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

“이사장 책임 다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서 시작된 행정소송이 교육부의 완승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일요시사>가 해당 행정소송의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국대학교 사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일 듯하다. 이 시기 건국대는 온갖 사건에 휘말렸다. 전·현직 이사장은 물론 학교 자체가 입길에 올랐다. 유자은 이사장은 국정감사에 불려갔고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건국대가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국감 출석
장관 지적

일련의 사건에서 시발점이 된 게 바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 법인)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사용이 문제였다. 앞서 건국대는 7000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 사용과 관련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임대보증금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0년 8월말 노조(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지부)를 중심으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임대보증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교육부 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사회가 발칵 뒤집힌 때였다. 


교육부는 2020년 9월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건국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같은 해 10월7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유 이사장은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 393억원 등과 관련한 질의을 받았다. 

이후 유은혜 당시 교육부 장관은 10월27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건국대의)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를 거론하면서 “건국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상습적”이라며 “앞서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11월20일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에 대한 지적·처분 사항이 담긴 현장조사 결과 보고 문건을 전달했다. 문건에는 유 이사장, 최종문 당시 더클래식500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는 ‘별도 조치’를 포함해 신분상, 행정상 조치가 담겼다. 

임대보증금 120억원으로 펀드 투자
2017년 감사원 지적에도 또다시?

교육부는 현장조사 결과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1항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고자 할 때 또는 의무의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를 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서’(2019년 12월)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보관·유지 외의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되므로 관할청에 처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제시했다. 해당 안내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도 필요하다.

건국대는 2019년 12월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있던 170억원 상당의 임대보증금 중 12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듬해 1월8일에는 120억원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기 위한 설명회도 가졌다. 이후 1월16일과 21일 6개월 만기의 금융상품을 각각 80억원, 40억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같은 해 6월 해당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로 120억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조는 물론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그러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개입해 지적과 처분 조치가 차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건국대는 교육부의 조치에 반발해 재심의신청(기각), 집행정지 가처분(기각)에 이어 행정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약 1년6개월에 걸친 교육부와 건국대의 법적 공방이 막 오른 순간이다. 건국대 법인은 지난해 2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현장조사 결과 처분사항 조치 및 조치 결과 제출 지시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2020년 11월20일 교육부가 통보한 처분사항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건국대 법인은 당시 교육부의 일부 조치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국고지원금이 5%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교육부의 ‘수사 의뢰’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보통재산?
기본재산?

두 사람의 배임 혐의에 대해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부정·비리대학 재정지원사업 수혜제한 기준’에 따라 건국대는 제재 유형 ‘하’에 해당됐다. 제재 유형 ‘하’는 감사원 및 교육부 감사 결과에 의해 주요 보직자 이상에 대한 별도조치(고발, 수사 의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그 결과 국고지원금이 깎인 것이다.

법원은 이와 함께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과정을 면밀하게 살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임대보증금의 성격이다.

대학의 재산은 크게 보통재산과 기본재산으로 구분된다. 사립학교법 73조(벌칙)는 동법 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를 위반할 경우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학교의 기본재산을 이사회 의결이나 교육부 허가 없이 처분할 경우 법인 이사장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법원은 사립학교법 28조 위반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만큼 그 구성요건인 기본재산에 대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대보증금이 수익용 기본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건국대와 교육부의 입장이 엇갈렸다. 

건국대는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예치한 정기예금을 해지하거나 이를 재원으로 유가 증권을 매입한 행위는 ‘보통재산’의 통상적인 관리에 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발생한 임대보증금을 보통재산으로 보고, 이를 처분하고 투자할 때 교육부 허가, 이사회의 심의·의결, 이사장 사전 승인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교육부는 임대보증금 역시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투자 등을 할 때 교육부의 허가, 해당 대학의 이사회 심의·의결, 이사장 사전 승인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건국대에 대한 교육부의 지적, 처분 조치는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을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5조(재산의 구분)는 ▲부동산 ▲정관에 의한 기본재산으로 되는 재산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기본재산에 편입되는 재산 ▲학교법인에 속하는 회계의 매년도 세계잉여금 중 적립금만을 기본재산이라 명시했다. 그 외는 전부 보통재산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의 성격으로 판단하는 대신 임대보증금 사용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건국대가 정기예금에 예치돼있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 사립학교법 28조의 ‘의무를 부담하거나’ 부분, 즉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다. 

손실 위험
허가 필요

의무부담행위는 이후에 이행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 행위로, 건국대가 120억원을 펀드 등에 투자함으로써 은행 등에 해당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투자의 경우 정기예금 예치와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은 말 그대로 임차인이 건물 등을 빌리면서 내는 돈이다. 임차인이 계약 기간만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때 임대인은 이 돈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이 날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경매신청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감사원과 교육부에서 임대보증금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임대보증금 자체가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닐지언정, 수익용 기본재산의 감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용 과정에서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수익용 기본재산 임대보증금 사용(처분) 허가 신청서’를 따로 별지로 두고 있을 정도다.

법원은 2017년 감사원 감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행위가 앞서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도 지적했다. 2017년 3월 감사원은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국대는 7566억6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 중 7071억6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92억8500만원은 임의사용금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에 대한 보전계획을 요구했다. 건국대는 2017년 39억원, 2018년 95억원, 2019년 90억원, 2020년 94억원, 지난해 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할 무렵에도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에 대한 보전이 진행 중이었다는 뜻이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건국대는 (2017년)감사원 감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임대보증금의 사용과 관련한 절차를 실효성 있게 정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1심 이어 항소심도 패소
항고 사건 영향 미칠까?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난 게 아니라는 건국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건국대는 2020년 10월14일 36억원, 지난해 6월17일 84억원 등 투자금 120억원을 전부 돌려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투자금 회수는)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이 확정된 이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조치므로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국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유 이사장이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와 관련해 이사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 이사장은 법인의 모든 재산의 관리책임자이며, 민법(61조)은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책임 경영’을 이유로 해당 투자 건을 문제가 된 수익사업체에서 결정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수익사업체가 별도의 법인이 아닌 산하 시설이기 때문에 경영 판단이나 투자내역에 있어 이사장의 인지와 감독이 필요했다고 봤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임대보증금 관리 절차를 교육부 지침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에 부합하도록 정비했다면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유 이사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부는 행정소송과 별개로 지난해 12월 유 이사장 등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해임까지 예상됐던 터라 대폭 낮아진 처분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교육부는 “(120억원의) 투자손실금을 보전하는 등 교육부의 시정명령 사항을 건국대가 모두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건국대 측은 당시 교육부 조치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소송 항소심 결과가 1심과 동일하게 건국대 패소로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생겼다. 교육부에서 2020년 11월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은 이듬해 5월 ‘증거불충분에 의한 불기소’로 결론이 났지만, 노조에서 고발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

처분 수위↓
검찰 불기소

당시 노조는 검찰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바 있다.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검찰이 건국대와 교육부의 행정소송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행위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곧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반론보도] <[단독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 관련

본 신문은 지난 8월16일자 사회면(지면 8월14일자 종합면)에 <[단독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라는 제목으로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와 교육부의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 결과에 대하여 건국대가 정기예금에 예치돼있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 사립학교법 28조의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로 손실 위험 허가가 필요하다고 보도하였고, 의무부담행위는 이후에 이행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 행위로, 건국대가 120억원을 펀드 등에 투자함으로써 은행 등에 해당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펀드를 취득한 것은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이 부분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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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