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경련 새 수장 류진 풍산그룹 회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14 14:16:34
  • 호수 14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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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 키 잡은 ‘동전의 제왕’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제39대 회장으로 추대됐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개최하는 임시총회서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꾸고, 새 회장으로 류 회장을 추대할 것이라고 지난 7일 밝혔다. 임시총회서 추대안이 가결되면 류 회장은 2년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직을 맡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일본경제단체연합회를 모델로 삼고 다른 대기업을 모아 1962년 8월16일 창립했다. 이후 주요 민간기업체·금융기관·국책회사 등을 대상으로 회원을 확보했다. 민간종합경제단체로서 법적으로 사단법인의 지위를 갖고 있으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전경련 회관을 두고 있다.

글로벌 단체
글로벌 인맥

전경련 회장직은 2년에 한 번씩 선출 방식으로 뽑는다. 이를 위해 400명에 달하는 전경련 회원은 회장 추천 절차를 밟는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으로 시작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 구자경 LG그룹 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등 대체로 대기업 총수가 맡았다.

회원은 67개 제조업, 무역, 금융, 건설 등 업종별 단체와 공기업을 제외한 대표적인 대기업 436개로 구성돼있다. 전경련은 지난 5월18일 산하에 있는 한국경제연구원을 흡수 통합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로 거듭나고, 기관명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꾼다는 내용의 혁신안을 발표했다. 무려 55년 만의 교체다.

전경련은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회장직에 내정한 배경으로 “글로벌 무대서의 경험, 지식, 네트워크가 탁월하다. 새롭게 태어날 한국경제인협회가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명실상부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제39대 전경련 회장이 된 류 회장은 어떤 인물일까? 류 회장은 1958년 3월, 경북 안동서 고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의 막내아들로 조선시대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의 13대손이다. ‘가문을 욕보이면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자랐던 그는 사업을 하면서도 류성룡의 겸손함을 본받으려 했다.

일본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국제학교에 다닌 그는 서울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다트머스대서 경영학 석사를 수료했다.

일본 유학 때 꿈은 야구선수였고 농구도 열심히 했다. 류 회장은 1982년 풍산 금속공업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받은 뒤 부친인 류 창업주가 별세하자 이듬해인 2000년 풍산그룹 회장에 올랐다. 류 창업주는 원래 첫째 아들 류청씨에게 회사를 물려주려고 했으나, 류청씨가 미국서 사업에 실패한 이후 후계 구도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이 풍산서 이뤄낸 업적은 많다. 미국 정·재계와 친분이 깊어 미국통으로 평가받는 류 회장의 인맥이 프랑스로 확장되기도 했다.

“글로벌 중추 경제단체로 만들 적임자”
미국 정‧재계 친분에 프랑스 인맥까지

지난 6월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풍산을 포함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LG, 한화, 대한항공, 효성 등 8개 그룹 회장단은 전날인 21일 프랑스 엘리제궁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났다. 재계 순위가 70위권 안팎인 풍산이 대통령 만남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에서 방위산업 분야서 프랑스와의 협력 방안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유럽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방산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장이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전쟁으로 월평균 35만발의 탄약을 소모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미국의 탄약 생산량은 월 1만4000발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은 탄약 생산량을 연 100만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며,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는 한국 정부와 풍산에 현지 탄약공장을 설립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면담으로 풍산이 유럽 내 생산거점 확보와 안정적 방산 수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류 회장의 마당발 인맥이 풍산의 영업에도 힘을 실어줄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류 회장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하다. 이 인연은 류 회장 부인인 고 노신영 전 국무총리 둘째 딸 노혜경씨 덕이라는 의견이 있다. 

