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렁이 담 넘듯' 건국대 봐주기 인사의 비밀

대법서 유죄 받았는데 ‘복직 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가 학교 안팎에서 불거진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임 이사장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서 중심 인물로 떠오른 데 이어 학교 내부에서는 인사 논란이 터졌다. 건국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나락으로 가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건국대는 지난해 8월 말 불거진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으로 최악의 하반기를 보냈다. 교육부가 현장 조사를 나왔고,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장관이 직접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말하는 등 학교 이미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각종 논란에
이미지 나락

잠잠해지나 싶더니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건국대가 언급됐다.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의 고발과 교육부의 의뢰로 검찰이 들여다보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과 관련해 수사 무마 청탁 의혹이 불거진 것. 이 과정에서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김 전 이사장은 가짜 수산업자 김태우가 소개해준 현직 검사 등과 골프 회동을 갖고 서울 성북동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15일, 10월3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만남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건국대 교수, 언론인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5월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과 관련해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가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은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혐의 없음’으로 처분했다. 


검찰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성격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으로 봤다. 기본재산은 투자 과정에서 학교법인 이사회 의결이나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지만 보통재산은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건국대 학교법인이 교육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과 반대로 교육부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1월 건국대에 ▲이사장과 법인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 추진 ▲이사 5명 경고 조치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징계, 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 중징계 ▲재발 방지 대책 요구 등을 처분한 바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때 아닌 주목받는 와중에…

법원은 임대보증금이 부동산과 달리 학교 기본재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국대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면서도, 임대보증금을 펀드 투자에 쓰기 위해선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원금이 손실돼 임대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기본재산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원은 투자금의 성격보다 관할청의 허가 여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지난달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대검찰청으로 송부한 김 전 이사장 등의 ‘임대보증금 393억원 배임·횡령 의혹’ 역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났다. 검찰과 법원, 앞서 감사원 및 교육부의 판단이 엇갈리면서 김 전 이사장이 주도한 모임의 성격이 중요한 고리로 떠올랐다.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를, 건국대는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한 데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건국대는 법정 소송과 함께 전임 이사장을 둘러싼 의혹까지 떠안은 신세가 됐다.

그렇다고 내부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전임 노조위원장이 학교로 돌아온 건을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논문 문제로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를 받은 인사가 학교법인의 중요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전 건국대 직원 노조위원장 홍모씨는 7월 말경 학교로 돌아왔다. 앞서 6월 대법원은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씨에게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 

홍씨 사건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013년 4월 카드사 콜센터를 통해 김 전 이사장과 김진규 전 건국대 총장의 법인카드 사용명세서를 받았다. 당시 홍씨는 김 전 이사장과 김 전 총장이 부적절한 관계라고 주장하면서 카드사 콜센터에 법인카드 번호와 사업자등록번호를 말하는 방식으로 사용명세서를 요구했다. 

밖에서는
전 이사장이

여기에 두 사람이 법인카드를 이용해 골프를 치고 해외여행을 가는 등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주장을 이메일로 유포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더해졌다. 홍씨의 혐의를 두고 재판부의 판단은 다섯 차례에 걸쳐 나왔다. 1~3심, 파기환송심, 대법원 재상고심이다. 

1심은 홍씨가 금융실명법을 위반했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김 전 이사장이 법인카드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는 내용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불륜을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고 소문에 불과한 내용을 확인 절차 없이 단정적인 표현을 사용해 적시해 허위사실 적시에 해당한다”며 “법인카드 거래 정보는 금융실명거래정보에 해당하고 노조위원장에게 받을 권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2심은 “홍씨가 제공받은 법인카드 사용명세서에 사용일자, 가맹점명, 거래승인일시 등이 기재돼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금융실명법 규정을 종합해 볼 때 이들 정보가 금융실명법 제4조 제1항에 따른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고 볼 수 없다”며 금융실명법 위반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홍씨 등이 개인적 이익이 아닌 학교법인을 위한다는 생각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쟁점은 신용카드 사용명세서가 비밀보장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신용카드 사용명세서가 비밀보장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 재판을 유죄 취지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금융실명법은 비밀보장의 대상이 되는 ‘거래 정보 등’을 금융거래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가 아니라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로 규정하고 있다”며 “신용카드 업자와 가맹점 사이 또는 신용카드 업자와 신용카드 회원 사이에 예금이나 금전으로 수입이 발생하거나 상환이 이뤄진다면 이는 금융실명법이 정한 ‘금융거래’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안에서는
교직원이

