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수산업자' 연결고리 김경희 인맥 아지트 정체

‘김씨 게이트’ 몸통 따로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묘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 언론계, 정치권 인사들이 두루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건국대’라는 교집합이 드러난 것. 그 중심에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언급되고 있다. <일요시사>가 김 전 이사장의 행적을 쫓았다.

서울 한낮의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은 지난달 27일. 4호선 한성대입구역 인근은 여느 때처럼 북적였다. 햇볕을 피해 정류장 근처 그늘에 서 있던 사람들은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우르르 달려들었다. 역에서 성북동 주민센터, 성북동 성당 방향으로 걸어가자 거짓말처럼 인적이 줄어들었다. 

인적 드문
주택가 사이

도보로 약 1㎞, 검정 외관의 2층 건물이 보였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자주 등장하는 ‘성북동 레스토랑’ N이었다. N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자주 찾는 단골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셰 의혹’으로 자진사퇴한 박영수 특검도 자주 N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도로가에 있는 N의 입구에서 건물까지 나무 계단이 놓여 있었다. 한동안 조경 관리를 하지 않은 듯 잡초가 눈에 띄었다. 무슨 용도였는지 모를 매트가 건물 입구에 겹겹이 쌓여 있는 등 전체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N은 이탈리아 음식을 판매하는 고급 레스토랑이다. 1층 내부는 음식점이라기보다는 전시장 같은 느낌을 풍겼다. 갖가지 옷과 넥타이가 내부 곳곳에 놓인 채였다. 당초 N은 1층을 박물관으로, 2층을 레스토랑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방문 당시 2층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입구에 ‘뮤지컬 박정희’ 공연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붙여놨다. 눈길을 끈 건 내부에 CCTV가 10대가량 설치돼있다는 점이다. 건물로 들어가니 A 대표가 직접 손님을 반겼다. 점심시간이었지만 다른 손님도, 종업원도 없었다. 음식을 다 먹고 나갈 때까지 추가 손님은 들어오지 않았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불거지면서 공개된 사진 속 장소가 한 눈에 들어왔다. 김 전 이사장, 김씨, 건국대 교수들, 현직 검사 등이 지난해 10월31일 ‘핼러윈 파티’를 한 곳이다. 당시 이들은 그 자리에서 만찬을 즐겼다. 

최근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건국대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검찰‧언론계‧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줬다는 폭로로 시작됐다.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투자를 미끼로 김무성 전 의원의 친형 등 7명에게서 116억2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북동 음식점 ‘N’ 단골
박영수 특검도 자주 갔다

사건 초기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돈을 투자한 모 사립대’ 정도로 언급됐다. 하지만 김씨의 인간관계 등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중심으로 오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보기 어려웠던 김 전 이사장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김 전 이사장은 2017년 4월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징역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건국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딸인 유자은 현 건국대 이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김 전 이사장은 그동안 공식적으로는 건국대와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10회 이상의 개인전, 300여회의 그룹전을 개최한 중견 서양화가라는 본업(?)으로 돌아간 듯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전적 에세이 <희망으로 꽃을 피워>를 출간하는 등 김 전 이사장의 이름은 언론의 ‘문화 섹션’에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짜 수산업자의 등장으로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관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장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건국대와 관련 있다. 김씨 인맥의 핵심이자 구치소 동기로 알려진 송모씨는 건국대 특임교수 출신이다. 박영수 특검도 건국대 대학원 석좌교수를 지낸 경험이 있다. 두 사람 모두 김 전 이사장이 이사장으로 재직할 무렵 교수로 있었다.

김 전 이사장의 최근 행적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분은 ‘골프장’과 ‘성북동 음식점 N’이다. 언론 보도 등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건국대가 운영하는 경기도 파주의 스마트KU파빌리온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고, 성북동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김 전 이사장이 가짜 수산업자 김씨 등과 골프장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진 시기는 지난해 8월15일과 10월31일. 성북동 음식점이 언급된 건 지난해 10월31일이다. 두 차례에 걸친 회동에는 가짜 수산업자 김씨, 건국대 교수, 언론인, 김씨의 소개로 참석한 현직 검사 등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뗀 줄
알았더니…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날 모임의 성격과 그들 사이에 오간 대화 내용이다. 당시 건국대는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 등 김 전 이사장과 유 이사장이 연루된 의혹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각각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대검찰청에 송부하고,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건들로 모두 서울동부지검에서 담당했다.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두 사건에서 검찰의 논리는 거의 같다. 검찰은 임대보증금 393억원과 건국대가 수익사업체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의 성격을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라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권익위는 지난달 2일 김 전 이사장의 임대보증금 393억원 횡령 의혹에 대한 ‘송부 사건 조사 결과’를 건국대 창학자 유석창 선생의 유가족 대표인 유현경 여사에게 보냈다. 앞서 권익위는 지난해 5월 유 여사 측의 제보를 검토한 뒤 대검으로 송부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와 광진경찰서 등 경찰은 이 사건을 모두 내사종결한 바 있다. 

