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정 실린 이재명 구속영장 해부

‘찍어 누르기식’ 격양된 표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다만 이 대표가 현직 의원이기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 의석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결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를 두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객관·법률적 팩트보다 감정적이고 격양된 표현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굳이 영장에 감정을 드러내야 했는지 의문이다.” 최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의 말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신조어와 감정적인 문장이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대장동과 쌍방울, 성남FC 등의 의혹과 관련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에 더 무게가 실린다. 

민간인
같으면…

검찰의 자신감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찍어 누르기식’ 표현으로 정치 수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16일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례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시정 농단’ ‘내로남불’ 등 일반적인 수사기관의 수사기록과 공소장,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표현들이다. 객관적 사실과 증거, 법리로 법원을 설득해야 할 검찰이 법원에 제출하는 공식 서류에 원색적 표현을 적시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법원에 제출된 구속영장 청구서를 보면, 검찰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지방자치 권력을 사유화한 시정 농단 사건’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불러온 ‘국정 농단’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또 검찰은 이 대표가 “‘내로남불, 아시타비’의 전형을 보여줬다”고 썼다. ‘아시타비’는 ‘나는 옳고 다른 사람은 그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실체 진실 은폐 시도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백하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이 대표에게 징역 11년을 훨씬 넘는 형이 선고될 것이 명백하다고도 적시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와 검찰 안팎에서는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 섞인 우려가 나온다. 지난 20일 기자와 만난 재경지검 부장검사는 “이 대표에 대한 수사가 편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과 원칙에 따른 정상적 과정이지만 재판 결과가 나오기 이전부터 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객관과 법리로 법원을 설득하려 해야지 잘못된 표현이 많다. 누가 보면 이 대표에게 원한이 있는 검사가 작성한 줄 알 것”이라며 “이 대표가 무죄가 나올 것이라 보진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중앙지검이 ‘한 몸’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이례적이다” 목소리 왜?
일반적 관행서 벗어난 표기 수두룩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 직후 “(대장동 사업은)지방 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 간의 불법적 정경유착, 지역 토착 비리”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앞서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재판에 넘길 때도 ‘공소장 일본주의’ 원칙 위배 논란에 휩싸였다.

공소장 19쪽 중 혐의 사실은 3쪽에 그쳤으나 김 부원장과 이 대표의 관계 등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의 공모관계를 과대하게 부풀리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헌정사상 처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인 만큼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 공식입장을 내비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 수사’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은 중앙지검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중앙지검 한 검사는 “이 총장이 입장을 밝힌 것은 개인이 아닌 검찰을 대표한 입장이기에 뭐라 할 수는 없지만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기자들 간의 ‘티 타임’에서도 저런 입장은 밝히지 않는 게 관행”이라면서 “(이재명 대표)구속영장 청구서에 감정적 표현이 들어간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의 태도를 두고 이 대표를 구속해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의지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야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에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재빠르게 마무리 지으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검찰이 입증해야 할 이 대표의 주된 혐의는 배임이다. 검찰이 산정한 배임 액수는 약 4895억원로 이는 재판 과정에서 다툼이 클 전망이다. 이 때문에 검찰이 기소 전부터 증거와 법리가 아닌 이 대표를 향해 감정적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검찰의 자신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검찰 내부서도 사실관계가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거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견해가 있다.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혐의를 적용한 주요 근거는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팀이 작성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 검토의견서다.

지나친
자신감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견서에는 ‘사업 수익이 클 경우 공사의 이익을 개선할 여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의견서는 사업자 선정 과정에 공사에 사업 이익을 70% 이상 제공하는 경우 만점을 주는 등 배점을 달리해야 한다고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도개공 관계자 A씨가 2015년 2월 작성한 ‘대장동 공모지침 검토의견서’에는 당시 정민용 공사 투자사업파트장(변호사)이 작성한 공모지침서의 사업적 이익 배분 문제점 등을 표 형식으로 정리한 10여장 분량의 의견서가 참부됐다.

A씨는 ‘신청자가 제안한 이익 분배 방법은 사업계획이 변경돼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는 조항에 대해 “수익이 예상치보다 못할 경우 무방하나, 기대치를 훨씬 상회할 경우 공사의 수익도 개선될 여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A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이 판단한 이 대표의 배임 혐의 논리다.

