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평 게이트 의혹’ <일요시사> 단독보도 이후…

휘휘 젓다 끝난 핀셋 수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가평 게이트’ 수사 마침표를 찍었다. 결과는 썩 나쁘지 않다. 핵심 인물 5명과 전·현직 가평군청 공무원, 지역 언론사 기자 등 10명이 넘는 인물을 대거 기소했다. 다만 과거부터 사건을 파악해온 경찰과 가평군수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에 연루는 됐으나 불법적인 일에는 가담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검찰이 수사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권성문과 커넥션이 있던 경찰과 군수들에 대해서 기소가 이뤄지지 않은 건 아쉽습니다만, 이젠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 겁니다.” ‘가평 게이트 의혹’ 핵심 제보자의 말이다. 그의 말대로 대부분의 핵심 인물들은 구속 기소됐다.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하고 선거개입 논란까지 일었던 전모에 대해 검찰은 대거 기소라는 성과를 냈다.

성과

의정부지검 남양주지청은 지난해 3월 신설됐다. 2개 형사부와 사무과, 집행과, 수사과 등으로 구성된다. 검사 23명, 일반직 87명 등 정원 110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실상 특검 규모의 작은 검찰청에서 지난해 10월 가평군청을 10시간 가까이 압수수색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석 달간의 수사를 마무리한 남양주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한문혁)는 지난 9일 권성문 전 KTB투자증권 회장 등 5명을 구속 기소, 가평군 공무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캠프통 아일랜드 측이 불법영업으로 벌어들인 약 100억원의 수익 등 범죄수익을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 결과 가평군의 인허가 과정에서 전직 군수 비서실장 등 토착 브로커와 지역 언론인까지 동원된 전방위적 외압 및 금품 살포에 지자체의 허가 불허 입장이 180도 뒤집힌 것으로 드러났다.


가평군청은 불법 공사·영업행위가 전혀 시정되지 않았는데 불법이 없는 것처럼 허위의 출장복명서를 작성해 사실을 은폐하고, 해당 지역 출신 공무원들이 허가에 반대한 다른 지역 출신 상관을 결재 라인에서 배제했다.

권 전 회장은 개발행위가 제한된 청평호에 초대형 수상레저시설을 지으려 막강한 재력으로 브로커, 기자 등을 동원한 로비를 벌였다.

캠프통은 청정지역에서 대규모 수상레저영업을 하면서 무단 벌목, 불법 하천 준설, 무허가 음식점 운영 등 불법행위를 자행해 한강 식수원 수질이 오염되고 수자원 환경이 훼손되는 등의 결과를 초래했다.

권 전 회장은 2019년 5월 캠프통 허가를 위해 군청 공무원 등을 협박하고 브로커·지역 언론인을 통해 공무원을 회유한 의혹, 금품을 제공해 허가를 받아 불법영업 및 단속 무마한 혐의(제3자뇌물교부, 강요, 공무집행 방해, 배임증재, 청탁금지법위반 등)를 받는다.

캠프통 대표이사인 A씨는 불법 건축, 무허가 영업, 하천법 위반 등 11건의 행정법규를 위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전·현직 공무원 등 관련자 대거 기소
검찰 수사 아쉬운 결말…뒷말 많아

지역지 기자 B씨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전달하고, 인허가 청탁·알선, 기사 청탁 명목성 광고비로 위장한 1억1000만원 상당 금품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는다.


가평군 공무원을 비롯해 수상레저업체 임직원 등 11명은 브로커들로부터 청탁·회유를 받고 불법 공사 및 불법영업 사실을 묵인한 채 수상레저시설을 허가한 혐의(허위 공문서 작성·행사, 직무유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이 벌어지던 초기 가평군은 ‘불법 구조물 설치’를 이유로 하천점용허가신청을 불허하면서 불법공사 원상복구명령을 내리고, 불법구조물 철거 행정대집행까지 계획하는 등 강경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개발업체의 전방위 로비에 넘어간 담당 공무원들은 불법사항이 시정되지 않은 데다 기존 원상복구명령의 이행기한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 다른 지역 출신의 부군수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자, 로비를 받은 국장 이하 실무자들은 불법 공사 사실이 없는 것처럼 허위 공문서를 만들어 부군수 몰래 국장 전결로 허가를 강행했다.

권 전 회장의 비리와 문제는 과거부터 언급돼왔다. 지난해 10월 <일요시사>가 입수한 녹취록에는 권 전 회장이 캠프통 직원들에게 “(담당 공무원)죽이고 같이 몽둥이 들고 경찰한테 가서 기물 파손이나 이런 걸로 해도 되잖아. 하여튼 간에 박살 내든지 해야지 그건. 입원시키면 다른 사람이(영업허가) 결재할 거 아니야. 그 사람 출근 못 하면…”이라며 “화염병이라도 들고 가서라도 같이 죽자라고 하든가. 아니 진짜로 화염병 가지고 가서 집 일부 태우면 되잖아. 나중에 뭐 경찰이 나오면 간단한 그 처벌받으면 되는 거고”라고 했다.

또 “옛날 (당신이)어떤 식으로 해결했는지 모르겠지만 상대가 진짜 공포심을 느끼게 해야 해. 적어도 불안감이 있어야지”라고도 강조했다.

군수는 칼끝서 배제, 왜?
“연루됐어도 불법 없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 캠프통에 대한 철거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행정대집행법상 경기도청이 지시한 업체 철거는 시·군 지자체가 이행해야 하지만 캠프통 철거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가평군청과 권 전 회장 간 뇌물이 오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가평 지역 인사가 많았다.

한 지역 인사는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정경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게 됐다. 권 전 회장이 수십억원이 넘는 불법 수익을 냈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일조한 것 외에 전·현직 군수에 대한 수사도 이뤄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일요시사> 입수한 녹취록에서도 전·현직 군수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권 전 회장은 캠프통 한 직원에게 “(담당 공무원)돈 주면 받을 눈치지? 그렇지?” “둘 중 하나야. 우리 밑으로 들여오든지, 확실하게 월요일에 같이 죽든지”라고 했다.

권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한 직원은 가평군청 공무원에게 “내가 김성기 군수가 무슨 잘못을 했고… 여태 군청서 했던 업무들 내가 다 자료 드렸죠? 그거 갖고 변호사 데리고 들어올까요?” “과장님 공무원 생활 30년 동안 깨끗했다 했죠? 왜 깨끗이 했다고 거짓말하셨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깨끗한지. 내가 힌트 드렸죠. (내가)여기 18년 있었다고 18년” “과장님, 혼자 안 죽습니다. 월요일에 변경 허가내주세요. 월요일에 (허가 안 나면)나 죽습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권 전 회장은 캠프통 직원에게 “정XX는 확실하게 이야기를 해서 조치해, 정XX가 군수 움직여서”라며 “군수가 부군수한테 전화해서 그거 문제없는 건이니까 바로 결재해주라고 지시를 하게끔 해. 지금 그거 정XX가 그거 안 하면은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그래, 차용증 있으니까”라고 말했다.

한계


검찰 수사 직전까지 권 전 회장과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한 서태원 가평군수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가평군 공무원 출신이었던 서 군수는 국민의힘 당원들이 라운드할 수 있는 골프장 예약을 부탁받고, 후배 공무원을 통해 골프장을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골프장에 서 군수는 없었다. 서 군수는 이후 식사 자리에 참석했으며, 당시 현직 군수였던 김성기 전 군수도 함께 자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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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