노 전 총리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알고 있었고, 사위인 류 회장에게 소개하면서 부시 가문과 친분을 쌓았다는 후문이다. 이런 인연으로 류 회장은 2018년 타계한 아버지 부시를 ‘대디(아빠)’라고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이 같은 인맥은 그의 업적으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2009년 조지 전 미국 대통령의 최고경영자 하계 포럼 특별강연은 류 회장이 직접 주선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9년 7월31일 제주에 도착해 전경연 회장단과 만찬 회동을 한 뒤 8월1일 CEO 포럼서 특별강연을 하고, 오후에는 재계 인사들과 골프도 쳤다.

부시 전 대통령은 같은 달 3일 풍산의 초청으로 안동시를 방문했고, 풍산고등학교서 특강을 하고 병산서원과 하회마을을 돌아봤다. 

이런 인맥을 이용해서 류 회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정부와 미국 간 가교 역할을 했다. 역대 대통령 방미에 단골로 수행하는 경제인 중 한 사람이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일정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며, 한미재계회의 7대 한국 측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재계에선 ‘동전의 제왕’으로 불리며 활발한 동전 외교를 펼치고 있다.

소탈한 성격
다양한 경험

이는 유년 시절 유학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게 도움이 됐다. 류 회장은 일본서 자랐고, 미국서 대학원을 다녔던 덕분에 영어와 일본어에 능통하다. 일년 중 절반을 미국 출장을 다닐 정도로 해외 비즈니스에 주력했다. 가족들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45일 정도로 나눠 한국과 미국서 지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 전 총리가 외무부 장관과 총리를 지내서 외교 인맥이 탄탄하다. 다만 집안 인맥을 이어받더라도 본인의 노력 없이는 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 류 회장이 해외 사정에 밝고 활달한 성격이다 보니 미 정·재계 인사들과 깊은 교류가 가능했던 것이다. 해외 출장에 비서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짐을 들고 다닐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풍산그룹은 혼맥으로 인해 정계 쪽 인사들과 인연이 깊다. 류 회장의 형인 류청씨는 198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둘째 딸 박근령씨와 결혼해 대통령 집안의 사위가 됐다. 하지만 6개월 만에 파경을 맞게 돼, 류청씨는 일찌감치 사업서 손을 떼 현재 그룹과는 교류가 없다.

이런 상황에 더해 풍산그룹은 특혜를 누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최첨단 무기보다 재래식 무기를 기반으로 전개되면서 탄약‧포탄 수요가 세계적으로 급증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EU가 우크라이나에 1년 넘게 무기 지원을 지속해 자국 방어용 탄약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우방국인 한국에 포탄을 대여해 국내 유일의 탄약·포탄 제조기업인 풍산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5월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은 올 1분기 매출 7711억원에 영업이익 590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4%, 영업이익은 19.5%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풍산이 방산 부문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종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풍산이 기존에 주력으로 탄약을 수출하던 미국과 중동 외에 유럽 지역까지 시장이 확대되고 있어 올해 방산 매출액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수익성은 내수보다 수출이 월등히 높아 이익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류 회장이지만, 구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류 회장의 아들이 징집 대상에 속하는 나이라는 점을 들어 병역기피를 목적으로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류 회장의 부인과 아들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앞서 풍산그룹의 지주사 격인 풍산홀딩스는 2014년 5월9일 류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8만6000주를 가족인 헬렌 노, 류성왜, 로이스 류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헬렌 노는 류 회장의 부인 노혜경씨며, 류성왜와 로이스 류는 그의 딸과 아들이다.

방산 부문
최대 실적

눈에 띄는 것은 노혜경씨와 류성곤씨가 미국인으로 돼있다는 점이었는데, 두 사람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다. 반면, 류성왜씨의 국적은 대한민국으로 표시돼있었다.

