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울대학 발전기금 강요 의혹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10.28 11:28:39
  • 호수 12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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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값 학교에 기부하라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학령인구가 감소하면서 대학교 입학정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에 비수도권 지방대학들은 각기 다른 생존전략을 펼치고 있다. 남서울대학교는 ‘만원의 행복’ 캠페인을 진행했다. 학교 측은 재학생들에게 해당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메일을 받은 재학생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남서울대학교 전경

최근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구조 조정’이라는 칼바람을 맞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년 내 대학 입학생은 12만명 이상 급감하기 때문에 각 대학교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이 추세라면 조만간 비수도권 대학의 40%가 향후 5년 이후 문을 닫거나 아니면 40%에 이르는 학생정원 감축을 감수해야 한다. 

대학발전기금 
강제후원 논란

지난 18일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는 “2019년 현재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입학정원은 49만명이지만, 교육부가 8월6일 대학혁신지원방안 발표서 언급한 바와 같이 5년 뒤인 2024년에는 지금보다 입학정원이 12만4000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2019년 기준으로 수도권 입학정원이 19만명(서울 8만8000명 포함)이고 비수도권 입학정원은 30만명”이라며 “우리나라 대학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입학 지원을 수직적으로 서열화하고 있어 비수도권 대학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는 “2024년 입학생 12만4000명 감소가 주로 비수도권에 일어난다고 가정했을 때 이는 비수도권 대학 전체 정원의 41%에 해당한다”며 “지금도 재정이 어려운 상황서 학생 수가 급감하면, 주로 등록금에 재정을 의존하는 사립대학 중에 견딜 수 있는 대학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히 표현하면 최소한 지방대학 40%가 문을 닫게 될 수도 있다. 지방대학과 지역 고등교육 기반, 더 나아가 해당 지역이 붕괴할 수밖에 없는 재앙 수준의 위기가 수년 뒤에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총체적인 대학과 고등교육의 위기상황이지만 정부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전국 고등교육의 13%를 담당하고 있는 부산과 경남지역 대학의 위기감은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황을 타파하고자 충남 천안에 위치한 남서울대학교(이하 남서울대)는 캠페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18일 남서울대 도약을 위한 학교발전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개최, 모교사랑 ‘만원의 행복’ 캠페인을 진행했다.

수도권 입학정원 떨어져 지방대 직격탄
학생·교직원 등에 ‘만원 캠페인’ 메일

만원의 행복 캠페인이란 모교를 사랑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최소 1만원 이상 해당 계좌로 입금하면 매달 학교 발전기금이라는 명목 하에 후원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날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은 “재학생·동문·교수로 이루어진 대학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수개월 동안 산고 끝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학교발전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갖게 됐다”며 “모두 힘을 모아 대학 발전이라는 비전을 앞당겨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 달 뒤 남서울대학은 공격적으로 기부금 후원 모집에 나섰다. 10월17일부터 재학생을 비롯해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메일로 만원의 행복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는 메일을 전송한 것이다.

메일은 ‘NSU 만원의 행복에 동참해주십시오!’라는 제목으로 전송됐다.


해당 메일에는 ‘남서울대학은 이러한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남서울 가족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상생발전 할 수 있는 남서울인 만원의 행복 동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자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분께서 학교발전기금 출연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시고 있으나, 지난달 남서울대 발전자문위원회 출범식을 계기로 온라인뱅킹을 활용해 1만원 이상을 자동이체 방식으로 모금하는 방안을 추진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 윤승용 남서울대 총장

이어 ‘휴대폰이나 컴퓨터서 해당 주소를 입력하면 후원금 자동이체를 할 수 있는 사이트가 열리며 여기에 인적사항과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1분여 만에 절차가 완료된다. 여러분의 정성은 남서울대 발전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될 것이다. 또 연말정산 시 소득공제혜택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느닷없이
캠페인 카드

말미에는 ‘1만원은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정도의 비용이다. 남서울대 발전을 매월 커피  한 잔을 후배들에게 사준다는 마음으로 적극 참가해주시기 바란다. 학교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애써주시는 동문회, 교직원, 학생, 학부모님들에게 두 손 모아 감사의 말씀을 올리며, 늘 하나님의 은혜가 각 가정에 충만하길 기원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남서울대는 해당 메일을 재학생 전체에게 전송한 것도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재학생에게는 메일이 전송되지도 않았으며, 다른 재학생에게는 하루 걸러서 똑같은 메일이 2번 이상 전송된 것으로 드러났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학교에 등록된 메일이 정확하지 않아 전송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그 점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메일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메일은 페이스북 전국 대학생 대나무숲 페이지에 공유되어 남서울대 재학생들에게 퍼졌다. 제보자도 “남서울대는 얼마나 비리를 저질렀길래 총장이 메일로 기부해달라고 난리를 치나요? 만원 정도면 커피값이니 내달라는데”라며 해당 메일을 공유했다. 

