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개월' 공주교대 사태 막전막후

“쥐도 새도 모르게 블랙리스트 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 운영에 있어 총장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총장은 교수와 학생, 직원 등 학내 구성원을 이끌고 방향을 잡는 학교의 수장이다.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공주교대는 현재 2년 넘게 총장 자리가 비어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내 구성원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공주교대 총장’을 검색하면 안병근 전 총장의 얼굴이 뜬다. 안 전 총장은 공주교대 제7대 총장으로 2016년 1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재임했다. 공주교대 홈페이지 ‘총장 동정’ 게시판에 올라온 글도 2020년 1월10일이 마지막이다. 제8대 총장이 정해지지 않은 탓이다. 

비어 있는
총장 소식

공주교대는 안 전 총장 퇴임 이후 2년3개월째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기간이 앞으로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총장 임용 제청을 두고 공주교대와 교육부 사이의 줄다리기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 재량권과 대학의 자율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4년제 국립대학교인 공주교대는 총장을 임명할 때 교육부의 임용 제청, 청와대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대학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에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정하면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용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용 여부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공주교대는 2019년 9월24일 개교 이래 최초로 직선제 총장 선거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명주 교육학과 교수가 66%의 득표율을 받아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학생 82%, 교수 63%, 직원 및 조교 80% 등 학내 구성원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공주교대 개교 81년 만에 처음으로 모교 출신 총장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개교 최초로 직선제 선거
구성원 높은 지지로 1순위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건 교육부의 임용 제청이 늦어지면서부터다. 당초 공주교대 제8대 총장은 2020년 1월에 임기를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임용 제청 결과는 그보다 한 달 늦은 2020년 2월10일에야 나왔다.

교육부는 이 교수의 임용 제청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는 이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가 국립대 총장의 임용 제청을 거부할 때는 반드시 사유를 밝히도록 하는 대법원 판례가 존재한다. 아이러니한 점은 해당 판례 또한 국립대학이자 원격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내홍을 겪으며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2014년 7월 방송대는 류수노 농학과 교수를 1순위 총장 후보자로 뽑았다. 류 교수는 총장 임기 첫날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 공문을 받았다. 그는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에서는 류 교수의 손을, 2심에서는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부는 2심 패소 이후 2018년 2월 류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을 진행했다. 류 교수는 1순위 후보자로 추천된 지 무려 40개월 만에 방송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대법원은 “대학이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임용 제청에서 제외한 경우 임용 제청의 구체적 제한 사유가 있는지, 총장 적격성 심사 결과가 어떠한지를 재판부가 심리하고 판단해야 함에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성이 있다”고 2심 결과를 뒤집었다. 

총장 임명
계속된 잡음

이 교수는 이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아 교육부를 상대로 ‘총장 임용 제청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근거와 이유를 전혀 제시하지 않은 부분이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는 것. 실제 당시 교육부는 ‘총장 임용 후보자 재추천 요청’ 공문만 공주교대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절차법 23조는 “행정청은 처분을 할 때 ▲신청 내용을 모두 그대로 인정하는 처분인 경우 ▲단순 반복적인 처분 또는 경미한 처분으로서 당사자가 그 이유를 명백히 알 수 있는 경우 ▲긴급히 처분할 필요가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 당사자에게 그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판 결과는 1심과 2심에서 엇갈렸다. 1심은 교육부의 처분을 ‘위법’으로 판단했지만 2심은 ‘적법’으로 봤다. 2020년 2월13일 교육부가 보낸 ‘총장 임용 후보자 심의 결과 통보’ 공문이 쟁점이 됐다. 이 교수는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밝힌 해당 공문을 2월14일에 받았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임용 제청 거부 공문과 사유를 밝힌 공문이 동시에 오지 않았다는 것.

1심은 이 교수의 주장을 인정해 “심의 결과 통보가 총장 후보 재추천 요청과 실질적으로 하나의 처분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총장 후보 재추천 요청과 심의 결과 통보를 하나의 행정 처분으로 볼 수 있다”며 “행정절차법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서 이 교수는 최종 패소했다. 

