 처벌이 전혀 없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실에 전면 쇄신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도 “특별감찰관 도입을 통한 측근 친인척 비리 척결을 천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감찰관 부활 신호탄
그나마 역할도 축소되나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다만 민주당이 정권이 바뀌자 급작스럽게 ‘태세 전환’에 나선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수처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조금 더 큰 특검 정도의 규모인 공수처가 그간 실체적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우려에 무게를 더 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수사력 논란으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한 지 2년이 넘었는데 특감이 부활하면 어떻겠냐”고 되물었다.

대통령실은 국회로 공을 넘기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 중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특별감찰관이라는 자리는 국회서 여야가 합의해(후보자를 추천해) 와야 하는데, 아무런 요청이 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여당을 핑계로 공약을 뭉개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은 원론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하면서 문정부 5년 동안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문재인정권 이래 법에 정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아 사실상 입법 취지가 무색하게 됐고 법에 정해진 일을 하지 않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며 “민주당서 임명과 관련된 협의를 해오면 같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협의한다는 입장을 내면서도 그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문정부의 원죄를 주장한 것이다.

여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도 함께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6년 북한인권법 제정에 따라 출범하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중 10명을 국회서 임명해야 하는데 그 공석도 같이 메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에서는 남북 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사안이다.

지난해 8월 관저 리모델링 수의계약 의혹 때 특별감찰관 논의도 북한인권재단 이사와 맞물리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바 있다.

수사 범위 교집합 오히려 성과 될 수도
안팎선 “정상화 먼저…협업 상황 아냐”

공수처는 공식적으로 특감 도입에 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신경 쓸 여력이 없기도 하다. 출범 이후 2년7개월 동안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당했다. 구속영장 기각이 수사 성패를 가를 순 없지만 속도와 사기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까지 공수처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연 뒤 “현 단계서 구속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부족하다”며 공수처가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다시 침체를 겪고 있다.

김 경무관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월 출범한 후 범죄 혐의를 자체 인지한 첫 사건이다.

애초 공수처가 추적해온 혐의는 김 경무관이 강원경찰청에 재직하던 지난해 6월 이상영 대우산업개발 회장에게서 경찰 수사 무마 대가로 3억원을 약속받고 이 중 1억2000만원을 수수했다는 게 골자다. 공수처는 지난 2월 강제수사에 착수해 관련자를 조사하고 자금 흐름을 쫓아왔지만, 변호사 입회권 문제 등으로 수사가 답보 상태에 놓였다.

이에 그가 민원 해결 대가로 다른 기업 관계자 A씨로부터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별도 정황을 포착, 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우선 신병을 확보한 뒤 대우산업개발 관련 혐의까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며 일종의 ‘우회로’를 선택한 셈이지만, 이 역시 법원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가 범행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수사 성과가 없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수사력 부족 논란 때문에 공수처 안팎에서는 특감이 도입된다고 해도 당장은 협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출신 한 관계자는 “수사하는 범위가 겹치고 타 기관과 협업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공수처의 내부 사정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서 공조가 원활할 수 없다. 먼저 공수처가 나아져야 그 다음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통정리부터

공수처 관계자도 “공수처 사정이 나아져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수사관이 행정업무를 동시에 하는 마당에 특검 부활 이후 협업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공수처 설립 취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단계서 협업을 논의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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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잡는 이재명 더 유리한 이유

