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영교 ‘조희대 회동’ 발언과 풍문 정치

  • 등록 2025.09.19 11:04:27
  • 댓글 0개

정치인의 발언 하나 하나는 단순한 언어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것은 곧 정치적 메시지이자, 공적 책임을 동반하는 행위다. 근거가 불분명한 주장을 던져 놓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으면 슬그머니 물러서는 태도, 흔히 말하는 ‘아니면 말고’식의 정치 행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발언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 의원은 지난 5월19일 “회동 관련 녹취 파일은 있지만 회동 여부는 정확하지 않다.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정확하지 않다’고 이실직고하면서 정작 수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서 의원 발언의 본질은 ‘회동 여부의 사실’보다는 ‘수사 촉구’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정치인은 발언을 통해 여론을 형성하고, 국민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그 발언에는 반드시 사실에 대한 검증과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한국 정치권에는 오래전부터 ‘풍문 정치’가 뿌리내려오고 있다.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문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정치적 공격의 도구로 사용하는 관행이다.

서 의원의 발언 역시 이런 풍토와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조 대법원장이 특정 정치 세력과 부적절하게 회동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 확인 전까지는 극히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사법부 수장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검증보다 ‘먼저 던지고 보는’ 방식이 더 익숙하다.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의혹을 제기한 뒤, 아니면 “내가 들은 바로는 그렇다”라며 발을 뺀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나 피로감은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된다.

정치인의 발언은 일반인의 말과 다르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며, 동시에 법적 면책특권까지 보장받는다. 그만큼 공적 발언에는 무거운 책임이 따른다. 특히 사법부를 향한 정치인의 언어는 삼중, 사중의 신중함이 필요하다. 법관은 정치로부터 독립해 재판을 해야 하며, 사법부 수장의 명예는 곧 사법부 전체의 신뢰와 직결돼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것은 정치인이 얼마나 손쉽게 ‘아니면 말고’식 태도로 발언을 휘두르는가 하는 점이다. 이는 사법부의 권위를 흔들고, 사회 전반의 신뢰 구조를 붕괴시키며 아래와 같은 심각한 폐해도 불가피하다.

첫째, 공적 기관의 신뢰 훼손이다. 대법원장이 정치권과 은밀히 만났다는 뉘앙스가 퍼지는 순간,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대법원은 이미 불신의 대상이 된다. 진실이 밝혀져도 ‘연기 없는 불은 없다’는 식의 의심이 남는다.

둘째, 국민의 피로감 증폭이다. 정치권이 근거 없는 주장과 반박으로 공방을 이어가면, 국민은 정치 전반에 대해 냉소적 태도를 강화하게 된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라는 체념이 사회를 지배하면, 민주주의는 건강한 긴장과 참여를 잃고 만다.

셋째, 언론 환경의 왜곡이다. 정치인의 발언은 언론에 빠르게 확산된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기사화되고, 그 기사가 다시 여론을 형성한다. 이후 사실이 아니라는 정정 보도가 나오더라도 이미 퍼져버린 의혹은 회수되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혹은 제기될 수 있으며 이는 권력을 감시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그러나 의혹 제기에는 철저한 근거와 확인 절차가 필수다. 책임 있는 정치인은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이러이러한 근거에 따라 문제를 제기한다’고 말해야 한다.


최근 서 의원의 발언은 정치가 품격을 잃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단순한 실언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발언이 나온 순간부터 이미 사법부는 상처를 입었고, 국민은 혼란에 빠졌다. 정치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실 ‘아니면 말고’식 정치 언어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풍문이나 음모론에 기대어 상대를 공격했다. “내가 들은 바로는…”, “카더라 통신에 따르면…”이라는 식의 발언은 정치권의 일상어처럼 사용돼왔다.

문제는 이런 행태가 정치인의 단기적 이익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국가 전체의 장기적 신뢰에는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앞서 같은 달 14일,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향응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김 의원은 “어떤 판사가 1인당 100~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나오는 룸살롱에서 여러 차례 술을 마셨고 단 한 번도 그 판사가 돈을 낸 적이 없다는 구체적인 제보를 받았다”며 “그 판사가 바로 내란 수괴 윤 전 대통령을 재판하고 있는 지 부장판사다. (접대 받은 그가 향후)어떤 조치를 취하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명예를 생명처럼 여기는 법관에 대해서 의혹 제기를 하려면 기본적으로 언제, 어디서, 누구로부터, 어떤 방식으로 로비가 이뤄졌고 그것에 대한 증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그런 것 없이 좌표찍기하는 것은 예전에 베네수엘라에서 법관을 압박하거나 겁박할 때 쓰던 수법”이라고 반박했다.

이른바 ‘지귀연 룸살롱 의혹’은 대선이라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갑자기 툭’ 불거진 것이다. ‘구체적 제보’라는 허울 아래 1차, 2차로 사진을 공개했으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사진에 지 판사가 등장하긴 하지만 “사실이 아니며 접대받을 생각도 못했다” “삼겹살이나 소주를 사주는 사람도 없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해당 논란은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에 회부됐지만 민주당에서 더 이상 증거를 제공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유야무야됐다.

21대 국회였던 지난 2022년 10월엔 국정감사 당시, 김의겸 민주당 의원(현 새만금개발청장)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한 장관이 지난 7월 윤석열 대통령,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 30명과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김 의원은 자리에 함께했다는 첼리스트의 음성 녹취도 함께 공개해 사실로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그해 11월23일, 해당 첼리스트가 경찰 조사에 출석해 “남자 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했다”고 진술하면서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명예훼손으로 고발당한 김 전 의원은 1심에서 원고 일부 패소했으며, 김 의원과 해당 사실을 보도한 매체 등에 8000만원의 손해배상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청담동 술자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출한 소명자료만으로는 사실이 진실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청담동 술자리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허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1심 패소 판결에 김 전 의원은 지난달 18일 항소했다.


정치가 신뢰를 잃게 되면 결국 국민은 정치 자체에 무관심해지거나 혹은 강경한 포퓰리즘에 몰리는 극단적 선택에 놓이게 된다. 어느 쪽이든 민주주의에는 독이다.

이제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풍문에 기대는 정치가 아니라, 검증에 기반한 정치를 실천해야 한다. 사실 확인 없는 의혹 제기는 자제하고, 확인된 사실에 기반해 책임 있는 주장을 펼쳐야 한다. 이를 위해 국회 차원에서 정치인의 발언 윤리에 대한 규범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면책특권이 ‘무책임의 면허증’으로 사용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언론 역시 검증 없는 보도를 자제해야 한다. 정치인의 발언을 그대로 중계하기보다, 사실 여부를 따져 확인한 뒤 전달해야 한다. 정치와 언론이 함께 노력할 때만이 ‘아니면 말고’식 정치가 설 자리를 잃는다.

서 의원의 조희대 회동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가 여전히 ‘책임 없는 언어’의 관행에 사로잡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발언 하나하나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가 아니라 “말한 대로 책임지겠다”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는 언어로 이뤄진다. 언어가 가벼우면 정치도 가볍다. 정치가 가벼워지면, 국민의 삶은 무겁다. 이제는 정치가 언어의 책임을 회복해야 할 때다. 그 시작은 바로, 근거 없는 말 한마디를 삼가는 것에서 출발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