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VS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기싸움 내막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다시 검찰과 법무부와의 기싸움을 시작하는 모양새다. 불기소 사건 자료 미송부 규칙이 담긴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하면서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이 달라서 발생한 일이니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 나온다.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기싸움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을 둘러싸고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공수처가 기소권 없는 사건을 불기소 처분할 경우 검찰로 관련 서류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힘겨루기

공수처는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불기소 결정 시 관계 서류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송부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사건사무규칙 개정을 지난달 19일 관보 게재 후 시행했다.

당초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6조 1항에 따라 기소권 없는 사건은 수사 후 검찰에 공소제기 요구 또는 불기소 처분 뒤 사건과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검찰로 이송해 왔다. 그런데 이번 사건사무규칙 개정을 통해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때에도 사건을 검찰로 이송하지 않고 기록을 보유하기로 했다.

공수처는 고소·고발인의 재정신청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이미 기소권이 없는 사건에 대해서도 고소·고발인들의 재정신청이 이뤄지고 있으며 서울고등법원은 이에 대해 공수처 검사의 불기소 결정이 적법하다는 전제로 그 이유에 대해 당부 결정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수처법 및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결정에 근거해 제도 운영상 나타난 미비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 제27조와 제29조를 근거로 사건사무규칙을 개정했다. 제27조에 따르면 공수처는 기소권 존재 여부와 무관하게, 모든 수사 대상 범죄에 대한 불기소 결정권이 존재한다. 제29조에는 기소권 없는 사건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서 고소·고발인은 재정신청을 할 수 있으며 재정신청서를 제출받은 경우 공수처장이 서울고등법원에 관계 서류와 증거물을 송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공수처는 모든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권이 있으면 불기소 결정 후 재정신청이 제출될 경우를 고려해 모든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수처의 사건사무규칙 개정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고소·고발인의 항고 및 재항고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공수처가 불기소 사건을 검찰로 보내면 고소·고발인이 항고와 재항고, 재정신청 등 3단계에 걸쳐 사건 불복 절차를 밟을 수 있는데 공수처가 이를 박탈한다는 논리다.

또 기소권이 없는데 불기소 결정권이 있는 것 자체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불기소 사건 자료 미송부 규칙 개정
법무부·검찰은 “위헌 소지” 반발

법무부의 반대에도 공수처가 사건사무규칙 개정을 강행하자 법무부는 법제처 사후 심사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 제25조의2(훈령·예규 등의 사후 심사·검토)의 1항에 따르면 법제처장은 훈령·예규 등을 수시로 심사·검토하고 ▲법령으로 정해야 할 사항을 훈령·예규 등으로 정하고 있거나 ▲법령에 저촉되는 사항 또는 불합리한 사항을 정한 훈령·예규 등이 있는 경우에는 심사 의견을 작성해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심사 의견을 통보받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관련 법령 또는 해당 훈령·예규 등에 반영해야 한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기관의 기 싸움이 수사·기소권이 분리돼있는 공수처법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앞서 이로 인해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이 공소제기와 보완수사 이류로 검찰과 공수처로 이송되다가 공중에 붕 뜨기도 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와 김씨가 운영하는 A 회사의 명목상 대표이사 B씨를 특가법상 뇌물 및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넘겼다. 

공수처는 김씨가 2013년 2월,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한 뒤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감사 대상인 건설·토목기업으로부터 공사대금 명목으로 15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봤다.

공수처는 수사 과정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공수처는 추가 영장 청구 없이 사건을 검찰에 송부했다.

하지만 검찰은 증거 수집과 법리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월 사건의 기록과 증거물 일체를 공수처에 이송했다.

감사원 사건부터 잇달아 충돌
“수사·기소 대상 불일치 원인” 

검찰 관계자는 “현 단계서 사건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증거 수집과 법리 검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공수처의 법률적 지위와 성격을 고려할 때 검찰이 아닌 공수처가 직접 추가 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수집하거나 법리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송 취지를 밝혔다.

공수처는 즉각 반발했다.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 공지 이후 1시간여 만에 “검찰의 사건 이송은 어떠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처”라며 사건 접수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기관의 기싸움으로 해당 사건은 여전히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국가정보원·감사원·국세청 등 특정 정부기관 소속의 3급 이상 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수 있다.

반면 직접 기소 대상은 대법원장 및 대법관,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고위직 경찰에 한정된다. 수사 대상 범죄도 직무 유기, 피의사실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횡령·배임 등 직무와 관련된 범죄에 국한된다.


감사원 3급 간부는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지만, 기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수처는 검찰에 사건을 송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게다가 기소권이 없는 사건은 강제적으로 검찰에 이송하도록 돼있어 검찰의 공소 제기가 없으면 이도 저도 못한다.

이에 법조계에서는 현행 공수처법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수처 부장검사를 지낸 예상균 변호사는 “공수처가 판·검사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공수처 기소 대상서 대통령과 청와대 고위 인사, 국회의원 등은 빠짐으로써 사실상 ‘법조비리수사처’라는 지적까지 나왔다”며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는 공수처와 검찰 간 소모적인 대립 양상을 낳았다”고 법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치고받고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헌법재판소서 공수처 검사가 검찰청 검사와 같은 권한이 존재하며 직무수행에 있어 검찰청법 제4조에 따른 검사의 직무(공소제기, 불기소 처분 등)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관련 입법은 국회에 계류돼있는 상황”이라며 “법적인 충돌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공수처의 수사·기소 권한을 다시 손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늦어지는 공수처장 지명


지난 2월29일,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할 공수처장 최종 후보로 이명순 변호사와 오동운 변호사 2인을 선정했다.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로운 처장이 임명되지만, 아직까지 지명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월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이 퇴임하면서, 공수처는 김선규 수사1부장검사의 처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하지만 공수처장이 조직 내 사건 처리 방향 등 주요 의사결정권자인 만큼 대행 체제로는 주요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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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