칼 잡는 이재명 더 유리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정치권의 분위기는 조기 대선으로 넘어갔다. 아직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독무대인 가운데 야권 잠룡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록 사법 리스크에 묶여 있지만 그럼에도 이 대표가 조금 더 유리해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제기한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지 52일 만에 석방됐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야당에서는 사뭇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비명(비 이재명)계 잠룡들은 잠시 총구를 거두고 하나의 목소리로 탄핵을 촉구했다. 풀려난 윤 뭉치는 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지난 9일,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김 전 지사는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모든 것을 걸고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압도적인 탄핵 찬성 여론이다.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같은 맥락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김 지사는 “정치 불확실성이 더 길어진다면 심각한 경제 쇼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즉각 탄핵만이 민주주의와 경제를 살리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말했다. 수원역 로데오거리서 시위를 하던 중 한 남성이 맥주캔을 던지는 등 한때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 지사는 지난 12일, 단식농성 중인 김 전 지사를 만나 “힘을 합쳐 조기 탄핵, 100% 탄핵을 이루자”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조기 탄핵과 탄핵 100%를 주장하는 분들과 뜻을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지금의 이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는 빠르게 탄핵을 완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같이 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지난 10일, 야5당 합동 집회가 열린 광화문을 찾아 목소리를 높였다. 김두관 전 의원 역시 자신의 SNS를 통해 “내란 수괴가 활보하는 대한민국이라니 생각도 못했다. 이제 내란 세력을 응징하는 것은 파면 후 조기 대선서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 길밖에 없다”고 탄핵 여론에 군불을 땠다. 박용진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에 대해 “검찰총장 출신 내란 수괴와 한통속으로 대놓고 봐주기 하는 것 아니냐”며 “9시간 45분이 문제가 아니라 94년 5개월을 감옥에 있어도 모자랄 내란 수괴의 석방은 국민의 불안을 가중하는 중대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도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 4일, 공개 특강서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문재인정부 초기를 준비했던 분들의 경험을 경청해주길 바란다”며 “제가 주선해서라도 그때 준비한 내용이 연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구속 취소에 커지는 광장 목소리 정권교체론 발판 삼아 “윤 파면” 합심해 이 대표를 압박했던 비명계가 윤 대통령 구속 취소를 계기로 다시 뭉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역시 이들과 한자리에 모여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를 겨냥해 조속한 파면 선고를 촉구하는 통합 기조를 내세웠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오후 광화문 인근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 농성장을 찾아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박용진 전 의원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만나 시국 간담회를 가졌다. 김동연 지사도 이 대표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지만 기존 일정으로 불참했다. 이 대표는 “21세기 선진국 대한민국을 군인으로 통치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지금 같은 혼란이 계속될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불안과 공포감을 준다”며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고, 우리 경제도 추락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일부 국민의힘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이 다시 직무에 복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나. 공식적으로 헌재의 이름으로 앞으로 대통령은 아무 이유도 없이 국민을 계몽시키기 위해서 아무 때나 군을 동원해 계엄령을 선포해도 된다는 것 아니겠나”라며 “취미활동 삼아서 계엄령을 선포해도 된다고 용인하는 것인데 가당키나 한가”라고 지적했다. 정권교체론과 비상계엄의 위법성이 두드러질수록 차기 대선은 계엄 해제의 공을 다투는 선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관점서 봤을 때 이 대표는 ‘계엄 해제’와 ‘탄핵 찬성’이라는 두 가지 정치적 유산을 모두 갖고 있다. 야권 잠룡들이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데 그쳤다면 이 대표에게는 계엄을 해제한 1등 공신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붙은 것이다.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탄핵 목소리를 키우는 것 역시 이를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탄핵 정국에 얼마나 많이 기여했는지가 추후 열릴 수 있는 경선, 또는 조기 대선에 가산점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의견은 50.4%, ‘집권여당의 정권 연장’은 44.0%로 집계됐다. 2주째 오차범위인 ±2.5%p 밖에서 정권교체 여론이 앞선 것이다. 정권교체 신경전 지지 정당별로는 국민의힘 지지층과 민주당 지지층이 각각 정권 연장론과 교체론에 힘을 실었다. 무당층에서는 정권 연장이 31.6%, 정권교체가 45.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 방식을 통해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서 ±2.5%p, 응답률은 6.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비상계엄 심판론’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파면 사유가 될 이번 계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여기에 동조한 이들을 반헌법 수호 세력으로 규정해 정권교체 프레임을 굳히겠단 것이다. 민주당은 자연스럽게 계엄 해제에 앞장선 이 대표를 내세울 수 있다. 이 대표는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해 12월4일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된다” “끝까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겠다” “우리 민주당은 대통령의 계엄해제 선언 전까지 국회서 자리를 지키겠다” 등 메시지를 거듭 강조했고, 탄핵 정국에 들어선 지금까지도 비상계엄이 ‘불법 내란’이라는 점을 지적해 왔다. 민주당은 장외투쟁을 통해 헌재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11일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인 민주당 박수현·민형배·김준혁, 진보당 윤종오 의원 등은 이날 서울 광화문 농성장서 “윤 대통령 파면 시까지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에 즉시항고를 포기한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각 사퇴할 것과 법원의 윤 대통령 직권 재구속 및 국민의힘 정당 해산 등 요구안도 발표했다. 