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 ‘통일교 수사’ 최종 시나리오

정교유착 의혹 정점 남은 건 윤석열 꼬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구속됐다. ‘정교유착 의혹’ 수사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김건희 특검팀의 활동 기간도 30일 연장됐다. ‘시간 압박’의 짐을 덜게 된 것이다. 이제 남은 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과 윤석열 전 대통령 간 연관성, 통일교 교인 국민의힘 집단 입당 의혹 등이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인력·시간 압박에 고민이 깊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신병 확보 여부도 수사에 차질을 줄 수 있는 중대 기로 상황이었다. 한 총재가 구속되면서 수사 물줄기가 이어지게 됐다. 관건은 남은 시간 안에 모든 의혹을 수사할 수 있느냐다.

설마설마
했는데…

한 총재는 지난 23일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게 각종 청탁과 함께 금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됐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한 총재에 대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특검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청탁금지법 위반·업무상 횡령·증거인멸 교사 등 4개 혐의를 적용했다. 한 총재 구속 직후 통일교 측은 입장문을 통해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한 총재에 이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정원주 전 비서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공범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실장은 최근까지 천무원(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 부원장을 맡아 교단 내 실세로 꼽힌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정치자금 1억원을 전달하고,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씨에 명품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건네는 등 ‘통일교 현안 청탁’ 과정을 승인하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영장심사에 팀장급을 포함해 검사 8명을 투입한 특검팀은 한 총재가 특검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하다가 공범인 권 의원이 구속되는 것까지 지켜본 뒤 임의로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보인 점과 증거인멸 우려 의견 등을 420쪽 분량의 의견서에 담아 제출했다.

반면 한 총재 측은 이달 초 심장 시술을 받았고 각종 합병증 우려에도 자진 출석했다며 구속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권, 통일교 측 경찰 수사 정보 미리 알려
특검, 일부 교인 국민의힘 실제 입당 확인

한 총재는 전날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전관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마지막까지 변론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재명정부에서 첫 민정수석으로 임명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도 한 총재 변호인단에 합류했지만, 이후 논란이 일자 사흘 만에 변호인 사임계를 내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심사를 받은 정 전 실장의 수첩에서 한 총재가 연루된 해외 원정도박 수사 사건과 관련해 “자금 관련해 (경찰이) 수사 중이고 압수수색이 나올 것”이란 취지로 적힌 메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간 한 총재 측은 ‘도박 수사 무마’ 사건이나 ‘금품 전달 의혹’ 등에 대해 “전달자인 윤 전 본부장의 개인 일탈”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정 전 실장이 원정도박 수사 사건을 미리 보고받고 챙긴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2022년 10월3일 권 의원으로부터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들은 뒤, 이를 한 총재와 정 전 실장에게 보고하고 통일교 직원들을 시켜 관련 증거인멸을 교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총재 측은 관련 보고를 받은 사실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을 지시하거나 승낙한 적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총재는 특검 조사를 받은 뒤 ‘권 의원에게 1억원을 전달했느냐’고 묻는 질문에 “내가 왜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의 신병 확보에 성공함에 따라 향후 수사를 통해 권 의원에게 흘러간 통일교 자금 1억원과 윤 전 대통령 간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전망이다. 해당 자금의 전달 시점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로 추정되는 만큼 윤 전 대통령선거에 쓰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9부 능선
넘었다

이와 함께 대선 전후 통일교의 재정·조직 지원에 따라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배정 등 통일교 현안이 정부 정책에 반영됐는지 규명하는 것이 향후 수사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한 총재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통일교 교인 집단 입당 의혹 등 남은 혐의 수사에도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앞서 특검은 2023년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둔 2022년 10월∼2023년 3월과 22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1∼4월 등을 특정해 통일교 교인 명단과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대조했다.

해당 기간 국민의힘에 신규 입당한 통일교 교인은 3900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권 의원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이 윤석열정부 시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측에 지원을 요청한 단서를 포착했다. 특검팀은 “다른 잠재 주자들도 요청해 왔다”는 윤 전 본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토대로 통일교가 전방위적으로 국민의힘 후보들과 유착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연락한 정황과 통일교 지구별 책임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역을 분석 중이다. 특검팀이 2022년 11월 중순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보낸 메시지를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당시 전씨에게 “내년 전당대회에 어느 정도 규모가 필요한지, 윤심은 어떤지”라고 물으며 “몇몇 잠재 주자들도 요청이 왔다. 저희와 과거에 연결됐던 주자들”이라는 취지로 얘기했다.

실제 일부
입당 정황

전씨는 이에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 의원)”이라고 답하며 당 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몇몇 국민의힘 잠재 주자들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심판이라 포기했고, B씨는 윤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됐다. C씨는 이기적’이라는 취지였다.

