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정교유착 의혹 정점 한학자

자식도 관리 못하면서 세계 평화?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그동안 자신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어왔던 한 총재가 교단 자금 로비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교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학자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하 통일교)의 2대 총재다. 통일교 창설자 문선명의 배우자이자 후계자인 그는, 남편 사망 이후 교단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모태 신앙
기독교 집안

한 총재는 1943년 2월10일 평안남도 안주군 안주읍 신의리에서 태어났다. 그가 통일교에 몸을 담게 된 건 가정환경의 영향이 컸다. 어머니 홍순애는 장로교 신앙을 가진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었다.

외동딸이었던 한 총재는 어머니의 영향 아래서 자연스럽게 신앙 생활에 젖어들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가족은 피란길에 올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한 총재는 여러 차례 학교를 옮겨 다니다가 초등학교를 마친 뒤 성요셉 간호학교에 진학했다.

그는 10대 시절, 통일교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게 된다. 처음 문선명을 본 것은 만 14세 무렵이었다. 교단 내부 증언에 따르면, 당시 어린 소녀였던 한 총재는 교단 집회에서 문선명을 멀리서 바라보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교단 내에서 차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문선명은 이미 ‘메시아’를 자처하며 교세 확장에 나서고 있었고, 이를 가까이에서 접한 한 총재의 모친 홍순애는 그의 가르침에 깊이 매료됐다.

이후 홍순애는 교단 내에서 ‘대모님’으로 불리며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청평 수련원 등지에서 교인들의 영적·육적 치유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신도들은 홍순애가 신령한 기운을 지녔다고 믿었다. 모친의 입지 덕분인지 한 총재도 함께 교단 내에서 눈도장을 찍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미 교단 핵심부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셈이다.

1960년 3월27일, 한 총재는 문선명과 약혼식을 올렸다. 당시 교단에서는 이 약혼식을 ‘가약식’이라 불렀고, 불과 보름여 뒤인 4월11일에 열린 결혼식을 ‘성혼식’으로 불렀다. 교단 내부에서는 이 두 의식을 혼인 절차가 아닌, 신학적인 의미가 담긴 중요한 단계로 해석했다.

가약식은 ‘하늘 앞에서의 약속’, 성혼식은 ‘인류 앞에서의 선언’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한 총재는 만 17세였으며, 문선명은 40세였다. 나이 차이가 23살에 달하는 결혼은 교단 안팎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교단은 이를 ‘참부모 성혼식’이라 부르며 통일교의 역사적인 순간으로 선포했다. 교인들은 성혼식을 통해 한 총재와 문선명이 인류의 영적 부모로 자리매김했다고 여겼다.

한 총재가 문선명의 배우자가 된 배경에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 문선명은 이미 1959년부터 계시에 따라 새로운 배우자를 맞이해야 한다고 밝히며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교단 내에서는 한 총재 외에도 몇몇 신부 후보가 거론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김명희, 윤정혜였다.


14세 무렵 문선명 처음 만나
말 많고 탈 많은 ‘7남 7녀’

김명희는 일본에서 선교활동을 맡았으나 사명을 완수하지 못했고, 윤정혜는 끝내 문선명에게 절대적 복종을 맹세하지 못하면서 자격을 상실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한 총재가 최종 배우자로 확정됐다.

문선명은 한 총재를 직접 만나기 전, 그가 신부로서 갖출 자질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긴 시간을 들였다. 1960년 2월26일, 첫 대면 자리에서 9시간 동안 질문을 던지며 신앙과 소명 의식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한 총재는 교단 원로 최원복으로부터 한 달간 ‘신부 수업’을 받았다.

신부로서의 역할, 교단 지도자의 아내로서 지녀야 할 태도 등을 익히는 과정이었다.

결혼 직후 한 총재와 그의 모친 홍순애는 교단 내 신도들의 시기와 불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검소한 생활을 했다. 이들은 3년간 청빈한 삶을 유지하며 다른 신도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에서 생활했다고 전해진다. 이는 한 총재가 ‘교단의 어머니’로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결혼만으로 입지를 굳힐 수는 없었다. 교단 내부에서 문선명 부부가 ‘참부모’로서의 위치를 인정받고 확고히 자리 잡기까지는 7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 기간은 교단의 교리와 상징을 재정립하고, 신도들로부터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에 사용했다.

한 총재는 남편과 함께 교단 의례와 활동에 참여하면서 ‘참어머니’라는 호칭을 얻었고, 이후 교단의 핵심적 지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를 다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7남7녀, 총 14명의 자녀가 태어났다. 교단 내부에서는 이들이 ‘참가정’이라 불렸다. 한 총재가 많은 자녀를 둔 것에 비해 그중에 후계자로 낙점된 자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장남 문효진은 음악과 사업을 병행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헤비메탈 밴드 활동을 했고, 10여장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 동시에 연예기획사를 설립해 연예계 진출을 시도했으나 마약 투약과 폭행 논란에 휘말리면서 교단 안팎으로 구설에 올랐다.