물론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큰 문제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풍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류 회장 가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다르다. 풍산그룹은 1970년 4월부터 한국조폐공사로부터 소전(무늬 또는 글자를 새겨 넣기 직전의 동전) 생산업체로 지정되면서 우리나라, 미국, 호주 등에도 납품할 만큼 급성장했다.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방위산업에 진출해 소구경 총탄부터 포탄까지 대한민국 국군이 쓰는 탄약의 국산화를 시작했고, 지능화와 정밀화 등을 통한 첨단 탄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국내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류 창업주가 ‘방위산업의 대부’로 불리는 동시에, 풍산그룹이 대표적인 방위산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외에도 류 회장은 선조 때부터 각별하게 나라를 사랑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 류 회장은 “선조에 누가 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류 창업주의 확고한 인생관을 면면히 이어오고 있으며, 류 창업주 역시 창업이념을 ‘사업보국(사업을 통해 나라에 보답한다)’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애국심이 남다르다.

더욱이 류 회장의 부인 노혜경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차녀로, 한국의 명문가 집안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것은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무엇보다 세간에서는 류 회장의 아들인 류성곤씨의 당시 나이가 22살(1993년생)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은 병역기피를 위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강했다.

이에 대해 풍산그룹 측은 “개인적인 사안”이라는 입장을 냈다. 풍산그룹 홍보실 관계자는 “국적 변경은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서 이뤄진 지극히 개인적인 사안으로 (회사 입장서)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류 회장의 발목을 잡는 일이 또 있었다. 부산 센텀2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던 풍산그룹이 과거 국방부로부터 헐값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공식 문서가 공개됐다. 개발이 진행될 경우 토지보상금이 5000억원에 육박한다.

재계 순위 70위권인데 왜?
아들 군대, 국유지 논란도

2018년 10월1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중당 김종훈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매매계약서와 합의서에 따르면, 1981년 당시 27만평 규모의 조병찬(현 풍산 부지) 부지였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풍산이 259억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서 국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각종 장비 및 운영자재 등의 동산, 사업권이 수의계약을 통해 풍산에 매도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국방부가 헐값에 국유지를 매각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돼 왔다. 방위산업 목적의 국유지인 이 땅은 풍산의 공장 부지와 건물 30여개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에 묶여있다. 

해당 부지는 2015년 부산시와 풍산이 맺은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양해각서(MOU)에 따라 현재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파장을 낳고 있다. 이날 공개된 매매계약서 8조7항에는 매매계약 이후 지정된 군수산업 목적을 폐기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도 있었지만 1999년 4월9일 이유 없이 삭제됐다.

일각서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이 기업 특성상 국방부와 밀착한 관계를 맺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꼬집는 이유도 이 부분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 대상을 대기업서 중견기업으로까지 확대하면서, 풍산그룹도 조사 대상서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풍산그룹은 이미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한 차례 받기도 했다.

풍산 부지 특혜 논란은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부산시가 ‘대체 부지’로의 이전을 추진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각 차익 특혜 논란을 해소할 공공 회수 방안은 사실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풍산은 센텀2지구 사업으로 8000억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류 회장이 전경련 회장으로 선임 전이지만 이미 외교부 출신 인사의 부회장 영입 논란이 이어지면서 시끄러운 상황이다. 최근 재계에 따르면 류 회장은 전경련 사무국의 상근 부회장으로 외무 관료 출신을 영입하고 본인은 전경련 부회장 당시 직책으로 해오던 대미 정계 네트워크 구축과 관리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관료 출신 영입을 두고 전경련이 환골탈태를 통해 정경유착의 이미지를 벗겠다는 혁신안을 냈지만 실상은 예전 모습을 답습하는 꼴이라는 우려 목소리도 제기된다. 또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기점으로 직무대행서 내려오는 대신 상근 고문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키우고 있다.

정경유착
환골탈태?

김 직무대행은 그간 차기 회장이 나타나더라도 고문이든, 자문이든 전경련에 남아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친 바 있다. 이를 두고 전경련 안팎으로 혁신을 위해 이름까지 고치는 마당에 김 직무대행이 상근 고문 자리에 남으면 정경유착의 전형적인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며 볼멘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경련 관계자는 “아직 부회장과 상근 고문 등에 대해서는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 이번 임시총회 안건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우선 회장님을 선임한 이후 문제”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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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