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건대입구역 자이엘라-광진구청 짬짜미 의혹

‘누더기 건물’ 사용승인 허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광진구의 한 신축건물서 1년 넘게 공사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주자가 건물 시공과 관련해 민원을 제기하면 보수공사를 하는 식이다. 문제는 민원의 대부분이 사용승인(준공) 허가 이후 건물을 사용하는 과정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건물의 부실시공 의혹과 동시에 광진구청의 사용승인 허가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하철 2호선과 7호선이 오가는 이른바 ‘더블 역세권’인 건대입구역 인근은 대표적인 서울 대학가 상권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 건국대병원, 롯데백화점 등 사람을 빨아들이는 시설들이 밀집돼있다. 대학생은 물론 중·고등학생, 직장인까지 말 그대로 유동인구가 ‘바글바글’한 곳이다.

삐까번쩍
새 건물

지난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대입구역 5번 출구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초역세권 건물이다. 지하 6층 지상 20층의 건물은 오피스텔, 음식점, 예식장, 공공시설물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문제는 새것 티가 풀풀 나는 건물서 여전히 망치 소리가 울리고 있다는 점이다. 

입주자 A씨는 건물 곳곳 문제가 되는 부분을 하나하나 지적했다. 열 손가락으로 다 꼽기도 어려울 정도로 갖가지 이야기가 나왔다. 실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시공 의혹은 광진구의회서 언급될 정도로 노출된 상태다. 입주자의 문제 제기→시공사 혹은 광진구청의 보수공사가 반복되면서 건물은 말 그대로 ‘누더기’가 돼가고 있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건물 시공 과정을 관리·감독한 감리에 대한 두 번의 행정처분 요청, 건축주 고발, 위반건축물 등재 등 최소 4건 이상의 후속조치가 이뤄진 상태고 일부 입주자는 시행사 등을 상대로 분양대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건물을 확인했어야 할 광진구청, 광진소방서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A씨가 특히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주차장 출입로 ▲지상 4~5층 무단 공사 ▲방염 등 크게 3가지다. 3가지 모두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특히 건물 1층 일부와 3층, 도로 등은 광진구와 서울시에 기부채납된 부분이다. 서울시는 기부채납 받은 곳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이고 광진구는 서울형 키즈카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부모와 아이가 드나들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안전 문제로 지적을 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0월 준공 이후 민원 잇따라
6월에는 위반건축물로 건축물대장에

주차장법은 주차장 출입구의 높이와 넓이를 규정하고 있다. 주차장을 오가는 자동차끼리 서로 충돌하거나 양옆 연석 등에 부딪히는 일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명시한 것이다. 주차장법 시행규칙 제6조(노외주차장의 구조·설비기준)에 따르면 경사로의 차로 너비는 곡선형인 경우 2차로는 6.5m 이상으로 규정했다.

이는 자동차가 주차장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넘지 않을 회전 반경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지하주차장은 6.2m로 30㎝나 부족했다. 다시 말해 자동차가 주자창을 드나들 때 중앙분리선을 침범한다는 뜻이다. 자동차 1대가 이용할 때는 그나마 괜찮지만 자동차 2대가 동시에 드나들 때는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3월 해당 지하주차장서 접촉 사고가 일어났다. 

또 주차장에 진입할 때 벽에 부딪히지 않도록 벽면으로부터 높이 10㎝, 간격 30㎝ 이상의 연석을 시공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규정에 맞지 않았다. 광진구청은 A씨 등이 민원을 제기하자 연석 부분에 스펀지를 덧대는 등 졸속 공사를 진행했다가 다시 항의를 받고 쇠로 보수해둔 상태다. 


지상 4~5층 무단 공사와 관련해서도 문제가 터져 나왔다. 해당 층을 예식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는 불거졌다. 

광진구의회서 해당 문제를 지적한 장길천 광진구의원은 “5월에 확인했을 때 4~5층에 3군데씩 구멍을 뚫어놨다”며 “또 지상 6층 신부대기실을 15평 정도 무단 증축했다”고 지적했다. 바닥을 무단으로 해체하는 것은 대수선에 해당한다.

구의회서도
언급됐다

결국 지난 6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는 건축물대장에 위반건축물로 등록됐다. 4~5층 사용주도 고발 조치당했다.

