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600억원 투입 동대문 사업 파산 원흉 찍힌 서희건설, 왜?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8.21 09:36:08
  • 호수 15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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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억원을 15%로 차용 공사 상대로 이자 장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국민 혈세 600억원이 투입된 동대문환경개발공사를 파산하게 만든 원인이 해당 민간투자사업의 핵심 주체였던 서희건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사의 운영 부실, 지분 매각, 재무 상태를 일시적으로 개선하려 한 공격적인 회계 처리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은 620억원 규모의 민간투자사업(BTL)으로, 음식물 자원화 시설 운영을 통한 지역 환경 개선을 목표로 했다. 이 중 600억원은 국고 보조금으로 충당됐다. 서희건설은 2006년 11월 시설 착공을 시작해 2010년 12월 준공했다. 공사비의 35%를 직접 부담하고 20년간 관리 운영권을 갖는 핵심 사업자였다. 특히 서희건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게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선물했다는 의혹을 받아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예를 보여줬다.

부실 운영
직원 사망

동대문환경자원센터 사업의 운영상 문제는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서희건설이 운영하는 동안 음식물자원화시설은 잦은 고장과 이로 인한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 주변 일대에서는 악취 민원이 쇄도했다. 시설 관리 직원의 사망사고까지 발생하며 서희건설의 시설 운영 능력과 관리에 대한 동대문구의회의 질타가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초기 운영 부실은 사업의 장기적인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운영 부실 논란이 이어지자 서희건설은 2012년 미래에셋펀드에 지분 전량을 221억원에 매각하고, 운영 주체를 타 업체로 변경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됐다. ‘주 수탁자가 운영을 포기할 경우, 사업에 재개입하는 대체 수탁자 계약’을 맺어 형식상 지분은 넘겼지만 실질적 운영권에 여지를 남긴 것이다.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는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 ‘재무적 투자자’에 불과했다. 오히려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이하, 동대문환경)에 193억원을 15%로 대여해 연간 25억~28억원에 달하는 고이자를 수취했다. 일반적인 기업 대출금리를 현저히 벗어나는 수준으로, 이는 수익성이 취약한 공사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결과적으로 만성적인 자본잠식 상태를 심화시켰다.

서희건설이 데려온 미래에셋펀드는 공기업을 상대로 15%의 고리대금업을 한 셈이다. 서희건설이 대체 수탁자로 있는 동안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수년간 서희건설과 새로운 수탁자 사이에서 동대문환경 운영 및 관리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결국 2021년 새로운 수탁자도 동대문환경 운영에서 철수했다.

버는 돈 없이 돈만 쓴 망한 사업
하다 안 되니 이제야 ‘나 몰라라’

이에 따라 대체 수탁자였던 서희건설은 동대문환경을 다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아울러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펀드로부터 26억원에 지분을 재인수했다. 2012년 221억원에 매각했던 지분을 9년 만에 약 1/8 수준의 가격으로 다시 사들인 것이다.

이 시기 동대문환경은 자본잠식에 빠진 한계기업 상태였으며, 영업이익은 적자였다. 그런데 서희건설 재인수 이후 2020년 자본총계 -117억원의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였던 동대문환경은 2021년 14억원 흑자로 전환됐고, 당기순이익은 20억원에서 192억원으로 860% 폭증했다.

이는 동대문환경에서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덕분이었다. 동대문환경은 미래에셋펀드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대출을 받은 상태였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미래에셋펀드의 120억원 대출을 서희건설이 대신 상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서희건설로부터 빌린 119억원과 장기미지급금 6억원을 탕감받으며 대규모 특별이익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동대문환경이 회계상 중대한 영향이 있는 이 거래에 대해 감사보고서 주석을 누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회계 기준 위반 소지가 있다. 전문가들은 분식회계 가능성을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동대문환경의 급격한 재무 상태 개선이 오직 채무면제이익에만 의존했다는 사실이다.

