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

“이사장 책임 다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에서 시작된 행정소송이 교육부의 완승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법원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다. <일요시사>가 해당 행정소송의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바람 잘 날이 없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건국대학교 사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일 듯하다. 이 시기 건국대는 온갖 사건에 휘말렸다. 전·현직 이사장은 물론 학교 자체가 입길에 올랐다. 유자은 이사장은 국정감사에 불려갔고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은 ‘건국대가 사립학교법을 위반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국감 출석
장관 지적

일련의 사건에서 시발점이 된 게 바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다.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이하 건국대 법인)의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 사용이 문제였다. 앞서 건국대는 7000억원이 넘는 임대보증금 사용과 관련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임대보증금 논란이 불거진 게 처음이 아니라는 뜻이다.

2020년 8월말 노조(보건의료노조 건국대 충주병원지부)를 중심으로 건국대가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임대보증금을 투자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교육부 허가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이 함께 불거졌다.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사회가 발칵 뒤집힌 때였다. 


교육부는 2020년 9월8일부터 10일까지 사흘에 걸쳐 건국대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같은 해 10월7일 교육부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화두에 올랐다. 유 이사장은 이날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 393억원 등과 관련한 질의을 받았다. 

이후 유은혜 당시 교육부 장관은 10월27일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건국대의)사립학교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은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를 거론하면서 “건국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 상습적”이라며 “앞서 2017년 감사원으로부터 임대보증금 393억원을 보전하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11월20일 교육부는 건국대 법인에 ▲수익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 ▲더클래식500의 투자 손실 ▲이사회 부실 운영 등 3개 항목에 대한 지적·처분 사항이 담긴 현장조사 결과 보고 문건을 전달했다. 문건에는 유 이사장, 최종문 당시 더클래식500 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다는 ‘별도 조치’를 포함해 신분상, 행정상 조치가 담겼다. 

임대보증금 120억원으로 펀드 투자
2017년 감사원 지적에도 또다시?

교육부는 현장조사 결과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과정에서 사립학교법 제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 1항 ‘학교법인이 그 기본재산을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변경하거나 담보에 제공하고자 할 때 또는 의무의 부담이나 권리의 포기를 하고자 할 때에는 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어겼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학교법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서’(2019년 12월)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을 임대하고 받은 보증금을 반환하기 위한 보관·유지 외의 용도로 사용하고자 할 경우 수익용 기본재산이 감소되므로 관할청에 처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부분을 제시했다. 해당 안내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도 필요하다.

건국대는 2019년 12월 정기예금에 예치하고 있던 170억원 상당의 임대보증금 중 12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듬해 1월8일에는 120억원을 운용할 금융상품을 결정하기 위한 설명회도 가졌다. 이후 1월16일과 21일 6개월 만기의 금융상품을 각각 80억원, 40억원에 매입했다. 문제는 같은 해 6월 해당 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로 120억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을 고스란히 날리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노조는 물론 학교 전체가 들썩였다. 그러면서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개입해 지적과 처분 조치가 차례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건국대는 교육부의 조치에 반발해 재심의신청(기각), 집행정지 가처분(기각)에 이어 행정소송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약 1년6개월에 걸친 교육부와 건국대의 법적 공방이 막 오른 순간이다. 건국대 법인은 지난해 2월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현장조사 결과 처분사항 조치 및 조치 결과 제출 지시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2020년 11월20일 교육부가 통보한 처분사항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취지다.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원심과 항소심 판결문에 따르면 건국대 법인은 당시 교육부의 일부 조치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서 국고지원금이 5% 삭감되는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에 대한 교육부의 ‘수사 의뢰’가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보통재산?
기본재산?

두 사람의 배임 혐의에 대해 교육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부정·비리대학 재정지원사업 수혜제한 기준’에 따라 건국대는 제재 유형 ‘하’에 해당됐다. 제재 유형 ‘하’는 감사원 및 교육부 감사 결과에 의해 주요 보직자 이상에 대한 별도조치(고발, 수사 의뢰)가 있는 경우를 뜻한다. 그 결과 국고지원금이 깎인 것이다.

법원은 이와 함께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 과정을 면밀하게 살폈다. 쟁점이 된 부분은 임대보증금의 성격이다.

대학의 재산은 크게 보통재산과 기본재산으로 구분된다. 사립학교법 73조(벌칙)는 동법 28조(재산의 관리 및 보호)를 위반할 경우 학교법인의 이사장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다시 말해 학교의 기본재산을 이사회 의결이나 교육부 허가 없이 처분할 경우 법인 이사장이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법원은 사립학교법 28조 위반이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만큼 그 구성요건인 기본재산에 대해 엄격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임대보증금이 수익용 기본재산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두고 건국대와 교육부의 입장이 엇갈렸다. 

건국대는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대한 임대보증금을 예치한 정기예금을 해지하거나 이를 재원으로 유가 증권을 매입한 행위는 ‘보통재산’의 통상적인 관리에 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발생한 임대보증금을 보통재산으로 보고, 이를 처분하고 투자할 때 교육부 허가, 이사회의 심의·의결, 이사장 사전 승인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반면 교육부는 임대보증금 역시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임대보증금을 재원으로 투자 등을 할 때 교육부의 허가, 해당 대학의 이사회 심의·의결, 이사장 사전 승인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건국대에 대한 교육부의 지적, 처분 조치는 타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을 수익용 기본재산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5조(재산의 구분)는 ▲부동산 ▲정관에 의한 기본재산으로 되는 재산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기본재산에 편입되는 재산 ▲학교법인에 속하는 회계의 매년도 세계잉여금 중 적립금만을 기본재산이라 명시했다. 그 외는 전부 보통재산이라는 것이다.


