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살려준 건국대 이사장 기사회생의 이면

1년 만에 손바닥 뒤집은 교육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기사회생했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의 해임 처분을 철회하기로 결정한 것. 겉으로는 1년 넘게 이어진 건국대 이사장 해임 문제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유자은 이사장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철회한다고 통보했다. 2020년 11월 교육부가 건국대 법인의 사모펀드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과 관련해 유 이사장의 해임 절차를 밟겠다고 밝힌 지 1년여 만이다. 

1년 만에
정반대 결과

2020년 8월 말 경 건국대 법인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2020년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한다며 펀드 상품을 판매한 후 실제로는 사모사채 등에 투자하면서 3300여명, 5000억원대 피해가 발생했다. 

건국대 법인은 2020년 1월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투자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교육부의 용도변경 허가 없이 투자한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또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120억원 전액을 손실당할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는 2020년 9월 현장조사를 거쳐 11월 건국대 법인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을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신분상 조치 ▲행정상 조치 ▲별도 조치를 나눠 처분했다. 


교육부는 이사장과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사 5명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건국대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은 문책, 중징계 요구 통보를 지시했다.

학교법인에는 ▲재발 방지 대책 수립 ▲유가증권 운용 지침 및 손실 보전 방안 강구 이행 등의 행정상 조치를 처분했다. 그와 별도로 유 이사장과 최종문 당시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펀드투자 120억원
보통재산 vs 기본재산 쟁점

교육부의 처분에 앞서 2020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화두로 떠올랐다. 유 이사장은 2020년 10월7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사모펀드 120억원 투자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언론 보도가 나온 6월에야 투자 사실을 알게 됐다”고 답변한 바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출석한 2020년 10월26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도 건국대 법인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문제가 쟁점이 됐다. 이날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는 2017년에도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며 “상습적이라 교육부의 관리 부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장관은 이 자리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로부터 1년 뒤 교육부는 유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처분을 거둬들였다. 건국대 법인이 교육부의 시정명령 사항을 모두 이행했다는 게 이유였다.


건국대 법인은 옵티머스 펀드 투자금 120억원을 전액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절차 강화 ▲이사회 전문성 강화 ▲내부 감사 제도 정비 등 시정 요구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했다고 한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경고 처분을 하면서도 “추후 검찰이 기소 의견으로 유 이사장을 송치하고 형사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임원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내부적으로 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 무혐의
법원, 문제 있다

건국대 법인은 “학교법인은 지난 1년여간 교육부의 지적사항과 시정요구에 따른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고 내부 규정과 관리 체계를 새로 다져왔다”며 “앞으로도 재발방지를 위해 엄격한 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는 교육부의 처분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지난달 27일 교육부 세종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부는 결국 사학 권력과 기득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음을 뼈아프게 확인했다”며 “공정을 표방하며 사학 권력에 기대 진정으로 평등한 교육과 평등한 지역 의료를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희망을 짓밟아 버리는 교육부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준열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교육부의 이번 결정 이전에 건국대 법인과 교육부, 건국대 법인과 노조 등의 공방이 1년 가까이 치열하게 전개됐다는 점이다. 특히 교육부는 직접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고,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도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해임 처분 철회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교육부가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건은 서울동부지검에서 지난 5월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건국대 법인 측이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닌 보통재산으로 봤다. 

120억원 
전액 회수

사립학교법 28조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의 경우 학교 법인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고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보통재산일 경우 이 같은 절차는 필요 없다. 다시 말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120억원이 보통재산이기 때문에 투자 과정에서의 절차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

또 검찰은 120억원이 사모펀드에 투자됐고 개인적으로 쓰이지 않았으며, 투자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다고 봤다. NH투자증권이 120억원을 전액 반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투자 손실도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2020년 10월 36억원, 지난해 6월 84억원 등 총 120억원을 건국대 법인에 반환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반발, 서울고검에 항고했다. 당시 노조는 “검찰의 이 같은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교육부의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이라며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기관인 사학에 만연해 있는 온갖 비리를 눈감아주고 오히려 적법하다고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도 당시 검찰의 판단에 반발했다. 관할청인 교육부에서 건국대 법인의 투자를 두고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는데, 검찰이 이를 문제없다고 처분하면서 학교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줬다는 것이다. 또 불기소 통지문에 건국대 법인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고도 했다.

유, 국감서 “사립학교법 위반”   
소송 다 이겨놓고 해임 철회 왜?

교육부는 검찰의 판단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검찰총장에게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도 1심 승소한 바 있다. 건국대 법인은 지난해 2월 교육부 현장조사 결과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해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7월 본안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엇갈린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임대보증금의 펀드 투자에 교육부 허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임대보증금이 기본재산은 아니지만, 투자금 손실로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경우 부동산이 경매에 부쳐져 기본재산을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국대 법인 측은 옵티머스 펀드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확인해 투자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금융상품을 매입한 자체가 자금을 건전하지 않게 운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건국대 법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 사이에도 교육부의 유 이사장 해임 절차는 착실히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유 이사장 해임을 계고한 데 이어 9월 청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 안팎에서는 유 이사장이 해임되고 관선 이사가 파견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을 정도. 이 같은 기류는 12월 초까지만 해도 유지된 것으로 전했다. 

12월 이후
기류 바뀌었나?

건국대 법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청문 이후 교육부의 통보가 늦어지면서 ‘뭔가 잘못됐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교육부 장관이(건국대 법인의 투자에 대해) 사립학교법 위반이라고 못을 박았고, 행정소송에서도 교육부가 이겼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180도 달라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건국대 잔혹사’ 1년 내내 의혹으로 몸살

건국대는 지난 1년 옵티머스자산운용 투자 건 외에도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몸살을 앓았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는 건국대 옵티머스 사건에서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데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당시 김씨는 유 이사장의 모친이자 건국대 전 이사장인 김경희 전 이사장과 골프 회동 등을 한 정황과 함께 무혐의 처분을 내린 부서의 해당 부장검사가 이 부부장검사와 연수원 동기라 의혹을 샀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도 휘말려

이 부부장 검사는 김씨로부터 명품 지갑, 자녀 학원비 등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건국대는 해당 의혹에 대해 “학교법인과 학교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어떠한 형태로든 해당 사건과 학교를 연관 짓는 확인되지 않는 추론과 보도에 동요하지 마실 것을 당부드린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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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