장부상 거래
수입이 없다

실제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 개선은 전혀 없었다. 현금 유입도 발생하지 않은 순전한 ‘장부상 거래’였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외부 대출을 내부 대여로 전환하고 탕감 처리하는 방식은 분식회계에서 종종 나타나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수익성과 사업성이 망가진 동대문환경은 결국, 지난해 대형 화재가 발생한 후 이듬해 5월 법원으로부터 파산선고를 받았다. 동대문환경의 파산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법적으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동대문환경의 채무면제이익은 미래에셋펀드가 채권을 탕감해 준 것으로, 제3자와의 거래가 아닌 정상적인 회계 처리였다”며 “서희건설이 동대문환경에 대여한 119억원은 동대문환경의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워 미래에셋펀드의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금 대여였다”고 밝혔다. 이어 “서희건설은 동대문구청과 체결한 실시협약의 직접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답했다.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서희건설과 동대문구청이 맺은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에는 “공사가 본 협약상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경우, 서희건설은 그 책임과 비용으로 공사의 의무 이행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또 실시협약 제51조는 “사업 시행자에 대해 법원이 파산선고 신고가 있는 경우 사업 시행자의 귀책사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채무면제이익 127억원
분식회계 가능성도 제기

이는 동대문환경의 파산이 계약상 서희건설의 귀책사유로 간주됨을 의미한다. 사업 초기부터의 운영 부실, 책임 회피를 위한 지분 매각과 대체 수탁자 계약, 그리고 재인수 후 발생한 채무면제이익 논란을 살펴보면 서희건설이 공공사업 실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동대문구청은 주민들의 안전과 환경 문제를 방치할 수 없어 30억원의 구민 혈세를 들여 복구 작업에 나섰으며, 추후 서희건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서희건설 측은 초기 사업 부실 운영 및 책임 관련해 “동대문환경자원센터를 건립하던 때는 환경 사업의 기술적 과도기였으며 그 무렵 대부분의 자원화시설에서 크고 작은 설비 문제 및 악취 민원들은 공통적으로 발생했다”며 “당사는 동대문환경자원센터의 설비 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주무 관청과 협의 하에 성능 개선 및 보완 공사의 운영 개선을 조치했으며 이를 위해 총 사업비에 책정돼있지 않은 초과 금액을 투입하는 등 최선을 다해 관리·운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2년 지분 매각 및 대체 수탁자 계약에 대해서는 “당사와 동대문환경이 무관한 회사인지에 관련해서, 당사는 1차 답변서에서 ‘2012년 3월15일에서 2021년 11월25일까지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출자자는 농협은행(미래에셋맵스그린에너지사모펀드)이었다’고 답변했다”며 “해당 기간 동안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였고, 미래에셋 사모펀드가 출자자일 때 수탁자는 국내 굴지의 수처리 전문 회사로, 해당 수탁자가 자신의 책임으로 동대문환경을 관리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체 수탁자 제도는 민간투자사업의 표준 실시협약에 따라 사업시행자(동대문환경)와 관리운영수탁자 간에 체결되는 위수탁관리운영계약서에 통상적으로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능력 부족
책임 회피

동대문환경 파산 책임과 관련해 서희건설 측은 “실시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사업시행자’는 동대문환경이다. 실시협약 제51조 제1항 제5호는 ‘본 협약의 해석에 있어, 동대문환경에 대해 법원의 파산선고가 있는 경우는 동대문환경개발공사의 귀책사유로 본다’는 뜻으로 주주인 서희건설과 무관한 조항”이라고 강조했다.

또 서희건설 측은 동대문환경의 운영을 맡은 초기 11개월 동안 부실하게 운영했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사업 초기부터 운영상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는 언론 보도는 객관적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미래에셋펀드가 동대문환경의 실질적 소유주이며, 국내 유수의 수처리 전문회사를 미래에셋펀드가 운영 수탁사로 선정해 본 사업을 운영 중이었는데, 대체 수탁자에 불과한 서희건설이 마치 미래에셋펀드나 해당 수처리 전문회사를 대신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처럼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한편, 주택 브랜드 서희스타힐스로 알려진 서희건설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건설·부동산 경기가 불황인 가운데서도 부실 경영 논란을 딛고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중심으로 견고한 실적을 기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서희건설은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시공능력평가액 2조8774억원을 기록하며 16위에 올랐다. 시공능력평가액도 꾸준히 증가했는데 2023년 2조3979억원에서 지난해 2조6707억원, 올해 2조8774억원으로 늘어났다.

