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광진구청 짬짜미 의혹

‘누더기 건물’ 사용승인 허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광진구의 한 신축건물서 1년 넘게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자가 건물 시공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면 보수공사를 하는 식이다. 문제는 민원의 대부분이 사용승인(준공) 허가 이후 건물을 사용하는 과정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건물의 부실시공 의혹과 동시에 광진구청의 사용승인 허가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오가는 이른바 ‘더블 역세권’인 건대입구역 인근은 대표적인 서울 대학가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 건국대병원, 롯데백화점 등 사람을 빨아들이는 시설들이 밀집돼있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 직장인까지 말 그대로 유동인구가 ‘바글바글’한 곳이다.

삐까번쩍
새 건물

지난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건물이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은 오피스텔, 음식점, 예식장, 공공시설물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새것 티가 풀풀 나는 건물서 여전히 망치 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자 A씨는 건물 곳곳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갖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광진구의회서 언급될 정도로 노출된 상태다. 입주자의 문제 제기→시공사 혹은 광진구청의 보수공사가 반복되면서 건물은 말 그대로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건물 시공 과정을 관리·감독한 감리에 대한 두 번의 행정처분 요청, 건축주 고발, 위반건축물 등재 등 최소 4건 이상의 후속조치가 이뤄진 상태고 일부 입주자는 시행사 등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건물을 확인했어야 할 광진구청, 광진소방서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A씨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주차장 출입로 ▲지상 4~5층 무단 공사 ▲방염 등 크게 3가지다. 3가지 모두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건물 1층 일부와 3층, 도로 등은 광진구와 서울시에 기부채납된 부분이다. 서울시는 기부채납 받은 곳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이고 광진구는 서울형 키즈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모와 아이가 드나들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안전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준공 이후 민원 잇따라
6월에는 위반건축물로 건축물대장에

주차장법은 주차장 출입구의 높이와 넓이를 규정하고 있다. 주차장을 오가는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거나 양옆 연석 등에 부딪히는 일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명시한 것이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에 따르면 경사로의 차로 너비는 곡선형인 경우 2차로는 6.5m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는 자동차가 주차장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넘지 않을 회전 반경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지하주차장은 6.2m로 30㎝나 부족했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주자창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침범한다는 뜻이다. 자동차 1대가 이용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자동차 2대가 동시에 드나들 때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3월 해당 지하주차장서 접촉 사고가 일어났다. 

또 주차장에 진입할 때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벽면으로부터 높이 10㎝, 간격 30㎝ 이상의 연석을 시공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규정에 맞지 않았다. 광진구청은 A씨 등이 민원을 제기하자 연석 부분에 스펀지를 덧대는 등 졸속 공사를 진행했다가 다시 항의를 받고 쇠로 보수해둔 상태다. 


지상 4~5층 무단 공사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해당 층을 예식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불거졌다. 

광진구의회서 해당 문제를 지적한 장길천 광진구의원은 “5월에 확인했을 때 4~5층에 3군데씩 구멍을 뚫어놨다”며 “또 지상 6층 신부대기실을 15평 정도 무단 증축했다”고 지적했다. 바닥을 무단으로 해체하는 것은 대수선에 해당한다.

구의회서도
언급됐다

결국 지난 6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4~5층 사용주도 고발 조치당했다.

A씨는 “서울시와 광진구서 기부채납 받은 곳의 천장을 뚫은 것이다. 서울시와 광진구서 사용하는 공간을 훼손하면서 한마디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 원상복구도 아니고 보강공사를 한다는 4~5층 사용주의 말에 바로 동의를 표한 것도 그렇고, 서울시와 광진구가 눈감아 주려다가 문제가 되니 부랴부랴 처리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위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는 광진구청 건축과 소관사항”이라면서 “서울시는 무단 철거로 인한 안전성이 우려돼 광진구청 건축과에 구조안전진단을 요청했고 구조기술사로부터 ‘장시간 방치할 경우 강도 및 내구성 저하가 발생하므로 보강이 필요하다. 보강공사를 실시하면 구조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방염 처리 미비 의혹은 사안이 더 심각하다. 주차장 출입로나 지상 4~5층 무단 공사의 경우 뒤늦게나마 문제 제기와 후속조치의 단계를 밟고 있는 반면, 방염 처리 문제는 최근에서야 드 러났다. 방염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도착하기까지 최후의 시간을 벌어주는 보루로 여겨진다. 안전 문제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2층에는 최현석 셰프 등 유명 요리사가 운영하는 대형 중식당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식당이 빠져나가면서 공실이 됐고 최근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3층 역시 광진구서 서울형 키즈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공사를 위해 천장을 뜯어놓은 곳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안전 문제

