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지대 400억 위험한 땅 거래 내막

돈 급해 봐주고 눈 감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또 다시 파산 위기에 내몰린 명지학원. 알려진 채무만 해도 2200억원이 넘는다. 명지학원은 명지전문대학교 유휴용지를 매각·개발해 채무를 변제하겠다는 회생안을 내놨다. 구성원들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전부터 불안한 마음이 앞선다. 앞서 명지대가 비슷한 절차를 졸속으로 밟다가 교육부로부터 ‘퇴짜’를 맞은 전례가 떠올라서다.

명지학원은 명지대학교와 명지전문대학, 명지초·중·고교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재학생이 3만명에 이를 정도로 법인 규모가 크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2조원대의 수익 사업체를 보유하며 안정적인 재정상태를 유지했지만, 무리한 부동산 개발과 전임 이사장의 재단 사유화 시도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파산 위기
탈출구는?

이후 채권자들에게 파산신청 2번, 회생신청 1번을 당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서울회생법원이 이달 초 명지학원 회생절차(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SGI)이 신청) 중단 결정을 내렸다. 잠시 잠잠했던 파산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명지학원은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파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달 회생을 재신청할 것”이라며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

관련 법에 따르면 명지학원이 채무자 자격으로 회생을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사실상 파산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관측이 나온다.


교육계에서는 명지학원 회생안에 각종 수익용 재산과 더불어 명지전문대 부지를 매각, 총 1700억원을 우선 변제한다는 계획이 담길 것으로 보고 있다. 명지대와 명지전문대를 통합하고, 명지전문대 유휴용지에 아파트 등을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명지학원은 투자자문회사 측에 의뢰해 25억~50억원의 출자금으로 500억원 이상의 개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700억원 변제 계획 중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명지학원 구성원 일부는 이 같은 결정이 알려지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명지학원이 이미 지난해 다른 유휴용지를 매각 시도하는 과정에서 교육부에 ‘퇴짜’를 맞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당시 교육부는 오히려 먼저 나서서 유휴용지 매각을 권유·허가할 정도로 매각에 협조적이었다. 하지만 명지학원이 불법적 절차를 동원해 졸속 매각을 추진하자, 교육부가 매각허가를 다시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지학원은 2020년 교육용 기본재산 5건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 매물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582-3 등 16개 필지(면적 36만5273㎡)와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남가좌동 12-1·12-13번지(면적 172㎡) 등이다. 이들은 모두 사용되지 않는 유휴용지였다.

재정 불안한데 대규모 공사 강행
‘급전’ 확보하려 불법 정황 포착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인 교육용 기본재산은 유휴재산일 경우에만 처분할 수 있다.


교육부는 명지학원 측에 절세 및 교육 자금 마련을 이유로 유휴용지를 처분할 것을 권유했다. 교육 재산 처분에는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므로, 매각허가 등의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됐다.

명지학원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명지학원은 이 매물들로 2020년 5월15일과 29일, 두 번에 걸쳐 일반 경쟁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매물들의 입지가 그다지 좋지 않아서 두 입찰 모두 유찰됐다.

명지학원은 경쟁입찰에서 수의계약으로 매각 방식을 변경했다. 기약 없는 기다림은 약 1년 동안 이어졌다. 지난해 봄이 돼서야 매수자가 나타났다.

명지학원과 개발사 A사는 지난해 5월13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동 소재 15개 필지에 대한 토지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 규모가 435억8000만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었다. A사는 계약 당일 매물들에 매매 예약 가등기를 걸었다.

그로부터 석 달 뒤, 양측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그때까지 명지학원 측이 받은 돈이라고는 소유권이전 당시 받은 계약금 명목의 20억원이 전부였다. 소유권이전 당일, A사는 개인 2명에게 매매예약 가등기를 마쳤다. 명지학원 측에 건네야 할 매매대금이 415억8000만원 남은 상황이었다.

명지대학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400억원어치 땅을 20억원에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명지학원의 등기 이전 사실 은폐·매각 잔금 지불기일 임의 연장 등의 배임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그해 11월24일에는 해당 의혹과 대학 위기 책임을 이유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발등에 불
불법 동원

심지어 이 같은 거래 행태는 관련 법 위반이다. 교육부령인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 제46조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 그 재산을 처분한 때는 처분대금을 완수하지 않고는 당해 재산의 소유권을 이전하지 못한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공대위에 따르면 명지학원은 교육 재산 처분 뒤 한 달 안에 그 결과를 교육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규정도 준수하지 않았다.

당시 명지학원은 “담당 직원의 잘못된 판단과 행동으로 벌어진 일”이라며 총장‧법인 책임론을 일축했다. 이어 “현재 매각과 관련해 모든 민형사상 방법을 동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상대편 관계자에 대한 압박과 협상을 시도하는 등 조속한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공대위는 즉각 반발했다. 공대위 관계자는 “400억원이 넘는 돈이 오가는 계약 과정을 총장과 이사장 등이 몰랐다고 해도 문제고, 알면서 묵인했어도 문제”라며 “구성원들이 정상화를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앞서 명지학원은 한 직원의 ‘실수’로 벌어진 일을 법인이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통해 되돌려놓겠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그런데 그 해명과 배치되는 사실이 <일요시사> 취재 과정에서 속속 포착됐다. 관련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명지학원에는 의도적으로 불법·졸속 절차를 밟을만한 동기가 분명히 존재했다.


