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공수처 1호 타깃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칼 뽑았으니 무라도 자를 텐데…

[일요시사 취재1팀] 차철우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출범한지 100일이 지났다. 공수처는 예상을 뒤엎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해직교사 특별채용 의혹 건을 수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를 두고 공수처를 비판하는 입장과 1호 수사 건으로 적합했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교육과 관련해 10대 공약을 내걸었던 조 교육감은 2014년과 2018년 교육감 선거에 당선됐고, 임기를 1년 여를 남겨놓고 있다. 교육감 자리를 이어오며, 조 교육감은 공약과 말실수로 많은 논란을 사고 있다. 

의외의
스타트  

조 교육감은 과거 성공회대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민주주의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함께 참여연대 설립도 기여했다.

이후 시민·교육단체로 이뤄진 좋은 서울 교육감 시민추진위원회의 단일화 경선에서 승리해 2014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민주·진보 진영 단일후보로 결정됐다. 출사표를 던졌지만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인지도에서 뒤쳐져 한자리 수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감 후보로 나선 한나라당 고승덕 전 의원과 현역 교육감인 문용린 전 교육감의 대결구도로 조 교육감의 당선 가능성은 희박했다. 투표 일주일 전까지도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10%대에서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고 전 의원 자녀의 미국 영주권 문제가 논란이 되자 조 교육감의 지지율은 조금씩 반등을 보였다. 자녀의 영주권 문제와 고 전 의원은 선거 하루 전, 딸이 SNS에 교육감 직책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게 된다.

반면, 조 교육감의 둘째 아들은 커뮤니티에서 아버지에 대해 어필하는 글을 쓴 뒤, 진정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조 교육감은 점차 주목받게 됐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향해 전달한 두 메시지는 더욱 대비를 이뤘다. 고 전 의원에게 지지 의견을 내보이던 이들은 선거 전날 조 교육감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예상 뒤엎고 해직 교사 특채 의혹 수사
맞춤형 전형 만들어…단독 결재해 진행

결국 여론조사에서 뒤쳐지던 조 교육감은 선거 결과 39%의 득표율을 얻어 서울시교육감으로 당선됐다. 

조 교육감은 시작부터 어려움에 직면했다. 취임한지 1년이 지나자 고 전 의원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로 수사를 받았다. 교육감 직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법원은 상대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인정되나, 조 교육감의 발언이 상대 후보를 검증하기 위한 의도였다며 악의적인 비난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운 사안에 대해 비판을 받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공약은 자립형 사립 고등학교(이하 자사고)와 외국어 고등학교(이하 외고) 등의 폐지 공약이다.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학부모와 교장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 집단은 반대 이유로 정부 정책에 따라 만들어진 학교 유형으로 해당 학교장이나 학생, 학부모, 교원이 비판을 받거나 책임져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두 아들이 모두 외고 출신이라는 점에서 조 교육감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조 교육감은 폐지하려는 게 외고가 아니라 자사고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외고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 중이다. 해당 사안은 지금까지도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 교육감은 자사고 폐지에 따른 후속 정책으로 일반고 지원을 늘리는 '일반고 전성시대 2.0'이라는 정책을 내놨다. 고교 1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선택과목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과정, 진로, 진학 전문가가 1명씩 배치되도록 해 일반고의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게 취지다. 

문제는 정책의 취지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에서 발생했다.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육감은 "재벌의 자식과 택시기사의 자식이 한 곳에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며 "섞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게 문제됐다. 

다음 날에도 조 교육감은 한 고등학교의 교육특강에서 청소부와 택시기사를 최하층 예로 들며 설명해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선 학생 구성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사회 최상층으로 재벌을, 최하층은 택시기사를 예로 든 문제 된 발언은 교육감으로서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들끓었다. 

의혹의 5명
감사 결과는?

조 교육감의 발언은 문제 된 이 뿐 아니다. 지난해 자신의 SNS상에 개학연기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며 글을 올렸다가 교사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 게시글에서 문제가 된 건 학교에는 일 안해도 월급 받는 그룹과 일 안하면 월급 받지 못하는 그룹이 있다는 표현이었다. 각종 학교 비정규직들이 휴업 장기화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면서 나온 말이다. 

