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1년' 공수처 논란의 시간들 풀스토리

첫돌인데 상갓집 분위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첫 생일을 맞았다. 지난 1년, 공수처에 대한 평가는 낙제점에 가깝다. 출범 전부터 제기된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폐지론까지 나왔다. 문제는 뚜렷한 돌파구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공수처의 지난 1년을 되짚어봤다.

많은 정부기관이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새로 출범한다. 그러다 보니 기관 신설에는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진통이 뒤따른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관련 기관의 의견이 부딪친다. 새 정부기관은 우려와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닻을 올린다. 

요란한 출발
결국 빈수레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관심 속에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지난 21일 1주년을 맞았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 독점 체제를 허물고 사법권력을 분산한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하지만 지난 1년간 공수처의 행보는 국민적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 수사 능력 부족 등 공수처 출범 전부터 예상됐던 우려만 현실화됐다는 지적이다. 야심찬 시작과 반비례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한 부분에서는 존재 이유를 다시 논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출범 1년 만에 폐지론까지 등장한 것이다.

공수처는 여야 간 힘겨운 줄다리기 끝에 출범했다. 공수처 설립의 시작은 1996년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안 입법 청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1호 공약으로 공수처 설립을 내세웠다. 공수처 설립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개혁의 한 축으로 여겨졌다. 실제 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검찰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권은 여기에 발맞춰 공수처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공수처장 추천 시 야당의 비토권을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2019년 12월30일 공수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8개월 만이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제외한 ‘4+1 협의체’가 수정한 내용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에 대한 수사권과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기소권을 갖는다.  

대통령 1호 공약, 여당 전폭 지원
출범 전부터 개정안 ‘누더기법’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범죄 수사와 중복되는 검·경 등 다른 수사기관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검경 등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을 담았다.

당시 통보 의무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한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공수처법 통과 이후 공수처장 추천 부분에서 논란이 빚어졌다. 당초 공수처법에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7명 가운데 6명 이상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추천한다고 명시했다. 그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는 구조다. 

추천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과 법무부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됐다. 다시 말해 야당에서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비토권을 행사할 경우 추천이 불가능하다. 

이 문제로 인해 공수처 출범이 늦어지자 여권에서는 2020년 12월10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3분의 2 이상(5명 이상)으로 완화하고 정당이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를 대신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초대 공수처장으로 김진욱 당시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 지명됐다. 청와대는 김 처장의 다양한 경력을 높이 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처장은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도 특검 수사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법 바꿔
처장 임명

지난해 1월21일 첫 논의가 이뤄진 이후 20여년 만에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다. 김 처장은 취임식에서 “헌법과 법, 그리고 양심에 따른 결정인지 항상 되돌아보겠다”며 “수사와 기소라는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인지 항상 되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꼽았다. 정치로부터의 중립, 기존 사정기구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받은 권력형 비리 전담기구로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됐다. 

그로부터 1년. ‘김진욱호’는 난파 직전까지 몰렸다. 새로 출범한 기관의 시행착오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많은 논란이 공수처를 뒤흔들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 수사 능력 부족, 특정 인물에 대한 표적수사 의혹 등 많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법 제정 단계부터 삐걱거리던 게 실무에 돌입하면서 문제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법은 이미 출범 전에 개정안이 나올 정도로 ‘누더기’라는 비판이 있었다. 법조문에 해석의 여지가 많아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잦은 갈등이 야기됐다.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권을 이첩하는 과정에서 나온 ‘유보부 이첩’ 개념이 대표적이다. 사건은 검찰로 이첩하되 기소는 공수처에서 맡는다는 것이다. 유보부 이첩과 관련한 보완입법이 발의되긴 했지만 여전히 국회에 잠들어 있다. 

수사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공수처가 여전히 떼어내지 못한 꼬리표다. 출범 초기에는 인력 구성이 덜 됐다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1년이 다 되도록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비판의 구실을 주고 있다. 사건 처리는 물론 피의자 신병 확보 등에 있어 연달아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부실 수사
과잉 수사

이 같은 우려는 공수처장과 공수처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으로 지명됐을 때부터 나왔다. 김 처장은 2인자인 차장으로 판사 출신의 여운국 당시 변호사를 지명했다. 김 처장과 여 차장 모두 수사 지휘 경험은 거의 없다. 

여 차장은 고발 사주 의혹 피의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스스로 공수처를 ‘아마추어’라 칭해 비판을 받았다. 당시 손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앞서 공수처는 체포영장 1번, 구속영장 2번 등 세 차례에 걸쳐 손 검사에 대한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과잉 수사, 부실 수사 등의 비판이 빗발쳤다.

여기에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신호탄이 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 압수수색도 절차적 문제로 법원이 취소했다. 수사 대상 선정은 물론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실패하면서 수사는 표류 상태를 넘어 좌초 단계에 이르렀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12건(사건번호로는 24건)을 입건했지만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특채 의혹’만 종결했고 나머지는 수사 중이다. 그마저도 두고두고 뒷말이 나왔다. 교육감은 공수처의 기소 대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기소는 0건이다.

다른 사건 수사는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그 파고가 더 크다. 공수처는 출범 2개월 만인 지난해 3월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혐의를 받던 이성윤 서울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비공개로 면담하고 기초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황제 조사’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 12건 중 기소 0건 ‘아마추어’
저인망식 통신 조회 사찰 논란까지

이 고검장을 공수처 관용차에 태워 청사로 들인 CCTV 영상이 언론이 공개된 것이다. 

이 고검장은 문재인정부에서 대표적인 친정부 검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수사기관장이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사를 직접 만나면서도 이를 공개하지 않은 점 등에서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불을 지핀 사건이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공수처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과정에서도 불거졌다. 공수처는 지금까지 윤 후보를 둘러싼 4건의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그 의혹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지난해 6월) ▲고발 사주 의혹(지난해 9월) ▲판사 사찰 문건 작성 의혹(지난해 10월) 등이 있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를 하고 있는 12건 중 3분의 1이 윤 후보와 관련된 사건인 셈이다. 공수처를 ‘윤수처’로 불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대선이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현재까지도 공수처가 사건과 관련해 어떤 결과도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애초부터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최근에는 수사 과정에서 ‘저인망식’으로 과도하게 통신 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논란이 불거졌다. 통신 수사 방식은 법원의 영장을 받아 피의자의 통화·카카오톡 대화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확인한 뒤, 이 상대방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통신사에 ‘통신 자료 조회’를 요청하는 과정을 거친다. 검경 모두 이 같은 방식을 사용하지만 공수처는 그 범위가 과도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야당 의원과 언론사 기자에 대한 통신영장에서 비롯된 통신 자료 조회로 국민의힘 의원과 언론 관련자 수백명이 집중적으로 조회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공수처는 사면초가 상태에 처했다. 공수처는 적법 절차에 따라 통신 자료를 조회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음이
있을까?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공수처는 출범 1주년 행사를 외부 인사 초대 없이 조촐하게 치렀다. 당초 계획했던 김 처장의 기자간담회도 열리지 않았다. 공수처는 그 존재만으로 검찰을 견제한다는 긍정적인 평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이대로 가다간 공수처의 2주년 행사는 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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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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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