당시 명지학원은 자금 마련이 시급했다. 재정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규모 개발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명지대학교는 인문캠퍼스에 새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명지대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복합관’이라고 명명된 이 건물을 짓는 데 5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 명지대학교 홈페이지에도 “공사 도급액만 380억원에 달한다”고 적혀 있다.

교육복합관은 건축면적 1221평·건축 연면적 9277평 규모의 대형 건물로 지난해 8월 말에 완공됐다.

구성원들은 이 건물의 필요성을 문제 삼지 않는다. 인문 캠퍼스의 부족한 교육시설 보강을 위해 필요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다만 건설 시점이 상당히 부적절했다는 설명이다. 명지학원의 재정상태는 이 건물의 첫삽을 뜨기 훨씬 전부터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해명 진위 논란
‘입 닫은’ 재단

그런 상황에서 대형 건물을 짓겠다고 하니, 구성원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것.


아니나 다를까, 명지학원은 이 건물이 지어지는 동안 채권자들에게 2번의 파산신청과 1번의 회생신청을 당하며 법정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건물이 절반 정도 지어진 시점에 떨어진, 어쩌면 예정된 ‘날벼락’이었다. 명지대에 가해지는 자금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공대위 관계자는 “원래 사립학교들이 건물을 지을 때는 교육부 산하 사학진흥재단에서 저금리 융자를 받는다”며 “그런데 법인이 회생절차에 들어가 그걸(융자를) 못 받게 되면서 남은 건설 비용을 학교 적립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씁쓸한 비보였다. 명지대는 재단의 재정적 지원에 기댈 수 없는 상황에서 주로 학생 등록금과 외부 발전 기금에 의존하고 있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힘든 와중에, 겨우 모아놨던 곳간이 털린 격이었다.

그간 답보상태였던 유휴용지 매각이 급물살을 탄 시점은 교육복합관 준공이 마무리되던 때와 겹친다. 돈이 가장 간절했을 때, 돈을 주겠다는 이가 등장한 셈이다. 심지어 금액 규모도 비슷했다. 공대위 관계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학교로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를 맞았다.

그는 뒤이어 “그동안 ‘애물단지’였던 유휴용지를 매각한다는 방침에 반대한 구성원은 없었다”면서도 “저렇게 급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한 걸 지지해줄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부동산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실수’로 포장된 소유권 이전 과정을 두고 “대규모 개발에서 종종 보이는 패턴”이라고 분석했다. 비슷한 규모의 거래 관행과 상당히 겹쳐 보인다는 지적이다.

논란 일자 ‘직원 실수’ 해명
교육부 반대에 결국 백지화?

김중훈 한유주택개발 대표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서 일시에 토지대금을 지불하기 어려울 때 보이는 패턴”이라며 “이전받은 소유권으로 대출을 일으켜 잔금을 완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사인 간 거래에서는 이 같은 소유권이전이 불법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종합법률사무소 ‘법도’의 부동산 담당 변호사는 “잔금을 치르기 전에 소유권이전등기하는 행위는 거래 당사자 간에 이뤄지는 거래행위로 그 자체로는 법률상 하자 행위라 볼 수 없다”며 “위험성을 내포할 수 있는 여지가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통상적으로 잔금이 완납되지 않은 소유권이전의 경우 제3자에 대한 재매도나 재산권 행사의 제한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부 역시 이 맥락에서 ‘잔금 완납 후 소유권이전’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적어도 ‘등기사항전부증명서’상에서는 명지학원 측이 취한 ‘법적 조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일요시사>는 관련 토지등기의 말소사항까지 모두 검토했다. 과거에 있었던 각종 신탁·가처분 등기들은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번 소유권이전 이후에 갱신된 등기는 없었다.

소유권이 넘어간 지 6개월째. 명지학원은 아직도 잔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종 불법 행위를 인지한 교육부가 돌연 매각허가를 취소해버렸다. 매각 사업이 백지화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에 열흘간 시행했던 명지대 종합 감사 과정에서 규정 위반 사실을 인지했다”며 “이에 12월29일 자로 ‘올해 안에 잔금을 회수하지 않으면 매각허가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명지대가 잔금 회수에 실패하면서 매각허가는 올해 1월 1일부로 자동 취소됐다”고 밝혔다.

명지대는 허가 취소 사실을 시인했다. 명지대 관계자는 “올해 부로 해당 부지 매각허가가 취소된 것은 맞다”고 답했다.

다만 매각 계획이 백지화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조만간 다시 매각 계획을 수립해 교육부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일시적인 답보상태에 놓인 것은 맞지만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해명 진위에 대한 질문엔 “계약은 학교랑 한 게 맞지만, 전반적인 대응은 법인에서 진행해서 잘 모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후 <일요시사>는 명지학원 측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시도했지만 끝내 닿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논란들 탓인지, 명지학원 사무실 문은 평일 오후 2시에도 굳게 잠겨있었다.

생사 기로서
반면교사로

돌아 나오는 길에 또 다른 명지대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는 이 일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회생안에도 유휴용지 매각 계획이 포함된다고 들었다. 그 일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며 “이번 한 번만큼은 욕심과 불법 없이, 교육부 지침을 준수하면서 원활하게 매각했으면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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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