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공수처 위기론

산으로 가는 요란한 빈수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30일로 출범 100일을 앞두고 있다. 공수처는 문재인정부가 임기 초부터 밀어붙인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닻을 올린 공수처는 지난 석 달 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지난 1월21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공식 출범했다. 1996년 참여연대가 부패방지법을 입법 청원한 지 25년, 2002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지 19년 만이다. 

문 대통령
1호 공약

공수처는 15대에서 19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추진과 무산을 반복하며 부침을 겪었다. 20대 국회에서도 여야 간 첨예한 정쟁 끝에 공수처법이 통과된 데 이어 공수처장 인선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2019년 12월30일 이른바 공수처법으로 불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설치및운영에관한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지 245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발의한 안을 ‘4+1 협의체’가 수정한 내용으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와 국무총리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시·도지사 등이 모두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선 기소권도 부여했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 7명 위원 중 6명 이상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되도록 했다. 추천위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위원 2명과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구성했다. 당초 법안에는 야당의 비토권이 존재했다. 

중복되는 범죄 수사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갖도록 했다. 특히 검경 등이 범죄 수사 과정에서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이 사실을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는 조항이 담겼다. ‘통보 의무 조항’은 수사 착수 단계부터 검‧경 수사를 무력화하고, 공수처가 특정 인사에 대해 선택적 수사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
설립 취지부터 흔들

이날 공수처법 국회 통과로 공수처 출범은 2020년 7월로 예상됐다. 하지만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 여야가 극심한 갈등을 보였다. 민주당 등 여권은 국민의힘이 비토권을 행사해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늦어졌고, 그로 인해 공수처 출범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후 지난해 12월10일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을 담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5명)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이 반대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

2020년 12월28일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판사 출신 김진욱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과 검사 출신 이건리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최종 후보 2인으로 선정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가운데 김 선임연구관을 지명했다.


당시 청와대는 “김 후보자는 판사, 변호사, 헌재 선임연구관 외에 특검 수사관 등 다양한 경력이 있는 만큼 전문성과 균형감,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시작부터
기대와 우려

김 선임연구관은 인사청문회를 거쳐 초대 공수처장으로 임명됐다. 공수처 출범을 두고 여야는 극명한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김 처장의 임명을 환영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치적 중립성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범한 공수처의 지난 석 달은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직 구성 과정에서 잡음이 나온 것은 물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조사’ 논란, 5급 비서관 채용 특혜 의혹, 김 처장의 발언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다.

과제는 산적해 있는데 뚜렷한 돌파구 없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공수처는 출범 초기부터 수사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처장과 공수처 차장으로 발탁된 여운국 변호사는 둘 다 판사 출신이다. 김 처장은 처장과 차장이 모두 판사 출신이라 수사 능력에 의문이 있다는 우려에 대해 “부장검사, 검사장급을 포함해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으로 보완하겠다”고 했다. 

지난 1월29일 김 처장은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공수처 처장, 차장을 포함한 검사 25명 중 검사 출신 인원은 절반을 넘을 수 없다. 부장검사를 포함해 최대 12명을 임명할 수 있다”며 “인사위원회 검토를 받아봐야겠지만 처장 개인의 의견으로는 그 12명에 특수수사를 포함한 수사 경험이 있는 분들이 지원하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현재 조직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에 규정한 검사 정원 25명 정원조차 채우지 못했다. 수사팀을 이끌어갈 부장검사는 정원의 절반인 2명만 추천돼 추가 채용이 불가피하다.

추천 인원 가운데 검찰 출신도 3명 안팎에 불과한 처지라 나머지 비검찰 출신 검사들을 교육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김 처장이 위원장을 맡은 공수처 인사위원회는 지난 2일 회의를 열어 부장검사 후보자 명단을 인사혁신처에 제출했다. 평검사 추천까지 포함하면 공수처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한 19명의 검사를 최종 선별했다. 