당시 전처 홍난숙이 미국에서 문선명 일가에 대해 폭로하는 책 <In the Shadow of the Moons>을 쓰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홍난숙은 참가정을 떠난 것을 ‘탈출’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후 문효진은 재혼하며 삶의 안정을 되찾는 듯했지만 2008년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차남 문흥진은 어린 시절부터 총재 부부가 각별히 아꼈던 아들이었다. 문선명이 ‘효자’라 칭할 정도였으나, 1984년 교통사고로 18세 나이에 요절했다. 교단은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사후 영혼 결혼식을 치렀다.

17세와 40세
영적 부모로


셋째 아들 문현진은 한때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됐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한 그는 통일교 국제재단과 글로벌피스재단 등을 이끌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교단 재정 운영과 교리 해석을 두고 어머니 한 총재와 충돌하면서 결국 결별 수순을 밟았다.

여의도 파크원 개발 등 대규모 자산을 둘러싼 소송전으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독자 노선을 걷게 됐다.

넷째 아들 문국진은 통일교 계열사의 경영을 맡으며 한동안 내부 실권을 쥐었으나, 형제들과의 갈등과 내부 불신으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동생 문형진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세계평화통일성전(생츄어리 교회)’에 합류했다.

다섯째 아들 문권진은 비교적 조용히 지내며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고, 여섯째 아들 문영진은 1999년 미국 네바다주 리노의 한 호텔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경찰은 자살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당시 교단 측은 사고사라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그는 20대 청년으로, 결혼 후 얻은 딸은 형 문국진 가정으로 입양됐다.

막내아들인 일곱째 문형진도 후계자로 지목된 바 있다. 하버드대에서 종교학을 전공하고 세계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한 총재와 갈등 끝에 교단에서 축출됐다. 그는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 분파인 ‘생츄어리 교회’를 세우고 총기 무장 교리를 내세우며 논란을 일으켰다.

신도들이 총기를 들고 합동결혼식을 진행하는 장면은 미국 언론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파장이 컸다.


딸들도 마찬가지다. 장녀 문예진은 결혼과 이혼을 겪으며 네 자녀를 뒀는데 통일교에서 활동은 하지 않았다. 둘째 딸은 태어난 지 8일 만에 세상을 떠났고, 셋째 딸 문인진은 미국 통일교 회장을 맡으며 활동에 나섰으나, 유부남과의 불륜 및 사생아 출산 사실이 드러나며 직위를 내려놓으며 결국 이혼 후 재혼했다.

넷째 딸 문은진은 승마 선수로 활동했으며 한때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가정사와 이혼 문제로 교단 내 입지가 약화됐다. 다섯째 딸 문선진은 2015년 7남 문형진이 물러난 뒤 세계회장직에 올라 교단을 대표했으나, 2019년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섯째 딸 문연진은 미국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스스로를 “재벌 2세”라 소개하며 화제를 모았다. 다큐멘터리 감독을 희망한다고 밝혔으나 교단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막내딸 문정진은 통일교와 관계없는 일반인과 결혼하며 교단 활동과는 선을 그었다.

교단에서는 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린 후계 다툼이 벌어진 때가 있었는데, 3남 문현진은 교단 재정 투명성을 주장했으나 교권과 대립하며 배제됐고, 4남 문국진은 기업 운영을 맡았으나 내부 갈등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7남 문형진은 후계자로 지목됐지만, 한 총재와의 갈등 끝에 교단을 떠나 미국에서 분파를 창립했다.

‘왕자의 난’
후계 다툼

결국 자녀 가운데 누구도 후계자로 자리를 굳히지 못했다.

2012년 9월 문선명이 세상을 떠난 뒤 교단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창립자의 부재로 후계 구도가 불투명했기 때문었이다. 그러나 장례 기간 동안 한 총재가 교단을 대표해 외부 인사를 맞이하고 주요 행사를 주관하면서 자연스럽게 그에게 시선이 쏠렸다.

교단 내부에서도 ‘참어머니’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다.

이듬해 한 총재는 통일교 총재로 공식 취임했다. 취임 당시 그는 남편의 뜻을 이어 교단을 이끌어가겠다고 선언하며 조직 결속과 교세 유지를 강조했다. 이후 교단 산하 주요 조직의 업무를 맡으며 사실상 단일 지도 체제를 굳혔다.

선문학원 이사장으로 취임해 대학과 연구기관을 관리했고, 세계평화여성연합 총재로 활동하며 교단 여성 신도와 국제 활동을 아우르는 역할을 맡았다.

