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희 칼럼> 기초과학 육성에 힘 쏟아야

  • 박재희 노무사 cplapjh@naver.com
  • 등록 2019.08.12 10:05:50
  • 호수 12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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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를 첨단제품 수출 허가신청 면제국가(화이트 리스트)서 제외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화이트 리스트 제외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는 중인데 아직까지 대응방안과 수위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한일군사정보교류협정(GSOMIA) 폐기, WTO 제소로 맞불을 놓는 방안과 대체수입처 확보, 피해 기업 지원 등 국내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동시에 제시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들은 일정한 한계가 있다. 맞대응 조치는 양국 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있다. 대일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공급선 다변화는 가격과 품질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일례로 일본이 불화수소 수출을 규제하자 중국과 러시아서 대체품목을 공급받으려 했으나 관련 업계에선 품질 검증이 되지 않아 당장 사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확실한 해결방안으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수입품목을 국산화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수출 규제 품목 중 불화수소는 2~3개월 내 국산화가 가능하고, 폴리이미드는 다른 국산 소재로 대체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도 국내 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대체 공급선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있다. 일단 급한 불은 끄게 됐으나 향후 수출규제 품목이 대폭 늘어난다면 이 같은 대응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우리는 핵심소재와 부품을 일본서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다른 나라로 수출해왔다. 우리나라의 수출 규모가 커질수록 일본의 이득은 더 커지는 구조였다. 급기야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우리 경제가 타격을 입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재나 부품을 일본에 의존하는 구조서 벗어나려면 기초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과거의 기술자립 정책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우리의 기초과학 수준이 높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20명이 넘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기초과학을 토대로 높은 기술력을 쌓았다. 


지금부터라도 기초과학에 투자해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소 중 분야별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나눠먹기식 국고지원은 지양해야 한다. 열 곳에 10억씩 지원하는 것보다 한 곳에 100억원을 투입하는 것이 낫다. 그래도 세계적 명문대학에 비하면 적은 돈이다. 

국내 대학이 경쟁력을 갖고 뛰어난 성과를 창출하려면 훌륭한 인재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뛰어난 인재의 상당수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그곳에 정착하는 구조다.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수한 학생이 국내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아낌없는 지원을 해야 한다.

뛰어난 학생을 선발해 석박사 과정 중 등록금과 해외연수 지원은 물론이고, ‘최소한’ 중견기업 수준의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잠재력을 가진 이들을 국내 대학원서 육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선 자국 내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연구자가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대학원도 높은 연구 역량을 확보한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대학원의 학문 생태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분야의 대가들을 국내로 초빙해야 한다. 은퇴한 연구자의 명성만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한창 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자를 영입해야 한다. 특정 대학서 하기 어렵다면 국가가 나서 수십억을 지급해서라도 학문을 전수받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번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고 그렇게 돼야 한다. 후세에 길이 남을 대반전의 역사가 시작되기를 바란다.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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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