A씨는 공사에 제공하는 이익 비율에 맞춰 평가점수를 차등 배분하자는 의견을 냈다. A씨가 ‘예시’로 제시한 기준은 사업 수익 중 공사에 배분되는 이익이 70% 이상인 경우 만점(60점), 65~70%인 경우 50점 등 5%포인트마다 10점씩 점수를 줄여 35% 미만인 경우 0점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공모지침서엔 임대주택용지 제공 여부와 용지 종류에 따른 배점 기준만이 제시돼있었다. A씨는 공사가 임대주택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고, 사업적 이익이 과도할 경우를 대비해 이 같은 검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A씨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은 당시 이견을 제시한 A씨를 불러 ‘업자의 청탁을 받고 이의 제기한 게 아니냐’며 손으로 직접 이의 제기 내용을 써보라는 등 압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공사는 사업협약 등의 과정을 거쳐 원안대로 임대주택용지 금액에 상당하는 1830억원의 확정이익을 받았다.


검찰은 A씨의 의견을 바탕으로 이 대표의 배임 액수를 산정했다.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 전체 이익 중 70%를 공사가 가져가도록 했다면 6725억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데, 확정이익 1830억원만 챙겨 4895억원가량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불구속 기소
가능성 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의 배임 액수 산정방식이 성급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남도개공 일부 의견일 뿐이다. 공사 측 이익을 최대한 반영한 참여자에 높은 점수를 주자는 의견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그 기준대로 배임액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재판부가 검찰의 배임 산정방식을 지적하게 되면 공소장 내용이 바뀌거나 심할 경우 다시 수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있다. 체포동의안은 지난 24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27일 열리는 본회의서 무기명 표결에 부쳐진다.

민주당 지도부는 ‘압도적 부결’을 자신하고 있다. 169개 의석과 김진표 국회의장,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6명),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등을 모두 더하면 최대 177명이 반대표를 던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16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같은 사태가 반복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최근 민주당 지지율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어 친명(친 이재명)계서도 체포동의안 정국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수도 있다. 민주당 계열 의원 중 28명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다. 무기명 투표의 특성상 어느 의원이 찬성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시정 농단, 아시타비…보기 어려운 신조어
거친 문장들 태반...법리 및 증거 부족 지적

민주당의 한 수도권 의원은 언론을 통해 “당 대표를 지키는 것보다 민주당이 국민의 지지를 모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며 “침묵하는 의원 하나하나가 고심하는 만큼 표결 결과는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간 대질조사를 추진했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아직 쌍방울과 관련된 구체적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전 부지사 측 변호인 현근택 변호사는 지난 20일 낸 입장문에서 “검찰이 2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통보했다”며 “이 전 부지사는 출석해 성실하게 조사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재 이 전 부지사 측 요청에 따라 1대1 조사 방식 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1차 조사 이후 전 부지사에게 두 차례 소환통보를 했으나, 이 전 부지사 측은 소환 시기와 다자간 대질신문 방식 등을 문제로 출석을 미뤘다.

이 전 부지사 측은 다음 대질신문서 1대1 방식을 원한다는 입장을 강경하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4자 대질 당시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 등은 이 전 부지사에게 “대북송금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냐”며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 회장이 “왜 나를 모른다고 하느냐”며 고성을 지른 후 이 전 부지사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재판에서 그의 변호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치아가 빠졌다고 한다. 치료가 필요하다”고 요청해 오후 재판 절차가 연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번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의 800만달러 대북송금 사실을 알았는지, 김 전 회장과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통화를 주선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북한에 건네진 800만달러가 쌍방울그룹의 대북 경제협력 사업권이 아닌, 경기도와 이 대표를 위한 자금이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 김 전 회장이 알고 지내던 이 전 부지사가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한다.

대북송금
입증될까?

이 전 부지사는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기도는 쌍방울그룹의 대북송금 사실을 전혀 몰랐고, 대북사업 역시 따로 진행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회장은 “경기도를 대신해 북한에 돈을 보냈다”며 “이 전 부지사도 모두 알았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수행비서 박모씨로부터 압수한 휴대전화 6대의 비밀번호를 풀어 정밀 분석작업을 하고 있다. 이 중 2대는 김 전 회장이 사용했던 휴대전화고, 2대 중 1대는 한국서 사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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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