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건다” 특성화고 실습생 잔혹사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1.10.25 14:49:35
  • 호수 13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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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하니 위험한 일 당연?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특성화 고교생이 현장실습에 나섰다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위험한 일자리를 저렴한 노동력으로 채우려는 기업과 취업률을 높이려는 학교 사이에서 10대의 희생양이 나온 셈이다. 

지난 6일,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3학년 실습생 홍모군이 요트업체 현장실습 과정에서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기 위해 잠수작업 도중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열악한 환경

사고 발생 후 해당 학교 및 실습업체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면서 관련 규정과 지침을 다수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다. 홍군이 재학했던 학교는 시민단체나 학부모 등 외부위원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현장실습 운영위원회에 학교 구성원과 학교전담 노무사만 포함했다.

또 실습기업과 공동으로 개발해야 하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학교에서 단독으로 개발했다. 실습업체와 공유하지 않은 셈이다. 이외에도 현장실습 표준협약서에 공란이 있는 등 현장실습 계약을 부실하게 체결한 정황, 학생의 실습일지도 작성되지 않았다. 

실습업체도 지침을 지키지 않았다. 위반사항들로는 ▲잠수 관련 자격·면허·경험이 없는 실습생을 대상으로 잠수작업 지시 ▲안전·보건 교육 미실시 ▲정해진 실습 시간을 지키지 않은 점 등이었다.


현장실습에 나선 학생들이 크게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는 10년 전부터 일어났다. 실습생을 교육 대상이 아닌 ‘값싼 노동자’로 여겨온 정부와 기업, 학교의 행태가 지금까지 이어져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1년 1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현장실습생 A군은 작업 도중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 자동차학과 3학년이었던 A군은 10월부터 12월까지 약 2개월간 공장 도장라인에서 실습을 시작했다. 주야 맞교대로 돌아가는 공장에서 A군은 평일 10시간씩 근무하고, 토요일에는 8시간 특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라인의 노동자들은 주당 최장 70시간 이상 근무에 투입되기도 했다. 

당시 A군은 “머리가 아프다”며 동료와 병원에 가려고 기숙사를 나서다 경비실 앞에서 쓰러졌다. 뇌출혈 증세를 보인 A군은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실습 학생들 사고 빈번
안전망 없는 미성년 노동자

2014년 1월엔 한 실습생이 기숙사 옥상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졸업 3개월 전부터 CJ제일제당 충북 진천공장 현장실습생이었던 B군은 일이 익숙지 않다 보니 동료 근로자들에게 지적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후 B군은 “너무 무섭다. 제정신으로 회사에 다닐 수 있을까”라는 글을 자신의 SNS에 남기고 괴로워하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해 2월 오후 10시경 울산 북구 농소동 모듈화 산업단지 내 자동차 협력업체 금영 ETS 공장에선 전날 내렸던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이 무너져 내리면서 공장 안에서 일하던 실습생 C군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실습생이 야간근무 중 사고로 숨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해당 업체가 야간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를 어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폭설로 인해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작업을 중단했는데도 하청업체가 작업을 강행한 점도 문제점으로 대두됐다.

당시 현장실습 표준협약서 제7조에는 ‘현장실습 시간은 1일 8시간으로 하고 갑은 야간(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 및 휴일에 을에게 현장실습을 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2017년 1월 전주 LG유플러스 협력회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홍모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실습’이었음에도 홍양은 가장 악명 높은 부서로 배치돼 고강도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 11월 제주도 생수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군도 혼자서 작업을 하다가 프레스기에 몸이 끼어 사망했다.

2017년 12월 현장실습생 사고가 잇따르자 교육부는 ‘실업계고 현장실습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조기 취업 형태를 띤 현장실습을 2018년부터 폐지하고 실습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줄여 ‘학습 중심’으로 전환하려 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방안에는 현장실습 분야 역시 전공에 맞는 직무 관련분야로 한정되도록 유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홍양과 이군 모두 자신의 전공과는 관련 없는 분야에서 현장실습을 했다. 홍양은 애견학과, 이군은 원예과에 다녔지만 콜센터와 생수공장으로 현장실습을 갔다.

규정·위반 어기고 업무 강행
주당 70시간 이상 근무 투입도

교육부의 제도 개선안은 저임금 노동으로만 여겨지는 현장실습을 교육으로 정의하고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전문가들은 해당 방안이 올바른 개선 방향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근로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이 대책으로 인해 현장실습생의 근로자성은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학생과 근로자의 성격이 혼용됐던 현장실습생 신분은 학생으로 규정됐고 현장실습 계약은 표준협약서·근로계약서에서 표준협약서로 축소됐다. 수당 역시 임금에서 현장실습비로 바뀌었다. 

이상현 특성화고등학교 권리연합회 이사장은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등을 보상받지 못하면서 현장실습제도는 2017년 이후에 더 퇴보했다”고 짚었다.

다만 현장실습생에 대한 특례조항을 담아 실습생을 근로자로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됐다. 결국 현장실습에 대한 규정이 관계 부처마다, 법마다 제각각이다.


2017년 당시 내놓은 대책 가운데 그나마 현장실습생을 보호할 수 있는 일부 기준조차 점점 완화됐다. 현장실습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기준이 대표적이다. 당시 교육부는 ‘선도기업’ 중심으로 현장실습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선도기업은 노무사가 동행해서 기업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해야 하고 교육청 승인을 받아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절차가 까다롭다. 최근 사망한 홍군은 ‘참여기업’에서 일했다. 참여기업은 학교 현장실습 운영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된다.

2019년 1월 교육부는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을 발표해, 선도기업에 선정되지 않은 기업도 참여기업으로 현장실습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기업참여가 급감해 학생들의 현장실습 기회가 축소된다는 이유였다.

현장실습 기회는 학교의 취업률 성과로 이어지고, 이는 정부지원금으로 다시 이어진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취업률을 언급하진 않지만 목적 사업비 기준 중 하나가 취업률이고 또 신입생 모집에도 영향을 주다 보니 학교로서는 현장실습 기회를 잡지 못하면 타격을 받는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기업의 기준이 느슨해지다 보니 학생들은 더 열악한 노동환경의 기업으로 실습을 하기도 한다. 

취업률 올리기

김경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직업교육위원장은 “학생들이 가서는 ‘안 된다’고 여겨졌던 기업에 다시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북지역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빠졌던 반도체 기업들이 2019년 다시 참여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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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