그는 “주차장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방염 처리를 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천장에 마감 조치가 된 곳은 실제 뜯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2~3층 공사 현장서 확인한 바로는 방염 처리가 안 된 곳이 있다. 눈에 보이는 곳만 처리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축 건물의 방염 처리와 관련해서는 소방서에서 담당한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방염 성능 기준 이상의 실내장식물 등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는 11층 이상 오피스텔이 포함된다. 방염 성능이 확인된 제품을 사용하거나 방염 도료를 칠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방염 처리가 미비하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광진소방서는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지상 8층의 야외광장 난간 높이가 규정보다 낮아 추락 위험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장길천 구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장조사 당시 난간의 높이는 1m20㎝가 채 되지 않았다. 안전난간의 높이와 간격이 규정 미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용승인 허가가 난 것이다. 이 문제로 감리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한 입주민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 시공 의혹이 총체적 난국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착공부터 분양, 관리까지 건물의 A부터 Z를 담당하는 시행사,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 감독 역할을 맡은 감리,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책임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상에 문제가 드러난 부분은 당연히 시공사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건물을 사용하다가 나타난 문제는 법적으로 시공사의 소관이 아니다”며 “시공상 제기된 문제는 처리했다”고 말했다. 시행사 대표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관련 민원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자의 질문에 “실무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한 뒤 “회의 중”이라며 나중에 연락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검증 없이 부서 협의로만?
방염 미비 의혹에 소방서 발칵

하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실제 부실시공 의혹과 관련해 현재 처분을 받았거나 조치를 당한 것은 감리(2회), 건축주 등이다. 여기에 조치를 취하고 처분을 의뢰하는 주체는 광진구청이다. 입주민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책임감리제로 진행했다고 해도 광진구청의 현장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용승인 허가 이후 우후죽순처럼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광진구청 건축과는 사용승인 허가 전 총 19개 부서와 건물 관련 사항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각 부서에서 적정하다고 회신했기 때문에 사용승인 허가를 내줬다는 게 광진구청의 해명이다. 

장길천 구의원은 지난 7월 광진구의회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와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구정 질의를 했다. 장 구의원은 “위반건축물을 눈감아주고 잘못 시공된 건축사항을 제대로 현장서 확인하지 않고 하자 발생에 대한 개선사항에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는 잘못이야말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담당 부서의 안일한 검증과 현장 확인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채 일부 부서에서는 감리자의 감리 확인 서류 검토만으로 사용승인 허가 부서 협의를 진행하는 등 탁상행정의 폐단”이라고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 지적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시공 행위가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한 처분을 받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끄럽다”
현재진행형

장 구의원의 질의와 김 구청장의 답변이 오간 지 3개월이 지났다. 입주민 A씨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둔 상태다. A씨는 “지금도 건물 곳곳서 부실시공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셈”이라며 “입주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시행사도 광진구청도 덮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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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피의자들 검찰 물밑 협조 내막