전 총리 비서실장 박성근이 맏사위
김건희 반클리프 목걸이 제공 의혹

일각에선 서희건설이 지난 윤석열정권과의 유착 관계를 형성하면서 이권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측의 이른바 비공식 비밀 캠프로는 신사동 예화랑, 서울대 법대 동기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대호 프로젝트(서초동 캠프) 등이 있었다.

이 밖에 식당 이름을 딴 ‘복조리 캠프’도 있는데, 복조리는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서울 역삼동 법당 주소로 나온다. 식당으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전성배씨가 운영하는 법당이다. 이전부터 재벌가, 정치권, 법조계 고위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알려져 있었다.

대선 일정이 본격화되면서 복조리 캠프는 서희건설 빌딩에 사무실을 이전해 ‘역삼동 캠프’로 불렸다.

이 밖에 서희건설과 윤 전 대통령의 고리는 김건희씨로부터 나왔다. 김씨를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그가 2022년 나토 정상회의 순방 동행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가 모조품이라는 김씨의 진술을 거짓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진우 기자는 이날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찼던) 진품 목걸이 실물을 특검이 찾지 못했지만, (특검이) 이 진품 목걸이의 구매자를 특정했다. (이는) 서희건설”이라고 밝혔다.

서희건설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하면서 또 다른 명품 바쉐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를 샀는데, 그 보증서와 케이스가 김씨 친오빠인 진우씨 장모 집 압수수색 때 발견됐다. 김씨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나토 순방 당시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에 대해 “모조품”이라며 “2004~2007년 홍콩을 자주 방문할 당시 구매해 어머니(최은순)에게 선물했고, 가끔 빌려 착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은 그러나 김씨가 찼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동일 디자인의 목걸이가 2015년 11월 처음 출시된 것을 확인했다.

‘지주택 왕’
유착 결과?