검사, 판사 출신인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인사위를 통과한 공수처 검사 19명 중 검찰 출신은 4명가량으로 알려졌다. 당초 4명을 선발하는 부장검사 자리에 40명, 19명을 뽑는 평검사 자리에 193명이 지원해 ‘10대 1’ 경쟁률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수사 능력 등 자질을 갖춘 지원자는 적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출금 의혹 관계자들의 기소 권한을 두고도 공수처는 검찰과 충돌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기소했다.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도 대검은 기소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소권으로
내부 충돌

검찰이 공수처의 의견과 다른 판단을 하면서 두 기관의 정면충돌 가능성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그동안 ‘검사에 대한 독점적 기소권’과 ‘공소권 유보부 이첩권’을 주장했다. 차 본부장은 검사가 아니지만 이 검사는 검사기 때문에 기소 권한이 공수처에 있다는 주장이다. 

공수처는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 여건 미비 등을 이유로 검찰에 재이첩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재송치하라”고 요구했지만 검찰에서 두 사람을 기소한 것. 

이성윤 지검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황제조사’ 논란, 거짓말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7일 김 처장이 관용차를 이용해 이 지검장을 청사로 들인 사실이 확인됐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다. 김 처장은 당시 이 지검장과 그의 변호인을 만난 이유에 대해 면담 및 기초 조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조서를 남기지 않아 논란이 됐다. 


문제가 확산되자 공수처는 “(이 지검장)면담 당시 공수처에 관용차가 두 대 있었는데 2호차는 체포 피의자 호송으로 피의자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뒷좌석에서 문이 열리지 않는 차량이어서 이용할 수 없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2호차인 소나타 차량을 사용할 수 없어 처장 관용차인 제네시스를 보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익 신고인은 “2호차인 소나타 차량은 체포 피의자 호송용이 아닌 일반 업무용이고 출고 시 장착된 키즈락 기능 이외에 호송 피의자 도주를 막기 위한 뒷좌석 문열림 관련 차량개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김 처장과 공수처 대변인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당시 이 지검장을 태운 관용차를 운전한 5급 김모 비서관의 특별채용 과정에 대한 논란도 커지고 있다. 김 처장은 취임과 함께 김 비서관을 공모 과정 없이 특별채용 했다. 특히 그가 여당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특혜 의혹으로 번졌다. 

김 처장은 지난 15일 기자들의 질문에 “특혜로 살아온 인생에는 모든 게 특혜로 보이는 모양”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직 구성·중립·황제조사 논란
1호 수사는 과연…돌파구 찾을까

앞서 공수처는 지난 2일 “공무원임용시험령 별표에 의하면 변호사는 5급 별정직공무원 임용 자격이 있고 공수처장 비서는 이 같은 규정에 따라 적법한 자격을 갖춰 채용된 것이므로 특혜 의혹 제기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또 15일에도 설명자료를 내고 “인사청문회를 며칠 앞두고, 당시 처장 임명 일자가 유동적인 상황에서 이에 맞춰 즉시 부임할 수 있는 변호사여야 했다”며 공개채용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처장 비서는 처장을 수행, 일정 관리 등을 하는 별정직으로, 별정직 비서는 대개 공개경쟁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종전에는 연고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처장과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을 채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현재 검사 선발 정원을 절반 가까이 채우지 못한 채 수사에 착수해야 할 처지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검사 13명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잇따른 논란으로 위기에 처한 공수처는 ‘1호 수사’를 통해 국민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12일 자문위원회 첫 회의에서 “우리 처가 당면한 현안들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도록 자문위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린다”며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릴지라도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립성, 공정성 논란 등 공수처 설립 취지가 흔들릴 만큼 여러 악재가 불거졌지만 수사를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첩이냐
직접이냐

1호 수사 사건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전 차관 불법출금 의혹 사건이 될지, 새로운 사건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김 전 차관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 등 검찰 이첩 사건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지만 김 처장은 공수처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독자적인 수사에 착수해 성과를 낼만한 사건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기준 공수처에 접수된 사건은 총 837건으로 이중 부산참여연대가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를 고발한 사건 등 10건 내외가 주요 검토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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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