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수산업자' 연결고리 김경희 인맥 아지트 정체

‘김씨 게이트’ 몸통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 언론계, 정치권 인사들이 두루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건국대’라는 교집합이 드러난 것. 그 중심에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언급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이사장의 행적을 쫓았다.

서울 한낮의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27일.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다. 햇볕을 피해 정류장 근처 그늘에 서 있던 사람들은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역에서 성북동 주민센터, 성북동 성당 방향으로 걸어가자 거짓말처럼 인적이 줄어들었다. 

인적 드문
주택가 사이

도보로 약 1㎞, 검정 외관의 2층 건물이 보였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성북동 레스토랑’ N이었다. N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셰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박영수 특검도 자주 N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도로가에 있는 N의 입구에서 건물까지 나무 계단이 놓여 있었다. 한동안 조경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잡초가 눈에 띄었다. 무슨 용도였는지 모를 매트가 건물 입구에 겹겹이 쌓여 있는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N은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1층 내부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전시장 같은 느낌을 풍겼다. 갖가지 옷과 넥타이가 내부 곳곳에 놓인 채였다. 당초 N은 1층을 박물관으로, 2층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2층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입구에 ‘뮤지컬 박정희’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붙여놨다. 눈길을 끈 건 내부에 CCTV가 10대가량 설치돼있다는 점이다. 건물로 들어가니 A 대표가 직접 손님을 반겼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다른 손님도, 종업원도 없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갈 때까지 추가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개된 사진 속 장소가 한 눈에 들어왔다. 김 전 이사장, 김씨, 건국대 교수들, 현직 검사 등이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 파티’를 한 곳이다. 당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만찬을 즐겼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건국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검찰‧언론계‧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폭로로 시작됐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투자를 미끼로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등 7명에게서 116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북동 음식점 ‘N’ 단골
박영수 특검도 자주 갔다

사건 초기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투자한 모 사립대’ 정도로 언급됐다. 하지만 김씨의 인간관계 등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중심으로 오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김 전 이사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이사장은 2017년 4월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건국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딸인 유자은 현 건국대 이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건국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10회 이상의 개인전, 300여회의 그룹전을 개최한 중견 서양화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간 듯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전적 에세이 <희망으로 꽃을 피워>를 출간하는 등 김 전 이사장의 이름은 언론의 ‘문화 섹션’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짜 수산업자의 등장으로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관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장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건국대와 관련 있다. 김씨 인맥의 핵심이자 구치소 동기로 알려진 송모씨는 건국대 특임교수 출신이다. 박영수 특검도 건국대 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김 전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할 무렵 교수로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의 최근 행적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은 ‘골프장’과 ‘성북동 음식점 N’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건국대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스마트KU파빌리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성북동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김 전 이사장이 가짜 수산업자 김씨 등과 골프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지난해 8월15일과 10월31일. 성북동 음식점이 언급된 건 지난해 10월31일이다. 두 차례에 걸친 회동에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 건국대 교수, 언론인, 김씨의 소개로 참석한 현직 검사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뗀 줄
알았더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날 모임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당시 건국대는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 등 김 전 이사장과 유 이사장이 연루된 의혹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대검찰청에 송부하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들로 모두 서울동부지검에서 담당했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두 사건에서 검찰의 논리는 거의 같다. 검찰은 임대보증금 393억원과 건국대가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성격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2일 김 전 이사장의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에 대한 ‘송부 사건 조사 결과’를 건국대 창학자 유석창 선생의 유가족 대표인 유현경 여사에게 보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5월 유 여사 측의 제보를 검토한 뒤 대검으로 송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진경찰서 등 경찰은 이 사건을 모두 내사종결한 바 있다. 

통지문에 따르면 검찰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5조가 기본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열거하고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이 이에 해당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부동산의 변형물로 보아 이를 수익용 기본재산이라 보기 어렵고, 교육부 내부지침을 근거로 임대보증금을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돈의 성격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돈의 사용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이나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월27일 검찰은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던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수익용 재산?
보통 재산?

교육부는 이 사건이 지난해 8월말 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 지부 등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재산을 투자할 경우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관할청인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투자 시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감사원이나 교육부의 판단과도 상반된다. 임대보증금 393억원 논란은 2017년 3월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중 393억원을 ‘임의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지출을 증명하는 영수증이 없이 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건국대가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도록 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최근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건국대가 “현장조사 결과 내려진 처분사항 조치 등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감사원·법원과 다른 검찰 판단
골프치고 밥 먹으며 무슨 얘기?

교육부는 유 이사장과 최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외에도 ▲이사장과 법인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 추진 ▲이사 5명 경고 조치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징계·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 중징계 요구 ▲건국대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처분했다. 

건국대는 교육부에 현장조사 결과 처분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은 사용 시 이사회와 교육부 승인이 필요 없는 보통재산인데 교육부가 임대보증금을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기본재산이라고 잘못 해석해 징계했다는 건국대 주장에 “건국대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같은 투자에는 교육부와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학교가 재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수익 사업은 교육부 승인이 필요한 의무부담행위이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사건 불기소 처분 논리와 상반된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관련 질의에 “사립학교법 위반사항이 있어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과 교육부,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검찰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전 이사장의 행적과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전 이사장이 주선한 골프 회동과 N에서의 식사 자리가 ‘은밀한 부탁’이 오간 자리였다는 의혹이다.

김 전 이사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박영수 특검이나 가짜 수산업자, 현직 검사, 교수 등의 이름만 나오는데, 실제 N에 드나들었던 인물들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인사들이 상당하다. N은 김 전 이사장의 아방궁이자 아지트였다”고 주장했다.

N의 A 대표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도 “최근 행정법원 판결을 보면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니지만’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 기본재산과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건국대 혼자 수익용 기본재산을 아니라고 우기면서, 로비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고 의심받고 있어 조금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무혐의
배경 의문

김 전 이사장의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전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인맥이나 활동한 것들이 지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전임 이사장이 그 사람들하고 회동한 이유나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학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며 “다만(언론에서 전임 이사장의 행적과) 옵티머스 수사 무마를 연관 짓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알고 있다. 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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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