지난 6일 대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 교수는 당시 교육부의 처분에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교육부가 임용 제청을 거부한다고 밝힌 다음날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거부 사유를 밝힌 공문을 받기까지 3일 동안 약 40건의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며 “교육부는 언론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의 임용 제청 거부 사유도 납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대전교육감 선거 출마 당시 받은 벌금형 ▲과태료 지연 납부로 인한 압류건 ▲주의‧경고 등 대학의 행정처분 등을 사유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이 3가지 사유를 찾기 위해 나는 물론 아내의 인생까지 먼지털이, 저인망식으로 싹 훑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9년 10월 이 교수는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추천된 이후 진행한 ‘고위공직 예비후보자 사전 질문서’에서 7대 비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불법적 재산 증식 ▲위장 전입 ▲연구 부정 행위 ▲음주운전 ▲성 관련 범죄 등 7대 비리를 저지른 경우 인사에서 원천 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0년 1월 국가정보원 관계자가 전화로 위장전입과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해 물었을 때도 이 교수는 ‘해당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그는 “만일 7대 비리에 해당됐거나 부동산 투기 등의 문제가 있었다면 교육부는 신나서 거부 사유에 포함시켰을 것”이라며 “내가 두 손 들고 항복할 만한 문제가 없었기에 궁색한 사유를 들이댄 것”이라고 항변했다. 

거부 사유 3개
해명도 안 들어

그러면서 “더 분통 터지는 부분은 교육부에서 단 한 차례도 내게 해명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다른 국립대 총장의 경우 임용 제청 전에 의혹 등에 대해 후보자에게 물어 확인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나는 교육부로부터 단 한 번의 연락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최근 고성환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7대 비리에 해당하는 세금 탈루 의혹(1369호 <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교육부 이중잣대 추적)에도 총장에 임명된 것을 두고도 이 교수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교육부의 기준으로 내가 총장이 못됐다면 방송대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건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주교대 사건 당시 언론은 박근혜정부 시절 ‘좌편향 검정교과서’를 비판한 내용의 칼럼 때문에 이 교수가 문정부의 미움을 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5년 그는 한 언론에 “현행 검정 역사 교과서는 균형을 상실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격하하고 폄훼하며 친북적으로 모호하게 기술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중략)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는 것은 차선책으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한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다. 

이 교수는 해당 칼럼이 총장 임용 제청 거부의 결정적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당시 글은 교육학자로서 의견을 밝힌 것이지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쓴 게 아니다”라며 “지금까지도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성향을 밝히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활동한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가 된 셈”이라고 덧붙였다.

7대 비리에 해당 안 되는데도….
교육부, 상고심 기각으로 “절대 안 돼”

현재 공주교대와 교육부는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다. 교육부는 공주교대에 총장 임용 후보자를 재추천하라는 입장이고, 공주교대는 이 교수를 임용 제청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총장 선거를 진행한 공주교대 총장 임용 후보자 추천위원회는 “교육부에서 밝힌 거부 사유는 총장직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결정적 하자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거부 사유는 학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한 직선제 선거 과정에 이미 반영됐기에 임용 제청 거부의 재량권 행사는 상식적으로 수긍할 수 없고 직선제에서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 재량권은 헌법의 기본권인 대학의 자율성보다 우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직선제 선거에서 이 교수가 구성원의 높은 지지를 받은 바, 투표 결과를 존중해달라”고 강조했다.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공주교대 총장 후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교육부가 최종 승소했다. 이를 근거로 공주교대에 총장 후보자 재추천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공주교대에서 총장 후보자 재추천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시기는 말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방송대 류 교수의 경우와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부는 당시 류 교수가 제기한 소송의 2심에서 패소하고도 그를 임용 제청했다. 이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1월에 발령받아 해당 내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했다.

이 교수는 문정부의 결자해지 혹은 차기 정부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지만 현재 나를 총장으로 임명하는 데 법적 걸림돌은 없다”고 주장했다. 몇몇 법무법인에서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현재 기준으로 교육부 장관이 이 교수를 공주교대 총장으로 임용 제청하는 것이 적법하다는 것. 

이 교수는 2019년 총장 후보자 선거 당시 내세운 공약을 최근 상황에 맞춰 재정립하고 있다. 총장이 된다면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대학 위기를 타파할 방법을 고민하는 한편, 확보하고 있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공주교대의 부흥을 이끌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학내 구성원과 지역 사회 관계자의 변함없는 지지에 부응하겠다고도 했다.

2심 지고도
임명하더니?

“교육부는 우리 공주교대를 지방의 작은 대학으로 여겨 공문 한 장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은 교원을 양성하는 학교입니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가르쳐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굴복하면 대학 민주주의, 대학 자율성 역시 무너지게 됩니다. 제 사례를 계기로 대학 민주주의, 대학 자율성이 정착될 수 있길 바랍니다. 끝까지 싸우겠습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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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