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태악 이석’ 논란은 책임 회피? 권위의 상징?

  • 등록 2025.10.16 14:5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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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이 인사말 직후 이석(국감장 퇴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노태악 이석 사태’는 단순한 의전 논쟁을 넘어 우리 정치와 제도 운영 방식이 지닌 균열을 드러낸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이번 논란은 크게 ▲헌법기관의 독립과 예우 ▲국회의 질의권과 책임성 및 정치적 균형과 형평성으로 요약된다.

헌법기관의 독립 및 예우는 관례? 특권?

가장 먼저 짚어볼 부분은 헌법기관 수장 또는 권위 있는 기관장의 국감 출석 및 응답 방식이다. 통상 대법원장이나 중앙선관위원장 등은 그 지위의 무게와 독립성 차원에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거나, 증인신문 없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답변하는 관례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일반 증인신문 없이 응답한 것이 최근 사례로 꼽힌다. 이 같은 관례는 법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관습, 암묵의 균형 감각 위에서 구축된 ‘존중의 룰’이었다. 헌법기관 수장에게 질의석에 나와 의원들의 날선 질문을 감수하라는 것은, 그 자체가 조직의 위상과 독립성을 위협하는 압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례가 곧 정의인 것도 아니며, 과도한 관용은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노 선관위원장의 이석을 두고 야당에선 “조희대는 붙잡아두고 왜 선관위원장은 이석하게 하느냐”며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대법원장과 중앙선관위원장의 예우가 상이하게 적용되는 것은 제도 안의 이중잣대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측은 “행안위에서는 선관위원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없다”는 점을 들어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본질적 질문은 ‘관례’가 제도적 규범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관례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일방적으로 권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도구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건강한 민주주의의 적이 된다.

국감은 행정·사정 권력에 대한 국회의 감시 기능을 구현하는 국회만의 핵심 장치다. 감사 대상 기관은 책임을 지고 국회에 소환돼 그 운영을 투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기관장은 국회에 나와 응답하는 것을 꺼리거나 국감장 이석을 선택함으로써 국회의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회법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질의응답하도록 돼있다”며 노 위원장이 이석하지 않고 응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국감 주체로서 국회의 권리를 강조한 것으로, 만약 기관장이 국회의 질문에 직접 응답하지 않는다면 형식적 수준에 그칠 위험이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석 허용을 통해 신속한 절차 진행과 협의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행안위 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이 “법사위는 대법원장을 일반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행안위는 선관위원장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국감에서는 증인 채택 여부가 중요하다”고 맞섰다. 윤 의원은 “사전 협의 없는 문제 제기는 온당치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신정훈 행안위원장도 “필요하다면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서 추후에 절차를 갖는 데 대해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겠다. 오늘 노태악 위원장 증인 신문은 허용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석을 허용했다.


신 행안위원장의 이석 허가가 떨어지면서 노 선관위원장은 유유히 국감장을 떠났다.

윤 간사의 ‘증인 채택’ 발언은 사실인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여야 간 간사 협의 과정 없이 여당 주도로 단독 의결돼 절차적 정당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불과 이틀 전엔 이와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했다가 인사말 후 추미애 법사위원장으로부터 이석 허가를 받지 못해 자리에 남았던 것이다.

지난 13일, 추 법사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그동안 관례에 따라 대법원장은 인사 말씀만 드리고 이석했지만, 초대 김병로 대법원장, 조진만·민복기 대법원장 등은 국회에 출석해 질의응답에 응했다”며 “관례라는 이름으로 국회법에 명시된 조항을 회피할 수는 없다. 누구보다 법을 존중해야 할 대법원장님께서 관례라는 말도 책임회피할 방패로 삼지 않으시길 바란다. 참고인 신분으로 질의를 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질의응답 주체인가? 예외 대상인가?
정치적 형평성과 공방의 권력 게임

그러자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이석하게 해달라. 김병로 대법원장은 (그 당시엔) 재판 내용을 얘기하지 않고 행정 내용이었다”며 “참고인으로 진술하라고 하는데, 참고인은 출석을 거절하면 강제로 (질문을)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에도 인사 말씀만 하시고 마무리 말씀에서 의원님들 말씀에 대한 종합적 답변의 선례가 있다”며 “가급적 이 자리는 대법원장이 인사 말씀했고, 남은 부분은 미진하지만 제가 답변하면서 부족한 건 마무리 말씀하시는 것이, 이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법관들과 국민들이 우리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 교과에서부터 삼권분립, 사법부 존중, 국회 존중을 실현되는 모습을 원한다. 이석 허가를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석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결국 자리에 남아 의원들로부터 집중 질의를 받았다. 이날 조 대법원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허공만 쳐다보거나 답변하지 않다가 오전 정회 후 국감장을 떠났다.

‘국회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0조(증인·감정인·참고인)에 따르면, 위원회는 감사를 실시하는 데 있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엔 증인, 감정인 또는 참고인을 출석하게 해 증언이나 진술 또는 감정하게 할 수 있다. 또 증인 등은 국감의 요구에 응해야 하며,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나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 감사원장 등 헌법기관의 수장들은 ‘관례적으로’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아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협의 중심주의는 때때로 권력을 가진 쪽에 유리한 구조를 고착시키는 경향이 있다. 질의권은 국회의 핵심 권한이며, 응답은 그에 따르는 책임이다. 기관장이 이를 회피하려 할 때 감시의 균형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번 이석 논란의 맥락을 정치적 차원에서 보면, 여야 간의 권력 경쟁과 균형 전략이 기저에 깔려 있다. 야당은 노 선관위원장 이석 허용을 ‘선거관리의 책임 회피’ 프레임으로 몰아가려 하고, 여당은 ‘절차적 정당성’과 ‘관례 존중’ 카드를 강조했다.


특히 야당은 ‘형평성 문제’를 여러 차례 강조했는데 이는 관례가 편파적으로 적용된다는 인식을 환기시키는 데 충분했다. 반면 여당은 ‘증인 채택 여부’라는 절차적 잣대를 앞세우며, 이석 여부는 증인 채택과 연결된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은 기관장에게 질의를 강제하는 것은 무리라는 논리였다.

다만 이런 논리는 절차의 벽을 수호하면서 실제 책임 회피의 통로로 작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힘의 균형, 권력 주체 간의 권한 나눔, 그리고 감시와 책임의 경계가 어디쯤 설정될 것인가가 핵심이다.

노 선관위원장 이석 논란은 단편적으로는 ‘국감장에서 책임을 피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더 깊게 들여다보면 우리 정치 시스템에 도사리는 구조적 긴장과 불균형을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관례와 형평성, 절차와 권력, 독립성과 책임의 사이에서 균형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준 사례다.

균형의 위기 앞에 선 민주주의

관례는 제도를 넘어설 수 없으며, 특히 권력 중심 기관에게 특혜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헌법기관이라고 해서 무조건 면책이나 특권이 보장돼선 안 된다. 게다가 국감 질의는 제도적 기둥으로, 응답하지 않거나 이석함으로써 감시 기능이 약화된다면 국감은 빛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또 정치적 압력과 절차주의는 늘 접전의 영역으로, 협의와 절차라는 허울이 책임 회피의 장치로 전락해서도 안 된다.

다만, 이번 논란이 단순히 한 인사의 국감 응답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입법·사법·행정 간 권력 구조와 책임 메커니즘, 그리고 제도의 민낯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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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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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