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남아도나’ 건국대 무리한 투자 내막

7개월짜리 회사에 10억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교법인 건국대가 수익사업체의 재원으로 신생 업체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수익사업체의 재무현황이 부실한 상황에서 이뤄진 투자라 논란이 예상된다. 또 신생 업체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건국대학교 전경 ⓒ고성준 기자

학교법인은 사립학교법과 정관 규정에 따라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학교법인 건국대는 건국유업·건국햄, 건국빌딩, 건국AMC, 더클래식500, 스마트KU골프파빌리온 등의 수익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무슨 돈으로?

최근 건국대는 몇몇 수익사업체에서 불거진 의혹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국AMC·더클래식500의 임대보증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더클래식500이 임대보증금 일부인 120억원을 이사회 의결, 교육부 허가 없이 옵티머스자산운용에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사학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 건국대의 또 다른 수익사업체인 건국AMC의 임대사업 수익금으로 ‘스파크펫’의 주식을 취득한 사실이 확인됐다. 강남구 역삼동 소재의 스파크펫은 도심에 사는 반려 가족에게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온·오프라인 복합 솔루션을 통해 제공하는 토탈라이프 서비스 플랫폼이다. 

앞서 건국대 수의과대는 지난 7월 스파크펫과 반려동물 토탈 라이프 서비스 플랫폼 사업을 위한 상호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반려 가족에게 필요한 온·오프라인 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 개발을 위한 상호 업무지원 및 협력, 사업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정보 및 자료의 공유 등을 협력하기로 했다. 


당시 류영수 수의대 학장은 “반려인의 역할과 육아의 책임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반려 가족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체계적인 양육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며 “건국대가 보유한 의료 케어 시스템과 스파크펫이 보유한 다양한 디지털 서비스 기술들을 융합해 반려동물 서비스의 새 지평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국대 이사회는 지난 8월27일 대회의실에서 열린 613회 이사회에서 건국AMC 운영자금(임대사업 수익금)을 재원으로 스파크펫 전환우선주 2759주를 1주당 36만2500원, 총액 10억13만7500원에 취득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6월 기준 스파크펫이 발행한 주식은 7587주로 건국대는 36.3%의 지분을 갖게 됐다. 건국대의 주식 취득 가격으로 따지면 스파크펫의 현재 가치는 약 3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보전해야 할 임대보증금
펑펑 써서 문제로 지적

당시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김모 실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 “도심형 반려동물 리조트 사업에 참여해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대표적 미래 유망 사업인 반려동물 사업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함과 더불어 저금리 시대에 다양한 형태의 자금 운용을 통해 투자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스파크펫 관계자는 최종문 건국AMC 사장과 함께 이사회에 등장, 유자은 건국대 이사장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사업계획서, 투자자 모집 현황, 향후 5개년 추정 손익 등에 대해 설명했다. 이후 이사회는 스파크펫 주식 취득에 관해 원안으로 의결했다.

정리하자면 지난해 12월 설립된 업체가 7개월 만에 건국대와 MOU를 맺고 한 달 뒤 10억원을 투자받은 것이다.
 

▲ 스파크펫 건대 수의대 MOU ⓒ건국대

건국대 홍보실 관계자는 “스파크펫에 투자한 10억원은 수익용 기본재산이나 교육 목적 준비금이 아닌 운용 투자가 가능한 보통 재원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스파크펫과 부속동물병원, 건국유업 반려동물 식품사업, 더클래식 500 도심형 주거 요양사업 등과 협업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며 “성장성 높은 스타트업 기업에 초기부터 투자해 향후 IPO(기업공개)를 통한 높은 수익도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국대라면 이런 사업에 충분히 투자할만하다”고도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건국AMC가 부실한 재무상황에도 불구하고 신생 업체에 10억원을 투자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건국AMC는 스타시티에 입점해 있는 상가들을 관리·운영한다. 

건국대는 2001년 학교 체육시설 부지 연건평 20여만평을 주거·상업·문화 복합시설로 개발하는 스타시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스타존, 시티존, 영존 등으로 구성된 스타시티에는 롯데백화점, 롯데시네마, 이마트 등이 입점해 있다.

건국대는 스타시티 사업으로 학교법인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학교 발전을 위한 장기적 재정확보와 대학의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건국AMC의 속사정은 화려한 외향과는 달리 상당히 곪아있다. 2019년 결산서에 따르면 건국AMC의 총 자산은 4697억에 이른다. 하지만 이중 총 부채가 381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32%에 달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7월 MOU 맺고 8월 투자
정작 재무상황은 안 좋아

<일요시사>가 확보한 결산서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8년간 건국AMC의 부채비율은 400%를 기준으로 오르내렸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았을 때는 441%(2017년)까지 치솟았다. 일반적으로 부채비율(부채/자본)이 200%가 넘으면 위험신호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건국AMC의 재무 상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위험 수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입금 압박도 커지고 있다. 2019년 결산서에 따르면 건국AMC의 유동성 장기부채는 267억원에 이른다. 유동성 장기부채는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돈으로, RF(리파이낸싱) 등을 한다 해도 건국AMC가 채무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부분 자본잠식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건국AMC의 자본금은 2074억원이지만 2019년 기준 결손금이 1192억원에 달해 총 자본은 882억원에 불과하다. 총 자본이 자본금을 하회하는, 다시 말해 자본금을 까먹고 있는 상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 ▲ 일요시사가 입수한 이사회 회의록 ⓒ고성준 기자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결손금을 단시일 내에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수익성이 개선돼야 하는데, 건국AMC는 그마저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건국AMC의 2012~2019년 매출액은 200억원 언저리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2년부터 2019년까지 계속 마이너스 상태다.

손실 폭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낸 적은 없다. 


임대기간 종료 시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임대보증금도 부족한 형편이다. 일부 세입자들은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수익사업체의 임대보증금은 반드시 금융기관에 예치해야 한다. 임대보증금을 보관과 유지 외의 용도로 사용하려면 교육부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가 필요하다.

2019년 결산서에 따르면 건국AMC가 단기간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자산은 최대한 모아도 약 350억원에 불과하다. 단적인 예로 스타시티에 입점해 있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임대보증금이 2000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롯데백화점이 사업 철수를 외치며 스타시티에서 나갈 경우 건국AMC 입장에서는 내어줄 임대보증금이 없다는 뜻이다. 

왜 이 회사에?

지난 1월 언론에 보도된 ‘2019년 국내 5대 백화점 점포 매출 순위’에 따르면 롯데 건대스타시티점은 매출액 1704억원으로 60위에 그쳤다. 전년 대비 6.7% 하락한 수치다. 스타시티에 입점해 있는 한 상가 관계자는 “롯데백화점 외에도 롯데시네마, 이마트가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 건국AMC는 말 그대로 ‘파산’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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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