교사들은 교육수장이 이런 식으로 교사를 비꼬아도 되냐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문제로 조 교육감은 우리 사회 어두운 부분에 대해 비판하려는 취지였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교육부 방침이 정해지기도 전에 개학연기에 대한 생각을 대중에 공개하는 등 정치적 행보를 보인다며 혼란과 갈등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2018년 당시 조 교육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해직교사 5명을 특별 채용했던 게 공수처의 1호 수사 목록에 올랐다. 감사원이 공개한 '지방자치단체 등 기동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조 교육감이 두 번째 임기 시작 직후 해직교사 5명을 특정해 특별 채용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해직된 교사들이 공직선거법상 공무담임 제한 기간이 지났고, 제한됐던 교원의 기본권에 대한 완화가 필요성이 대두되는 점을 감안해 채용했다고 밝혔다. 또 해당 교사들이 교육계에서 특권학교 폐지 등 공익 가치 실현의 필요한 점을 고려해 조 교육감이 결정한 사안이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입장이다.

그러나 감사원은 조 교육감이 특혜를 위해 해직 교사에 대한 맞춤형 전형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17명이 지원했지만, 결국 채용된 건 해직교사 5명뿐이었다고 지적했다.

특별채용된 5명 중 4명은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친전교조 후보에게 선거자금을 건넨 뒤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벌금형을 받고 퇴직한 교사들이다. 이 중 한 명은 교육감 예비후보로 조 교육감과 단일화 이후, 선거운동을 도운 인물이다. 

독단적으로 
결정한 사안?

감사원은 부교육감, 담당자 등이 특채에 대해 특혜 우려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자, 조 교육감이 단독으로 결재해 채용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조 교육감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 직원이 서류, 면접 심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보통 채용 심사위원회는 인재풀 내에서 국장이나 과장이 선정한다. 특채심사위원회는 심사위원을 비서실 직원이 임명했다. 심사위원 5명 중 3명은 인재풀 소속의 사람들이 아닌 직원의 지인이다.


비서실 직원은 심사위원들에게 "특채는 해직 교사와 같은 당연퇴직자를 채용하기 위함"이라고 발언해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조 교육감이 특정한 교사들이 채용됐다. 

조 교육감은 해당 의혹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청이 교육감 권한 범위 내에서 특별채용 업무를 법령과 절차에 따라 추진했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또 본인은 해직 교사 특별채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심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원은 지난달 조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하고, 공수처에 수사 참고자료를 전달했다. 이후 공수처는 첫 사건으로 조 교육감의 특별채용 의혹을 선정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에 포함된다. 조 교육감이 선정된 것에 대해 여권에서는 연일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우도할계'라며 공수처가 소 잡는 칼로 닭을 잡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민주당 교육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기홍 의원은 특별채용은 불법은 아니라며 사학 비리에 저항하다 해직된 분들이 다시 채용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선거운동 도운 지지자 포함
지시 받은 비서 관여 포착

특별채용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른 절차가 규정돼있다며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과거 공수처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인물이지만, 조 교육감이 첫 수사대상으로 오르자 불만을 드러냈다.

추 전 장관은 조 교육감의 사안이 중대범죄도 아니고, 보통 사람의 정의감에도 반하는 진보 교육감 해직 교사 채용의 건에 수사를 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해야 할 일은 검사가 검사의 범죄를 덮은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권의 입장은 다르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청년들의 피눈물은 안중에도 없다며 본인들 입맛에 맞는 사건만 정하는 게 유아적 생떼쓰기라는 입장이다.

이어 교육감 자리에 앉은 이가 교사 자리를 거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 역시 공수처가 오히려 이성윤 지검장 같은 민감한 사건을 선택하지 않아 정권 편임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단체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교사노조와 민주시민교육교원노조도 공수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서울교사노조는 성명에서 공수처가 다른 권력형 비리사건이 아니라 해직교사 특별채용 건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선정한 게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11일 성명에서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교육감이 특별채용의 의혹을 받고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됐다는 게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수장이 수사 대상이 되자, 서울시교육청은 다소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공수처 수사 사실이 알려진 지난 10일부터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남은 1년 
임기 채울까 

감사원이 조 교육감을 고발했을 당시 적용한 혐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다. 하지만 공수처는 사건을 전달받은 뒤, 조 교육감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 교육감은 "공수처가 균형 있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특별채용의 제도적 특성과 혐의 없음을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과거와 같은 입장을 내놓았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희연 선택된 이유는?
안전빵? 버리는 카드?