계엄 피의자들 검찰 물밑 협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핵심 인물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중요 증거인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지 못했다. 검찰의 영장 반려가 원인이다. 한두 번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이 성과를 독차지하려는 것이라는 불만이 상당하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해 12·3 비상계엄을 수사한 지도 두 달이 지났다. 공조수사본부(이하 공조본)를 꾸렸으나 핵심 증거로 꼽히는 ‘비화폰 서버’는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검찰만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공조본 안팎에서는 검찰과 일부 피의자 간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비화폰 내역 처음 제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으로부터 ‘비화폰 불출대장’과 일부 통화 내역을 제출받았다. 이는 지난 1월24일 검찰이 경호처에 ‘수사 협조 의뢰 요청(자료 제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자 건네받은 것이다. 비화폰 불출대장은 ▲비화폰 번호 ▲사용자 ▲지급 일자 ▲회수 일자 ▲현재 보관 장소 등이 적혀있는 내부 보안 자료다. 김 차장이 제출한 비화폰 불출대장에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통화 기록이 포함됐다. 이 외에도 김 차장은 검찰에 김 전 장관이 예비용으로 받아가 건넨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비화폰 불출대장과 통화 기록 일부도 제출했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제111조를 근거로 공조본의 압수수색에 응하지 않아 왔다. 군사상·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인 만큼 책임자 승낙 없이는 압수하거나 수색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특히 경호처는 계엄 당일 국무회의에 참여한 인원을 파악하기 위한 경찰의 협조를 거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1월 중순쯤 국무회의 참석자의 비화폰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협조 요청을 한 적이 있고 지금까지도 경호처는 공조본의 협조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은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김 차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영장에는 윤 대통령 부부 등의 비화폰 불출대장보다 보안 수준이 낮은 박종준 전 경호처장, 김 차장, 이광우 본부장, 김신 가족부장의 비화폰 불출대장이 적시돼있었다. 검찰의 협조 요청 공문에 제출했던 자료라면 경찰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으나, 경찰은 경호처의 방해로 아무것도 확보하지 못했다. 김 차장은 현재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아직 검찰에선 피의자 신분이 아닌 참고인 신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청구 수차례 반려 “성과 독차지 수작” 반발 검찰은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을 세 차례 기각했다. 서부지검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에 형소법 110조 등 예외가 부기되는 등 논란이 있어 특수공무집행방해의 범의(범죄의 고의)가 있는지 다툼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을 발부하면서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소법 110·111조 적용을 예외로 한다고 기재했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했던 바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물적인 압수수색과 달리 체포영장에는 형소법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문제 될 게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법원도 체포영장에 대한 윤 대통령 측의 이의 신청·체포적부심 신청을 기각하며 영장에 문제가 없다고 못 박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계엄 사태 연루자들이 유독 검찰에만 협조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김 차장 외에도 검찰에는 순순히 진술하거나 자료 요청에 적극적으로 응하는 이들이 있다.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를 진행하지 않아도 검찰이 확보한 자료가 많은데, 물밑 협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 검찰에 자진 출석하기 직전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던 비화폰으로 검찰 수뇌부와 접촉했다. 해당 비화폰은 김 차장이 김 전 장관에게 지급하고, 김 전 장관이 노 전 사령관에게 전달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이 해제된 날 김 전 장관에 돌려줬지만, 김 전 장관은 같은 날 사의를 표명하면서도 비화폰을 경호처에 반납하지 않았다. 공수처 압색 오, 소환 검토 김 전 장관은 이 비화폰으로 ‘검찰 넘버2’격인 이진동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검찰 출석 전인 지난해 12월6일 오후 통화를 나눴다. 김 전 장관은 이후 비화폰을 반납한 뒤 같은 달 8일 검찰에 출석했다가 긴급 체포됐고, 19일 뒤인 12월27일 구속 기소됐다. 이날 국회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3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차장검사도 통화 사실을 시인했다. 이 차장검사는 “김 전 장관의 신병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김 전 장관이 있는 곳이 군사 보호시설 안에 있어서 사실상 영장을 받아도 집행이 어렵다”며 “수사팀서(김 전 장관 출석) 설득이 어렵다고 해서 제가 직접 통화해서 설득해보겠다고 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장관이 당시 있던 공관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곳이어서 형사소송법상 책임자 승낙 없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는 장소인 만큼 자진 출석을 유도했단 취지다. 