이어 “신용카드 거래내역은 금융거래인 ‘상환’이나 ‘수입’의 내용에 해당하고 신용카드 사용내역은 금융거래의 내용에 대한 정보 또는 자료에 해당한다”며 “신용카드 사용명세서 등이 금융실명법에 따른 비밀보장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은 잘못”이라고 판시했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금융실명법 위반을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형량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홍씨는 재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지난 6월 원심 판결이 옳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김 전 이사장 시절 2번의 파면 끝에 복직해 직원으로 근무 중이던 홍씨는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당연퇴직’ 사유가 발생해 학교를 떠났다. 사립학교법 제70조의3(사무직원 당연퇴직)에 따르면 사무직원의 당연퇴직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 의거,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당연퇴직 사유가 발생한다. 

건국대 정관 83조(자격)에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않은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 등은 당연히 퇴직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홍씨는 한 달여 뒤인 지난 7월29일 산학협력단 참사 직급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지방노동위원회의 화해 권고에 따라 노조와 학교가 합의해 홍씨를 복직시켰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법인 건국대 산하기관 노조협의회는 지난 11일 ‘홍○○ 전임 노조위원장의 복직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건국대가 정관에 따라 홍씨를 당연퇴직 처분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노동조합과 대학본부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건국학원 정상화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들을 이유로 홍 전 위원장을 포함한 조합원들에게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 이상, 위 당연퇴직 처분은 부당해고에 해당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일부 건국대 관계자들은 홍씨의 복직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왔고, 이를 근거로 사립학교법을 적용해 당연퇴직이 된 것을 한 달 만에 뒤집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이 사안을 두고 교육부에 민원을 제기한 A씨는 “사립학교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이런 행위를 한 유자은 이사장, 전영재 총장, 노조위원장과 이 위법한 행위에 동조한 학교법인 이사장 비서실장, 총장 비서실장, 인사담당 총무처장 등을 엄격하게 감사해 허물어진 사립학교 인사 위상을 바로 세우고, 해당자들 전원을 형사고발과 파면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법 위반 VS 부당해고
논문 문제 교수는 핵심 요직에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해당 민원에 대해 건국대에 소명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건국대 소명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겠다는 입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홍씨가 김 전 이사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딸인 유 이사장이 그를 구제했다는 사실이다.

건국대 내부에서 불거진 인사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교육부가 고교생인 친딸을 자기가 쓴 논문의 저자로 넣은 부총장 출신의 원모 교수에게 중징계를 요구한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사건은 건국대 관계자들의 국민권익위원회 신고로 시작됐다.

신고인은 “지난해 10월경 건국대 원 교수가 2013년 학술지에 실은 논문에 해당 교수 자녀로 추정되는 이름을 공동저자로 등재했다”면서 “2018년 4월 교육부가 ‘공동등재된 저자 중 원씨가 원 교수의 자녀인지’를 묻는 공문을 건국대에 보낸 시점에 논문 공동 저자란에서 자녀로 추정되는 이름이 사라진 채 올라왔다”고 신고했다. 

이후 교육부에서 실태조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원 교수에게 중징계를 요구하는 공문이 건국대에 내려간 것이다. 교육부 학술진흥과 관계자는 “감사 내용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다”면서도 “신고 내용의 사실관계가 파악돼 건국대에 통보했고 후속조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원 교수는 논문 문제가 불거지면서 LH 혁신위원 자리에서도 위태로워졌다. 지난달 6일 원 교수가 LH 혁신위원으로 위촉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건국대 관계자들이 LH에 원씨가 논문 문제로 교육부의 중징계를 받은 인사라는 사실을 전하자 LH는 “빠르게 조치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LH 홍보실 관계자는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외부 위원들과 이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원 교수는 해당 논란이 발생한 이후 7월 혁신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다”며 “8월에도 혁신위원회가 예정돼있어 조만간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원 교수는 여전히 학교법인의 핵심 요직을 지키고 있다. 지난해 8월 교육부총장에 임명됐던 원 교수는 현재 학교법인 경영기획국장을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사장도 겸하고 있다.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논란에 휘말린 최종문 사장이 사퇴한 자리다.

바람 잘날
없는 학교

한 건국대 관계자는 “경영기획국장은 학교법인에서 가장 핵심 요직”이라면서 “원 교수가 더클래식500 사장을 겸임하기 시작한 건 교육부의 중징계 요구 이후”라고 주장했다. 관계자의 주장대로면 건국대는 원 교수의 논문 문제가 일정 부분 사실로 드러난 이후, 그를 수익사업체 사장에 앉힌 셈이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원 교수의)징계 문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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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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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