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전방위 금품 살포' 의혹 수산업자 김씨

사기 친 검은돈으로 재벌 행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중견급 검사와 서장급 경찰, 유력 신문사 논설위원, 방송사 앵커. 한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인물의 면면이다. 이들에게 금품을 바친 사업가는 과거 사기죄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는가 하면, 현재는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상습사기범을 둘러싼 ‘검·경·언’ 게이트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나 기타 정치 권력과 관련된 대형 비리 의혹사건을 두고 게이트라고 한다. 1972년 6월 발생한 미국의 워터게이트사건(Watergate Affair)에서 유래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닉슨은 재선을 위해 비밀 공작반을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투시켜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체포되며 하야했다. 당시 ‘게이트’라는 용어는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따온 것이다. 

드러나는
유착 관계

이후 국내에서는 정치 권력과 관련돼 일어나는 대형 스캔들을 말할 때 게이트라는 이름을 붙인다. 박동선이 미국 의회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진 이 사건은 ‘코리아게이트’라고 불린다. 이후에도 이용호, 정현준, 진승현 등 게이트라는 이름의 여러 비리 의혹이 있었다. 

그리고 2021년 7월, 현직 부장검사와 경찰 고위 인사, 유력 언론인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 김모(43)씨 사건이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이다. 김씨는 검·경·언의 유력인사들과 유착 관계였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김씨가 정치권 인사들과의 인맥을 과시하며 수 백억원대 사기행각도 벌인 것으로 밝혀져 경찰 수사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검 영장전담검사는 지난달 서울남부지검 소속 이모 부장검사의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경찰이 수산업자 김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횡령 혐의를 조사하다 김씨의 휴대전화에서 이 부장검사의 문자메시지를 발견해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 부장검사가 김씨에게 보낸 “고맙다”는 문자 메시지를 금품수수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보고 있다. 검찰이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니 이 부장검사가 금품을 받은 정황이 뚜렷했다는 것.

영장을 청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게 검찰 내부의 목소리다. 

이 부장검사는 2019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대구지검 포항지청에서 근무하면서 김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 초반에는 이 부장검사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자 명품 시계, 고가의 식품, 자녀의 학원비 등 2000~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가 선물했다고 밝힌 시계는 ‘IWC’로 가장 저렴한 모델도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명품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경찰의 압수수색 이틀 뒤 고검검사급 검사(차장·부장검사) 인사에서 이 부장검사를 부부장검사로 강등 발령했다. 법무부와 대검은 경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이 부장검사에 대한 감찰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이 부장검사는 경찰 수사에 따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경찰이 이 부장검사가 받은 금품의 대가성을 확인한다면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를 전환해 공수처에 이첩할 것으로 보인다. 검사의 뇌물 혐의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달리 공수처법이 규정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해서다.

‘뇌물 고리’ 검·경·언 강타
거물 정치인 연루설도 돌아

다만 현시점에서는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근거가 불명확하다. 경찰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대한 수사를 진행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경찰로서는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될 경우 성과가 공수처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첩시키지 않고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수사 대상에 올라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김씨가 이 전 논설위원에게 고가의 골프채를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전 논설위원은 윤 전 총장 측 대변인에 선임되고 열흘 뒤인 지난달 20일 돌연 사임했다. 이를 둘러싸고 여러 추측이 나왔다. 당시 그는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이유로 직을 내려놓는다”고만 밝혔다.

현재까지 이 전 논설위원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또 엄성섭 TV조선 앵커와 일간지 기자 2명의 금품수수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엄 앵커는 중고차를 두 차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이 자리는 이상목 앵커가 대신 맡아 진행했다. 그는 2017년 4월부터 전날까지 해당 방송을 해 왔다.

엄 앵커는 개인 유튜브 ‘엄튜브’ 커뮤니티에도 “오늘 방송은 쉬어가게 됐다”고만 간략히 밝혔다. MBC에 따르면 엄 앵커는 기자들의 전화에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산하의 언론인이 뇌물 금품 사건에 연루된 것에 언론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이 전 논설위원과 엄 앵커의 입건 사실을 다루지 않고 있어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논평을 내고 “<조선일보> 그룹에서 언론인의 비리 사건이 5년간 3차례 있었지만 제대로된 처벌을 받지 않았고 스스로 면죄부를 줘왔다”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밝혔다.

“다 거짓”
가짜 경력

<조선일보> 소속원들이 뇌물을 받은 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송희영 주필은 기사 청탁 대가로 대우조선해양에서 금품·향응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사표를 냈고, 이듬해 기소됐다. 2019년 언론사 간부들이 기업 로비스트인 홍보대행사 대표와 기사를 대가로 금품·향응·자녀취업 등 부정한 청탁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박수환 문자 사건’에 부장급 이상 8명이 연루됐다.

민언련은 “<조선일보>의 반복된 악의적 보도 행태를 비롯해 기자 등 언론인 일탈과 불법행위 연루 등을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인 비리와 불법에 관대한 구시대적 관행이 낳은 적폐의 결과”라고 짚었다.

김씨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은 건 경찰도 예외가 아니었다. 금품수수 관련 내사를 받던 배 총경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경찰은 증거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금품의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확인되면 이 부장검사에겐 뇌물수수 혐의를, 민간인인 언론인에겐 배임수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마치 자신이 1000억원 상당의 유산을 상속받았고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항 일대에서 어선 수십대로 사업을 하며 인근 풀빌라, 고가의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재력을 과시했다.