한 총재는 통일교의 주요 업무들을 차례로 장악하면서 교단 운영 전반은 한 총재 중심으로 재편됐다. 내부적으로는 ‘참어머니’라는 호칭을 내세워 권위를 강화했고, 대외적으로는 총재로 활동하며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 결과 문선명 사후에 불거졌던 분열 가능성은 어느 정도 수습됐고, 주요 의사결정은 모두 한 총재의 손에서 이뤄지게 됐다.

통일교의 공식 명칭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다. 1954년 5월1일 서울 북학동에서 문선명에 의해 만들어졌다. 당시 이름은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였으며, 기독교 교파의 분열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로 출범했다. 이후 교세가 확장되면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이름을 내걸게 된다.

문선명은 예수가 완수하지 못한 사명을 자신이 이어받아야 한다는 계시를 받았다고 했고, 이를 바탕으로 ‘참된 가정을 세워야 인류가 구원받는다’는 신학을 만들었다. 통일교의 모든 교리는 이 믿음에서 출발한다.

교리의 핵심은 <원리강론>이라는 경전에 담겼다.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은 본래 완전했으나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질서가 무너졌다고 본다. 인류 역사는 이를 회복하기 위한 ‘복귀’의 과정이며, 예수가 완성하지 못한 사명을 문선명이 이어받았다는 게 교단의 주장이다.

아담과 하와의 원죄를 끊고 하나님의 혈통을 되찾아야 구원이 완성된다는 논리다. ‘참부모’라는 개념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신도들은 이 부부를 통해 인류가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믿었다. 기존 기독교가 예수를 구세주로 바라보는 것과 달리, 통일교는 ‘참부모’의 출현이야말로 인류 구원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교단 자금 활용 정치권 로비 혐의 구속
대선 직전 ‘특별지시 프로젝트’ 추적

통일교 하면 떠오르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합동 결혼식이다. 교단은 이를 ‘축복식’이라 부른다. 수천쌍, 때로는 수만쌍의 신도들이 한날한시에 부부가 되는 의식이다. 교단은 이를 ‘축복식’이라 부르며, 신도 부부가 과거의 죄성을 끊고 하나님의 혈통을 잇는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이 합동 결혼식은 세계의 관심을 받았다. 국적과 인종을 초월한 결혼은 통일교가 내세우는 ‘세계 평화’의 상징이기도 했다. 실제로 교단이 짝을 정해주는 경우가 많았고, 신도들은 이를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독특한 의례는 교세 확장의 동력이 됐다. 가족 단위의 신도들을 만들고, 국제결혼을 통해 국경을 넘어선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교단은 이를 “하나님의 세계적 가정”이라 불렀고, 신도들은 이를 통해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받았다.

통일교는 선문학원과 선문대학교를 비롯한 학교와 연구기관을 설립해 자체 인재를 양성했다. 여성 신도를 결집하기 위해 세계평화여성연합을 조직했고, 청년 조직도 운영하며 차세대 신도들을 교육했다.

언론사와 출판사를 세워 교단 메시지를 널리 퍼뜨렸으며, 예술단과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며 문화 활동에도 투자했다. 경제 활동도 활발했다. 문선명은 해양 산업을 강조하며 수산업에 손을 댔고, 무역과 건설, 식품 사업에도 진출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 미국 등 해외에서도 기업을 세우며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정치와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통일교는 출범 이후 줄곧 반공주의를 내세웠다. 냉전이 격화되던 시기, 공산주의를 ‘사탄의 사상’으로 규정하며 국제 반공 연합을 후원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일본, 한국 정치권과 다양한 접점을 만들었다.

미국에서는 닉슨 대통령 시절부터 교단의 로비 문제가 언급됐고, 일본에서는 자민당 정치인들과 교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집권 세력과의 연관성이 여러 차례 문제로 불거졌다.

이런 행보와 교리로 인해 통일교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상당하다. 기독교계는 통일교의 ‘참부모’ 교리가 정통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교단 운영 방식도 논란이었다. 신도들에게 고액의 헌금을 요구하거나, 영적 상품을 고가에 판매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일본에서는 피해자 가족 모임이 꾸려질 정도로 사회 문제가 됐다. 결국 일본 정부는 교단 법인 해산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는 통일교를 컬트, 즉 사이비 집단으로 분류했다.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조직 구조, 그리고 정치적·경제적 영향력 행사 방식이 문제로 지목됐다.

한편, 한 총재의 구속으로 통일교의 후계 구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교단은 공식적으로 “천애축승자를 중심으로 현 상황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천애축승자는 장남 문효진의 아들 문신출·문신흥 형제를 말한다. 지난 4월13일 통일교가 ‘천원궁 천일성전 입궁식’을 열며 지명한 사실상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아들 대립
폭발 직전

현재 3남 문현진은 글로벌피스재단을 중심으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고, 7남 문형진은 미국에서 생츄어리 교회를 운영하며 모친을 정면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구속 이후 아들들의 추가 폭로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교단의 향후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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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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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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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