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4연임 성공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04 10:48:07
  • 호수 15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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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믿어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했다. 압도적인 득표로 연임한 그는 대한체육회의 회장 인준을 앞두고 있다. 임기를 마치면 16년간 회장을 맡은 ‘사촌형’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서 열린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서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학과 초빙교수와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제치고 당선됐다. 1차 투표서 총 유효투표(182표) 중 156표를 얻어 결선투표 없이 뽑혔다. 야권 후보인 허 후보는 15표, 신 후보는 11표에 그쳤다. 무효표는 1표다. 이로써 정 회장은 2029년까지 4년 더 축구협회 수장을 맡게 됐다.

돈 필요한
남은 축제

정 회장의 4선 도전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정부의 중징계 요구 등으로 난항이 예상됐다. 결과는 정 회장의 압승이었다. 전체 선거인단 192명 중 90%가 넘게 현장을 찾아 투표했는데, 이 중 85%가 정 회장에게 표를 던졌다. 정 회장이 아시아축구연맹(AFC)서 지난해 집행위원으로 선출되는 등 외교적으로 강점이 있는 데다, 기업 총수인 그가 다른 후보들보다 안정적으로 협회를 이끌 거란 기대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두 차례 선거 파행에도 정 회장은 오히려 그 기간을 활용해 선거인단의 마음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여러 축구인을 만나보니 소통이 문제인 것 같다”며 “이번처럼 심층적으로 경기인들을 만난 적이 없었다. 축구협회는 결국 서비스 단체인데, 그분들 얘기를 열심히 듣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반은 해결된다”고 말했다.

선거 연기 등으로 논란이 있었지만, 이후 선거가 절차적으로 하자 없이 치러진 만큼 체육회로부터 인준을 받는 데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체육회 회원종목단체 규정상 정회원·준회원 단체 회장은 구비서류를 갖춰 체육회 인준을 받아야 한다.

체육회를 넘으면, 문화체육관광부와의 갈등을 풀어야 한다. 문체부는 지난해 11월 대한축구협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축구협회에 정 회장 등 주요 인사들에게 자격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주문했다.

이에 불복한 협회는 지난달 11일 문체부 처분에 관한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법원이 인용하면서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 효력은 중단된 상태다. 이후 문체부는 항고했고, 정 회장은 예정대로 차기 회장 선거를 치를 수 있었다.

선거서 압승한 정 회장이 문체부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축구협회의 미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문체부는 정 회장이 총수로 있는 HDC그룹의 HDC현대산업개발과 축구협회의 유착 의혹에 대한 감사도 벌이고 있다.

‘85% 지지’ 압도적 득표율
2029년까지 협회 수장 맡아

문체부의 입장은 여전히 강경하다. 축구인들이 정 회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음에도 법원이 항고를 받아들이면 징계 절차를 밟겠단 입장이다. 항고가 기각되면 재항고 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규정상 징계는 축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내려야 하는데, 협회 자정 노력을 지켜보겠단 생각이다.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어느 때보다 축구협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았지만, 국가대표 출신 이천수가 유튜브 영상에서 정 회장의 연임을 예측한 바 있다. 또 천안축구종합센터, 디비전 시스템 구축 등 ‘초대형 사업’이 진행 중인 만큼, 축구인들은 협회의 변화보다 이들 사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길 바라며 정 회장을 ‘재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천수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리춘수’에 ‘이천수가 예언하는 축구협회장 선거’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서 이천수는 “대한체육회서 유승민 후보가 이기흥 현 회장을 꺾고 당선됐다고 해서 축구협회장도 바뀔 것이라는 환상은 갖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까지 한국축구지도자협회는 정몽규 후보를 비판하고 물러나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태도를 바꿨다”며 “축구인들이 별 볼 일 없어 기존 회장이 낫다고 말한 것으로 게임은 끝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른 후보들이 정몽규 후보보다 더 좋다고 못 느껴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여론과 다른 축구인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 그럼에도 (정몽규를)지지하는 게 우리 쪽(한국축구지도자협회)에 더 이익이 있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기는 판”
예언 화제

지도자협회가 정 회장을 지지한 것에 대해선 “어차피 정 회장이 이기는 선거서 이기는 판에 베팅해 이익을 얻으려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전체 선거인단의 192명인95.3%가 현장서 투표한 것에서 보듯 정 회장을 향한 축구인들의 재신임 의사는 분명했다. 정 회장의 당선으로 축구협회는 AFC 아시안컵 유치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2031년 아시안컵, 2035년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유치를 이번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호주와 중앙아시아 3개국(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공동개최)이 아시안컵 유치 의사를 밝혔다. 한국은 2023년 아시안컵 유치에 나섰다가 카타르에 패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또 ▲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 재정립 ▲집행부 인적 쇄신 및 선거인단 확대를 통한 지배구조 혁신 ▲남녀 대표팀 FIFA 랭킹 10위권 진입 ▲K리그 운영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스탠다드 규정 준수 및 협력 관계 구축 ▲우수 선수 해외 진출을 위한 유럽 진출 센터 설치 ▲트라이아웃 개최 등을 약속했다.