그는 “선박 운용사업에 투자하면 선주가 되게 해주겠다” “선동 오징어 매매사업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로 수익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여 피해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총 7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이 116억원에 달했다. 

그는 여러 방식으로 투자자를 모았지만, 수산업체로 소개한 회사 주소는 그가 어릴 적 살았던 포항 구룡포읍 빈집으로 드러났다.

100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씨는 실제로 자신의 정관계 인맥을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이렇게 쌓은 인맥과 대외활동 경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대담한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김씨는 서울과 대구, 포항 등을 오가면서 피해자들을 만나 사기를 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한 피해자는 김씨가 어선을 정박해놨다는 구룡포항에서 김씨를 직접 만난 뒤 투자하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34회에 걸쳐 86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보냈다.

유령직 6개
행적 보니…

피해자 가운데는 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고향인 포항 구룡포리 주민들은 “어렸을 때 아버지가 오징어를 말려 팔던 것을 보고, 김씨가 가짜 수산물업체를 차려 사기를 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김씨는 법률사무소 사무장 등으로 신분을 속이고 사기 행각을 벌여 징역 2년을 선고받은 후 안동교도소에서 복역하다 2017년 12월 특별사면되기도 했다.

평소 자신을 1000억원대 유산을 상속받은 재력가·사회활동가로 꾸며 정계·언론계 등 인맥을 과시한 김씨는 특정 인사와 안면을 트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다른 고위층 인사를 소개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믿음의 벨트’를 이용한 것.

김씨는 이렇게 속아 넘긴 유력인들에게 활발한 로비활동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돈을 받은 혐의를 받는 이들은 검찰과 경찰, 언론 등 전방위적이다.

지난해 김씨가 3대3 농구 사업을 하는 A 사단법인 생활체육단체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여야 인사들이 축사를 보냈다. 취임식에는 이 전 논설위원과 엄 앵커도 참석했으며, 엄 앵커는 축사를 하기도 했다.

당시 엄 앵커는 “김 회장 취임 이전과 김 회장 치임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감히 단언 말씀드립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A 법인은 지난해 5월 김씨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으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김씨가 등재돼있지 않았으며, A 단체의 활동도 미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단체의 임원은 2019년에 만들어진 이후 김씨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당시 수산물 업체 대표, 인터넷언론사 부회장, 한국언론재단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상임위원, 유니세프 경북지회 후원회장, 한국다문화가족협회 대구경북후원회장, 몽골스포츠교류재단 상임부회장 등을 맡은 것으로 언론에 소개됐다.

전방위 로비 ‘게이트’로 번지나
휴대폰 상납 리스트 확보 수사 중

하지만 모두 등기 임원이 아니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 단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언론재단과 유니세프, 한국다문화가족협회 관계자들은 모두 “김씨가 속했다는 관련 위원회·단체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언론계·정계·체육계 등 인사들과 교류한 정황이 나오면서 금품수수 의혹이 어디까지 확산될지에도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금품 수수 사건에 정치권에도 불똥이 튀었다. 특히 보수 진영에서 난감한 입장이다. 이 전 논설위원이 대변인을 맡았다가 열흘 만에 사퇴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30일 오전 10시50분경 대선 출마 선언 후 첫날 일정으로 국회 소통관 기자실을 찾아 기자실마다 돌며 기자들과 인사했다. 

윤 전 총장은 기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소통관 프레스라운지(간이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약식 간담회를 통해 언론의 협조를 부탁하는 인사말을 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사퇴한 배경이 부장검사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돼있기 때문이 아니냐, 금품 수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이를 알고 있었느냐. 이것이 사퇴의 배경이 된 게 맞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본인의 신상에 대한 개인 문제이기 때문에 저희로서는 뭐 거기에 대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본인의 신상 문제라서 개인적인 이유로 그만두겠다고 해서 서로 간에 양해했다”고 답했다.

“사전에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냐” “사퇴 전에 모르셨다는 것이냐” “이 전 대변인이 사퇴 전에 이 사실을 보고했느냐” 등의 질의가 이어졌으나,  윤 전 총장은 아무런 답변하지 않은 채 프레스라운지에서 빠져나왔다. 

취재진이 재차 “사퇴할 때 이 전 대변인이 총장께 말씀드렸냐”고 물었지만 “본인의 개인 신상에 관한 거니까”라는 말만 반복하고 입을 닫았다. 취재진은 윤 전 총장을 따라다니면서 “인사 실패라는 평가는 어떻게 보느냐, 처음 열흘밖에 안 된 상태에서 그만둔 것은 인사 실패 아니냐”고 물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로 인해 윤 전 총장은 대선 행보 첫날부터 삐끄덕했다는 평가다. 본인 의혹에 대한 질문 세례를 받았으나 속 시원히 답변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다는 데 정치권의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불똥 튄 
정치권

오현주 정의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장 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자신의 말을 전한 사람의 범죄 의혹에 대해서 무작정 몰랐다는 말로 넘어가는 것은 부족하다”며 “유력 대권주자의 인사 문제는 주요한 지도자의 덕목으로 일컬어진다. 이동훈 전 대변인의 금품수수 관련 보도로 인해 국민은 윤석열 캠프에 대한 신뢰도 의혹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intellybeast@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