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

“세월호 특조위 활동 해수부가 막고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 2014년 불현듯 우리 곁을 떠난 아이들을 향해 많은 사람들이 맹세했다. 사람들은 거리로 나왔고 추모 열기는 그들 사이를 이어줬다. 그러나 1년6개월여가 지난 지금, 국민들 뇌리에서는 그때 그 일이 잊혀져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에서는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을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 상임위 별 예산심사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여야는 물론 정부까지 가세해 갑론을박을 펼치는 모습이다. 과연 해당 상임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소속 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신정훈 의원의 입을 통해 최근 세월호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신정훈 의원과의 일문일답.

-농해수위 내에서 특조위 활동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쟁점은 무엇인가?
▲핵심 쟁점은 ‘과연 세월호 특조위의 완전하고 독립적인 조사활동이 보장될 수 있는가’다. 그런데 정부의 모습을 보면, 진상규명을 하겠단 약속을 지킬 의향이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 이유로 첫째,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이 사무처 직원들의 선임과 관련해 독립성·자주적 결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 둘째, 정부가 특조위 활동 시작 시점을 1월1일로 잡고 있다는 점. 셋째, 세월호 선체 인양의 주목적이 진상규명임에도 우선적인 조사권을 특조위에게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점 등이 있다.

-특조위 활동기간을 두고 여야가 이견이 있다. 어떤 차이가 있나?
▲진상규명의 성패는 활동기한에 의해 좌우된다.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특조위 구성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의 1년’이란 문구를 두고 ‘과연 시작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는가’에 이견이 발생하고 있다. 특조위가 위촉장을 받은 것은 지난 3월5일이다.

시행령이 만들어 진 날은 지난 5월9일이다. 특조위 예산배정은 8월에 됐다. 그래서 여야의 의견차가 나오는 것인데, 문제는 정부가 엉뚱하게도 특별법 제정 시기가 지난 1월1일이라며 그때를 시작 시점으로 봐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정부 주장대로라면, 특조위는 선체조사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활동한 지 4개월여 만에 사라지게 된다.


-예산안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특조위 조사 예산이 적액 삭감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특조위 조사활동과 관련된 예산은 운영비까지 포함해 전체 180억 정도가 신청됐다. 그 중 3분의 1인 60억 정도만 반영되고, 나머지는 정부 심사과정에서 제외됐다. 야당은 특조위 활동에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선체 직접조사비 19억을 포함한 60억 정도의 예산을 살려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방해공작이 있었다. 예를 들면 선체에 대한 직접조사 및 정밀조사비는 물론 특별법에 규정된 청문회 실시비용 2억조차도 절반수준으로 삭감해 버렸다. 지금 정부는 특조위를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해하고 있다.

-해수부 예산이 증거인멸을 위한 예산 아니냐는 문제제기를 하셨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진상규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세월호 선체에 대한 특조위의 완전무결한 조사권이다. 그런데 특조위 조사활동에 대한 예산은 전액이 삭감된 반면, 해수부가 수습된 선체를 자체적으로 정리·청소하는 예산은 다 살아있다.

특조위 조사활동은 인정하지 않은 채, 해수부가 선체 청소 및 구조물 변경 등을 통해 증거 능력을 철저히 훼손시키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특조위 예산은 다시 계상되고, 해수부의 예산은 삭감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당의 입장이다.
 

-신 의원님의 주장에 대한 해수부 측 반응이 궁금하다.
▲원론적 얘기만 하고 있다. 내부를 청소·정리하는 것이 굳이 해수부가 해야 될 일이라면, 특조위 조사 후 하면 될 일이다. 특조위에게 협조는 하지 않은 채 해수부가 먼저 관리하겠다면, 상황과 증거를 왜곡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진상규명 두고 여전히 갑론을박 치열
“해수부 주장 왜곡 뜻으로 밖에 안보여”

-국민 중 일부는 세월호 진상조사를 위한 예산을 두고 혈세낭비라고 지적한다.
▲특조위 조사활동은 국민과 국회가 요구·합의해서 진행했던 것 아니겠나. 그리고 특조위 예산은 조사에 필요한 최소한도로 책정됐다. 이 문제를 신속하면서도 가장 적은 예산을 통해 마무리 지으려면 해수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것이 최상이다. 또한 국민에게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해수부는 선체 조사를 위한 비용으로 150억을 추가했지만, 특조위 예산은 모두 합해 120억이다.

해수부는 특조위 예산을 철저히 삭감하면서 본인들이 필요로 하는 예산은 대폭 늘려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 ‘특조위 조사활동이 필요 없다’ ‘특조위가 예산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는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겠지만, 예산과 관련해 사실을 확인해보면,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김영석 신임 해수부 장관이 왔다.
▲김영석 장관은 세월호 발생 당시에는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세월호 사후에는 해수부차관으로서 특별법 제정·예산 심사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정부 입장과 신임 장관의 입장이 크게 달라지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수습이나 진상규명에 좀 더 적극적 의지가 있을까 기대했지만, 여전히 큰 틀에서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해수부가 여전히 특조위의 활동기간 및 예산문제 등을 정치권에 떠넘기고 있어 안타깝다.

-일련의 일들이 정부의 의도적인 방해라고 보나?
▲그렇게 생각하기 싫지만, 모든 면에서 국민상식이 관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과연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특별법에 조사 기간이라든지 조직구성의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음에도 시행령을 통해 뒤집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특조위의 조사활동 비용, 선체에 대한 정밀 조사비용, 특별법에 규정되어 있는 청문회에 대한 예산도 기어코 삭감했다.

-이런 일들이 부실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 때문이라는 여론이 있다. 개정의 필요성을 절감하시나?
▲부실하게 됐다고 하면 서로 합의된 내용에 근거해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여야 원내대표단은 회의를 통해 서로의 해석차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개정을 합의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기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이 아니라, 아예 특조위 활동 기한이 끝나고 나서 부족하면 기간을 더하자는 식으로 책임 회피성 발언을 일삼고 있다. 이는 정부나 여당의 속뜻이 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한다.
 

-일요시사 독자들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치권이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 우리 당이 일관되게 주장해 왔던 것들은 결코 야당의 ‘당리당락’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마치 야당의 지리한 정치공방으로 비춰지는 것이 억울하고 안타깝다.

마지막으로 정부·여당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세월호 진상규명은 정치적인 쟁점을 이미 넘어섰다. 사고원인에 대한 진실한 접근만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가기위한 유일한 관문이라 생각한다.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조위 활동을 뒷받침 해주길 바란다.


<chm@ilyosisa.co.kr>

 

[신정훈 의원은?]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학사
▲제5·6대 전라남도의회 의원
▲전라남도 나주시 시장
▲제19대 국회의원(전남 나주시화순군/새정치민주연합)
▲제19대 국회 후반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
▲제19대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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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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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