지난 2011년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에 올라 축구행정가로 변신한 그는 이번 축구협회장 4선으로 20년 가까이 한국 축구의 양대 단체를 차례로 이끄는 전례 없는 발자취를 남기게 됐다. 정 회장은 이번 임기를 마지막으로 더는 축구협회장직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중징계 대상자’인 정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데 대해 “법원이 정 회장에 대한 징계를 정지시켜놓은 상태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면서 “우리가 항고를 한 상태인데, 결과에 따라 조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1월21일 정 회장 등 임직원에 대한 문체부의 징계 요구 처분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지난 11일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한 바 있다.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정 회장과 축구협회의 운명은 다시 격랑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정 회장은 당선증을 받은 뒤 정부와의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어떻게 할지 그 방향에 대해 다시 설명해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기업 총수
마인드로

1962년생으로 용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현 HD) 구단주를 시작으로 30년 동안 축구계와 인연을 맺어왔다. 울산(1994-1996년)과 전북 현대(1997-1999년) 구단주를 거쳐 2000년 1월부터는 부산 아이파크를 맡아온 프로축구단 현역 최장수 구단주다.

2013년 제52대 대한축구협회 수장이 된 정 회장은 그해 12월6일, 2017 FIFA U-20 월드컵 유치를 성공시키며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 밖에 FIFA 주관 대회 개최 그랜드슬램(월드컵, 컨페더레이션스컵, U-20 월드컵, U-17 월드컵)을 달성하면서 정 회장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2016년 상반기에 대한축구협회와 전국생활축구연합회가 통합됐고 그해 7월21일 통합 대한축구협회장을 뽑는 제53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가 열렸다. 몇몇 인사들의 출마가 예상되기도 했으나 결국 정 회장만 단독 출마했으며 참가 선거인단 98명 전원 찬성으로 당선됐다.

이듬해 5월8일 바레인서 열린 아시아 축구 연맹(AFC) 총회서 FIFA 평의회 위원으로 당선됐다.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로 FIFA 집행부 임원에 선출된 것이다.

기존 축구인들은 하지 못할 기업가의 경영 방식으로 협회 내 시스템을 정비하고 내부 개입을 최소화해 밀실 행정을 없앴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경영 및 시스템 정비 등의 외적인 부분서 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비판은 있다.

축구협회 ‘범현대가’ 대물림
사촌형 정몽준에 이어 15년 차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감투에 욕심을 내면서 대한축구협회장이란 타이틀을 이용하는 데 급급했다는 것이다. 이는 축구협회장으로서 한국 축구 발전을 이루려는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또 정 회장은 인터뷰서 ‘앞으로 한국은 세계 강팀과 평가전은 어려울 것’이라며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축구협회장으로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현실을 직시하고 안목을 낮추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 2023 AFC 아시안컵 개최를 노렸다가 카타르에 밀려 유치에 실패하기도 했다. 당시 축구협회의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대신 카타르의 오일머니에 밀렸다는 식의 책임 회피 발언으로 여론을 악화시켰다. 앞서 지난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일정을 마친 후 상금 배분과 관련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질타를 받았다.

또 2023년 2월1일, 바레인 마나마서 개최한 제33회 아시아 축구 연맹 총회서 5명을 선출하는 2023-2027 FIFA 평의원 선거에 재도전했는데, 회원국들로부터 유효표 45장 중 19표를 받아 후보 7명 중 6위로 또 낙선했다. 필리핀·말레이시아에도 밀려났고, FIFA 입성에 실패하면서 비난이 이어졌다.

지난 2023년 3월28일에는 2011년 K리그 승부조작 사건으로 축구계서 제명된 48인 포함 축구인 100명을 전격 사면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명목상으로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100명이 충분히 자숙했다고 판단하고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다는 것이었다.

2011년 K리그 승부 조작 사태를 수습했던 그가 2023년 승부 조작자를 사면하면서 연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 여론이 들끓었다.

부정 여론
잠재우다

한편, 지난해 발간된 자서전 <축구의 시대>서 정 회장은 “누군가 내 임기 도중 이뤄냈던 업적에 대해 점수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10점 만점에 8점 정도는 된다고 대답하고 싶다. 나는 점수에 상당히 박한 편이라 내가 8점이라고 하면 상당히 높은 점수”라는 평가를 내렸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형만 한 아우 없다? MJ 재조명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4연임에 성공한 가운데,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재조명됐다.

지난 1993년 축구협회장에 취임해 네 번째 임기까지 마친 정 전 회장은 2009년 1월22일지휘봉을 내려놨다.

당시 신년사를 통해 정 전 회장은 “숨 막히는 순간들을 많이 경험했다는 점에서 행복한 16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고 소회했다.

업계에선 정 전 회장이 16년간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적지 않은 일을 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의 재임 기간 한국 축구는 눈에 띄게 성장했다.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어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를 이끌어냈고, 태극전사들의 4강 신화를 포함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것은 그의 대표적 업적이다.

2007년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월드컵도 한국서 개최했다.

월드컵 개최로 축구 인프라 구축에도 속도를 냈다.

정 전 회장이 부임한 1993년 452개였던 축구협회 등록팀 수는 지난해 718개로 불어났고, 등록 선수도 약 1만명에서 2만2000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재정 자립에 성공해 협회 1년 예산 규모는 1992년 35억원에서 700억원을 넘겼다.

월드컵 본선 무대는 6회 연속 밟았고,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은 올해 열릴 이집트 대회까지 4회 연속 본선 출전권을 따는 등 경기력 면에서도 결실이 있었다.

장기 집권하면서 업적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축구계는 주류와 비주류로 나뉘어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FI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던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전 회장의 여섯째 아들로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했다.

이후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서울 동작을로 지역구를 옮긴 정 명예회장은 2012년 19대 총선서도 같은 지역구서 당선됐으나 2014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거에 출마하느라 의원직서 사퇴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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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