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레임덕-게이트 함수관계

‘4년차 징크스’ 비리의 문 열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4년차 징크스’를 피해가지 못했다.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숙명이자 1987년 직선제 이후 한 명도 빠짐없이 되풀이된 대통령의 운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채 1년이 남지 않았다. 문정부에서도 4년차 징크스가 나타날까.

대한민국 대통령은 임기 초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 대통령에 대한 믿음이 가장 높은 때다. 임기 초 고공행진을 벌이던 지지율은 시간이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린다. 

정점 찍고
하향곡선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재보궐선거 등 국민들의 중간 점검 과정에서 지지율은 등락을 반복한다. 지지율의 하락세가 뚜렷해지면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왔다는 신호다. 대부분 임기 4년차, 정치권이 대선 정국으로 접어드는 시기다. 그때부터 ‘절름발이 오리’가 된 대통령은 뒷방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대부분 첫해 직무 긍정률 정점에서 점진적 하락 후 답보 상태에서 취임 4주년을 맞았다. 마지막 해에 접어들면 현직 대통령보다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동태에 더 관심이 쏠리곤 했다. 이는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특징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고 분석했다.

정부의 레임덕에 쐐기를 박는 게 바로 게이트다. 게이트, 정치가나 정부 관리가 관련된, 비리 의혹에 싸여 있는 사건을 말한다. 미국 닉슨 대통령의 몰락을 부른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파생된 단어로 알려져있다. 일반적으로 사건의 핵심 단어나 중심인물과 함께 ○○○게이트로 불린다.


여기에 대통령 측근이나 정부 고위 관리가 연루돼있는 경우 권력형 게이트라고 칭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당선된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들은 게이트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측근에서 시작된 비리 의혹은 대부분 사정기관의 수사를 거쳐 대통령을 향했다. 여러 대통령이 직‧간접적인 책임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필연적으로 국민들의 외면이 뒤따랐다.

1987년 6·29 민주화 선언으로 직선제를 통해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노태우정부 4년차인 1991년 ‘서울 강남구 수서지구 택지 특혜 분양 사건’이 터졌다. 박근혜정부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역대 최대 측근 비리 사건에 이름을 올린 사건이다.

대통령 측근 비리 사건의 시작이자 정‧경‧관이 유착한 대형 스캔들이었다. 

1987년 이후 한 명도 빠짐없이
측근 비리 논란으로 몰락 자초

당시 수서 택지 개발 예정 지구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주택신축이 불가능했는데, 서울시가 특정 주택조합에 건축허가를 내줬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가 수사에 나섰다. 그 결과 정태수 당시 한보그룹 회장이 청와대 관계자, 국회의원, 건설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건넸던 사실이 드러났다. 

대검은 정태수 회장, 장병조 청와대 비서관 등을 구속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사과했지만 민심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임기 막바지(1992년 5월)에 이르러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12%까지 떨어졌다. 국민의 과반(56%)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문민정부’ 김영삼정부도 권력형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시행, 하나회 해체,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 등으로 전 국민적 인기를 누렸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기 첫해 1분기 71%로 시작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분기와 3분기에 83%까지 치솟았다.

김영삼정부에서 진행한 통신감청용 정찰기 도입 사업, 이른바 백두사업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미국의 회사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것.

검찰 수사 결과 이양호 당시 국방부 장관이 최종 사업자로 낙찰된 미국 회사 소속의 로비스트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났다. 

차남 김현철(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씨가 연루된 한보 사태도 집권 4년차인 1996년에 일어났다. 1997년 1월 한보그룹이 부도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자기자본이 2200억원에 불과한 한보가 5조7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사과해도
민심 싸늘

배후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 있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대출하는 과정에서 정계와 관계, 금융계의 핵심부가 서로 유착하면서 행한 엄청난 부정과 비리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결국 김영삼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고개를 숙였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서 김현철씨는 구속됐다. 이후 IMF 사태 등으로 악화된 경제상황은 김영삼정부를 몰락으로 이끌었다.

‘국민의정부’ 김대중정부는 임기 3년차인 2000년부터 갖가지 게이트로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들이 줄줄이 연루돼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진승현 MCI 부회장이 2300억원 불법 대출과 주가조작 등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정부 실세 등 정관계에 로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진승현 게이트’가 터졌다. 

이용호 C&C그룹 회장이 보물선 인양 등 사업을 앞세워 주가조작 등 금융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정·관계 유력인사들의 비호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용호 게이트’, 최규선 유아이에너지 대표가 기업체로부터 청탁성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최규선 게이트’ 등이 잇따라 이어졌다. 

