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vs 김혜경’ 국감 안주인 더비 관전 포인트

민생 버리고 답 없는 집안 털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냉랭한 여야의 대치 전선이 더욱 심화할 양상이다.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여론전에만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국정감사에서 ‘우리보다 네가 더 더럽다’에 방점을 찍고 서로 흠집내기에만 혈안이 돼있다. 정작 중요한 민생은 뒷전이다. 

국회가 본격적인 국정감사 시즌에 돌입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벌써부터 서로를 견제하는 액션을 취한다. 국정감사는 어느 때보다 극심한 대립을 겪는 상황 속에서 열리게 된다. 4일부터 24일까지 총 21일간 쉴 새 없이 양보할 수 없는 레이스를 펼칠 예정이다. 여야 모두 치명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는 만큼 국감 스타 탄생보다는 ‘지키기’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너무 뻔한
국정감사

경제가 어려워지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한 탓에 양당은 반드시 민생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양당이 꾸준하게 언급하고 있는 키워드는 줄곧 민생이다. 그러나 막상 속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상대 당의 리스크로 공격 방향이 집중돼있다. 처리해야 할 사안은 산더미인데, 양당은 여전히 여론전에만 몰두 중이다. 

당장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순방 외교 방어에만 치중하고 있다. MBC에 항의 방문까지 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에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국정감사 사전 점검회의까지 열어 민주당의 공세를 대비하기 위한 방어막을 구축했다.

지난달 27일 종합상황실 현판식을 시작으로 국정감사를 철저히 준비하겠다는 심산이다. 윤석열정부의 첫 국정감사인 만큼 국민의힘에서도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이 쥐고 있는 공격 카드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을 압살할만한 확실한 공격거리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꺼냈다. 결국 양당 리스크를 통한 발목 잡기에만 나서고 있는 셈이다. 

국정감사는 윤정부와 이 대표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양상을 띤다. 양측 모두 가진 리스크가 적지 않은 탓이다.

대립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원회는 운영위, 교육위, 법사위, 정무위, 국토위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운영위의 경우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대통령 경호처장 등 총 76명을 국정감사 9개 기관 증인으로 채택했다. 

대치 전운 고조…양쪽 다 긴장
대선의 연장? 끝없는 발목잡기

현재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외교 순방 논란 등 여러 악재에 직면해있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비용, 윤 대통령 한남동 관저 이전, 경호 문제, 외교 순방 등이다. 

대통령실 이전 비용의 경우 이전 당시 500억원이면 충분하다는 발표와 다르다. 민주당 대통령실 의혹 진상규명단장인 한병도 의원에 따르면 2023년 예산 등을 분석한 결과 영빈관 신축 등 기존 예산인 1133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어난 이전 비용이 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각 여론에서는 ‘청와대를 왜 나왔냐’는 등의 날선 비판이 쏟아졌고, 결국 대통령실은 영빈관 신축을 철회한 바 있다. 

또 윤 대통령이 입주하는 한남동 관저에는 헬기 문제가 대두됐다. 해당 관저는 공간이 부족해 헬기 한 대만 이착륙 가능한 구조를 가졌다. 이런 탓에 2대를 띄워 합류하는 방식으로 비행을 동시에 하겠다는 방안을 검토했다. 

일각에서는 위장 효과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비상 시 집무실, 전용 병원으로 이송할 때 헬기 이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여러 문제들이 터지면서 운영위 국정감사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개막도 전에 국정감사 증인 출석 요구 안건을 상정하는 과정에서 여야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MBC 보도를 둘러싼 정언유착을 두고 전체 회의가 20분 동안 정회되기도 했다. 

운영위에 이어 교육위 역시 첨예한 대립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김 여사를 소환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소속 8명 의원과 무소속인 민형배 의원이 찬성 표결을 해 단독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의원들은 “반민주적 행위, 입법 폭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증인 두고
파행 연속

민주당이 신청한 증인은 임홍재 국민대 총장,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 위원장,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 등이 포함돼있다. 총 11명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셈이다.

대부분 김 여사의 논문 표절 및 허위 학력 기재 의혹 때문에 신청한 증인들이다. 민주당에서 신청한 증인 대부분은 현재 해외로 출장을 떠난 상태다. 

민주당은 심지어 김 여사까지 국감장에 세우겠다며 총공세를 펼치겠다는 모습이다. 현재 김 여사의 허위경력 의혹은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경찰이 지난달 2일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를 결정했지만 고발한 시민단체가 검수완박법 시행 하루 전, 불송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신청한 결과다. 

허위 경력 논란은 지난해 대선 기간 불거졌다. 김 여사가 2007년 수원여자대학교에 교수 임용 지원서를 제출할 때 허위 경력을 기재하고 수상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이다. 2002년부터 3년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에서 일했다고 표시돼있으나, 당시 해당 협회는 설립된 적이 없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또 서울 국제 만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및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고 기재돼있으나, 김 여사가 응모나 수상할 수 있던 조건이 아니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김 여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의혹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 표절 논란의 경우 최초로 국민대에서 표절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으나 교수 단체 등이 검증한 결과 점집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과 같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정보통신 용어 등에 대해선 사전 설명을 그대로 옮겨왔고, 여러 시험자료와 보고서를 파는 사이트에서 자료를 구매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교수 단체의 검증에 따르면 김 여사의 논문에 적힌 문장 860개 중 220개가 표절 문장이라고 파악했다. 교육위는 민주당이 꽉 쥐고 있는 만큼 가장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 역시 김 여사를 국감장에 앉히길 원하고 있다. 김 여사를 불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재산신고 누락 등의 의혹을 따져 묻겠다는 데서 비롯된 것. 