법원은 임대보증금의 성격으로 판단하는 대신 임대보증금 사용 행위에 초점을 맞췄다. 건국대가 정기예금에 예치돼있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 사립학교법 28조의 ‘의무를 부담하거나’ 부분, 즉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그렇기에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다. 

손실 위험
허가 필요

의무부담행위는 이후에 이행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 행위로, 건국대가 120억원을 펀드 등에 투자함으로써 은행 등에 해당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옵티머스 펀드 투자가 수익용 기본재산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투자의 경우 정기예금 예치와 달리 원금 손실의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임대보증금은 말 그대로 임차인이 건물 등을 빌리면서 내는 돈이다. 임차인이 계약 기간만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요구할 때 임대인은 이 돈을 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탈이 날 경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에 따라 수익용 기본재산인 부동산에 경매신청을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감사원과 교육부에서 임대보증금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임대보증금 자체가 수익용 기본재산은 아닐지언정, 수익용 기본재산의 감소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사용 과정에서 절차를 밟도록 한 것이다. 실제 교육부는 ‘수익용 기본재산 임대보증금 사용(처분) 허가 신청서’를 따로 별지로 두고 있을 정도다.

법원은 2017년 감사원 감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행위가 앞서 임의사용한 임대보증금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부분도 지적했다. 2017년 3월 감사원은 ‘교육부 기관운영 감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건국대는 7566억6000만원에 달하는 임대보증금 중 7071억60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92억8500만원은 임의사용금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건국대에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에 대한 보전계획을 요구했다. 건국대는 2017년 39억원, 2018년 95억원, 2019년 90억원, 2020년 94억원, 지난해 96억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건국대가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할 무렵에도 임대보증금 임의사용금에 대한 보전이 진행 중이었다는 뜻이다. 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건국대는 (2017년)감사원 감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임대보증금의 사용과 관련한 절차를 실효성 있게 정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1심 이어 항소심도 패소
항고 사건 영향 미칠까?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120억원을 모두 회수했기 때문에 투자손실이 난 게 아니라는 건국대의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건국대는 2020년 10월14일 36억원, 지난해 6월17일 84억원 등 투자금 120억원을 전부 돌려받았다. 하지만 법원은 “(투자금 회수는)펀드 투자로 인한 손실이 확정된 이후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이뤄진 조치므로 투자 손실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건국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시했다. 

여기에 유 이사장이 옵티머스 펀드 120억원 투자와 관련해 이사장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립학교 이사장은 법인의 모든 재산의 관리책임자이며, 민법(61조)은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그 직무를 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책임 경영’을 이유로 해당 투자 건을 문제가 된 수익사업체에서 결정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수익사업체가 별도의 법인이 아닌 산하 시설이기 때문에 경영 판단이나 투자내역에 있어 이사장의 인지와 감독이 필요했다고 봤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임대보증금 관리 절차를 교육부 지침인 기본재산 관리 안내에 부합하도록 정비했다면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은 이뤄지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결국 유 이사장이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교육부와 건국대의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육부는 행정소송과 별개로 지난해 12월 유 이사장 등에 대해 경고 조치했다. 해임까지 예상됐던 터라 대폭 낮아진 처분 수위에 관심이 집중됐다.

당시 교육부는 “(120억원의) 투자손실금을 보전하는 등 교육부의 시정명령 사항을 건국대가 모두 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건국대 측은 당시 교육부 조치로 옵티머스 펀드 투자 건이 일단락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행정소송 항소심 결과가 1심과 동일하게 건국대 패소로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될 가능성이 생겼다. 교육부에서 2020년 11월 유 이사장과 최 전 사장을 배임 혐의로 수사 의뢰한 사건은 이듬해 5월 ‘증거불충분에 의한 불기소’로 결론이 났지만, 노조에서 고발한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

처분 수위↓
검찰 불기소

당시 노조는 검찰 처분에 불복해 항고한 바 있다. 건국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검찰이 건국대와 교육부의 행정소송 항소심 결과를 지켜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소심에서 건국대의 옵티머스 펀드 투자 행위에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결론이 나온 만큼 곧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반론보도] <[단독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 관련

본 신문은 지난 8월16일자 사회면(지면 8월14일자 종합면)에 <[단독입수] 교육부-건국대 옵티머스 판결문 공개>라는 제목으로 학교법인 건국대학교와 교육부의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 결과에 대하여 건국대가 정기예금에 예치돼있던 임대보증금 120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이 사립학교법 28조의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았어야 한다는 논리로 손실 위험 허가가 필요하다고 보도하였고, 의무부담행위는 이후에 이행할 의무를 발생시키는 법률 행위로, 건국대가 120억원을 펀드 등에 투자함으로써 은행 등에 해당 금액을 납부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행위를 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행정소송 항소심 재판부는 학교법인 건국대학교가 펀드를 취득한 것은 교육부(관할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의무부담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전제를 달리하는 이 부분 처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으므로 학교법인 건국대학교는 사립학교법 제28조 제1항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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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