특검은 김씨가 서희건설로부터 목걸이의 출처를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조품을 김진우씨 장모집에 갖다 놓고 거짓으로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서희건설과 김씨의 연결고리로 박성근 전 검사를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검사는 서희건설 창업주 이봉관 회장의 맏사위로 2022년 3월 윤석열 당선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에서 활동하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순방 직전인 2022년 6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의 최측근이어야 할 비서실장을 윤석열이 지목하자, ‘바지 총리’ 논란이 일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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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곳곳이 지뢰밭’ 9월 정기국회 관전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9월 정기국회는 여야 모두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에는 국정 동력을 재충전하고 국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무대인 반면, 국민의힘에는 정권의 허점을 공략해 국정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정국 주도권을 가져와야 하는 결정적 기회다. 양당 모두 저마다의 사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는 만큼 팽팽한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정치권을 강타한 가운데 정국이 어디로 흘러갈지 여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제22대 국회의 후반기 첫 정기국회가 초반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당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시작으로 대정부질문과 인사청문회가 잇따라 예정되면서 대치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모양새다. 이번 정기국회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어느 쪽이 쥐게 될 것인가를 가름할 분수령이기도 하다. ‘여기서 더?’ 바닥 친 민심 정기국회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역대 최하를 기록한 시점에서 시작됐다. 지난 7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510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31일부터 9월4일까지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8주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또한 동반 하락해 국민의힘과의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긍정 37.4% ▲부정 59.5%인 것으로 집계됐다.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5%p 하락한 반면 부정 평가는 전 주 대비 0.8%p 상승했다.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7월2주 차 정기 여론조사에서 48.9%를 기록한 이래 8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RDD 표집틀 기반 ARS 자동응답조사이며 응답률은 4.2%이다.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는 ±2.0%p로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에 대해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 김민석 대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조건으로 내걸며 개헌으로 정기국회의 포문을 열었다. 여당이 신중한 개헌을 앞세워 국민 의견 통합을 시도하려 했으나, 야당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국은 급격히 냉각됐다. 김 대표는 지난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현행 헌법과 법률의 절차적 정신을 지키면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 요구를 반영해 현실 가능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5·18, 부마항쟁 등의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의 출발이고, 권력구조 개편은 국민이 원하는 선까지 가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 대표는 국민의힘을 향해 “전두환·노태우를 단죄하며 하나회를 척결하고, 5·18을 문민정부의 정체성으로 삼은 김영삼 대통령의 사진을 걸어놓은 국민의힘도 결국은 선택해야 할 것”이라며 “역사적 성찰을 마치고 함께 개헌의 길에 나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당의 개헌 카드는 지난 7월 조정식 국회의장의 “현직 대통령 연임의 개헌 문제는 결국 국민 선택의 문제”라는 발언을 의식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의 연임 가능성을 열어둔 듯한 조 의장의 발언이 파장을 일으킨 만큼 민주당이 ‘국민 공감대’를 중심에 두고 개헌을 추진하는 등 진화 작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필 지금? 또 다시 나온 ‘개헌 카드’ “반대·보완수사권 부활” 맞불 놓는 야 국민의힘은 곧바로 반발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다음 날인 8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개헌을 통해 ‘장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고 봤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중임제 개헌도 언급했다. 그런데 ‘연임 안 한다’ ‘재판받겠다’는 말은 절대로 안 한다”며 “혹시 개헌으로 임기를 연장하고, 이를 통해 재판을 미루겠다는 의도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지금 정부와 여당의 국정과제 1호는 대통령의 자기 죄 지우기”라며 “개헌마저 자기 죄 지우기의 도구로 쓰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현재 이 대통령의 장기집권은 불가능하다. 헌법 제70조 등에 따르면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연임이나 중임이 불가하다.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해 헌법을 개정하더라도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는 규정(제128조)이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직 대통령이 임기 중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임기를 연장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민주당의 장기 집권 시도 때문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헌법 대통령’이 민주당에서 배출되는 것을 국민의힘이 지지할 리 없다”며 “국민의힘을 설득해야 개헌 논의가 진전되는데 지금처럼 여야 협치가 꽉 막힌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헌 카드가 반발을 일으켰다”고 우려했다. 늘어지는 국민의힘 현재 민주당은 지지율 하락 등 정부·여당발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더 이상의 약점 노출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이 점을 파고들어 정부의 동력에 제동을 걸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정기국회를 무대로 이정부의 실책을 조목조목 따져가며 여당 압박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완전히 다른 길을 가겠다”며 야당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먼저 6·3 지방선거 때 투표용지 부족에서 비롯한 참정권 침해 사태를 정조준했다. 