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부 덮기’ 건국대-교육부 커넥션 의혹

똑같은 판결에 엿가락 판단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건국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부가 관리·감독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사이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졌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교육부가 건국대의 ‘치부’를 암묵적으로 덮어주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 건국대학교 ⓒ고성준 기자

민주노총 산하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학교법인 건국대의 사모펀드 투자에 대한 교육부의 종합감사와 검찰 고소·고발을 촉구했다. 건국대는 학교법인의 수익 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이 임대보증금 일부를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육부의 현장조사를 받았다.

잦은 논란
부처 책임도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학교법인에 대한 비판과 함께 “교육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으로 건대법인이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학교와 병원 등 산하 비영리법인의 고유 목적 사업 준비금 등을 마치 자기 돈처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방치한 책임을 통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술한 조사로 또 다시 이사장과 법인에 면죄부를 주지 말아야 하며 철저한 감사를 통해 법 위반 사실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건국대 관련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함께 자주 언급됐다. 특히 현재 서울동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건국대 임대보증금 393억원 사건’이 교육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2017년 3월 감사원의 기관운영 감사에서 건국대의 임대보증금 문제가 불거지기 전, 교육부는 2014년 4월 ‘대학 교육 역량 강화시책 추진 실태’ 특정감사에서 같은 문제로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다. 건국대 임대보증금 논란에서 교육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2015년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B등급으로 정원 감축 권고를 받은 건국대를 ‘자율감축’으로 구제해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의 정원 감축 권고는 이행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가 있지만, 자율감축은 말 그대로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대학 구조개혁평가는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교육의 질 하락을 막기 위한 일종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이다. 2014년 교육부는 2023년까지 대학 정원을 16만명 감축해 40만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을 A~E등급으로 분류하고 A등급은 자율감축, 그 외 등급은 비율에 따라 대학의 정원을 줄이도록 권고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전임 이사장 확정 판결
교육부 “정원 줄여라”

2015년 9월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따르면 건국대 서울 캠퍼스는 A등급, 충주 글로컬 캠퍼스는 D등급을 받았다. 당시 평가대로면 건국대 서울 캠퍼스는 정원 감축 비율을 따로 정하지 않은 자율감축 대상으로 정원을 줄일 필요가 없었다.

반면 충주 캠퍼스는 10%의 정원을 줄여야 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2017년 11월30일 교육부는 건국대에 서울 캠퍼스의 등급을 당초 A등급에서 B등급으로 1단계 하향 조정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의 횡령 혐의 등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나왔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1월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한 뒤 242억원의 업무상 배임, 회계비리, 수억원의 재단 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김 전 이사장과 김진규 전 건국대 총장을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 ⓒ건국대학교

김 전 이사장은 판공비와 업무추진비 등의 횡령 혐의와 재단 소유 아파트를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출장비로 가족여행을 하고 판공비로 딸의 대출금을 갚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2017년 4월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이사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판결했다. 이에 따라 김 전 이사장은 금고 이상의 형량을 받은 사람은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도록 한 사립학교법에 따라 이사장직을 잃었다. 

교육부는 건국대 전임 이사장을 직접 고발한 사건의 결론이 나오자 후속조치를 한 것으로 보인다.

A등급에서
등급 하향

교육부의 조치에 따라 건국대는 2013학년도 입학정원 대비 4%를 2020년까지 감축하고 2019~2020년 정원 감축 이행 계획을 제출해야 했다. 교육부는 건국대의 이행에 따라 1주기 평가 정원 감축 미이행으로 인한 감점은 적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건국대는 2017년 12월 재고를 요청한다며 교육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전임 총장의 과오로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감점을 받았지만 대부분 평가항목에서 우수한 실적과 역량을 인정받아 A등급을 받았다”며 “등급 하락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청산했고, 이 과정에서 촉발된 구성원 간의 갈등 역시 해소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전임 경영진의 잘못이 결과적으로 이와 전혀 관계없는 학생들의 자긍심과 교육여건에 큰 상처를 주게 돼 대단히 우려스럽다. 또 2016~2017년 PRIME사업과 LINC+사업 등 재정지원 사업에서 이미 예산감축 제재를 받은 바 있기에 이번 정원 감축이라는 추가 제재는 가혹한 처분”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원 감축은 등록금 수입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학교에 재정적으로 타격을 준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대학 이미지, 명예의 실추다.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명문 종합대학의 입학정원 기준을 3000명으로 잡는다. 건국대의 경우 그 숫자를 계속 유지해왔는데, 교육부의 정원감축 권고로 그 마지노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건국대의 호소에 ‘불수용’이라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2015년 대학 구조개혁평가 기본 계획’ ‘부정·비리 대학과 평가 결과를 연계한 제재 방안’에 따라 각 등급별로 정해진 조치를 적용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또 대학 구조개혁평가와 재정지원 사업은 독립적으로 운영되기에 부정·비리에 대한 제재 조치도 별도로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2014년 12월 교육부에서 내놓은 ‘2015년 대학 구조개혁평가 기본 계획’에는 최근 3년간(2012~2015년) 고등교육법에 따른 행·제정 제재, 감사에 따른 교육부 처분을 받은 부정·비리 발생 대학은 사안의 경중에 따라 구조개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등급의 하향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고 명시돼있다. 