윤 전 본부장이 D 의원은 어떤지 묻자, 전씨는 “윤심 근처에도 못 갔다”고 답했다. D 의원은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문자 내역 등을 토대로,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했던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통일교 교인들을 동원했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18일 국민의힘 당사에 대한 세 번째 압수수색 시도 끝에 데이터베이스(DB) 관리업체에서 당원 명부를 확보했다. 특검팀은 2022년 10월~2023년 3월 조직적으로 가입한 당원들과 당 대표 선거 참여가 가능한 책임 당원들을 파악할 계획이다.

책임 당원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한다. 특검팀이 통일교 교인과 국민의힘 당원 명단 대조를 통해 ‘집단 가입’ 교인들을 찾으면 ‘통일교 3만명 지원’ 의혹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2023년 2월 초 윤 전 본부장이 ‘신규 입당원이 1만1101명, 기존 당원이 2만1250명’ ‘중앙 차원에서 지침을 내렸다’며 김씨에게 보내달라고 전씨에게 전달한 문자메시지도 확보했다.

특검팀은 당시 김씨와 한 총재의 승인하에 통일교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을 집단적으로 지지했다고 판단한다. 전씨가 윤 전 본부장에게 “당 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문자를 보내자, 윤 전 본부장은 “움직이라고 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 대표에 당선됐고,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후보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수차례 논의” 당 대표 선거에도 직접 개입?
수사 기간 한 달 늘었는데 규명 의혹 산더미

그러나 김씨는 특검팀 조사에서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고 해당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며, 당시 당 상황에 관심이 없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전씨도 “그냥 광을 판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특검팀은 한 총재 등에게 정당법 제42조(입당강요죄)와 제49조(당대표 경선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다. 정당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려면 통일교 측이 교인들 의사에 반해 강제로 입당시켰고, 당내 선거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도록 조직적으로 투표 지시를 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혐의가 인정되면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특검팀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하는 건 ‘정교 유착’ 의혹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다. 권 의원에게 전달된 1억원 중 윤 전 대통령 몫으로 추정되는 돈이 별도로 준비돼있었던 만큼 한 총재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

지난 23일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2022년 1월5일 서울 여의도 중식당에서 종이상자에 담긴 ‘관봉권’ 형태의 현금 1억원을 권 의원에게 전달했다. 당시 1억원은 5000만원씩 각자 다른 색의 비단으로 포장됐고 노리개가 달려있었으며 이 중 하나에는 임금을 뜻하는 ‘왕(王)자’가 자수돼있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의 배우자인 당시 통일교 재정국장 이모씨는 같은 날 오전 10시께 두 개 상자 사진을 모두 찍어뒀다.

통일교 내부에서는 당시 전달된 자금 일부가 대선후보였던 윤 전 대통령의 몫으로 준비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팀 조사에서 권 의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이유에 대해 “대선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권 의원 주선으로 윤 전 본부장을 실제 만나기도 했다. 권 의원은 2022년 3월22일 경기도 가평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에게 금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받은 뒤 같은 날 오후 윤 전 본부장을 데리고 당선자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수천만원
따로 전달?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해달라”고 말했고, 윤 전 본부장의 통일교 현안 청탁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통일교의 현안 중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 확대 등 일부는 실현되기도 했다.

