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렁이 담 넘듯' 건국대 봐주기 인사의 비밀

대법서 유죄 받았는데 ‘복직 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가 학교 안팎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임 이사장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서 중심 인물로 떠오른 데 이어 학교 내부에서는 인사 논란이 터졌다. 건국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나락으로 가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건국대는 지난해 8월 말 불거진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으로 최악의 하반기를 보냈다. 교육부가 현장 조사를 나왔고,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장관이 직접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말하는 등 학교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각종 논란에
이미지 나락

잠잠해지나 싶더니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건국대가 언급됐다.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의 고발과 교육부의 의뢰로 검찰이 들여다보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이 불거진 것. 이 과정에서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김 전 이사장은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가 소개해준 현직 검사 등과 골프 회동을 갖고 서울 성북동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15일, 10월3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건국대 교수, 언론인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월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과 관련해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검찰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성격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으로 봤다. 기본재산은 투자 과정에서 학교법인 이사회 의결이나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보통재산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건국대 학교법인이 교육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과 반대로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건국대에 ▲이사장과 법인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 추진 ▲이사 5명 경고 조치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징계, 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 중징계 ▲재발 방지 대책 요구 등을 처분한 바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때 아닌 주목받는 와중에…

법원은 임대보증금이 부동산과 달리 학교 기본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국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임대보증금을 펀드 투자에 쓰기 위해선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원금이 손실돼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기본재산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투자금의 성격보다 관할청의 허가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지난달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대검찰청으로 송부한 김 전 이사장 등의 ‘임대보증금 393억원 배임·횡령 의혹’ 역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났다. 검찰과 법원, 앞서 감사원 및 교육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김 전 이사장이 주도한 모임의 성격이 중요한 고리로 떠올랐다.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를, 건국대는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건국대는 법정 소송과 함께 전임 이사장을 둘러싼 의혹까지 떠안은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내부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임 노조위원장이 학교로 돌아온 건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논문 문제로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받은 인사가 학교법인의 중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전 건국대 직원 노조위원장 홍모씨는 7월 말경 학교로 돌아왔다. 앞서 6월 대법원은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홍씨 사건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3년 4월 카드사 콜센터를 통해 김 전 이사장과 김진규 전 건국대 총장의 법인카드 사용명세서를 받았다. 당시 홍씨는 김 전 이사장과 김 전 총장이 부적절한 관계라고 주장하면서 카드사 콜센터에 법인카드 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를 말하는 방식으로 사용명세서를 요구했다. 

밖에서는
전 이사장이

여기에 두 사람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을 가는 등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주장을 이메일로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더해졌다. 홍씨의 혐의를 두고 재판부의 판단은 다섯 차례에 걸쳐 나왔다. 1~3심, 파기환송심, 대법원 재상고심이다. 

1심은 홍씨가 금융실명법을 위반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김 전 이사장이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내용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불륜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소문에 불과한 내용을 확인 절차 없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적시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며 “법인카드 거래 정보는 금융실명거래정보에 해당하고 노조위원장에게 받을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은 “홍씨가 제공받은 법인카드 사용명세서에 사용일자, 가맹점명, 거래승인일시 등이 기재돼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금융실명법 규정을 종합해 볼 때 이들 정보가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홍씨 등이 개인적 이익이 아닌 학교법인을 위한다는 생각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쟁점은 신용카드 사용명세서가 비밀보장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신용카드 사용명세서가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 재판을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금융실명법은 비밀보장의 대상이 되는 ‘거래 정보 등’을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가 아니라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로 규정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업자와 가맹점 사이 또는 신용카드 업자와 신용카드 회원 사이에 예금이나 금전으로 수입이 발생하거나 상환이 이뤄진다면 이는 금융실명법이 정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안에서는
교직원이

이어 “신용카드 거래내역은 금융거래인 ‘상환’이나 ‘수입’의 내용에 해당하고 신용카드 사용내역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해당한다”며 “신용카드 사용명세서 등이 금융실명법에 따른 비밀보장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금융실명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형량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홍씨는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6월 원심 판결이 옳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김 전 이사장 시절 2번의 파면 끝에 복직해 직원으로 근무 중이던 홍씨는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당연퇴직’ 사유가 발생해 학교를 떠났다. 사립학교법 제70조의3(사무직원 당연퇴직)에 따르면 사무직원의 당연퇴직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의거,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당연퇴직 사유가 발생한다. 