경찰은 수사 초기 김 차장의 방해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8일, 김 전 장관의 공관과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과정서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인 김선호 차관의 승인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집무실은 문제없이 압수수색했는데 공관을 압수수색하려 할 때 난데없이 경호처가 막아섰다. 윤 대통령 관저가 근처에 있었기에 막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경호처와 협의를 거쳐 김 전 장관 공관 압수수색은 임의제출 방식으로 진행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신 경찰은 경찰관 1명을 김 전 장관의 공관에 들여보내 압수 대상 확인 등을 할 수 있도록 박 전 처장과 합의했다. 검에만 순순히… 김 차장은 박 전 처장을 ‘패싱’하고 이 사실을 윤 대통령에게 직보했다. 윤 대통령은 김 차장의 보고를 받은 뒤 박 전 처장을 크게 질책했고, 당시 공관촌 안내실서 압수 조서 등을 작성하던 경찰들은 밖으로 쫓겨나야 했다. 압수수색 절차는 압수 조서를 작성하고 압수 목록을 교부해야 종료된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윤 대통령이 경호처 주요 간부에게 ‘수사기관·외부인을 한 발자국도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한 내용을 적은 메모를 확보했다. 또 경호처 관계자에게서 윤 대통령이 “수사기관을 한 발자국도 공관으로 들어오게 하지 말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저지 혐의 등으로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세 차례나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서울고검에 영장심의위원회 개최를 요구했다. 일부 계엄 연루자들의 협조를 얻는 데 실패한 경찰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김 전 국방부 장관, 노 전 사령관의 외환 혐의 관련 사건을 서울중앙지검과 공수처에 이첩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피의자 11명을 입건했고, 검찰에 8명을 송치하고, 공수처 등에 18명을 이첩한 상태다. 공수처는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반려 의혹과 관련해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동시에 검찰은 국회 허위 답변 의혹을 받는 오동운 공수처장에 대한 강제수사를 마치고 조만간 소환조사도 검토 중이다. 앞서 한 시민단체는 지난달 27일,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 시민단체는 “심 총장과 이 차장검사가 검찰의 비상계엄 사태 개입 의혹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지휘권을 남용해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납득하기 어려운 사유로 반려했다”고 밝혔다. 김용현·김성훈 선택적 협력…사실상 수사기관 쇼핑 자진 출석 전 수뇌부와 통화 ‘플리바게닝’ 약속? 반면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 영장 청구 여부에 허위 답변 의혹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28일 공수처장실 등 공수처 청사를 압수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분석하고 있다. 오 처장과 차정현 부장검사, 수사기획관 등은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를 받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지난 1월 공수처에 ‘윤 대통령 사건 관련 체포영장 외 압수수색영장·통신영장 등을 중앙지법에 청구했는지’ 질의서를 공수처에 보냈다. 이에 공수처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공수처가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가 기각된 영장이 4건이 있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 수사기록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히며 오 처장에 대한 수사가 시작됐다. 공수처는 이에 대해 “파견 직원이 작성해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안다”며 답변 과정에 미흡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최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금요일 압수수색으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의 정치권 영장 관련 의혹은 다 해소됐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며 “(의혹은)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히 저희가 협조를 안 할 수 없는 내용이기에 당연히(압수수색에 협조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측이 공수처에서 수사기록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우리에게 (기록을)청구할 이유가 없다”며 “이미 원본을 검찰에 넘겼고 법원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 소환 여부와 시점, 검찰 압수수색 범위에 대해선 “검찰에 물어봐 달라”고 말을 아꼈다. 비상계엄 수사 상황에 대해선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이 있고,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수처 관계자는 “고발이 들어온 건에 대해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며 “전날 고발 내용이 접수된 것으로 파악돼 현 단계서 수사 진행 상황이 어떻다고 말하긴 이르다”고 말을 아꼈다. 주도권 갈등 과열 공수처의 수사 권한과 검찰, 경찰의 수사 권한은 각기 달라 비상계엄 수사 초기부터 논란이 일었다. 대표적으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와 기소 등을 두고 검찰과 공수처 사이에 잡음이 이어졌다. 공수처 출신 한 관계자는 “공수처 내부서 불만이 상당하다. 외부서 봐도 검찰이 ‘어디 덤벼봐라’식의 압력을 행사하는 걸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특검이 진즉에 출범했다면 없었을 갈등”이라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