금품을 직접 주고받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금품을 전달받았는지, 통일교 현안이 추진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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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 청구서 받은 한국 제3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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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구했다. 결국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원유 수입의 61%는 호르무즈와 연결돼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이란 전쟁에 사실상 편입되면 헌법·여론·대이란 관계까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2020년 청해부대 독자 파병 모델이 다시 주목받는 가운데, 과연 한국은 한미동맹의 ‘청구서’와 국익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각)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한미 연합 군사 훈련 규모의 대폭 축소를 지시했다. 그 근거는 “나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었다. 해협은 열고 전쟁 선 긋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오래전부터 미국이 한국과의 연합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로 동의해 온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한미 연합 훈련은 비용이 많이 들고,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북한을 일컬어 “내가 취임한 이래로 미국에 위협적이지 않고, 미국을 존중해 온 국가”라고 하며 “전적으로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칭한 한미 연합 훈련은 지난달 17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한미 연합 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폭 축소’를 지시한 이유는 “취소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훈련 대폭 축소의 근거로 자신과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들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신호로 받아들였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호르무즈 파병을 위한 압박” 신호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14일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을 통해 중국·프랑스·일본·한국·영국 등 5개국을 지명하면서 “미국이 홀로 해상을 보호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5개국에 “즉각 군함을 파견해서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 확보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요구의 명분은 “이란이 해협을 봉쇄하면 이들 국가의 원유 공급에도 영향이 간다”는 것이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Hopefully’라는 표현을 활용했다. 명령보다는 조금 약한 표현이었지만, 전 세계는 ‘명령 아닌 명령’ 혹은 ‘요구 아닌 요구’로 해석했다. 5개국이 거론된 기준은 경제적 이익이었다. 이 때문에 동맹국이 아닌 중국도 파병 요구 대상으로 거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석유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에서 조달하고 있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물론 실제로는 경유분 40% 미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오가고 있었다. 프랑스·영국은 미국과 나토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일본은 각각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다. 그런데 중국은 미국의 전략적 경쟁국이다. 중국에 대한 파병 요구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 끊임없이 반복해 온 전형적인 부담 분담이 될 뻔했다. 중국이 파병 요구 대상에 포함된 순간 우리에 대한 파병 요구도 더욱 진지해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 원유 수입의 약 61%와 나프타 수입의 약 54%가 호르무즈 해협과 연결돼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중국도 참전? 트럼프식 부담 분담 새 기준 헌법 제5조 앞 고민 “무엇을 할 것인가?” 하지만 호르무즈 항행 보호와 미국의 대이란 전쟁 상황은 현실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는 군함 파견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초의 압박을 가했던 지난 3월 독일·스페인·이탈리아는 “즉각적인 함정 파견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시작하기 전에 독일과 협의하지 않았고, 독일군 파견에 필요한 유엔·유럽연합·나토 차원의 근거도 없다”고 반발했다. 프랑스도 미국의 대이란 작전과 거리를 두면서 미국 주도가 아닌 별도의 호르무즈 통행 확보 구상을 추진했다. 전투 상황이 안정된 후 이란과의 긴장 완화까지 병행하면서 유조선을 호송한다는 취지의 구상이었다. 영국·프랑스는 “방어적이고 독립적인 다국적 임무”라는 명분으로 다국적 방어 임무에 한정해 작전에 참여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자율 기뢰 탐색 장비 ▲타이푼 전투기 ▲구축함 HMS 드래곤 ▲대드론 장비 등을 보냈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이란과 싸운다”는 인상을 지우는 방식의 파병이었다. 애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것은 미국 중심의 연합군이었다. 한국·일본·독일·호주 등은 영국·프랑스의 다국적 임무 공동성명을 지지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우리나라에도 한미 연합 훈련 대폭 축소라는 현실적인 체감이 닥쳐왔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도 해상 초계기·군수 지원함·기뢰 제거 전력 등 구체적인 군사 옵션을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는 “미국이 한국 안보를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이 필요로 할 때 왜 중동에서 역할을 하지 않느냐”는 트럼프식 계산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응수였다. 한국의 호르무즈 파병에는 여러 쟁점이 있다. 그런데 그중 특히 두드러지는 것은 헌법적 쟁점이다. 우리 헌법 제5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진보 진영 일각에서는 이미 미국·이란 전쟁을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파병 요구는 동맹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요구”라며 “국회는 국익과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파병 요청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엔 독자 지금은 실전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호르무즈에 단 한 척의 군함도 보내서는 안 된다”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는 “어떠한 국제적 분쟁이나 국제적 평화와 안전과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 않는 방법으로 평화적 수단에 의해 해결한다”는 취지로 규정된 한·미 상호방위조약 제1조였다. 이 의원은 지난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다시 파병 반대 주장을 펼쳤다. 그는 “국제 평화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적 가치가 중요한 판단 근거였다”며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도,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은 유엔 회원국 간 영토 보전·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 위협·무력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예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공격과 무력 공격에 대응하는 개별적·집단적 자위권이다. 