남서울대 재학생 A씨는 “해당 메일을 읽어보니 커피 한 잔 하는 돈이니 학교에 기부 좀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학교 비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렇게 빼돌린 학교 돈 채워서 누구의 배를 불리려나 싶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총 76건 적발…대전·충남 사립대 중 최다 건수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값 표현은 비유에 불과”

이어 “비리도 없고 쓸모없는 돈을 쓰지 않았으면 이런 메일을 보낼 일이나 있었을까, 이런 이런 생각도 든다. 많은 학생의 등록금을 받아 가고 학생들은 나라에 빚을 내 공부하고 아르바이트해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 와중에 커피 한 잔 할 돈을 학교에 기부하면 소득공제도 된다고 말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학 임직원)본인들 월급서 차감해서 기부했으면 좋겠다”며 “이메일을 받고 기부할 생각도 들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현재 자금 상황이나 해결방안은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대뜸 돈을 달라고 하니 강도 같다는 느낌도 든다”고 분노했다. 

재학생 B씨는 “학교 감사 내용을 보면 비정상적인 곳에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이런 상황서 저희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월 1만원씩 내라고 하는 건 고통을 주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또 1만원을 고작 커피 한 잔 값이라고 표현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불쾌했다. 친구들 사이서도 이 표현으로 말이 많았다”고 말했다.
 

▲ 최근 커피 한 잔 값 논란에 휩싸인 남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은 감사결과 비리가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부를 요구하는 것 같아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1만원을 커피 한 잔 값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2008∼2019년 현재까지 사립대학 감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339개 사립대학에 회계부정 등으로 적발된 건수가 4528건이고 비위 금액은 4177억원에 달했다. 

충남에서는 남서울대학가 76건이나 적발돼 대전·충남 사립대 중 최다 건수를 기록했다. 남서울대는 지난해 2월 종합감사서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적정 ▲장기 미등기 부동산 과징금 등 교비회계 집행 ▲교수협의회 창립식 방해 등 34건이 적발돼 이 중 14건, 3억400만원의 재정조치를 받았다. 

‘만원의 행복에
동참해주세요!’

대표적으로 남서울대는 지난 2015년 8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천안시청으로부터 학교법인 성암학원에 부과된 ‘충남 **시 **읍 **리 65-2’ 등 33필지 부동산 장기 미등기에 따른 과징금 합계 13억2200여만원을 교비회계(등록금회계)서 집행하는 등 2015년 8월17일부터 2017년 10월17일까지 법인 귀책 사유가 있고 학교 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가 아닌 부동산 장기 미등기에 따른 과징금 및 관련 행정 소송 수행경비 등 13억4500여만원을 교비회계서 집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남서울대 재학생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해당 메일과 게시글에 관해 재학생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하자, 하루 뒤인 18일 페이스북 남서울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지에 추종호 대외 국제교류처 교수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10월17일 전송된 총장님의 레터로 인해 학우분들의 많은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 학우분들이 문의를 하셨고, 학생회 측에서 이글과 관련해 담당부서 및 담당자분께 이 상황에 대해 설명드렸다”고 게시했다. 이어 “저는 본교 대외국제교류처부처장 스포츠비즈니스학과 추종효 교수이다. 본교에 재직중이며, 스포츠비즈니스학과 95학번 동문이기도 하다.
 


