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광진구청 짬짜미 의혹

‘누더기 건물’ 사용승인 허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광진구의 한 신축건물서 1년 넘게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자가 건물 시공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면 보수공사를 하는 식이다. 문제는 민원의 대부분이 사용승인(준공) 허가 이후 건물을 사용하는 과정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건물의 부실시공 의혹과 동시에 광진구청의 사용승인 허가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오가는 이른바 ‘더블 역세권’인 건대입구역 인근은 대표적인 서울 대학가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 건국대병원, 롯데백화점 등 사람을 빨아들이는 시설들이 밀집돼있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 직장인까지 말 그대로 유동인구가 ‘바글바글’한 곳이다.

삐까번쩍
새 건물

지난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건물이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은 오피스텔, 음식점, 예식장, 공공시설물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새것 티가 풀풀 나는 건물서 여전히 망치 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자 A씨는 건물 곳곳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갖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광진구의회서 언급될 정도로 노출된 상태다. 입주자의 문제 제기→시공사 혹은 광진구청의 보수공사가 반복되면서 건물은 말 그대로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건물 시공 과정을 관리·감독한 감리에 대한 두 번의 행정처분 요청, 건축주 고발, 위반건축물 등재 등 최소 4건 이상의 후속조치가 이뤄진 상태고 일부 입주자는 시행사 등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건물을 확인했어야 할 광진구청, 광진소방서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A씨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주차장 출입로 ▲지상 4~5층 무단 공사 ▲방염 등 크게 3가지다. 3가지 모두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건물 1층 일부와 3층, 도로 등은 광진구와 서울시에 기부채납된 부분이다. 서울시는 기부채납 받은 곳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이고 광진구는 서울형 키즈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모와 아이가 드나들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안전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준공 이후 민원 잇따라
6월에는 위반건축물로 건축물대장에

주차장법은 주차장 출입구의 높이와 넓이를 규정하고 있다. 주차장을 오가는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거나 양옆 연석 등에 부딪히는 일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명시한 것이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에 따르면 경사로의 차로 너비는 곡선형인 경우 2차로는 6.5m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는 자동차가 주차장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넘지 않을 회전 반경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지하주차장은 6.2m로 30㎝나 부족했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주자창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침범한다는 뜻이다. 자동차 1대가 이용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자동차 2대가 동시에 드나들 때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3월 해당 지하주차장서 접촉 사고가 일어났다. 

또 주차장에 진입할 때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벽면으로부터 높이 10㎝, 간격 30㎝ 이상의 연석을 시공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규정에 맞지 않았다. 광진구청은 A씨 등이 민원을 제기하자 연석 부분에 스펀지를 덧대는 등 졸속 공사를 진행했다가 다시 항의를 받고 쇠로 보수해둔 상태다. 


지상 4~5층 무단 공사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해당 층을 예식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불거졌다. 

광진구의회서 해당 문제를 지적한 장길천 광진구의원은 “5월에 확인했을 때 4~5층에 3군데씩 구멍을 뚫어놨다”며 “또 지상 6층 신부대기실을 15평 정도 무단 증축했다”고 지적했다. 바닥을 무단으로 해체하는 것은 대수선에 해당한다.

구의회서도
언급됐다

결국 지난 6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4~5층 사용주도 고발 조치당했다.

A씨는 “서울시와 광진구서 기부채납 받은 곳의 천장을 뚫은 것이다. 서울시와 광진구서 사용하는 공간을 훼손하면서 한마디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 원상복구도 아니고 보강공사를 한다는 4~5층 사용주의 말에 바로 동의를 표한 것도 그렇고, 서울시와 광진구가 눈감아 주려다가 문제가 되니 부랴부랴 처리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위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는 광진구청 건축과 소관사항”이라면서 “서울시는 무단 철거로 인한 안전성이 우려돼 광진구청 건축과에 구조안전진단을 요청했고 구조기술사로부터 ‘장시간 방치할 경우 강도 및 내구성 저하가 발생하므로 보강이 필요하다. 보강공사를 실시하면 구조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방염 처리 미비 의혹은 사안이 더 심각하다. 주차장 출입로나 지상 4~5층 무단 공사의 경우 뒤늦게나마 문제 제기와 후속조치의 단계를 밟고 있는 반면, 방염 처리 문제는 최근에서야 드 러났다. 방염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도착하기까지 최후의 시간을 벌어주는 보루로 여겨진다. 안전 문제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2층에는 최현석 셰프 등 유명 요리사가 운영하는 대형 중식당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식당이 빠져나가면서 공실이 됐고 최근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3층 역시 광진구서 서울형 키즈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공사를 위해 천장을 뜯어놓은 곳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안전 문제

그는 “주차장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방염 처리를 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천장에 마감 조치가 된 곳은 실제 뜯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2~3층 공사 현장서 확인한 바로는 방염 처리가 안 된 곳이 있다. 눈에 보이는 곳만 처리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축 건물의 방염 처리와 관련해서는 소방서에서 담당한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방염 성능 기준 이상의 실내장식물 등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는 11층 이상 오피스텔이 포함된다. 방염 성능이 확인된 제품을 사용하거나 방염 도료를 칠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방염 처리가 미비하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광진소방서는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지상 8층의 야외광장 난간 높이가 규정보다 낮아 추락 위험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장길천 구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장조사 당시 난간의 높이는 1m20㎝가 채 되지 않았다. 안전난간의 높이와 간격이 규정 미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용승인 허가가 난 것이다. 이 문제로 감리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한 입주민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 시공 의혹이 총체적 난국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착공부터 분양, 관리까지 건물의 A부터 Z를 담당하는 시행사,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 감독 역할을 맡은 감리,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책임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상에 문제가 드러난 부분은 당연히 시공사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건물을 사용하다가 나타난 문제는 법적으로 시공사의 소관이 아니다”며 “시공상 제기된 문제는 처리했다”고 말했다. 시행사 대표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관련 민원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자의 질문에 “실무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한 뒤 “회의 중”이라며 나중에 연락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검증 없이 부서 협의로만?
방염 미비 의혹에 소방서 발칵

하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실제 부실시공 의혹과 관련해 현재 처분을 받았거나 조치를 당한 것은 감리(2회), 건축주 등이다. 여기에 조치를 취하고 처분을 의뢰하는 주체는 광진구청이다. 입주민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책임감리제로 진행했다고 해도 광진구청의 현장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용승인 허가 이후 우후죽순처럼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광진구청 건축과는 사용승인 허가 전 총 19개 부서와 건물 관련 사항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각 부서에서 적정하다고 회신했기 때문에 사용승인 허가를 내줬다는 게 광진구청의 해명이다. 

장길천 구의원은 지난 7월 광진구의회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와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구정 질의를 했다. 장 구의원은 “위반건축물을 눈감아주고 잘못 시공된 건축사항을 제대로 현장서 확인하지 않고 하자 발생에 대한 개선사항에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는 잘못이야말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담당 부서의 안일한 검증과 현장 확인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채 일부 부서에서는 감리자의 감리 확인 서류 검토만으로 사용승인 허가 부서 협의를 진행하는 등 탁상행정의 폐단”이라고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 지적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시공 행위가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한 처분을 받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끄럽다”
현재진행형

장 구의원의 질의와 김 구청장의 답변이 오간 지 3개월이 지났다. 입주민 A씨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둔 상태다. A씨는 “지금도 건물 곳곳서 부실시공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셈”이라며 “입주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시행사도 광진구청도 덮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