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송대 총장 알박기? 교육부 이중잣대 추적

뭐가 그리 급해서 ‘후다닥’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국립대 총장 임명을 두고 교육부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올랐다. 비슷한 논란의 총장 후보자에 대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 대학-교육부-청와대로 이어지는 국립대 총장 인사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공정성과 일관성에서 나온다. 사안에 따라 달라지는 잣대는 불신의 시작이다. 특히 인사 과정에서 기준이 흔들리면 시스템 자체를 믿을 수 없게 된다. 의혹과 논란으로 얼룩진 인사는 그 꼬리표를 평생 떼어낼 수 없다. 

흔들리는
일관성

최근 한국방송통신대학교(이하 방송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인사시스템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총장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와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국립대 총장에 대한 검증 기준이 후보자에 따라 ‘널을 뛴다’는 의혹도 나왔다. 

1972년 3월9일 ‘한국방송통신대학설치령’에 근거해 개교한 방송대는 올해 개교 5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 설치령이 폐지되고 ‘한국방송통신대학교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다. 

방송대는 국립대학이면서 국내로는 최초, 세계 기준으로는 영국 오픈 유니버시티에 이은 두 번째 원격대학이다. 학생 수와 규모 면에서 국내 원격대학 중 가장 인지도가 높다. 50년 동안 80만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했다.

1993년 3월1일 ‘한국방송통신대학’에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학교의 수장이 ‘학장’에서 ‘총장’으로 바뀌었다. 앞서 6명의 학장이 이른바 방통대를 이끌었고, 이후 7명의 총장이 방송대의 선장 역할을 맡았다. 

지난 4일, 방송대 제8대 총장으로 고성환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취임했다. 고 신임 총장은 1985년 서울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서강대 연구교수, 한국어세계화재단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했다. 

2003년부터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교무부처장, 교양교육원장, 인문과학대학장, 통합인문학연구소장 등 방송대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총장 임명권이 이사장에게 있는 사립대학과 달리 국립대학은 총장 임명 때 교육부와 청와대의 결정이 중요하다. 대학에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교육부에서 검증한 후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정하면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최종 임명 여부는 국무회의에서 결정된다.

국립대 총장 검증 논란
겸직·체납 의혹에도 취임

고 신임 총장은 방송대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에 기호 2번으로 출마했다. 그는 ‘뉴노멀시대, 대학교육의 새로운 표준’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사용자 중심의 디지털 학습 환경으로 혁신 ▲교직원 처우 개선 ▲교원의 교육·연구 활동 지원 강화 등 8개 공약을 내세웠다.

지난해 11월24일 방송대 총장추천위원회가 실시한 선거에서 고 신임 총장은 결선투표 끝에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문제는 고 신임 총장을 둘러싼 의혹들이다. 현재 그는 ▲겸직 위반 ▲세금 체납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교육부는 지난해 10월25일~11월5일 진행한 방송대 종합감사에서 총장 후보자 관련 의혹을 인지했다. 그럼에도 총장 임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방송대 안팎에서는 그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 신임 총장은 2007년 방송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2004년 5월 설립된 ㈜윌튼메이라는 회사의 이사,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을 지냈다. 윌튼메이는 분양대행업·부동산 컨설팅·부동산 연구 및 기획용역업·부동산 임대업 등을 하는 회사로 2017년 12월 해산됐다. 

국립대 교수는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겸직을 위해서는 기관장 승인이 필요하다. 국가공무원법 제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 제1항은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거 과정서
의혹 드러나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5조(영리업무 금지)에도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의 영리적인 업무를 스스로 경영해 영리를 추구함이 뚜렷한 업무 ▲공무원이 상업, 공업, 금융업 또는 그 밖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체의 이사, 감사 업무를 진행하는 무한책임사원, 지배인‧발기인 또는 그 밖의 임원이 되는 것을 막고 있다.

방송대 전임교원 임용계약서 5조(을의 의무) 역시 ”을은 교육공무원으로서 제 법령과 본교의 제 규정을 성실히 준수하고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며 이를 위해 모든 역량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부분이 존재한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고 신임 총장은 윌튼메이 설립부터 해산에 이르기까지 약 13년(2004~2017년) 동안 교무부처장(2010년 9월~2016년 9월), 국어국문과장(2017년 1월~2018년 12월) 등의 보직을 맡았다. 고 신임 총장이 기관장의 승인 없이 최소 10년 이상 겸직한 사실은 총장 후보자 선거가 있기 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당시 윌튼메이의 회사 사정이다. 고 신임 총장이 깊숙이 관여해온 윌튼메이는 서울시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자금 상황이 좋지 않았던 걸로 추정된다. 

2016년 10월17일 기준 서울시가 공개한 ‘기공개 고액‧상습체납자 명단(법인)’에는 고 신임 총장이 윌튼메이의 대표자로 올라있다. 윌튼메이는 2013년 7월에 서울시가 부과한 지방소득세 등 38건 총 4200만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앞서 2014년에는 저축은행 대출 문제로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 앞으로 5억원가량의 채무가 발생했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는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을 상대로 대여금 소송을 제기했다. 

