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이제야말로 ‘정교유착’ 끝낼 때다

통일교·신천지 의혹 사건이 주는 민주주의의 경고

최근 한국 정치가 다시 큰 파문에 휩싸였다.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특정 정당이 아닌 여야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고, 해저터널 청탁과 금품 제공, 정치인 실명까지 거론되며 ‘정경유착’의 그림자가 재소환됐다. 이번 의혹의 중심에 선 것이 기업이 아니라, 종교단체라는 점이 충격을 더한다.

정치가 종교의 조직력·자금에 기대고, 종교가 정치 권력을 활용하는 ‘정교유착’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신천지 논란까지 재부상하며 종교와 정치의 경계가 이미 무너졌음이 드러났고, 통일교 의혹 사건은 여야 모두가 얽히며 민주주의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종교가 아니라, 정치다. 정치가 스스로 투명성과 자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돈·조직·동원력’에 의존하는 한 이 같은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경유착에 이어 정교유착까지 끊어내는 새로운 대수술이다.

거센 파문, 통일교 의혹의 실체

통일교 의혹은 처음엔 국민의힘 일부 인사의 금품 의혹으로 보도됐지만, 곧 여야 전반으로 번지며 파문이 커졌다. 전 세계본부장이 실명과 청탁·금품 정황을 진술한 것이 정치권 전체를 흔들었고, 특검이 수개월간 내사만 유지한 점도 의혹을 키웠다.

결국 사건은 경찰로 넘어가며 여야가 동시에 “엄정 수사”를 외치는 상황이 됐다.

해저터널 같은 초대형 국책사업이 언급된 점은 국민적 충격을 키웠다. 종교단체가 이를 위해 정치권에 접근한 정황은 단순 민원을 넘어선 체계적 로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의혹 사건은 ‘누가 받았나’를 넘어, 종교가 왜 정치에 자금을 대고 정치가 왜 이를 허용했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제기한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특정 종교를 비난하는 차원에서 끝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치가 여전히 ‘돈과 조직력’을 필요로 하고, 과거 기업이 담당하던 역할을 오늘날 종교가 일부 대체하고 있다는 구조적 현실이다. 정경유착의 그늘이 사라진 자리에 정교유착이 들어선 셈이다.

신천지는 조용했지만, 통일교는 폭발

신천지의 국민의힘 경선 개입 의혹은 논란이 있었지만 일정 시점에서 조용히 봉합됐다. 폭로와 반박이 이어졌어도 여야 모두 정치 쟁점화를 원치 않았다는 분석이 크다. 결속력이 강한 조직 특성도 사태가 더 크게 번지지 않은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통일교 사건은 처음부터 달랐다. 정치인 실명이 거론되고 여야 모두가 의혹 대상이 되면서 누구도 선을 긋기 어려웠다. 해저터널 같은 대형 사업까지 얽히며 파장이 커졌고, 결국 이 사건은 신천지와 달리 정치의 구조적 결함을 드러내는 문제로 부상했다.

그 차이는 결국 ‘정치가 종교를 어떻게 바라봤는가’에 있다. 정치권은 여전히 ‘조직을 가진 집단’을 선거 동원력의 자원으로 본다. 신천지는 은밀하게 움직였고, 통일교는 더 공개적으로 접근했다. 두 사건 모두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투명성과 자립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정경유착서 정교유착으로

한국 정치의 어두운 과거에는 늘 정경유착이 있었다. 대선 비자금 사건, 권력과 재벌 결탁, 재벌 총수 사면 논란 등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흔들었다. 그러나 정치자금법 강화, 재벌 회계 투명성 제고, 시민사회의 감시 확대 등으로 기업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은 위험 부담이 크고 여론 리스크가 큰 행위가 됐다.

문제는 정치가 여전히 ‘돈과 사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정경유착의 통로가 막히자 정치권은 다른 공급원을 찾기 시작했고, 그 공백을 채운 것이 종교였다. 종교는 헌금과 인적 네트워크를 안정적으로 갖추고, 지도자 중심의 결속력도 강해 정치권엔 매력적인 자원이 된다.

결국 정경유착이 사라진 자리에 정교유착이 자리 잡았다. 이번 통일교·신천지 의혹 사건은 한국 정치가 과거의 병폐를 완전히 청산하지 못했음을 상기시킨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 본질은 여전히 ‘권력과 자원의 교환’이라는 오래된 문제다.

왜 정치와 종교가 얽히는가

한국 정치가 종교에 취약해진 핵심 이유는 정당 조직력의 약화다. 과거에는 당원과 지역 조직이 동원력을 뒷받침했지만, 팬덤 정치와 여론전 중심으로 변하며 기반이 무너졌다. 참여가 줄자 정치인은 외부 결집 집단을 찾게 됐고, 그 빈틈을 종교가 채우기 시작했다.

한국 사회의 공동체 기반 약화도 큰 요인이다. 노동조합·직능단체·시민사회조직의 영향력이 줄고 지역공동체까지 해체되면서 정치인이 의존할 조직은 크게 약해졌다. 반면 종교단체는 결속력을 유지해 정치권에 ‘안정적 조직력’으로 보였고, 정당이 채우지 못한 공백을 대신 메우는 구조가 형성됐다.

