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살려준 건국대 이사장 기사회생의 이면

1년 만에 손바닥 뒤집은 교육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기사회생했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의 해임 처분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 겉으로는 1년 넘게 이어진 건국대 이사장 해임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유자은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2020년 11월 교육부가 건국대 법인의 사모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과 관련해 유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1년 만에
정반대 결과

2020년 8월 말 경 건국대 법인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20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며 펀드 상품을 판매한 후 실제로는 사모사채 등에 투자하면서 3300여명, 5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했다. 

건국대 법인은 2020년 1월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교육부의 용도변경 허가 없이 투자한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120억원 전액을 손실당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2020년 9월 현장조사를 거쳐 11월 건국대 법인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을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분상 조치 ▲행정상 조치 ▲별도 조치를 나눠 처분했다. 


교육부는 이사장과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사 5명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건국대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은 문책, 중징계 요구 통보를 지시했다.

학교법인에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유가증권 운용 지침 및 손실 보전 방안 강구 이행 등의 행정상 조치를 처분했다. 그와 별도로 유 이사장과 최종문 당시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펀드투자 120억원
보통재산 vs 기본재산 쟁점

교육부의 처분에 앞서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화두로 떠올랐다. 유 이사장은 2020년 10월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모펀드 120억원 투자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가 나온 6월에야 투자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변한 바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출석한 2020년 10월26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도 건국대 법인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문제가 쟁점이 됐다. 이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는 2017년에도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며 “상습적이라 교육부의 관리 부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1년 뒤 교육부는 유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거둬들였다. 건국대 법인이 교육부의 시정명령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는 게 이유였다.


건국대 법인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120억원을 전액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절차 강화 ▲이사회 전문성 강화 ▲내부 감사 제도 정비 등 시정 요구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추후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유 이사장을 송치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내부적으로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 무혐의
법원, 문제 있다

건국대 법인은 “학교법인은 지난 1년여간 교육부의 지적사항과 시정요구에 따른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내부 규정과 관리 체계를 새로 다져왔다”며 “앞으로도 재발방지를 위해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교육부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교육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는 결국 사학 권력과 기득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뼈아프게 확인했다”며 “공정을 표방하며 사학 권력에 기대 진정으로 평등한 교육과 평등한 지역 의료를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는 교육부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준열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교육부의 이번 결정 이전에 건국대 법인과 교육부, 건국대 법인과 노조 등의 공방이 1년 가까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부는 직접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임 처분 철회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지난 5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건국대 법인 측이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닌 보통재산으로 봤다. 

120억원 
전액 회수

사립학교법 28조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의 경우 학교 법인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고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보통재산일 경우 이 같은 절차는 필요 없다. 다시 말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이 보통재산이기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의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

또 검찰은 120억원이 사모펀드에 투자됐고 개인적으로 쓰이지 않았으며, 투자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이 120억원을 전액 반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투자 손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2020년 10월 36억원, 지난해 6월 84억원 등 총 120억원을 건국대 법인에 반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당시 노조는 “검찰의 이 같은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의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인 사학에 만연해 있는 온갖 비리를 눈감아주고 오히려 적법하다고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당시 검찰의 판단에 반발했다. 관할청인 교육부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를 두고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 검찰이 이를 문제없다고 처분하면서 학교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줬다는 것이다. 또 불기소 통지문에 건국대 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고도 했다.

유, 국감서 “사립학교법 위반”   
소송 다 이겨놓고 해임 철회 왜?

교육부는 검찰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검찰총장에게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1심 승소한 바 있다. 건국대 법인은 지난해 2월 교육부 현장조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7월 본안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임대보증금의 펀드 투자에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대보증금이 기본재산은 아니지만, 투자금 손실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져 기본재산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국대 법인 측은 옵티머스 펀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인해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금융상품을 매입한 자체가 자금을 건전하지 않게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건국대 법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 사이에도 교육부의 유 이사장 해임 절차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유 이사장 해임을 계고한 데 이어 9월 청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 안팎에서는 유 이사장이 해임되고 관선 이사가 파견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 이 같은 기류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유지된 것으로 전했다. 

12월 이후
기류 바뀌었나?

건국대 법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문 이후 교육부의 통보가 늦어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육부 장관이(건국대 법인의 투자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못을 박았고, 행정소송에서도 교육부가 이겼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국대 잔혹사’ 1년 내내 의혹으로 몸살

건국대는 지난 1년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 외에도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는 건국대 옵티머스 사건에서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유 이사장의 모친이자 건국대 전 이사장인 김경희 전 이사장과 골프 회동 등을 한 정황과 함께 무혐의 처분을 내린 부서의 해당 부장검사가 이 부부장검사와 연수원 동기라 의혹을 샀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도 휘말려

이 부부장 검사는 김씨로부터 명품 지갑, 자녀 학원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국대는 해당 의혹에 대해 “학교법인과 학교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해당 사건과 학교를 연관 짓는 확인되지 않는 추론과 보도에 동요하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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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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