공수처의 수사대상으로 지목된 조 교육감을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오간다. 법조계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연일 내놓고 있다. 공수처가 수사할 만큼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감이 공직자에 포함되기는 하지만, 뇌물 같은 전형적인 부패와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다. 

그동안 김진욱 공수처장도 자기 편 감싸기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진보 라인으로 분류된 인사 중 핵심인사가 아닌 조 교육감을 선택하면서 안전한 길을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또 공수처가 기소 못하는 사건을 맡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 첫 수사로 적절하냐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공수처가 검찰 견제를 위한 기구지만,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대응하는 점에서 잘 선택했다는 시선도 있다. 정치적 편향성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사건 중 상징성 있는 사건을 골랐다는 입장이다.

이어 공수처의 우려할 점은 대통령의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느냐의 문제가 있는데, 정치적 수사기구가 아니라는 점을 보였다고 해석하는 이도 있다. 현재 공수처는 사건번호 1호를 부여하고 서울시 교육청에 수사를 통보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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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처럼’ 한덕수<br> 막가는 진짜 노림수

‘대통령처럼’ 한덕수
막가는 진짜 노림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월권 논란’ 등이 불거졌다. 이에 한 권한대행이 남은 임기 동안 취할 행보에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해 논란이 일고 잇다. 또 한 권한대행이 특임공관장도 임명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며 논란에 더 불을 지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이 새로운 정부가 가질 임명권에 초를 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스스로 지피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4월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 윤석열 파면에 따른 차기 대통령 선거일을 6월3일로 확정하고, 이날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날 국무회의서 한 권한대행은 “정부는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과 협의해 선거관리에 필요한 법정 사무의 원활한 수행과 각 정당의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오는 6월3일을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 선거일로 지정하고자 하고 선거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한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사태를 언급하며 “지난 4개월간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걱정을 끼쳐 드리고, 대통령이 궐위되는 안타까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긴밀히 협력해 그 어느 때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준비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당부드린다”고 언급했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국무회의에 앞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이제껏 임명을 미뤄온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고, 마용주 대법관도 임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는 4월18일에 임기가 종료되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직무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후임자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도 지명했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임기 종료 재판관에 대한 후임자 지명 결정은, 경제부총리에 대한 탄핵안이 언제든 국회 본회의서 의결될 수 있는 상태로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라는 점, 또 경찰청장 탄핵 심판 역시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는 각각 검찰과 법원서 요직을 거치며 긴 경력을 쌓으셨고, 공평하고 공정한 판단으로 법조계 안팎에 신망이 높다”며 “두 분이야말로 우리 국민 개개인의 권리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동시에 나라 전체를 위한 판결을 해주실 적임자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보류했었다. 당시 한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을 포함한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며 “국민의 대표인 여야의 합의야말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마지막 둑이기 때문”이라고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바 있다. 갑작스레 헌법재판관 지명 황교안도 하지 않은 일을? 그랬던 그가 100일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권한대행이 대통령 몫의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는 사례는 헌정사상 전무한 일이다. 앞서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은 대법원장 몫인 이선애 재판관을 임명한 반면, 대통령 몫이던 박한철 전 헌재소장 후임자는 지명하지 않았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큰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 중이다. 권한대행은 대통령 궐위 시 권한을 대행하는 직일 뿐이지,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행할 수 없는 권한인데, 한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위헌만 행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완규 법제처장에 대해 “내란 직후 대통령 안가 회동에 참석한 사람이다. 내란의 아주 직접적인 공범일 가능성이 높다”며 “(이 법체처장을)지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 내란의 불씨가 안 꺼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민주당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완규 법제처장은 가장 대표적인 친윤석열 검사다. 법제처장을 하며 완전히 윤 전 대통령 개인의 로펌 역할을 해왔다”며 “이것은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지명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갑작스레 재판관을 임명한 이유로는 차기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 헌재 구성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재판관을 미리 앉혀두려 했을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6·3 대선 전 이·함 후보자가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차기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할 수 없다. 