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

“이사장 책임 다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서 시작된 행정소송이 교육부의 완승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일요시사>가 해당 행정소송의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국대학교 사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일 듯하다. 이 시기 건국대는 온갖 사건에 휘말렸다. 전·현직 이사장은 물론 학교 자체가 입길에 올랐다. 유자은 이사장은 국정감사에 불려갔고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건국대가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국감 출석
장관 지적

일련의 사건에서 시발점이 된 게 바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 법인)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사용이 문제였다. 앞서 건국대는 7000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 사용과 관련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임대보증금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0년 8월말 노조(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지부)를 중심으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임대보증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교육부 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사회가 발칵 뒤집힌 때였다. 


교육부는 2020년 9월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건국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같은 해 10월7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유 이사장은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 393억원 등과 관련한 질의을 받았다. 

이후 유은혜 당시 교육부 장관은 10월27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건국대의)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를 거론하면서 “건국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상습적”이라며 “앞서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11월20일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에 대한 지적·처분 사항이 담긴 현장조사 결과 보고 문건을 전달했다. 문건에는 유 이사장, 최종문 당시 더클래식500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는 ‘별도 조치’를 포함해 신분상, 행정상 조치가 담겼다. 

임대보증금 120억원으로 펀드 투자
2017년 감사원 지적에도 또다시?

교육부는 현장조사 결과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1항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고자 할 때 또는 의무의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를 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서’(2019년 12월)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보관·유지 외의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되므로 관할청에 처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제시했다. 해당 안내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도 필요하다.

건국대는 2019년 12월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있던 170억원 상당의 임대보증금 중 12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듬해 1월8일에는 120억원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기 위한 설명회도 가졌다. 이후 1월16일과 21일 6개월 만기의 금융상품을 각각 80억원, 40억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같은 해 6월 해당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로 120억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조는 물론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그러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개입해 지적과 처분 조치가 차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건국대는 교육부의 조치에 반발해 재심의신청(기각), 집행정지 가처분(기각)에 이어 행정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약 1년6개월에 걸친 교육부와 건국대의 법적 공방이 막 오른 순간이다. 건국대 법인은 지난해 2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현장조사 결과 처분사항 조치 및 조치 결과 제출 지시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2020년 11월20일 교육부가 통보한 처분사항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건국대 법인은 당시 교육부의 일부 조치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국고지원금이 5%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교육부의 ‘수사 의뢰’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보통재산?
기본재산?

두 사람의 배임 혐의에 대해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부정·비리대학 재정지원사업 수혜제한 기준’에 따라 건국대는 제재 유형 ‘하’에 해당됐다. 제재 유형 ‘하’는 감사원 및 교육부 감사 결과에 의해 주요 보직자 이상에 대한 별도조치(고발, 수사 의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그 결과 국고지원금이 깎인 것이다.

법원은 이와 함께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과정을 면밀하게 살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임대보증금의 성격이다.

대학의 재산은 크게 보통재산과 기본재산으로 구분된다. 사립학교법 73조(벌칙)는 동법 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를 위반할 경우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학교의 기본재산을 이사회 의결이나 교육부 허가 없이 처분할 경우 법인 이사장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법원은 사립학교법 28조 위반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만큼 그 구성요건인 기본재산에 대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대보증금이 수익용 기본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건국대와 교육부의 입장이 엇갈렸다. 

건국대는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예치한 정기예금을 해지하거나 이를 재원으로 유가 증권을 매입한 행위는 ‘보통재산’의 통상적인 관리에 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발생한 임대보증금을 보통재산으로 보고, 이를 처분하고 투자할 때 교육부 허가, 이사회의 심의·의결, 이사장 사전 승인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교육부는 임대보증금 역시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투자 등을 할 때 교육부의 허가, 해당 대학의 이사회 심의·의결, 이사장 사전 승인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건국대에 대한 교육부의 지적, 처분 조치는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을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5조(재산의 구분)는 ▲부동산 ▲정관에 의한 기본재산으로 되는 재산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기본재산에 편입되는 재산 ▲학교법인에 속하는 회계의 매년도 세계잉여금 중 적립금만을 기본재산이라 명시했다. 그 외는 전부 보통재산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의 성격으로 판단하는 대신 임대보증금 사용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건국대가 정기예금에 예치돼있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 사립학교법 28조의 ‘의무를 부담하거나’ 부분, 즉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다. 

손실 위험
허가 필요

의무부담행위는 이후에 이행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 행위로, 건국대가 120억원을 펀드 등에 투자함으로써 은행 등에 해당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투자의 경우 정기예금 예치와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은 말 그대로 임차인이 건물 등을 빌리면서 내는 돈이다. 임차인이 계약 기간만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때 임대인은 이 돈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이 날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경매신청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감사원과 교육부에서 임대보증금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임대보증금 자체가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닐지언정, 수익용 기본재산의 감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용 과정에서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수익용 기본재산 임대보증금 사용(처분) 허가 신청서’를 따로 별지로 두고 있을 정도다.

법원은 2017년 감사원 감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행위가 앞서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도 지적했다. 2017년 3월 감사원은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국대는 7566억6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 중 7071억6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92억8500만원은 임의사용금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에 대한 보전계획을 요구했다. 건국대는 2017년 39억원, 2018년 95억원, 2019년 90억원, 2020년 94억원, 지난해 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할 무렵에도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에 대한 보전이 진행 중이었다는 뜻이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건국대는 (2017년)감사원 감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임대보증금의 사용과 관련한 절차를 실효성 있게 정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1심 이어 항소심도 패소
항고 사건 영향 미칠까?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난 게 아니라는 건국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건국대는 2020년 10월14일 36억원, 지난해 6월17일 84억원 등 투자금 120억원을 전부 돌려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투자금 회수는)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이 확정된 이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조치므로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국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유 이사장이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와 관련해 이사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 이사장은 법인의 모든 재산의 관리책임자이며, 민법(61조)은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책임 경영’을 이유로 해당 투자 건을 문제가 된 수익사업체에서 결정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수익사업체가 별도의 법인이 아닌 산하 시설이기 때문에 경영 판단이나 투자내역에 있어 이사장의 인지와 감독이 필요했다고 봤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임대보증금 관리 절차를 교육부 지침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에 부합하도록 정비했다면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유 이사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부는 행정소송과 별개로 지난해 12월 유 이사장 등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해임까지 예상됐던 터라 대폭 낮아진 처분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교육부는 “(120억원의) 투자손실금을 보전하는 등 교육부의 시정명령 사항을 건국대가 모두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건국대 측은 당시 교육부 조치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소송 항소심 결과가 1심과 동일하게 건국대 패소로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생겼다. 교육부에서 2020년 11월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은 이듬해 5월 ‘증거불충분에 의한 불기소’로 결론이 났지만, 노조에서 고발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

처분 수위↓
검찰 불기소

당시 노조는 검찰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바 있다.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검찰이 건국대와 교육부의 행정소송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행위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곧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반론보도] <[단독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 관련

본 신문은 지난 8월16일자 사회면(지면 8월14일자 종합면)에 <[단독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라는 제목으로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와 교육부의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 결과에 대하여 건국대가 정기예금에 예치돼있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 사립학교법 28조의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로 손실 위험 허가가 필요하다고 보도하였고, 의무부담행위는 이후에 이행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 행위로, 건국대가 120억원을 펀드 등에 투자함으로써 은행 등에 해당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펀드를 취득한 것은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이 부분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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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