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질’ HDC그룹 삼형제 후계구도

슬슬 승계 밑그림 그려볼까∼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HDC그룹의 지주회사 HDC 주가가 최근 신저가로 추락하자 정몽규 회장과 자녀들이 지난 5월부터 자사주 매입에 나서면서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 회장 자녀들의 HDC 지분 매입은 이번이 처음. 승계에 시동이 걸렸다는 평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정준선, 정원선, 정운선 세 아들이 5월부터 매달 그룹 지주회사인 HDC주식을 사들여 업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은 지난 2017년 아버지인 정 회장으로부터 금융계열사인 HDC자산운용 주식 등 일부를 물려받은 적은 있지만 입사 등 그룹에 발을 붙인 적은 없다. HDC 측은 “회장님 가족들 개인적으로 매입이 이뤄진 것이다. (주식 매집)배경에 대해 (회사로서도)알 수 없다”고 밝혔다. 

모두 20대

그러나 업계에선 그의 아들들이 계열사 주식 보유서 그룹 최고 상단에 있는 지주회사 주식 매집으로 갈아탄 만큼 3세 경영이나 승계 등 후계구도 밑그림 그리기를 비롯해 그룹 지배력 강화 등의 다중포석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지난 5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의 세 아들인 준선, 원선, 운선씨는 지난 3일 그룹 지주회사인 HDC주식을 각각 1만주, 3만3000주, 4만1000주씩 모두 8만4000주를 장내서 매수했다. 정준선씨는 1억5100만원, 정원선씨는 5억780만원, 정운선씨는 6억2197만원을 들여 약 13억원에 이르는 HDC주식을 매입한 것. 

정 회장 세 아들의 지주사 주식 매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5월에도 HDC주식을 각각 6만주, 3만주, 1만주씩 장내서 첫 매수했고 6월에는 장남인 정준선씨 단독으로 HDC주식 2만주를 샀다. 

이로써 준선, 원선, 운선씨는 HDC주식을 각각 9만주, 6만3000주, 5만1000주 보유하게 됐다. 세 사람의 지분율은 각각 0.15%, 0.11%, 0.09%에 이른다. 이 같은 오너 일가 주식 매입 행보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우선 지주사의 주가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책임경영 차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2월28일 2만1450원으로 가장 높았던 HDC 주가는 3월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다 5월에는 1만5000원대로 떨어졌고 이달 3일에는 1만400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이날은 장중 1만390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6월부터 연기금은 3거래일을 제외하고 HDC에 대해 줄곧 매도세를 이어갔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HDC 지분율을 3월 11.29%에서 6월 10.89%로, HDC현대산업개발 지분율은 13.07%에서 12.52%로 낮췄다. 

HDC 하락의 주원인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약세가 꼽힌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도 이날 장중 4만250원으로 올해 최저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증권가에선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 강화로 주요 건설사 중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가장 높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봤다. 

회사 측은 회장 가족들의 지주회사 주식 매입에 대해 개인적인 매입으로 그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선 신저가 시점을 기회로 오너 일가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주식 매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3세 승계 밑그림 작업을 비롯해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 관련 지배력 강화 포석 등과도 무관치 않다고 보는 것. 
 

▲ 정몽규 HDC그룹 회장

그간 정 회장의 세 아들은 그룹 지주회사 구도 밖에 있는 HDC자산운용 주식(준선씨 13.01%, 원선씨 13.01%, 운선씨 13.01%씩)과 계열사 아이시어스 등 극히 일부만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번엔 그룹 지배구조 최상위에 있는 지주회사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다르다.

그룹 변두리서 돌다가 단번에 그룹 최고 상단 회사 특수관계인으로 이름을 올린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HDC주식을 매집해 최대주주에 올라서거나 정 회장 보유 HDC주식을 증여, 혹은 상속받는다면 HDC그룹은 3세들이 주인이 된다. 장남 준선씨가 그룹 경영을 이어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준선씨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네이버 인공지능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등 삼성서도 탐낼 만큼의 브레인으로 알려져 있다. 3형제 가운데 지주회사 지분도 가장 많다. 

정 회장 세 아들 5월부터 주식 매입
주주로 첫 등장…‘지휘봉’ 누구로?

이번 주식 매입은 정 회장 일가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 정 회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HDC주식 33.36%(1992만7457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정 회장과 함께 특수관계인 지분을 모두 합치더라도 지분율이 36.58%에 불과하다. 

더욱이 자회사인 HDC아이콘트롤스가 HDC 지분(1.78%)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지주회사 자격 요건에 위배되는 것으로 1년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 회장 일가의 HDC지주회사 장악력은 더 떨어지게 된다. 

여기에 정관변경이나 이사 감사 해임 등 특별 결의를 위해서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HDC주식을 모두 합하더라도 총주식수의 3분의 1을 갓 넘긴 상황인 탓에 그룹 지배력 강화는 정 회장의 최대 숙제 중 하나기도 하다. 

실제 정 회장은 지난 5월29일부터 31일까지 3일 동안 HDC주식 18만7438주를 장내 매수했다. 세 아들과 함께 본인도 지주회사 주식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주가 부진이 주식 매입의 호기일 수 있지만 오너의 책임경영 차원에서는 논란이 예상된다. 사실상 기업 부진을 승계나 그룹 지배력 강화의 기회로 삼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특히 HDC그룹의 경우 지주사 전환이 사업영역 확대와 아울러 정몽규 회장 등 총수 일가의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지주사 전환 이전에는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18.56%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 과정서 정 회장은 신설되는 사업회사 보유 주식을 지주사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높여왔다. 결과적으로 HDC그룹의 지주사 전환 이후 기관투자자의 손실은 커지는 반면,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강화된 셈이다. 

대물림 포석?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3개월간 HDC주가가 거의 반 토막이 날 정도로 빠졌다. 아들들이 20대 어린 나이이긴 하나, 저가 매수 기회에 승계와 지배력 강화 포석으로 지주회사 주식을 정 회장과 함께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U-20 준우승을 이끄는 등 정 회장의 경영행보에도 더 자신감이 붙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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