민주당 정부가 들어설 경우 입법부와 행정부를 차지하고, 헌법재판관 2명까지 임명하면 헌재까지 진보 성향 재판관이 다수가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정치적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알면서 선택 왜? 한 헌법학자는 이번 임명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계획을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서 민주당과 이 전 대표의 위험을 처리할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권한대행이 그 전에 선수 친 것으로 보인다”며 “어차피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권한대행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도박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이 혼자서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한 권한대행이 대통령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서 얻을 실익이 하나도 없다”며 “지금 관저서 아직도 나가지 않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김과 그 다음에 어떤 부탁이 있지 않고서는 굳이 이렇게 무모한 일을 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한남동 관저서 서울 서초동으로 이주를 완료했다). 이어 “아마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기 전 미리 후임자들을 미리 검증했지만 파면이 돼 한 권한대행에게 지명을 요구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파면 전에 준비했다고 하더라도 파면 이후 해당 결정 사안은 중지돼야 하는데 한 권한대행이 이어서 권한 행사를 한 것”이라며 “이는 진짜 사장이 있는데 사장이 잠깐 유고나 궐위 상태라서 권한대행 사장이 왔고, 그는 단순한 결제를 통해서 회사가 돌아가게 해야 되는데 갑자기 사장이 해결해야 할 보유 주식을 본인이 알아서 처분을 하고 심지어는 오버를 해서 사장 딸이나 아들의 어떤 사위나 뭐 이런 며느리 될 사람까지 본인이 다 결정을 해 주는 그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남은 두 가지 다음 수는?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 외에 시도할 법한 일은 ▲특임공관장 임명 ▲미국 관세 허용 등 두 가지로 분석된다. 우선 한 권한대행이 재외공관의 특임공관장도 임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7년 황 권한대행이 당시 특임공관장으로 분류됐던 국가정보원 출신의 변영태 전 주미국공사참사관을 주상하이총영사로 임명한 전례가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임 공관장은 정부의 판단에 따라 직업 외교관이 아닌 인물에게 공관장 임무를 맡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보통 대통령의 국정기조 이행을 명분으로 주로 정무직 인사가 임명된다. 지난 8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주중국,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 임명이 진행될 수 있냐는 질문에 “공관장 인사가 필요에 따라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해당 국가의 공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 공유드릴 사항은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로, 윤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김대기 전 실장은 주중국 대한민국 대사로 내정된 바 있다. 특임공관장이 정무적 판단이 반영되는 인사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과 무관하게 임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점과 함께, 탄핵 결과에 따라서는 임명 강행이 상대국에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작용해 이들은 임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계엄 이후 지난 4일 탄핵에 이르는 과정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월31일 재외공관장 임명을 실시한 바 있으나, 이 때도 두 명의 특임공관장을 제외한 11개국 대사가 대상이었다. 다만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권한을 넘어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특임공관장을 비롯해 다른 인사 임명을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임공관장·관세 등 무기 남아 트럼프와 통화 때 대선 이야기도 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며 무역 문제와 조선 산업 협력, 북핵 공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그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 무역수지 개선 의지를 강조하며 상호관세 문제 해결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 의지를 드러냈다. 총리실에 따르면 한 대행은 이날 오후 9시(미국 오전 8시)가 넘어 약 28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 같은 입장을 공유했다. 한 권한대행은 전화 통화에서 “미국 신정부 하에서도 우리 외교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확대·강화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면서 특히 조선, LNG 및 무역 균형 등 3대 분야서 미국 측과 한 차원 높은 협력 의지를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한 만큼, 미국산 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해나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권한대행의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드러냈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없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과 좋은 거래를 할 수 있다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거론하며 포괄적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문제는 이 같은 한 권한대행의 행보로 새로운 정부는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과 상호 관세는 앞으로 90일 동안 미뤄졌기 때문에 조기 대선이 끝난 후 차기 정부가 다시 미국과 협상할 시기가 아직 남은 셈이다. 한 권한대행의 이런 행보에 ‘한 권한대행이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경제·외교 분야서 50년이 넘는 공직생활을 거친 정통 관료라는 점, 개헌 변수를 고려한 ‘관리형 대통령’으로 적격이라는 얘기가 보수 진영 일각서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대선주자 직접 뛰나 한 권한대행의 배경에 더해 보수 진영 잠재 대선후보군의 지지율이 이 전 대표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맞물려 출마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 권한대행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8일 통화하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대선에 나갈 것인지 묻자 “여러 요구와 상황이 있어 고민 중이다. 결정한 것은 없다”는 취지로 말하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에 더욱 불을 지피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