정 원내대표는 “방만하고 오만한 선거관리위원회를 제대로 감시하겠다”며 “관리도 못하는 사전선거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본투표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주도로 이뤄진 검찰개혁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10월 예정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관련해 “민주당은 검찰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전당대회 득표를 위한 탐욕으로 지옥문을 기어이 열고야 말았다”며 “사법 체계의 왜곡은 수사 부실로 이어지고 부실한 수사는 국민의 고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무너진 치안부터 바로 세우겠다”며 “보완수사권을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주요 원인인 부동산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부동산이 아니라 국민을 잡았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지 않겠다고 공약했는데 집권 후 정책은 정반대다. ‘공약 사기’”라며 전세에 대해서도 “우리가 누렸던 제도의 혜택을 왜 청년세대는 누리지 못하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주거 사다리를 지키겠다. 민간 재개발·재건축 규제부터 폐지해 주택 공급부터 확 늘리겠다. 1가구 1주택자는 세금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청년·신혼부부의 생애최초주택은 취득세를 감면하고 초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용 난타전 힘 빠지는 민주당 ‘롤러코스피’ 원인으로 지목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해서는 “투자 손실은 54조원에서 56조원 이상까지도 추산된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까지 해야 한다. 상품 도입에 권력의 압박이 있었는지, 그 압박이 김용범 전 정책실장의 독단인지 윗선이 따로 있는지, 왜 지방선거 직전에 출시됐는지 모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곧바로 이어진 대정부질문에서도 여야는 격돌했다. 국회 최대 쟁점인 이정부의 ‘2기 개각’ 인사 논란과 주요 정책을 놓고 공방을 벌인 것. 여야 모두 중진급 의원을 배치하면서 첫날부터 팽팽한 창과 방패의 싸움이 이어졌다. 지난 9일 진행된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내각 인사 참사” 대 “수사자료 상납 게이트”가 충돌하면서 정기국회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의원은 이정부를 향해 “암장과 인멸의 1년, 파탄과 박멸의 1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성숙 국무총리를 향해 “준연동형 비례제로 1년에 11억원씩이나 받고 꼼수로 의원이 되는 것이 정당한가. 잘못된 제도를 고치는 건 총리가 할 일”이라고 질타했다. 용혜인 전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의 비례대표 연임 및 겸직 논란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한 총리가 “정부에서 고쳐야 하는 제도인가”라고 답변하면서 장내 소란이 일기도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은 “(2차 개각에서) 주요 인사 내각이 전과(를 전부 합치면) 총 34범”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인사 참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검증의 날은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향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신약 청탁 의혹’ 폭로전에 나섰지만 오히려 여당은 제보 출처를 문제 삼으면서 방어에 나섰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검찰이 내부 수사 자료를 특정 정치인에게 갖다 바치며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정치 생명을 연장해주는 ‘정치 스폰서’가 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한 의원이 역설적으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진사퇴’ 용혜인 ‘사면초가’ 김승원 청문회가 빨아들인 정기국회…민생은 뒷전 전 의원은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을 향해 “과거 한 의원이 장관 후보자 시절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 사무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즉시 이뤄졌었다”며 “이 사건도 똑같이 신속히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사자인 김 후보는 폭로된 녹취록이 일부 내용을 삭제하고 순서를 바꾸는 등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됐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를 둘러싼 관심이 뜨거운 만큼 대정부질문에 이어 진행될 인사청문회서 여야의 공방 수위가 최고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14일 김성수 대법관 후보자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잇따라 열린다. 16일에는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예정돼있다. 뜨거운 감자였던 용 전 후보는 결국 자진사퇴를 택했다. 지난 13일 용 전 후보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정부의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서 모두를 위한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 내고자 했던 결심과 함께 장관 후보직을 오늘로써 내려놓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성평등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지 14일 만이다. 이날 용 전 후보는 “민주당으로부터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처한 상황을 존중하지만,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후보자가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무위원은 국회와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러나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앞서 용 전 후보는 지난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에 여권에서조차 “국민과 싸우는 듯한 모습”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용 전 후보 역시 자신의 반박 기자회견에 대해 “국회의원이 아닌 '국무위원 후보자'로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전해주셨다. 제 부족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닫힌 귀? ‘레드팀’ 어디? 그러자 야당은 김 후보를 정조준하고 나섰다. 그에 대한 지명 철회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청와대는 “소명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정부 2기 내각과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 청와대나 김민석 대표는 ‘왜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그들에게 있어 이번 인선은 틀린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대 여론과 사태의 심각성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민 여론은 두 후보자에 대해 ‘아니’라고 말하지 않나. 중요한 건 국민 의견에 떠밀려 가는 게 아니라 의견을 수렴해 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김 대표가 민주당의 레드팀이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연임 논란’ 진화 나선 이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연임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프랑스에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파리 현지 동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있다”며 개헌 연임 의혹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연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한 라디오를 통해 “이미 헌법적인 질서 속에선 (대통령) 임기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항간에서 이야기하는 연임 자체는 아예 불가능한 사안이고 검토될 수도 없는 사안이라는 말씀을 한 걸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연임 안 한다’, 이 말은 결국 안 하고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