디지털 정치가 확산됐지만, 선거를 움직이는 힘은 여전히 책임당원과 현장 조직 같은 오프라인 기반이다. 온라인 정치가 커질수록 조직력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 공백을 종교가 채우면서 정치와 종교의 밀착이 강화됐다. 최근 정교유착이 두드러진 이유도 이 구조 때문이다.

종교가 정치에 접근하는 이유

통일교 의혹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해저터널 사업처럼 국가적 규모의 프로젝트는 법·행정·예산이 모두 얽혀 있어 정치권의 도움이 사실상 필수적이다. 종교단체가 정책적 이해를 위해 정치권과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교가 정치에 접근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회사업이나 대형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책적 지원 확보, 둘째, 정치권과의 관계를 통한 영향력 확대, 셋째, 정권 변화나 논란에 대비한 조직의 생존 전략이다. 이런 요인들이 종교와 정치의 위험한 접점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정치가 종교의 영향력을 이용하고, 종교가 정치의 권력을 통로로 삼기 시작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균열을 피할 수 없다. 종교는 신앙의 영역이지 정치적 자원의 창고가 아니며, 두 영역이 뒤섞이면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국가 공동체와 국민이다.

정치는 왜 종교에 끌리는가

한국 정치에서 선거는 메시지 경쟁보다 여전히 동원력 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정당 경선에서는 몇 천 명의 책임당원만 움직여도 판세가 뒤집히는 일이 허다하다. 종교단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집단 동원력’을 제공하며, 정치권이 쉽게 유혹받는 구조적 약점을 만든다.

또 정치자금 구조의 취약성도 큰 문제다. 정치인은 행사, 조직 관리, 지역활동 등 끊임없는 비용을 후원으로 충당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종교단체가 제공하는 자금이나 지원은 정치인에게 매우 매력적인 우회 통로처럼 보이기 쉽다. 결국 이런 유혹이 반복되면 정치의 자립성은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다.

근본적 원인은 정치의 과도한 권력화에 있다. 호주에서는 정치인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의정 활동을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정치인은 막대한 예산 집행권과 인사권, 정책 결정권을 쥐고 있다. 권력이 큰 자리에는 늘 유혹이 따른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정치인이 부귀영화를 꿈꾼다면 정치가 아니라, 기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직은 봉사여야 한다.

정교유착이 더 위험한 이유

정경유착은 기업 총수나 관련 임원을 처벌하면 일정한 통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종교단체는 구조가 다르다. 종교 지도자를 처벌하는 순간, 신도 전체가 결집해 사회적 충돌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종교 지도자는 단순한 조직의 수장이 아니라, 신앙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교유착은 정경유착보다 훨씬 위험하고 훨씬 근절하기 어렵다. 종교 지도자 자신이 잘못을 지시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종교단체는 외부의 감시에 대해 강한 방어 반응을 보인다. 통일교·신천지 같은 사례는 그 구조적 위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제 한국은 종교단체와 정치 사이의 경계를 다시 분명히 그어야 한다. 종교의 자유는 온전히 보장하되, 정치 개입은 제도적으로 엄격히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종교가 신앙의 영역에 머무르고, 정치는 국민의 대표 기관으로서 자기 역할을 지킬 수 있다. 이 원칙이 바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방파제가 된다.

정부와 여야의 과제, 전수조사와 투명성

이 사안은 특정 종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전체 종교계가 정치와 어떤 방식으로 접촉해 왔는지 전면적인 전수조사가 필요하다. 신천지·통일교뿐 아니라 어떤 종단이라도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 같은 위험을 방치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여야도 이번 의혹 사건을 정파적 공격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민주주의의 기반을 지키기 위한 구조 개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어느 정당이 잘못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가 더 성숙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단계다.

정교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종교와 정치 접촉을 전면 공개하는 투명화 법을 마련해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전 종단 전수조사를 통해 종교계와 정치권의 관계를 제도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동시에 정치권이 종교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치자금과 조직 운영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정치가 봉사직 될 때 민주주의는 강화된다

정교유착의 뿌리는 결국 정치가 가진 과도한 특권이다. 정치에 발을 들이는 순간 곧바로 기득권의 울타리에 들어서는 구조가 유착을 낳는다. 부귀영화를 꿈꾼다면 기업을 해야지, 공직에 기대어 그 혜택을 누리려는 순간 제도는 병들기 시작한다. 공직은 어디까지나 봉사여야 한다.

정치인이라면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처럼 국민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삼고 만족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권력의 사유화’가 줄어들고, 정교유착의 유인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특히 권력이 특권이 아닌 책임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을 때 비로소 한국 민주주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통일교·신천지 의혹은 단순한 사건을 넘어 한국 정치가 구조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경유착을 끊어냈듯이, 이제는 정교유착도 끝내야 한다. 민주주의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이번 사건은 한국 사회에 주어진 경고장이며, 정교유착을 끝낼 역사적 기회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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