이메일 민원
다른 대학은?

결국 건국대는 2018년 3월 교육부에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 등급 하향 조정에 따른 후속 조치 계획’을 제출했다. ‘2020학년도 모집단위별 정원 감축 계획(안)’에는 3000명 정원의 4%인 120명을 줄인다는 계획을 담았다.

공과대학 기술융합공학과를 없애고(26명 감축), 사회과학대학 글로벌비즈니스학과에서 16명을 줄이는 등 총 2880명만 모집하겠다는 내용이다. 
 

▲ ▲건국대학교 ⓒ고성준 기자

그로부터 1년 뒤인 2019년 3월 교육부는 건국대에 조치한 4% 정원 감축 권고를 자율감축으로 변경했다. 2019년 2월 전자메일을 통해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 조치 관련 민원이 접수된 지 한 달 만이었다. 2015년 대학 구조개혁평가 결과가 처음 나오고 이후 4년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건국대에 대한 조치가 바뀐 것이다. 

한 건국대 관계자는 “정원 감축 권고 조치를 재고해달라고 총장 명의로 공문을 보냈을 때도 ‘불수용’을 외쳤던 교육부가 불과 1년 만에 이메일로 들어간 민원에 조치를 변경했다. 다른 대학에도 이런 경우가 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는 1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의 대상 기간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전임 보직자의 비리 행위가 없었기에 정원감축 조치를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김 전 이사장의 대법원 확정 판결 결과 유죄는 인정됐지만, 2012~2015년 사이 비리 행위로 유죄를 받은 사안은 없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당초 평가를 진행할 때 2012~2015년 사이에 발생한 비리에 대해서만 문제로 삼는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 전 이사장의 경우 2012년 이전에 발생한 사안들만 유죄로 인정됐다. 그래서 감점을 취소했고, 건국대의 등급이 다시 A등급으로 올랐다”며 “정원 감축은 등급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정원 감축 권고도 자율감축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건국대로부터 출장비 명목으로 수령한 돈을 임의로 사용해 업무상 횡령 혐의를 받았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이사장이 2007년 7월31일부터 2011년 8월3일까지 총 5회에 걸쳐 출장비 총 5320만원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업무상 횡령을 했다고 판단했다.

갑자기 자율감축으로
보이지 않는 손 영향?

이사장 판공비를 업무상 횡령했다는 혐의 역시 2007년 4월12일부터 2011년 10월26일까지 사용된 부분만 유죄로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이사장이 2012년 2월에 사용한 업무추진비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1심 재판부의 판결은 항소심과 상고심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석연치 않은 점은 교육부가 2017년 건국대의 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근거로 김 전 이사장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들었다는 사실이다. 이미 확정된 판결을 두고 2017년과 2019년 교육부의 판단이 달랐던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건국대 관계자들은 교육부의 ‘태세전환’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게 아닌지 의심을 품고 있다.
 

▲ ▲ 교육부 공문 ⓒ고성준 기자

정원 감축 권고가 자율감축으로 바뀔 무렵 교무처장을 맡고 있던 원모 교수가 교육부의 조치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9월 교학부총장이라는 요직을 맡게 된 것도 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추가로 나왔다.

한 건국대 관계자는 “해당 교수가 교육부의 결정을 ‘자신의 공’이라고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공교로운 점은 원 교수가 받고 있는 의혹이 이것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8년 4월 교육부는 사립대학들에 ‘교수 논문에 자녀 공저자 등록’에 대한 철저한 검증 및 결과 보고 요청 공문을 내려보냈다.

당시 교수인 부모가 본인이나 동료 교수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리는 사안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질 무렵이었다.

원 교수는 2013년 자신의 논문에 자녀를 공저자로 올렸고, 2018년 교육부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 자녀의 이름을 삭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원 교수의 자녀로 추정되는 인물은 당시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논란 교수
요직 승진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원 교수는 해당 사안(정원 감축)에 대해 교무처장으로서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번에 교학부총장이 된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고 설명했다. 원 교수의 논문 의혹과 관련해 교수들의 연구윤리를 담당하는 교육부 학술진흥과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사안”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논문과 관련해 원 교수의 입장을 들으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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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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