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공수처 위기론

산으로 가는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30일로 출범 100일을 앞두고 있다. 공수처는 문재인정부가 임기 초부터 밀어붙인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닻을 올린 공수처는 지난 석 달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 1월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다.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을 입법 청원한 지 25년,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19년 만이다. 

문 대통령
1호 공약

공수처는 15대에서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추진과 무산을 반복하며 부침을 겪었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첨예한 정쟁 끝에 공수처법이 통과된 데 이어 공수처장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2019년 12월30일 이른바 공수처법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245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안을 ‘4+1 협의체’가 수정한 내용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이 모두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부여했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7명 위원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도록 했다. 추천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했다. 당초 법안에는 야당의 비토권이 존재했다.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갖도록 했다. 특히 검경 등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담겼다. ‘통보 의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해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
설립 취지부터 흔들

이날 공수처법 국회 통과로 공수처 출범은 2020년 7월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보였다. 민주당 등 여권은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행사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늦어졌고, 그로 인해 공수처 출범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지난해 12월10일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5명)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

2020년 12월28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판사 출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검사 출신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 2인으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가운데 김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특검 수사관 등 다양한 경력이 있는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시작부터
기대와 우려

김 선임연구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됐다. 공수처 출범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김 처장의 임명을 환영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공수처의 지난 석 달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직 구성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은 물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5급 비서관 채용 특혜 의혹, 김 처장의 발언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뚜렷한 돌파구 없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부터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처장과 공수처 차장으로 발탁된 여운국 변호사는 둘 다 판사 출신이다. 김 처장은 처장과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이라 수사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 “부장검사, 검사장급을 포함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29일 김 처장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수처 처장, 차장을 포함한 검사 25명 중 검사 출신 인원은 절반을 넘을 수 없다. 부장검사를 포함해 최대 12명을 임명할 수 있다”며 “인사위원회 검토를 받아봐야겠지만 처장 개인의 의견으로는 그 12명에 특수수사를 포함한 수사 경험이 있는 분들이 지원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현재 조직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에 규정한 검사 정원 25명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수사팀을 이끌어갈 부장검사는 정원의 절반인 2명만 추천돼 추가 채용이 불가피하다.

추천 인원 가운데 검찰 출신도 3명 안팎에 불과한 처지라 나머지 비검찰 출신 검사들을 교육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김 처장이 위원장을 맡은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 2일 회의를 열어 부장검사 후보자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평검사 추천까지 포함하면 공수처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한 19명의 검사를 최종 선별했다. 

검사, 판사 출신인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인사위를 통과한 공수처 검사 19명 중 검찰 출신은 4명가량으로 알려졌다. 당초 4명을 선발하는 부장검사 자리에 40명, 19명을 뽑는 평검사 자리에 193명이 지원해 ‘10대 1’ 경쟁률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수사 능력 등 자질을 갖춘 지원자는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출금 의혹 관계자들의 기소 권한을 두고도 공수처는 검찰과 충돌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기소했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도 대검은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권으로
내부 충돌

검찰이 공수처의 의견과 다른 판단을 하면서 두 기관의 정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그동안 ‘검사에 대한 독점적 기소권’과 ‘공소권 유보부 이첩권’을 주장했다. 차 본부장은 검사가 아니지만 이 검사는 검사기 때문에 기소 권한이 공수처에 있다는 주장이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 여건 미비 등을 이유로 검찰에 재이첩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송치하라”고 요구했지만 검찰에서 두 사람을 기소한 것. 

이성윤 지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황제조사’ 논란,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7일 김 처장이 관용차를 이용해 이 지검장을 청사로 들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다. 김 처장은 당시 이 지검장과 그의 변호인을 만난 이유에 대해 면담 및 기초 조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조서를 남기지 않아 논란이 됐다. 


문제가 확산되자 공수처는 “(이 지검장)면담 당시 공수처에 관용차가 두 대 있었는데 2호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으로 피의자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2호차인 소나타 차량을 사용할 수 없어 처장 관용차인 제네시스를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익 신고인은 “2호차인 소나타 차량은 체포 피의자 호송용이 아닌 일반 업무용이고 출고 시 장착된 키즈락 기능 이외에 호송 피의자 도주를 막기 위한 뒷좌석 문열림 관련 차량개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김 처장과 공수처 대변인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이 지검장을 태운 관용차를 운전한 5급 김모 비서관의 특별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 처장은 취임과 함께 김 비서관을 공모 과정 없이 특별채용 했다. 특히 그가 여당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으로 번졌다. 

김 처장은 지난 15일 기자들의 질문에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직 구성·중립·황제조사 논란
1호 수사는 과연…돌파구 찾을까

앞서 공수처는 지난 2일 “공무원임용시험령 별표에 의하면 변호사는 5급 별정직공무원 임용 자격이 있고 공수처장 비서는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적법한 자격을 갖춰 채용된 것이므로 특혜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15일에도 설명자료를 내고 “인사청문회를 며칠 앞두고, 당시 처장 임명 일자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이에 맞춰 즉시 부임할 수 있는 변호사여야 했다”며 공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처장 비서는 처장을 수행, 일정 관리 등을 하는 별정직으로, 별정직 비서는 대개 공개경쟁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종전에는 연고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처장과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을 채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현재 검사 선발 정원을 절반 가까이 채우지 못한 채 수사에 착수해야 할 처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검사 13명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잇따른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공수처는 ‘1호 수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12일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서 “우리 처가 당면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도록 자문위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립성, 공정성 논란 등 공수처 설립 취지가 흔들릴 만큼 여러 악재가 불거졌지만 수사를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첩이냐
직접이냐

1호 수사 사건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이 될지, 새로운 사건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등 검찰 이첩 사건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김 처장은 공수처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해 성과를 낼만한 사건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기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총 837건으로 이중 부산참여연대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를 고발한 사건 등 10건 내외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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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