A씨는 “서울시와 광진구서 기부채납 받은 곳의 천장을 뚫은 것이다. 서울시와 광진구서 사용하는 공간을 훼손하면서 한마디 동의도 구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말도 안 된다. 원상복구도 아니고 보강공사를 한다는 4~5층 사용주의 말에 바로 동의를 표한 것도 그렇고, 서울시와 광진구가 눈감아 주려다가 문제가 되니 부랴부랴 처리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위반사항에 대한 후속조치는 광진구청 건축과 소관사항”이라면서 “서울시는 무단 철거로 인한 안전성이 우려돼 광진구청 건축과에 구조안전진단을 요청했고 구조기술사로부터 ‘장시간 방치할 경우 강도 및 내구성 저하가 발생하므로 보강이 필요하다. 보강공사를 실시하면 구조적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방염 처리 미비 의혹은 사안이 더 심각하다. 주차장 출입로나 지상 4~5층 무단 공사의 경우 뒤늦게나마 문제 제기와 후속조치의 단계를 밟고 있는 반면, 방염 처리 문제는 최근에서야 드 러났다. 방염은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가 도착하기까지 최후의 시간을 벌어주는 보루로 여겨진다. 안전 문제와 맞닿아 있는 셈이다.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2층에는 최현석 셰프 등 유명 요리사가 운영하는 대형 중식당이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식당이 빠져나가면서 공실이 됐고 최근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3층 역시 광진구서 서울형 키즈카페를 운영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A씨는 공사를 위해 천장을 뜯어놓은 곳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기부채납
안전 문제

그는 “주차장은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방염 처리를 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천장에 마감 조치가 된 곳은 실제 뜯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2~3층 공사 현장서 확인한 바로는 방염 처리가 안 된 곳이 있다. 눈에 보이는 곳만 처리해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축 건물의 방염 처리와 관련해서는 소방서에서 담당한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0조 ‘방염 성능 기준 이상의 실내장식물 등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에는 11층 이상 오피스텔이 포함된다. 방염 성능이 확인된 제품을 사용하거나 방염 도료를 칠하는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방염 처리가 미비하면 사용승인 허가를 받을 수 없다. 광진소방서는 “확인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지상 8층의 야외광장 난간 높이가 규정보다 낮아 추락 위험이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장길천 구의원에 따르면 지난 3월 현장조사 당시 난간의 높이는 1m20㎝가 채 되지 않았다. 안전난간의 높이와 간격이 규정 미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사용승인 허가가 난 것이다. 이 문제로 감리는 경고 처분을 받았다. 

한 입주민은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의 부실 시공 의혹이 총체적 난국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착공부터 분양, 관리까지 건물의 A부터 Z를 담당하는 시행사, 공사를 담당한 시공사, 감독 역할을 맡은 감리, 철저히 검증해야 하는 지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책임인데도 불구하고 모두가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시공사 관계자는 “시공상에 문제가 드러난 부분은 당연히 시공사에서 처리해야 하지만 건물을 사용하다가 나타난 문제는 법적으로 시공사의 소관이 아니다”며 “시공상 제기된 문제는 처리했다”고 말했다. 시행사 대표는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관련 민원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기자의 질문에 “실무자에게 물어보라”고 말한 뒤 “회의 중”이라며 나중에 연락할 것을 요구했다.

현장검증 없이 부서 협의로만?
방염 미비 의혹에 소방서 발칵

하지만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실제 부실시공 의혹과 관련해 현재 처분을 받았거나 조치를 당한 것은 감리(2회), 건축주 등이다. 여기에 조치를 취하고 처분을 의뢰하는 주체는 광진구청이다. 입주민은 책임져야 할 대상이 책임을 묻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책임감리제로 진행했다고 해도 광진구청의 현장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사용승인 허가 이후 우후죽순처럼 문제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광진구청 건축과는 사용승인 허가 전 총 19개 부서와 건물 관련 사항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각 부서에서 적정하다고 회신했기 때문에 사용승인 허가를 내줬다는 게 광진구청의 해명이다. 

장길천 구의원은 지난 7월 광진구의회서 건대입구역 자이엘라와 관련해 두 차례에 걸쳐 구정 질의를 했다. 장 구의원은 “위반건축물을 눈감아주고 잘못 시공된 건축사항을 제대로 현장서 확인하지 않고 하자 발생에 대한 개선사항에 시정조치를 내리지 않는 잘못이야말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용승인 허가 과정서 담당 부서의 안일한 검증과 현장 확인이 적절히 이뤄지지 않은 채 일부 부서에서는 감리자의 감리 확인 서류 검토만으로 사용승인 허가 부서 협의를 진행하는 등 탁상행정의 폐단”이라고 건대입구역 자이엘라 부실시공 의혹에 대해 지적했다. 

김경호 광진구청장은 “그동안 수없이 사용승인한 건축물에 대해 부실시공 사례가 많이 제기됐는데 아직도 별다른 개선 없이 관련 문제가 제기되는 현 상황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시공 행위가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한 처분을 받도록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끄럽다”
현재진행형

장 구의원의 질의와 김 구청장의 답변이 오간 지 3개월이 지났다. 입주민 A씨는 ‘자이엘라 오피스텔 불법을 비호하고 감싸주는 광진구청과 국민의힘 의원은 반성하라’는 문구의 대형 현수막을 걸어둔 상태다. A씨는 “지금도 건물 곳곳서 부실시공의 흔적이 드러나고 있다. 현재진행형인 셈”이라며 “입주민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시행사도 광진구청도 덮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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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