이들은 연대 이름으로 낸 성명서를 통해 “오늘로 12·3 내란이 98일째를 맞았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며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는 헌재의 신속하고 단호한 윤석열 탄핵 인용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민주당 초선 박홍배·김문수·전진숙 의원이 국회 본청 앞 계단서 윤 대통령 조기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식을 진행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500여명이 국회의사당서 광화문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투쟁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는 대신 조용한 행보를 택했다. 너도나도 때리기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회의 본령인 민생과 경제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장외 정치 투쟁에 몰두하는 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며 “지도부는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기로 결론을 내렸고 의원님들께서 양해해주셨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국민의힘 의원이 개인적으로 탄핵 각하 릴레이 집회를 이어가는 등 엇박자를 보이면서 여당은 여당대로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급해진 여권 잠룡들은 일제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집중 공격에 나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했고 오는 2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만일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선고 결과가 비록 유죄일지라도 조기 대선에 출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의 판결이 6월26일까지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는 해석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이 대표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더라도 2심 선고서 유죄가 나오면 대선에 출마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심과 3심 대법원 판결 사이서 유죄인지, 무죄인지도 모르는 상태서 유권자에게 선택하라고 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고 민주주의 기본원칙에 맞지도 않는다”고 꼬집었다. 최근 민주당이 심 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 가능성을 언급하자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검찰을 희생양 삼아 ‘사법 리스크 물타기’를 하면서 이 대표 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것 아닌가”라고도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대표를 콕 집어 “위험하고 불안한 후보”라며 “유리한 위치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12일 서울 강서구 서울창업허브 M+에서 열린 ‘제1회 서울 바이오 혁신 포럼’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조기 대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리 당도 혹시 열릴지도 모르는 조기 대선에 여러 가지 사전적인 준비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밝혔다. 때릴수록 커지는 이…보이지 않는 대항마 정책 과제 발표에 시동 걸리는 조기 대선 최근 정치 활동을 재개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대표를 겨냥해 “위험한 사람이 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겠다는 합리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뭉친다면 이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저마다 ‘이재명 때리기’ 전략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우려 하지만 그럴수록 이 대표의 주목도만 높아지는 꼴이다. 게다가 대권주자들의 차별화가 눈에 띄지 않아 결국 이 대표 대세론만 인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대표는 노동, 경제, 민생 등에 관해 연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락가락 행보’ ‘우클릭 좌회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야당 대표’를 벗어나 ‘집권여당’의 면모를 부각시키는 과정이라는 게 야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앞서 민주당은 당 대표를 공동의장으로 한 민생연석회의를 출범시키고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민생연석회의는 “국민과 함께 민생에서 미래를 찾겠습니다”란 슬로건을 내세우고 ▲중소상공인·자영업위원회 ▲노동사회위원회 ▲금융·주거위원회 등 3개 분과위원회가 선정한 20개 민생의제와 60개의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이날 이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정치를 하려면)왼쪽도 보다가 오른쪽도 봐야 한다. 시각이 한쪽에 쏠려 흑백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검은색 아니면 흰색(과 같은 식의) 바보 같은 생각이 어디 있나. 회색도 있고 빨강·노랑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라는 것은 편 나눠서 싸우는 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국민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은 조기 대선 시 민주당의 대선 공약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이 나온다. 이 대표 역시 이를 의식한 듯 “공약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안 생기면 좋겠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닌 논의해야 할 의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대표의 질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야 잠룡 모두 고심이 깊다.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으로 인해 보수 결집을 이뤄냈지만 중도층을 잃는 딜레마에 빠졌다. 야권 잠룡들은 아직 끝나지 않은 내란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총구를 밖으로 꺼냈지만 한편으로는 이 대표를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기 대선 로드맵은커녕 개헌을 주장하는 것 이외에 뾰족한 차별점이 없는 것 역시 여야 잠룡들의 고민 중 하나다. 이대로 어대명?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 대표 경쟁 주자들은 계엄 해제가 아닌 개헌, 또는 윤석열 탄핵의 절차적 정당성 논란을 제기하는 등 조기 대선 주자 선택의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결국 차기 대선의 프레임을 계엄 해제와 내란 저지 구도로 유지해야 이 대표의 완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시 꺼낸 기본사회 카드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기본사회를 논의하는 기본사회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12일 출범한 위원회 위원장은 이 대표가, 수석 부위원장은 박주민 의원이 맡았다. 이날 이 대표는 축사를 통해 “공정한 기회와 결과를 보장하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회복과 성장을 바탕으로 국민 기본권을 든든히 해서 보장한다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위원회의 제안을 바탕으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입법과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등을 추진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본위원회도 함께 출범했다. 민주당은 대선 공약과는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가시권에 접어든 조기 대선을 대비한 로드맵과 연결 짓는 시각이 우세하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