민주당 국회의원이었던 장남 김홍일(사망)씨는 나라종금 인사 청탁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차남 김홍업(김대중 평화센터 이사장)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됐고, 삼남 김홍걸(무소속 국회의원)씨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참여정부’ 노무현정부 때는 사행성 게임 ‘바다 이야기’가 정국을 뒤흔들었다. 2004년 출시된 아케이드 게임인 바다이야기는 심각한 중독성과 도박성으로 문제가 됐다. 2006년 바다 이야기 대표이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고, 재산을 탕진한 사람들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등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여권(당시 열린우리당) 유력 인사가 관련 업체 지분을 갖고 있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척 연루설까지 불거지면서 게이트로 비화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별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다. 

대통령
탄핵까지

임기 말 ‘신정아 게이트’가 터지자 노무현정부는 완벽한 레임덕 상태로 접어들었다. 신정아씨의 학력 위조 의혹에서 시작된 논란은 유력인사들이 신씨를 비호했다는 의혹으로 번지면서 게이트로 확산됐다. 이때 등장한 인물이 변양균 전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신씨와 변 전 실장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의혹도 같이 불거지면서 노무현정부의 몰락을 부채질했다.

정권교체를 이뤄낸 이명박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역시 집권 4년차인 2011년 ‘함바왕’ 유상봉씨가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뇌물을 준 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배건기 청와대 전 감찰팀장이 물러났고, 최영 전 강원랜드 사장은 구속됐다.

최근 사기 혐의로 상고심에서 징역 1년이 확정된 유씨가 재수감을 앞두고 전자발찌를 끊고 잠적하면서 다시금 수면 위로 올라왔다. 


부산저축은행 사건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가 구속됐다. 친형인 이상득(전 국회의원)씨까지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의 금품 수수 사건도 연이어 터졌다. 

박근혜정부 4년차인 2016년에는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졌다. 민간인 최순실씨가 ‘비선 실세’로서 국정에 개입한 사건으로 국정 농단 사태라고도 불린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비화됐으며, 그 결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이 일어났다.

2016년 7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같은 해 10월 JTBC가 최순실씨의 태블릿PC를 입수해 보도하면서 전 국민적 사건으로 확대됐다. 연인원 1300만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진상규명’과 ‘대통령 탄핵’을 요구했다. 다음해 3월 헌법재판소는 ‘주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결정했다. 

아직까진 지지율 유지
라임·옵티머스 재점화?

2017년 5월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4년차에 이르러서도 40% 안팎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는 중이다. LH 사태로 30% 벽이 깨지고 4·7 지방선거에서 야당에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내주는 등 위기를 겪긴 했지만 최근 다시 지지율을 회복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하긴 어렵다. 지뢰가 곳곳에 포진돼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가짜 수산업자’ 사건이 화두로 떠올랐다. 수산업자를 사칭한 김모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검찰, 정치권, 언론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뿌렸다고 폭로했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이 줄줄이 언급됐고, 박영수 특검이 포르쉐 의혹으로 자진 사퇴했다.

그동안 문재인정부는 특정 의혹이 게이트로 비화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라임‧옵티머스 펀드 환매중단 사건이 일어났을 때에도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금융사기 사건’으로 규정하고 권력형 게이트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잠잠해지는 듯했던 라임·옵티머스 사건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으로 재점화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사건에 김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건국대는 지난해 1월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 건국대가 이사회와 교육부의 허가 없이 투자했다는 의혹이 나왔고, 교육부는 조사를 거쳐 유자은 이사장 등을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 5월 검찰은 사립학교법 위반, 횡령·배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던 유 이사장 등에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문제는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이 불거지기 한 달 전인 8월과 교육부 조사가 이뤄진 이후인 10월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이 김씨를 비롯해, 김씨가 소개해준 부장검사를 만났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항의의 뜻을 비치면서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고발한 건국대 임대보증금 393억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분에도 관심이 모이는 중이다.

지난 13일에는 김씨로부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경찰 조사 이후 ‘정권의 공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권 쪽 인사가 와서 Y(윤석열 전 검찰총장)를 치고 우리를 도우면 없던 일로 만들어주겠다(고 회유했다)”며 “경찰과도 조율됐다는 식으로 말했다. 저는 안 하겠다, 못하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철벽방어
언제까지

윤석열 캠프가 이 전 논설위원의 발언에 반응했다. 윤 전 총장은 “이동훈 대변인이 없는 말을 지어내서 할 사람이 아니라고 저는 본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이 전 논설위원의 발언을 두고 설왕설래를 펼치고 있다. 가짜 수산업자 사건의 불똥이 유력 대선후보 쪽으로 튀면서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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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