공주교대 27개월째 총장 공석
정부에 밉보이면 임명 안 된다?

윌튼메이는 2006년 12월 ○○○○저축은행과 연 이자율 13%, 지연배상금률 연 25%로 45억원에 대한 여신거래약정을 체결했다. 만료일은 6개월 뒤인 2007년 6월로 정했다. 이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이 윌튼메이 채무에 대한 연대보증을 섰다.

이후 2012년 3월 ○○○○저축은행이 파산하면서 예금보험공사가 파산관재인으로 선임됐다. 

당시 재판부는 윌튼메이와 고 신임 총장이 예금보험공사에 5억5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여기에 2013년 11월12일부터 채무를 모두 변제하는 날까지 연 25%의 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고 신임 총장의 항소는 ‘화해권고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고 신임 총장은 해당 채무를 최소 2018년까지 변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예금보험공사가 고 신임 총장을 상대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진행할 당시 채무액은 10억원 이상으로 불어난 상태였다. 대여금 소송에서 지급하라고 선고한 5억500만원에 이자가 5억1000만원가량 붙었던 것.

방송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시기부터 고 신임 총장의 급여가 압류되기 시작했다. 방송대가 국립대학이다 보니 고 신임 총장의 채무에 있어 ‘대한민국’이 제3채무자로 지정됐기 때문. 다시 말하면 방송대는 최소 2018년부터 고 신임 총장의 채무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방송대 관계자에 따르면 압류는 지난해 12월에 이르러서야 해제됐다. 고 신임 총장이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선출된 이후다.

이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은 방송대 인문대학장(2020년 1월~2021년 9월) 보직을 맡았지만 채무사실 등 재산과 관련된 신고를 하지 않았다. 공직자윤리법 제3조에 따르면 교육공무원 중 총장과 부총장, 대학원장, 학장 등은 재산등록 의무자로 분류된다. 

2018년부터
급여 압류

이 같은 논란에도 교육부는 고 신임 총장에 대한 임명 제청을 청와대에 요구했고, 청와대 역시 최종 승인했다. 교육부 국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국립대 총장 임명은 교육부 인사위원회에서 가부를 결정한다. 인사위원회에서 오간 내용이나 구성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또 방송대 종합감사 과정에서 고 신임 총장 관련 의혹을 인지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감사 내용에 대해서는 감사관실에 문의하라며 말을 아꼈다. 방송대 종합감사를 진행한 감사 관계자는 “감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도 말할 수 없다”면서 “대학의 이의신청기간 등을 거쳐 6~7월쯤 돼야 최종 감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대 관계자들은 “고 신임총장은 국가공무원법, 즉 실정법을 위반했다. 교육부가 종합감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인지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면서 인사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망가뜨렸다”며 “또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세금 탈루를 7대 비리에 포함시켰다. 그럼에도 고 신임 총장에 대한 최종 승인이 이뤄진 점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정부는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에서 세금 탈루가 드러날 경우 임용을 원천 배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신임 총장은 세금 탈루와 관련해 ▲본인 또는 배우자가 국세기본법 및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고액‧상습 체납자로 명단이 공개된 경우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방송대 총장 관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 신임 총장 임명과 동시에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는 공주교대 총장 임명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대와 마찬가지로 국립대학인 공주교대는 현재 2년3개월째 총장이 공석이다.

교육부가 1순위 총장 후보자 이명주 공주교대 교수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한 것.

공주교대는 2019년 9월24일 직선제로 총장 선거를 실시했다. 이때 공주교대 출신 이 교수가 구성원의 지지를 받아 1순위 총장 후보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2020년 2월 교육부가 이 교수에 대한 임용 제청을 거부하면서 상황이 틀어졌다.

이 교수는 즉시 소송을 제기했고 교육부로부터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받았다.

이 교수가 받은 거부 사유는 ▲2004~2008년 대전교육감 출마 과정에서 받은 벌금형 ▲주정차 위반, 과속 등 과태료 지연 납부로 인한 압류 ▲대학에서 받은 경고·주의 등의 행정처분 등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사안만 놓고 보면 공주교대 총장 후보자 관련 논란이 방송대에 비해 경미해 보인다. 비슷한 논란이라면 두 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결과가 같았어야 한다. 하지만 공주교대는 총장이 공석이고, 방송대는 무리 없이 총장을 앉혔다”며 “교육부의 잣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국립대 총장 임명 과정에서 청와대의 입김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공주교대 사건 당시 교육부의 임명 제청 거부가 이 교수의 ‘정치 성향’ 때문이라는 의혹이 나온 바 있다. 이 교수가 박근혜정부 시절 ‘좌편향 검정교과서’를 비판한 점이 현 정부의 미움을 샀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감사
미리 알았다?

방송대는 앞서 2014년 9월 이후 무려 40개월 동안 총장이 공석이었던 ‘흑역사’가 있다. 2018년 2월 류수노 총장이 취임하기까지 지리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하지만 고 신임 총장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 임기를 불과 한 달 남긴 상황에서 발 빠르게 이뤄졌다. 방송대 관계자들은 “이것이야말로 ‘알박기’가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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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