건국대 정관 83조(자격)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은 당연히 퇴직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홍씨는 한 달여 뒤인 지난 7월29일 산학협력단 참사 직급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화해 권고에 따라 노조와 학교가 합의해 홍씨를 복직시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법인 건국대 산하기관 노조협의회는 지난 11일 ‘홍○○ 전임 노조위원장의 복직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건국대가 정관에 따라 홍씨를 당연퇴직 처분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노동조합과 대학본부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건국학원 정상화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들을 이유로 홍 전 위원장을 포함한 조합원들에게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 이상, 위 당연퇴직 처분은 부당해고에 해당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건국대 관계자들은 홍씨의 복직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고, 이를 근거로 사립학교법을 적용해 당연퇴직이 된 것을 한 달 만에 뒤집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 사안을 두고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한 A씨는 “사립학교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런 행위를 한 유자은 이사장, 전영재 총장, 노조위원장과 이 위법한 행위에 동조한 학교법인 이사장 비서실장, 총장 비서실장, 인사담당 총무처장 등을 엄격하게 감사해 허물어진 사립학교 인사 위상을 바로 세우고, 해당자들 전원을 형사고발과 파면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법 위반 VS 부당해고
논문 문제 교수는 핵심 요직에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민원에 대해 건국대에 소명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건국대 소명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홍씨가 김 전 이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딸인 유 이사장이 그를 구제했다는 사실이다.

건국대 내부에서 불거진 인사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육부가 고교생인 친딸을 자기가 쓴 논문의 저자로 넣은 부총장 출신의 원모 교수에게 중징계를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건국대 관계자들의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로 시작됐다.

신고인은 “지난해 10월경 건국대 원 교수가 2013년 학술지에 실은 논문에 해당 교수 자녀로 추정되는 이름을 공동저자로 등재했다”면서 “2018년 4월 교육부가 ‘공동등재된 저자 중 원씨가 원 교수의 자녀인지’를 묻는 공문을 건국대에 보낸 시점에 논문 공동 저자란에서 자녀로 추정되는 이름이 사라진 채 올라왔다”고 신고했다. 

이후 교육부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원 교수에게 중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이 건국대에 내려간 것이다. 교육부 학술진흥과 관계자는 “감사 내용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신고 내용의 사실관계가 파악돼 건국대에 통보했고 후속조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논문 문제가 불거지면서 LH 혁신위원 자리에서도 위태로워졌다. 지난달 6일 원 교수가 LH 혁신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건국대 관계자들이 LH에 원씨가 논문 문제로 교육부의 중징계를 받은 인사라는 사실을 전하자 LH는 “빠르게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LH 홍보실 관계자는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들과 이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 교수는 해당 논란이 발생한 이후 7월 혁신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8월에도 혁신위원회가 예정돼있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원 교수는 여전히 학교법인의 핵심 요직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부총장에 임명됐던 원 교수는 현재 학교법인 경영기획국장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사장도 겸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논란에 휘말린 최종문 사장이 사퇴한 자리다.

바람 잘날
없는 학교

한 건국대 관계자는 “경영기획국장은 학교법인에서 가장 핵심 요직”이라면서 “원 교수가 더클래식500 사장을 겸임하기 시작한 건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 이후”라고 주장했다. 관계자의 주장대로면 건국대는 원 교수의 논문 문제가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 이후, 그를 수익사업체 사장에 앉힌 셈이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원 교수의)징계 문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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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