통지문에 따르면 검찰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5조가 기본재산에 해당하는 재산을 열거하고 있고,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이 이에 해당하지 않음은 문언상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부동산의 변형물로 보아 이를 수익용 기본재산이라 보기 어렵고, 교육부 내부지침을 근거로 임대보증금을 사립학교법상 기본재산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돈의 성격이 수익용 기본재산이 아니기 때문에, 돈의 사용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이나 용도변경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서도 비슷한 논리로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5월27일 검찰은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던 유자은 이사장과 최종문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수익용 재산?
보통 재산?

교육부는 이 사건이 지난해 8월말 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 지부 등에 의해 수면 위로 올라오자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며 지난해 11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분류된 재산을 투자할 경우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관할청인 교육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검찰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다시 말해 투자 시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감사원이나 교육부의 판단과도 상반된다. 임대보증금 393억원 논란은 2017년 3월 감사원의 교육부 기관운영감사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감사원은 교육부가 전체 학교법인의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 여부도 조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중 393억원을 ‘임의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지출을 증명하는 영수증이 없이 돈을 사용했다는 뜻이다. 임대보증금 393억원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 이유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건국대가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도록 하라고 교육부에 지시했다. 

최근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달 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는 건국대가 “현장조사 결과 내려진 처분사항 조치 등을 취소해달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감사원·법원과 다른 검찰 판단
골프치고 밥 먹으며 무슨 얘기?

교육부는 유 이사장과 최 전 더클래식500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외에도 ▲이사장과 법인 감사의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 추진 ▲이사 5명 경고 조치 ▲법인 전·현직 실장 2명 징계·더클래식500 사장 등 4명 중징계 요구 ▲건국대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처분했다. 

건국대는 교육부에 현장조사 결과 처분을 재심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난 2월 행정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3월에는 집행정지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지난 3월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 데 이어 본안 소송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은 사용 시 이사회와 교육부 승인이 필요 없는 보통재산인데 교육부가 임대보증금을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기본재산이라고 잘못 해석해 징계했다는 건국대 주장에 “건국대의 주장이 기본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 같은 투자에는 교육부와 이사회의 ‘사전 승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학교가 재산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수익 사업은 교육부 승인이 필요한 의무부담행위이고, 이사회의 승인을 거쳤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검찰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사건 불기소 처분 논리와 상반된다. 

심지어 지난해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관련 질의에 “사립학교법 위반사항이 있어 처분심사위원회를 진행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감사원과 교육부, 법원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검찰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전 이사장의 행적과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판단이 모종의 관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김 전 이사장이 주선한 골프 회동과 N에서의 식사 자리가 ‘은밀한 부탁’이 오간 자리였다는 의혹이다.

김 전 이사장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지금은 박영수 특검이나 가짜 수산업자, 현직 검사, 교수 등의 이름만 나오는데, 실제 N에 드나들었던 인물들 가운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인사들이 상당하다. N은 김 전 이사장의 아방궁이자 아지트였다”고 주장했다.

N의 A 대표는 <일요시사>의 질의에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두 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따로 밝힐 입장은 없다”면서도 “최근 행정법원 판결을 보면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니지만’이라고 판단한 부분이 있다. 기본재산과 관련해서는 법률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건국대 혼자 수익용 기본재산을 아니라고 우기면서, 로비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고 의심받고 있어 조금 답답하다”고 설명했다. 

무혐의
배경 의문

김 전 이사장의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전임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인맥이나 활동한 것들이 지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전임 이사장이 그 사람들하고 회동한 이유나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학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다”며 “다만(언론에서 전임 이사장의 행적과) 옵티머스 수사 무마를 연관 짓고 있는데, 그런 일은 없다고 알고 있다. 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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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