이번 NSU만원의 행복 동행과 관련해 우리 학생들의 우려 목소리가 많아 글을 남긴다. 이 행사는 남서울대학교 총동문회와 대외 국제교류처서 학교 발전과 학생들의 복지증진을 위해 야심차게 준비한 소액 기부 행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18일 ‘남서울대학교 발전을 위한 자문위원회 출범식’에 이사장님, 총장님, 이하 지역사회 인사들께서도 함께 참여해 첫 출발을 했다. 행사 당일 총동문회장님께 1000만원이라는 거금을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탁해주셨으며, 총동문회서도 500만원, 그 이외에 많은 분이 남서울대 발전을 위해 관심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현재 타대학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소액기부 발전기금 모금을 우리 남서울대가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재학생 여러분께서 걱정하고 있는 우려하는 부분들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모금  된 발전기금들은 우리 남서울대 진일보 발전을 위한 디딤돌로의 역할 수행과 더불어 온전히 학생들의 복지와 장학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NSU 만원의 행복 동행은 어디까지나 당사자 자율 의사에 진행되는 것이며 학생들에게 부담을 느끼게 한 점이 있다면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남서울대학교와 총동문회에서는 학교의 발전을 위해 일만 학우들과 동반성장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요즘 국내뿐 아니라 외국대학교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발전기금을 모으기 시작했지만 큰 기대만큼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물론 후원해주신 분도 있었지만 모든 사람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캠페인을 지속했고 메일로도 전송했다”고 말했다.

“강요 아니다”
학교 측 일축

이어 “절대 강요로 하는 게 아니라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분들이라면 재학생, 교직원, 졸업생 등 다양하게 후원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액수는 아직 초기단계기 때문에 후원금이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또 재학생들이 ‘커피 한 잔’이라는 표현에 대해 굉장히 불편해한 걸로 아는데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서민적인 음식으로 ‘짜장면 가격’이라는 표현을 쓴 것처럼 지금은 시대가 바뀐 만큼 커피 한 잔이라고 비유를 한 것이다. 사전적 의미가 아닌 이류적 표현으로 뜻을 전한 것이라고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동양대 발전기금 의혹
교직원에 강제징수? 제출된 내역도 허위

학교발전기금을 교직원들에게 강제징수했다는 의혹을 받은 동양대학교가 ‘발전기금 내역을 제출하라’는 국정감사 위원의 요청에 허위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기금 내역에 허위사실이 확인되면 현장조사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4∼2018년 동양대 학교발전기금 모금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의 경우 교직원들이 낸 기금은 1139만2000원으로 명시됐다.

박 위원의 요청을 받은 교육부가 동양대에 공문을 보내 제출받은 뒤 재차 의원실에 전달한 것이다. 자료에 적힌 연도별 기금 규모와 내역 등은 동양대가 직접 작성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발전기금의 경우 사립학교가 교육부에 내역 등을 보고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양대가 제출한 자료는 허위였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동양대의 2013∼2017년 사이 발전기금 내역을 살펴볼 때, 2017년의 경우 2월에만 190건이 넘는 발전기금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발전기금 납부자 명단 중 A 교수(1000만원), B 교수(2000만원), C 교수(1000만원) 등이 낸 금액만 4000만원이 넘는다. 표창장 위조 의혹을 받는 정경심 교수도 당시 10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돼있으며 최성해 총장도 2억8000만원을 낸 것으로 나와 있다. 

교수들이 낸 금액이 무려…
회계처리 달리 했을 가능성

전직 동양대 직원 증언에 따르면 학교 측은 2016년 말∼2017년 초 사이 “교수는 1000만원, 일반 교직원은 500만원의 발전기금을 내라”고 종용했다. 2017년 기준 동양대 교수 및 정규직 숫자는 200명이 훌쩍 넘었다. 전직 동양대 일부 교수 등은 “기금을 내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 등을 당하는게 두려워 모든 교직원이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살펴보면 2017년 2월 1000만원의 기부금을 낸 납부자는 총 126명으로, 금액만 합산해도 10억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동양대가 기금 규모를 많이 축소해 허위 제출한 배경으로는 당시 회계처리 문제 탓으로 추측된다.

학교발전기금은 엄연히 ‘기부금’에 속하기 때문에 정상적인 회계 절차를 통해 납부됐다면 납부자들이 세액공제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동양대의 경우 기금을 걷을 때 세액공제가 안  되는 것으로 확인돼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일었다.

동양대가 2017년에 명목상으로는 발전기금을 걷으면서 실제로는 회계처리를 다른 항목으로 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박찬대 의원은 “최성해 총장의 가짜학위 행사 의혹과 재정운영 문제, 허위 기부금 자료 제출 등 대학의 총체적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교육부는 학교운영 전반에 대해 종합감사 등을 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동양대가 허위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며 “실제 걷은 기금 규모와 학교 공시정보에 기재된 기금 내역이 맞지 않는 등 문제가 보인다면 현장조사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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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