따라서 파병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으면 위헌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결국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파병 동의안의 문구와 파병 시 수행할 작전의 내용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파병 이전에 파병의 성격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선전포고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 선전포고는 법적 판단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정치적·역사적 문제 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 정식 전쟁 선언과 명확한 전쟁 목표 없이 군사행동부터 선행됐다는 불안정성을 충분히 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 전쟁의 성격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아울러 우리 군의 임무가 무엇으로 규정되느냐에 따라 헌법적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가령 한국군이 ▲상선 호위 ▲기뢰 제거 ▲수색 구조 ▲해상 초계 ▲군수 지원 등에 한정된 임무만 수행한다면 이는 국제 항행 보호 및 자국민·자국 선박 보호 목적의 방어적 해외 파병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함정 선제 타격 ▲이란 본토 공격 지원 ▲미군의 공격 작전에 정보·표적·화력 측면에서 직접 결합 ▲미국의 작전지휘체계에 편입 등의 상황이 파병의 성격으로 확정된다면 이는 전쟁의 일부로 평가될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은 지난 7일(현지시각) 에스마일 바가이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X에 한국어 성명을 발표했다. 이란은 이 성명을 통해 “현재 이란 국민은 미국의 침략적 행위에 맞서 자위하고 있으며, 여성·어린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전쟁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주둔하거나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침략 행위의 당사자를 직접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에 대해서는 “이란과 대한민국의 관계는 64년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양국 관계는 줄곧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발전해 왔다. 이란은 대한민국과의 우호 관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고 경고했다. 청해부대 딜레마 여론 문제도 간단하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3월 <에너지경제신문>의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한 미국의 해군 파병 요청 관련 긴급 현안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파병에 반대했고, 37.2%는 “매우 반대”였다. 찬성 의견은 34.4%였고 “매우 찬성”을 선택한 사람의 비율은 17.9%였다. 당시에는 파병 반대 목소리가 더 컸다는 간접 근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압박을 가한 현시점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이 지난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 방식의 ARS 자동응답 방식을 적용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론은 첨예하게 엇갈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 34.9%는 군 병력 파병을 지지했지만, “방어용 무기만 지원하자”는 의견도 31.8%였다. “군사 지원에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도 27.6%였다. 이렇듯 여론도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어 위헌·여론 비판을 피할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개혁연구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3월 미국의 요청 이후 현재까지 호르무즈 해협 파병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전체 응답자 중 50.9%는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했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42.2%였고, “잘 모르겠다”는 응답을 선택한 비율은 6.9%였다. 지난 3월부터 파병 결정 시 실제 파병할 수 있는 유력한 부대로는 청해부대가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20년 국회 동의 없이 청해부대의 작전 범위를 확대해 호르무즈 해협에 파병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이란은 당시에도 충돌했다. 당시 정부는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 연장 동의안’의 단서 조항을 근거로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지 않았다. 동의안에는 “유사시 우리 국민 보호 활동 시에는 지시되는 해역을 포함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있었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정부는 청해부대의 활동 영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했다. 병력? 무기? 불참? 세 갈래 갈린 민심 다만 당시 청해부대 파병은 미국의 연합군 참여 요청과 무관하게 독자 파병 형식을 취했다. 이 옵션이 다시 부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상황은 2020년과 다르다. 미국이 다시 ‘미국이 요청한 다국적 호르무즈 군사작전 참여’를 요구하며 강하게 압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그해 5월에 이르기까지 청해부대가 실제로 호르무즈 해협에 투입된 적이 없었다. 아울러 당시와 달리 현재 임무·지휘 체계·교전규칙이 질적으로 달라진다면 기존 파병 동의안을 확대 해석해 처리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헌법 제60조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나폴레옹 놀이’를 시도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1세는 1806년 베를린 칙령을 통해 영국을 대상으로 한 대륙봉쇄령을 발동했다. 이는 유럽 전체와 영국 간 무역·교류를 모두 차단해 영국 경제를 질식시키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던 중 러시아가 경제적 피해 때문에 대륙봉쇄령에서 이탈했고, 나폴레옹은 1812년 러시아 원정을 시도했다가 실패해 몰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도 나폴레옹 1세의 대륙봉쇄령과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은 물론 전략적 적대국인 중국에까지 해협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이다. 이란에 대한 해상 봉쇄와 강한 경제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적국의 경제적 생명선 조이기 전략 ▲봉쇄의 성공이 제3국의 협조에 달려 있다는 점 ▲패권국의 강력한 협조 요구 ▲경제·안보 조치가 동맹국 통제 문제로 확대된다는 점 등의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이란은 미국의 봉쇄 조치 이후 원유 수출이 크게 감소해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적 부담 분산과 이란 고립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대륙봉쇄령은 비현실성에서 비롯된 유럽 각국의 비협조·밀무역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이탈을 거쳐 러시아 원정의 대실패로 연결됐고, 결국 나폴레옹 1세의 몰락으로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 균열과 국내 이익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21세기판 대륙봉쇄령을 시도하려고 한다. 이란의 경고 우리의 응수 패권국이 자신의 전략적 목적을 위해 참여국이 감수할 수 있는 국익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강제로 만든 연합은 내부로부터 붕괴되기 시작한다. 이 같은 흐름이 보이는 현 상황에서 지지율 하락세에 시달리고 있는 이재명정부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3년 전 이라크 파병 문제에 시달리다가 지지율 하락과 진보 진영의 비토에 직면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가 이 대통령의 눈가에 아른거리고 있진 않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