이 밖에 윤 대통령의 장모인 최은순씨,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전 회장 등까지도 부르겠다는 의지가 가득하다. 

현재 김 여사는 윤 대통령의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라는 인식이 파다하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 여론도 높다. 민주당이 김 여사를 국정감사에 끌어들인 이유다. 김 여사의 리스크가 커질수록 윤 대통령 또한 위기감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국정은 뒷전
여론 재판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여사 리스크 대응책으로 이 대표의 대장동 의혹과 배우자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꺼내 들었다. 증인으로 김씨를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직접 불러 법인카드 유용 혐의 등을 캐묻겠다는 셈이다. 

법인카드 유용 의혹 역시 대선 기간 불거진 의혹이다.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경기도청 별정직 5급인 배모씨가 경기도청 법인카드로 음식값을 결제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또 김씨가 지난해 8월 서울 음식점에서 민주당 인사 3명과 운전기사, 변호사에게 식사비 7만8000원을 결제했고,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다. 

한발 더 나아가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의원들은 이 대표까지 압박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쌍방울그룹 임원들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대표에게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대장동 같은 최대 리스크 중 하나다.

이 전 부지사는 현재 쌍방울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그는 2018년 쌍방울 사외이사를 그만두고 난 뒤에도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차량 등을 받았던 혐의를 받는다. 또 이 전 부지사와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쌍방울그룹 부회장 A씨도 함께 구속됐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측근 인사로 꼽히는 만큼 이 대표 의혹 연결점에 대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의힘은 해당 사안을 법사위 최대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반면 윤 대통령의 리스크인 김 여사를 방어하기 위한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민주당 박범계 의원까지 증인 신청을 하려는 움직임이 비친다.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는 김 여사 방어를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민, 김 겨냥 윤 타격
국, 김 놓고 이 조준

민주당이 연일 김건희 특검법을 주장하지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은 추 전 장관과 박 의원이 장관 시절 수사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 거론된 증인들이 실제 국감장으로 출석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법사위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힘을 주고 있는 위원회다.

그러나 양당이 힘을 준 만큼의 결과는 얻지 못해 지난해와 비슷한 전개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증인 채택 불발로 파행될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이미 증인 채택을 두고 양당 간사 간 협의는 불발된 상태다. 현재 국민의힘은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이 대표를 증인으로 세우자는 의견까지도 나왔다.

정무위에서는 쌍방울그룹 유착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 소환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비록 무위에 그쳤지만 역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문제 때문이다. 현재 쌍방울에서 전환사채 편법 발행 논란이 발생하면서 이 대표까지 연결 지으려는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성남FC 후원 의혹과 대장지구, 백현동, 위례지구 특혜 의혹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국민의힘 국토위 의원들이 신청했던 증인 목록에는 성남FC 후원 의혹과 관련해 두산건설 이병화 전 CEO, 곽승환·송정호 CFO가 이름을 올렸다. 또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서는 화천대유 전 대표, 성남의뜰 대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 사업팀장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 반발로 증인 채택은 무산됐고, 대신 경기도 국정감사로 방향을 틀었다. 국민의힘 국토위 의원들은 경기도야말로 ‘이재명 국감’으로 만들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국감은 경기도의 현안이 아닌 대장동·법인카드 의혹 등을 방점으로 찍고, 해당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약 1000건에 달하는 자료를 요구했는데 이 중 절반이 이 대표와 관련된 자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본래 국감 취지는 무색하게 여야가 대치하는 국면을 보이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의미있는 국정감사가 아닌 여야의 대립만 더 키우는 꼴이 될 것으로 보는 시선이 가득하다. 

이번 국정감사로 양당이 오히려 리스크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감이 민감한 이슈에 영향을 받는다지만 여야가 모두 말해오던 것과 반대로 민생은 자꾸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쪽 다
상처뿐

한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 모두 리스크에만 집중할 경우 정쟁과 여론 재판의 맹탕 국감이 될 수도 있다”며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려면 여야 모두 민생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또 다른 국감 키워드 은행 횡령 사건

올해는 유독 은행권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이 많았다. 국회 역시 해당 문제를 국정감사에서 지적할 예정이다. 

따라서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대표적인 5대 은행장이 증인으로 국감장을 찾을 예정이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에게 금감원이 제출한 자료인 최근 5년간 은행의 횡령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은행 등 15개 은행에서 2017년 이후 98건, 총 911억 7900만원의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잇따른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데 대책 마련과 책임론을 CEO들에게 질타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정무위에서는 론스타 사태도 다룬다.

지난달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300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현재 불복해 판정 취소를 신청한 상태다.

민주당에서는 론스타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정부를 겨눈다는 계획이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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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