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업자-건국대 옵티머스 커넥션 의혹

이사장 사건 무마에 입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사와 경찰 간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 사건에도 김씨의 이름이 등장했다.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는 2016년 1억여원 상당의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이듬해 12월30일 특별사면됐다. ‘생계형 사기’로 교도소에 들어갔던 김씨는 지난 4월 100억원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사기 액수가 100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생계형 잡범
대형 사기꾼

김씨는 2018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선동 오징어’(배에서 잡아 바로 얼린 오징어) 투자를 미끼로 7명의 피해자로부터 116억20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선동 오징어에 투자하면 수개월 안에 3~4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속였으나 실제 선박을 운용하거나 오징어 매매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의 형이 86억4000여만원, 전직 언론인 송모씨가 17억4000여만원을 김씨에게 투자했다가 피해를 봤다. 그는 과거 사기죄로 복역하던 중 구치소에서 만난 송씨의 소개로 김 전 의원의 형을 알게 됐다.

여기에 김씨는 지난해 12월 한 사기 피해자가 투자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자 자신의 수행원들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공동협박)하고, 올해 1월 같은 피해자가 과거 자신에게 팔았던 승용차를 회수하자 차를 받아내도록 수행원들을 교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최근 부부장검사로 강등된 이모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직위해제된 포항 남부경찰서장,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김씨의 폭로에서 시작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가는 모양새다.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수사를 이끈 박영수 특별검사가 김씨로부터 포르쉐 렌터카와 수산물 등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지난 7일 자진사퇴했다. 박 특검 외에 특검팀 수사지원단장도 김씨의 선물제공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말 수면 위로
교육부, 검찰 수사 의뢰

정치권 인사들의 이름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등이 거론됐다. 구치소에서 만난 송씨와 인연이 이어지면서 각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송씨는 기자 생활을 오래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씨의 손길이 서울의 한 사립대에도 뻗쳤다는 의혹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지난 7일 경찰이 김씨가 해당 사립대 이사장 관련 사건을 무마하는 데 개입했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김씨가 이사장 측에 연결해준 현직 부장검사의 직무 관련성을 따져보며 뇌물죄 적용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해당 사건은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한 것을 말한다. 당시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의 환매 중단으로 120억원을 날릴 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또 투자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드러나면서 교육부의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

이 사건을 김씨가 소개해준 부장검사가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전방위로
로비했나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은 지난해 8월말 처음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지난해 8월28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충주지역본부 충주병원지부는 건국대 산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에서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 측은 “사학기관에서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고, 학교 법인 재산의 용도변경은 교육부 장관의 허가를 얻어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이 이뤄지지 않았고, 이는 사립학교법 위반과 공금 횡령‧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건국대의 사학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다. 노조는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과 최종문 더클래식500 대표를 사립학교법 위반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은 지난해 국감에서도 이슈가 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10월26일 국회 종합감사에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는 사립학교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가 이사회와 교육부 허가 없이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점을 지적하면서 “건국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상습적”이라며 “앞서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유 장관은 “원칙과 절차에 따라 엄중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120억원
회수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국감 증인으로 참석해 “(건국대의)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실은 언론 보도 이후 내부 보고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이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 대해 “건국대 법인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부당하게 관리해 더클래식500이 투자 손실을 보고, 이사회를 부실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과 건국대 법인 감사에 대해 임원 취임 승인 취소 절차를 추진하고, 이사 5명에 대해선 경고 조치를 내렸다. 유 이사장과 최 사장에 대해서는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도 의뢰했다. 


건국대는 ‘학교도 피해자’라고 항변했다. 이어 “옵티머스 투자로 피해를 본 다른 여러 기업과 마찬가지로 더클래식500 역시 펀드 사기 판매의 피해자”라면서 “학교법인은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고 자산관리 강화를 위해 제도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검찰은 지난 5월27일 유 이사장과 최 사장이 받고 있던 사립학교법 위반과 횡령·배임 혐의 등에 대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 없음’, 불기소 처분했다. 그러면서 건국대 측이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기본재산에 속하지 않는 ‘보통재산’으로 판단했다. 투자할 때 관할청의 허가가 없어도 무관하다고 본 것이다. 

또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고, 손실을 끼친 부분 역시 고의성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횡령·배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같은 달 25일, NH투자증권에서 옵티머스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원금 전액을 반환하기로 한 것도 검찰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증거불충분 무혐의 처분
‘가짜 수산업자’가 검사 연결?

실제 건국대는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을 전액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검찰의 이런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교육부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일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인 사학에 만연해 있는 사학비리를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검찰의 이러한 판단을 규탄하며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항고장을 서울고검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는 부분은 검찰의 처분에 김씨의 입김이 들어갔는지 여부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8월 김경희 건국대 전 이사장과 A 부장검사의 골프 회동을 주선했다.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과 관련해 A 부장검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

이들이 만난 시점은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한 달여 전이다. 

건국대 측은 김 전 이사장 등이 골프 회동을 가진 시점과 교육부 고발, 검찰 수사 등이 시기상으로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골프 회동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과 관련해 청탁이 있었는지, A 부장검사가 실제 영향력을 발휘했는지 여부 등이다. 직무관련성에 따라 뇌물죄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골프장서
무슨 얘기?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내려서 정말 놀랐는데, 이런 의혹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며 “확실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국대 측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따로 할 말은 없다. 죄송하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속기사> ‘가짜 수산업자’ 김씨 인맥의 중심
전직 언론인 송모씨 누구?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인맥은 전직 언론인 송모씨와 만나면서 넓어지기 시작했다. 김씨와 송씨가 인연을 맺은 건 구치소 수감 시절. 김씨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이후에도 송씨와 인연을 이어가며 그 친분을 토대로 이른바 유력 인사들을 소개받았다. 

송씨는 부산 지역 일간지와 서울의 월간지 기자 출신으로 언론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교도소서 만난 인연
건대 특임교수 출신?

오랜 기자 생활로 여야 정치인을 비롯해 각계각층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북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하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최근 ‘옵티머스 펀드 투자 사건’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에서 특임교수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건국대 한 관계자는 “학교법인에서 대외협력실 실장을 한 것으로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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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